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이야기] 하나 - 대구아마추어 천문회
별이 삶의 활력소이자 돌파구죠."
1985년 전국에선 맨 처음 천문 마니아가 모여 결성된 대구아마추어천문회(회장 황보승). 그들에겐 별이 삶의 의미다. 총회원은 모두 28명, 여성 회원이 6명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야행성이다. 낮엔 일에 몰두하지만 해가 지면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밝은 대낮엔 별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습성이 생긴 것이다. 오전에 흐림, 오후 들어 날씨가 개면, 황보 회장이 회원들에게 멀티 메일을 날린다. "오늘 번개 어때?"
회원 대다수가 "OK"하면 특공대처럼 자기 짐싸들고 목적지로 간다. 예전에는 불빛이 없는 산촌으로 숨어들었다. 그땐 비교적 여건이 좋았지만 요즘은 산촌마다 가로등이 들어오는 바람에 천체
관측 조건은 갈수록 악화일로.
제 집 창문으로 별 보는 건 호사스러운 것. 하지만 제대로 된 별을 만나려면 '낭만'이 아니라 '고생'이란 걸 초심자들은 거의 감지하지 못한다. 별은 환상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별을 관측하는 일은 '3D 취미'란 게 그들의 일치된 견해다.
황보 회장은 이런 말도 한다.
"우리 동호회는 여느 취미활동과 달리 등산, 사냥, 여행, 사진이 원스톱으로 뭉쳐진 취미의 결정판이죠."
그도 그럴 것이 총처럼 별을 겨냥하니 사냥, 무거운 장비를 메고 산꼭대기로 올라가니 등산, 관측하기 좋은 장소를 돌아다니니 여
행, 천체 사진을 찍어야 하니 사진 동호회 성격을 겸비하고 있는 셈이다.
1천만원대 장비 장난아니죠
장비가 장난이 아니다. 입문 단계에선 150여만원대의 망원경으로 만족하지만 구경이 300~350㎜대로 접근하면 가격은 1천만원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재우 회원의 경우 5인치 다카하시 굴절망원경, 8인치 다카하시 반사망원경을 겸비하고 있는데 각종 모두 1천만원이 넘는다. 그것뿐인가. 쌍안경, 별을 자동적으로 위치 추적하는 자동추적장치, 펜탁스·니콘 필카(필름 카메라),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까지 마련했다. 다른 회원들도 이 수준.
그들이 산으로 가는 건 거의 출격(?) 수준이다. 개인 장비의 경우 우선 쌍안경, 천체망원경, 성도(별지도), 플래시, 방한복, 슬리핑 백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특히 동절기엔 기본이 영하 15℃ 이하. 추위에 밀리면 관측을 못한다. 동절기에 해발1천m 이상 고산으로 갈 땐 거의 알피니스트 수준의 방한복과 방한 보조장비를 갖고 간다.
대구시 동구 동호동에서 오리온 광학점을 경영하는 홍진동 회원은 별 관측에 환상을 갖는 일반인에게 의미심장한 조언을 한다.
"별을 제대로 관측하자면 엄청난 고생과 경비가 소요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입문하자마자 포기하고 맙니다."
초기 촬영 장소 사정은 너무나 열악했다. 화장실도 없고 임시 숙소조차 없었다. 없다기보다는 있어도 없애야만 했다.
수상한 사람 오인받아 경찰조사 받기도
그런 게 별 관측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편익시설이 없는 심산 유곡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70㎏에 육박하는 대형 천체망원경을 알 리 없는 시골 노인들에게 그들은 수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라고 속사정을 알 리 없다. 그래서 경찰한테 잡혀 숱하게 조사를 받았다.
회원들은 무려 18년간 경남 창녕 화왕산, 지리산 성삼재, 성주, 팔공산 동봉 헬기장, 가야산 백운동 등을 돌며 노숙 관측을 했다. 복병은 사방에 깔려 있다. 이슬과도 싸움을 벌여야 된다. 가을로 접어들면 망원경 렌즈에도 이슬이 내려앉는다. 그걸 닦아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자칫 수적이 생기면 별자리가 굴절돼 보인다. 닦고 말리고, 밤새 긴장을 못 늦춘다. 해가 떠도 막바로 귀가할 수 없다. 축축해진 망원경을 그대로 싸들고 오면 고장날 수 있어 햇살에 뽀송뽀송하게 말린 뒤 갖고 와야 된다.
중노동이란 걸 안 가족들 동행 안해
그런 과정을 가족이 잘 이해할까? 그렇지 못하다. 간혹 별에 미쳐있는 남편에게 불만을 갖는 아내를 달래주기 위해 아이를 데려오지만 되레 작업에 방해가 될 때가 많다. 별 관측이 중노동이란 걸 안 가족들도 나중엔 동행을 거부한다. 그런 연유로 매년 7~8번에 한번 열리는 연례가족동반 천체 관측 행사가 가족을 위한 회원의 유일한 배려다.
바람도 관측에 걸림돌이다. 첨단 장비일수록 작은 바람에 몸체가 흔들거린다. 촬영중인 망원경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촬영 초점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모든 천문대 옥상은 돔형으로 만들어진다.
몇 년 전 고정 관측소가 마련됐다. 의성군 춘산면과 청송군 현서면 경계 지점이다. 매월 그믐 가까운 토요일, 그곳에서 별꾼들의 별잔치가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