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다리던 상량이 시작 된다. 미리 대보 위에 올라간 두 사람의 목수가 장혀에 감아 맨 흰 광목천을 끌어올리는데 이게 그냥 올려지지 않는다. 목수와 집주인간에 재미있는 흥정이 오간다. 돈을 더 놔야 올리겠다는 둥 없다는 둥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있기 마련이다. 동네 사람들이 중간에 흥정을 붙여서 이편 네 편이 갈려서 온통 떠들썩하게 웃기도 하고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위에서는 돈이 적어서 한 치 밖에 못 올리겠다고 하고 집 주인은 내가 올릴 테니 목수는 내려오라고 배짱을 부리기도 한다. 목수가 못 이기는 척 장혀를 끌어올린다. 장혀 한쪽에는 북어 한 마리가 묶여 있다. 미신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우리 액을 막는 민간신앙이 아닌가 한다.
이내 두 목수가 장혀를 대공 주먹장에 끼우고 큰 해머로 내리 치기 시작한다. 치수가 빡빡하게 치목되어서 쉽게 들어가지 않게 되어 있다. 아래 구경꾼들은 장단을 맞춰서 '한 번 더'를 외치고, 목수들은 그 장단에 맞춰 망치를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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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량은 마루도리 장혀를 대공 주먹장에 끼워 박고 마루도리를 올린다.
| 여러 번의 망치질 끝에 마루도리 장혀가 제자리에 들어앉았다. 상량을 마친 것이다. 이제 비로소 상량 잔치가 시작된다. 삶은 돼지고기며 시루떡을 나누어 먹고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며 덕담을 나눈다. 돌아가는 친척과 동네 사람들에게는 봉지 떡과 안주를 나누어 보내는 시골 인심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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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량장혀를 흰광목천에 매달아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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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목수들은 오늘 일을 접는다. 상량일 만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돼지머리에 올려진 돈은 목수들의 몫이 되어 거나한 뒤풀이가 예정되어 있다. 기억에 남는 상량문 하나를 소개한다. 2000년 6월 초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주관으로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에 있는 푸른누리 공동체에서 생태적 흙집 짓기 강좌에 참석한 일이 있다. 그 푸른누리 공동체 개량 한옥에 걸려 있는 상량문은 한글 붓글씨로 씌어 있어서 다소 색다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기자에게는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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