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새로운 연료효율 측정방식이 도입된 것, 많이 아실 겁니다. 시내도로 주행모드와 고속도로 모드를 각각 측정한 뒤 두 가지를 합친 통합효율을 나타내는 것이죠.
우선 효율이 어떻게 측정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심주행은 FTP-75 모드라 해서 총 17.85km를 평균 34.1km/h의 속도로 주행을 합니다. 최고속도는 91.2km/h이고, 23회를 정지하죠. 총 42분 정도 주행을 합니다. 반면 고속도로주행은 HWFET 모드인데, 총 16.4km의 거리를 평균 78.2km/h의 속도로 주행을 합니다. 이 때 최고속도는 96.5km/h이고, 시험시간은 13분입니다.


두 가지 시험 모두 시험차는 주행거리 3,000km 이상이며, 25도의 항온항습실에서 12시간 이상 최대 36시간 미만을 보관한 뒤 시험시설에 올리게 됩니다. 또한 사람이 탔을 때를 가정해 136kg의 물건을 탑재하게 되죠.
이렇게 해서 도심주행과 고속도로주행 효율이 나오면 도심효율에는 보정계수 0.55를 곱하고, 고속도로는 0.45를 곱한 뒤 두 가지 결과를 합치게 됩니다. 그러면 1km당 소모 연료가 도출되고, 이게 바로 통합효율이 되는 것이죠. 바로 올해부터 달라진 연비측정 제도의 핵심입니다. 한 마디로 지난해까지 사용되던 방식보다 까다로워진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측정을 받은 뒤 통합효율을 받으면 대부분 과거 결과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단일 방식으로 측정됐다면 18.1km/L로 나오는 폭스바겐 시로코 2.0L 디젤은 통합효율 결과 15.4km/L로 내려갔습니다. BMW 3.0L 디젤 그란투리스모도 14.5km/L에서 12.5km/L로 하락했습니다.


크라이슬러 300C 3.0L 디젤(좌)과 BMW 3.0L 디젤 그란투리스모의 새로운 연비표시
하지만 이렇게 떨어졌다고 효율이 나쁜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측정 방식이 달라진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도움이 되는 것은 도심과 고속의 효율이 각각 표시되니 주로 다니는 도로에 따라 고효율 자동차를 참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죠.
재미나는 것은 도심과 고속의 효율의 상관성인데, 평소 궁금하던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심과 고속도로 효율의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새로운 효율 측정법에 따라 연비표시를 받은 차종을 살펴보니 대략 30%의 차이가 납니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하면 도심의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보다 효율을 30%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는 배기량이 적은 차일수록 과거 효율과 새로운 효율의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반면 배기량이 클수록 도심과 고속도로 효율 차이는 적습니다. 당연하겠죠. 고속과 저속을 반복하는 도심과 큰 힘을 지속적으로 써야 하는 고속도로에서 배기량이 적으면 불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과는 사실 짐작이 이미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차일수록 새로운 연비 측정을 받으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예측이 됐던 겁니다. 대표적으로 경차가 그렇죠. 경차는 대부분 과거 방식으로 측정돼 최소 17km/L를 기록하는 것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측정법으로 가면 30% 가량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그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그간 연료효율이 높다고 인식돼 왔던 경차 이미지에 큰 타격이 오는 겁니다.



좌로부터 기아차 모닝, 레이, 쉐보레 스파크
이런 이유로 경차를 보유한 자동차회사는 새로운 연비 측정을 최대한 미루고 있습니다. 판매하려면 어차피 올해 안에 무조건 새로운 연비표시를 해야 하는데, 가급적 최대한 늦게 받으려는 것이죠. 게다가 눈치 작전도 치열합니다. 예를 들어 기아차 모닝이 현재 19km/L에서 새로운 측정으로 크게 낮아진 결과가 나온다면 상처를 받겠죠. 쉐보레도 스파크를 연말에 가야 받을 것이고, 기아차 모닝도 당장 신형 계획이 없으니 연말까지 일단 미룬다는 겁니다. 경차로 도심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 또는 고속도로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선 효율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겠지만 자동차회사는 새로운 효율이 올해 12월31일 나오는 게 최상인 겁니다.
하지만 큰 차를 보유한 회사는 과거 방식이나 새로운 방식이나 별 다른 차이가 없어 속속 재측정을 받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배기량이 3.0L를 넘는 차종은 평균적으로 큰 차이가 없더군요. 여전히 기름을 많이 먹습니다. 고유가 시대에 시름이 깊어지는 것이죠.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