대충 여섯시반쯤 출발했구요, 휴가철이 끝나서였겠죠, 악명자자한 양재와 서초, 기흥과
안성 부근에서도 차 막힘이 없습니다.
휴게소에서 유유자적 밥 사먹고 대둔산 앞에 도착한 시간은 9:30
장비 챙겨 어프로치, 신선암에서 목 축이고 ‘새천년릿지길’ 앞에 도착한 건
아마도 10:20
시작점에는 이미 한팀은 등반중. 수원서 왔다는 또다른 세명 한팀이 아래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더군요.
지난 두어달 장맛비에 푹 젖은 릿지길은 물때가 덕지덕지. 게다가 전날 내린 빗물이 군데군데 줄줄.
아니나 다를까 ‘끝자’ 묶고 오르는 한분은 당췌 올라서질 못합니다. 적어도 반시간 이상 사투 끝에야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이번엔 수원서 왔다는 세분 차례입니다. 선등자 출발~
첫 번째 볼트에 클립하고 두 번째 볼트까지 가는 길에서 두어번 ‘미끄등’
10분 이상 루트탐색 후, 선등 포기. 내려오며 우릴 보고 먼저하라고 함.
우리팀원들 얼굴은 잿빛. 엉거주춤 등반준빌 하는데, 수원팀 또다른 한 분 “내가 해볼게” 하더니
적잖게 용을 썬 후에야 겨우통과.
중간자 묶은 여성분. 아니나다를까, 두 번째 볼트앞에서 연거푸 비명.
선등포기하고 내려오셨던 분이 백기사를 자처. 손홀드를 만들어주고 어께로 미는 살신성인으로
간신히 올려보냅니다. 그렇게 수원팀이 지나갔습니다. 한시간쯤은 걸린 듯.
이 첫째 피치는 20m, 난이도는 물경(?) 5.9
이제 우리차롑니다. 시작하기 전에 면면을 먼저 소개합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신회장님 참석하셨습니다. 짝짝짝
입문 4년차, 경기등산학교 우수졸업생 고형일 선배 오셨구요
일행중 最古 경력의 소유자, 오석민 선배도 나오셨네요.
한 사년쉬고 다시 바위를 시작한 허정씨
딱 일년 됐지만 열정 충만한 김희정씨, 그리고 저, 이상 여섯 번호 끝.
대충 그림이 그려지나요?
주사는 맞는 사람보다 뒤에서 순서 기다리는 사람이 더 아픈법
앞선 두팀의 처절한 등반에 몸서리 친 우리팀. 전의 완전상실!
그래도 용자는 있는 법. 오선배 나서십니다. 안도의 숨이 절로 납니다.
까리까리한 둘째볼트에 정확히 클립성공, 그러면 그렇지!
세 번째 볼트에도 클립 그리고 크랙에 프렌드 총총히 박고 순조로운 전진.
결국 온사이트에 성공합니다.
확보 받고, 또는 미니트렉션으로 연등하여 쌍볼트에 모입니다.
15m 하강해서 시작할 두 번째 피치를 바라보고 모두 기겁. 아래에서 본게 아니라 중간쯤 높이에서 본
두 번째 마디의 절반은 페이스, 나머지 절반은 심히 불량스러워 보이는 홀드의 크랙등반 구간,
장장 5.10a 40m.
밥먹은후 판단해보자고 의견을 모으고는 하강.
배 채우고 다시 올려다본 두 번째 피치는 위에서 본 것과는 달리 ‘어라?’ 붙어 볼만해 보입니다.
2:30 손바닥에 초크가루 잔뜩 바르고 두번째 피치 시작, 선수는 이정민.
대여섯개의 볼트에 클립하고 두 개의 캠을 설치한 끝에야 2피치를 끊었습니다. 반시간이 더 걸렸고
긴장하고, 떨었다는 것외는 별로 기억에 남은게 없지만,
마음가짐 때문인지 오히려 후등했으면 더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등자 속속도착.
시계는 네시반. 하산과 귀경시간을 감안하면 더 이상 전진은 힘들겠어요, 탈출합니다.
앞팀 등반 기다린 시간까지 6시간 동안 겨우 두피치.
비록 완등은 못했지만, 그럼에도 마냥 좋고 뿌듯한 것은 하수의 자뻑외 아무것도 아닙니다.
<2011. 8. 22>
첫댓글 미리 구두보험으로 한 발을 빼놨지요,선등은 안 서겠노라고,, 그렇게 해놓길 얼마나 다행인지,으흠,,, 바위질감이 이쪽 북쪽과는 다르다면,변명이 될런지,온사이트로 오른 오석민,이정민후배 고생하셨고,수고하셨소! 특히 5.10a오른 이선비,크럭스 구간에서 "얍"하고 기합을 내면서 오른것 압권이었고, 바위등반은 스킬보다 멘탈이 우선한다는것 새삼 느낌니다
신회장,허정씨,희정군사 모두수고 하셨습니다
이 총무 애 썻오
하여간 고생많았는가 봅니다. 정민총무가 5.10a 온사이트를 했다는 등반용어상 의미는 처음가본 루트(루트전체를 의미함)
를 사전정보없이 처음시도에 추락(or 텐션, 볼트 또는 퀵드로잡기 등등)없이 스스로 장비를 설치해가며 단 한번에 루트 전체를 등반한것을 말합니다. 알고는 넘어가야 겠기에... 난 아무래도 새천년릿지 가본 기억이 없는데 자꾸 가봤다 그러네
.... 재작년에 가려다가 몽유도원도로 바꾼것 같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