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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독일 은행에서 황당한 경험 2004.11.16 03:17
독일에도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독일은행과 외국계은행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독일 은행중에서는 도이취방크라고 하면 왠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폴크스방크, 서파카세, 포스트방크 등 여러가지 은행이 많다.
보통 규모가 큰 은행은 방크라고 이름을 붙이고 작은 규모의 지역은행은 카세라고 이름을 붙이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오늘은 독일의 은행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나의 작은 에피소드와 함께.
내가 처음 독일에 가서 기숙사에 짐을 풀고 학원을 다니면서 맨 처음 한 일은 체류허가를 얻는 일이었고, 다음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휴대폰을 장만했다. 통장을 개설하면서 어느 은행을 할까 망설이다가 내가 아는 한국사람이 도이취방크가 대학에서도 가깝고 이용해보니 친절하고 믿을만하다고 하여 도이취방크에 가서 통장를 개설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이취방크와 스파카세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도이취방크는 얼마전에 독일 국영 포스트방크(우체국)와 통합이 거론된 적이 있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외국 자본에 대항하고 경쟁력을 갖춘 거대 독일은행을 양성하기 위하여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그 반대도 만만치 않다. 그 와중에서 포스트방크의 주식이 상장되고 주가도 몇번을 출렁거렸다.
독일은행에 대해서 일반적인 이야기를 먼저하고 도이취방크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기로 하자.
독일은 어린이가 자라서 초등학교를 입학할 시기가 되면 그 무렵을 전후해서 해당 아동명의로 직접 계좌를 만들어서 집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어린 시절에 한번 거래를 시작한 은행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한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고객확보 차원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통장으로 능력이 없거나 가난하여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부모들의 자녀들에게 우리돈 약 500만원전후의 금액이 입금되며 엄격하게 관리된다고 한다. 즉 부모가 마음대로 그 돈을 쓸 수도 없고 해당 아동도 한번에 일정금액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독일에는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통장이 없다.
즉 통장을 계설하면 딸랑 카드하나만 받게 된다. 그것도 현장에서 바로 주는 것이 아니고 계좌개설할 때 써낸 주소로 우편으로 보내준다. 그리고 비밀번호도 고객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정해준다. 그리고 그 비밀번호는 당일 알려주지 않고 역시 우편으로 보내준다. 물론 보안을 위해서 카드와 비밀번호가 따로 따로 다른 날에 우편으로 도착한다. 그렇다고 은행에서 우편을 등기로 보내는 것은 아닌데 거의 99%이상 정확하게 본인에게 도착한다.
보통 약 3-5일 사이에 은행카드와 비밀번호를 받을 수 있다.
은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요즘은 텔레뱅킹과 인터넷뱅킹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1주일에 자동화기계로 찾을 수 있는 금액이 보통 제한되어 있다. 도이취방크는 일반가입자의 경우 1주일에 300유로까지만 찾을 수 있다. 추가로 돈이 필요하면 창구에 가서 찾으면 된다. 다른 은행들은 1주일에 찾을 수 있는 금액이 좀 더 많다.
독일은행의 특징적인 것은 점심시간(보통13시부터 14시까지)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근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모든 은행이 다 그렇게 하니 독일인들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관공서도 점심시간에 문닫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9시부터 13시까지 영업하고 다시 14시부터 16시까지 문을 연다. 그리고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주일에 하루 보통 목요일에는 18시까지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볼 수 있다.
그리도 또 특징적인 것은 거래시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수수료가 없다. 즉 자동화기기로 일과시간외에 돈을 찾아도 수수료가 없고 제휴은행간에도 마찬가지다. 제휴되지 않은 은행은 물론 수수료가 있다. 대신에 분기별로 수수료를 계좌에서 자동으로 이체해 간다. 즉 3개월이나 6개월마다 약 10유로(우리돈 15,000원) 안팎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다만 학생의 경우 만 30세까지는 융에스콘토라고 하여 수수료가 없다. 콘토(Konto, 영어의 account)란 독일어로 계좌를 의미하며 융(Junge)는 소년이란 뜻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요즘은 자유입출금 통장의 경우 평균잔액이 일정금액이하인 경우 이자가 한푼도 없는데 독일은 아예 이자가 없다. 이를 지로 콘토라고 하고 일반적으로 계좌를 개설함은 이 지로 콘토를 개설함을 이야기 한다. 이자가 있고 일정기간 지나야 찾을 수 있는 저축예금은 스파 콘토라고 하며 우리나라가 이자율이 예전과 달리 많이 내려가 우리나라도 이제 독일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은행에 특징적인 것은 우리처럼 기다리면서 않아 있을 수 있는 의자가 없다. 무작정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독일인들은 아무 불평이 없으니 처음에는 약간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른 기관이나 우체국 등도 대부분 앉아 기다리는 의자가 별로 없다.
나는 보통 자동화기기를 통해서 거래를 했다. 왜냐면 일단은 서서 기다리는게 싫고 처음에는 독일인들과 말하는 걸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자동화기기에서 거래를 하면 콘토아우스쭉(은행거래전표)에 당일 돈을 찾아도 거래내역이 찍히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어야 찍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했지만 나중에는 차차 익숙해 졌다.
은행에 돈을 입금할 때는 우리처럼 자동화기기로 입금이 되지 않고 창구를 통해서 입금을 해야하는데 이 때도 잔고정리를 해보면 입금한 돈인 바로 찍히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어야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일 창구에서 발행하는 입금확인 전표를 잘 보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인터넷 뱅킹으로 확인해본 결과 인터넷으로는 거래내역이 구분되어 잘 나왔다.
당일 거래내역이 나오고 종합정리는 그 다음날 되는 그런 식이었다. 아마도 당일 거래결산이 실시간으로 되지 않고 하루단위로 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계좌이체는 자동화기기를 통해 물론 바로 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 기계는 계좌이체용지를 별도로 기계에서 인식하지 않고 그냥 이체할 금액과 번호를 본인이 직접 눌러야 하는데 여기는 계좌이체 전표에 내용을 기입하여 자동화기기에 넣으면 기계를 그걸 바로 인식해서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처럼 직접 계좌번호와 이체금액을 눌러도 가능하고.
그러면 내가 도이취방크에서 계좌를 개설하게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나는 한국에서 오면서 유로화를 너무 많이 현금으로 바꾸어 오면 도난이나 분실의 위험이 있어 대부분 여행자 수표로 바꾸어 왔다. 수수료가 환전하는 것보다 훨씬 싸고 분실하더라도 재발행이 가능하니까.
독일에 도착하여 3-4일 지나서 체류연장을 하고 계좌를 개설하려 도이취방크로 갔다. 그 때는 독일어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독일인들은 일반회사나 은행에는 다 영어를 잘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영어 전담 직원이 정해져 있었다.
내가 영어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자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후 입사한지 얼마안되 보이는 아직도 대학생 티가 나는 여자행원이 나에게 왔다.
계좌를 개설할려면 따로 작성할게 있으니 다른 방으로 가자고 했다.
상담용으로 만들어진 칸막이 쳐진 방이 여러개 있었다. 물론 벽이 있어 다른 손님들 이야기가 들리지는 않았다. 먼저 행원은 계좌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나에게 적당한 계좌를 추천해 주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에게는 비자같은 신용카드 기능이 있는 카드는 잘 발급해주지 않는다. 나에게도 그냥 현금카드 기능과 유럽다른나라에서 현금이 인출이 가능한 카드를 추천해 주었다. 내가 독일에서 수입원이 있는 것도 아니니 너무나 당연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고 계좌 개설 절차에 들어갔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가 하자 국가코드에 south koera가 없다면서 이상하다고 했다. 내가 확인하여 Republic of Korea를 찾아 주었다.
역시 초보라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여행자 수표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입금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수수료는 물지 않는지 물었다. 그 행원은 수수료도 없고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 행원이 보는 앞에서 여행자 수표에 서명을 하나씩 했다.
계좌를 개설하고 계좌번호가 나왔다. 그런데 입금은 다시 창구에 가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담실에서 나와 계좌번호를 들고 입금을 하러 갔다. 그러나 그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금 입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여행자수표는 다른 은행에 가서 바꾸어 와야 하고 아니면 그냥은 입금이 곤란하다고 했다. 굳이 입금할려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오늘은 곤란하다고 했다.
아니 내가 분명히 그 젊은 행원한테 확인까지 하며 물어봤는데 지금 와서 무슨 이야기냐고 따졌다. 그리고 그 행원을 불러달라고 소리 쳤다. 목소리가 제법 울렸는지 그 대학생 같은 행원은 저쪽으로 멀리 도망가고 대신 아줌마 행원이 오더니 사과를 했다. 은행에 들어온지 1주일도 안되서 잘모른다는 것이었다. 아니 잘 모르면 잘 알아서 고객을 상대해야지. 외국인이라고 무시할 수 있냐고 내가 따졌다. 처음이라 잘 모르니 이해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소란을 피우면 나한테 불리할 것 같은 생각이 순간 들어 참기로 했다. 도이취방크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여행자 수표와 제휴가 맺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제휴은행은 폴크스 방크에 가면 공짜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독일은행은 토마스쿡에서 취급하는 여행자수표와 제휴를 맺고 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아마도 그 대학생 같은 행원은 내가 당연히 토마스쿡 여행자수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화가 나지만 수수료가 아까워 할 수 없이 폴크스방크로 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일인가? 폴크스방크 행원은 금액이 너무 많아 곤란하다는 것이다. 굳이 바꾸고 싶으면 통장을 개설하여 입금을 하라고 했다. 아니 내가 방금 통장을 개설하고 왔는데 또 통장을 개설하라니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폴크서방크에서는 통장을 개설하기 싫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폴크스방크랑 도이취방크는 경쟁관계로 둘은 별로 사이가 좋지 않고 따라서 제휴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도이취방크에 가서 통장까지 개설했다고 하자 더 불친절하게 나온 것으로 보였다.
일단 다시 나왔다. 그런데 이제 더 왕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도이취방크로 왔다. 나 지금 짜증나고 시간도 별로 없으니 그냥 수수료 물어도 좋으니 그냥 입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영어를 좀 하는 다른 행원이 보더니 여행자 수표에 이미 싸인이 되어 있어서 곤란하다고 했다. 여행자 수표는 교환시에 그 자리에서 서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까 그 바보같은 젊은 행원이 보는 앞에서 서명했다고 따지자 그러면 여행자수표 일련번호가 적힌 용지를 달라고 했다. 보통 여행자수표와 일련번호 용지는 따로 보관하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믿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만약을 대비해서 항상 분리해서 보관하기 때문에 기숙사에 두고 왔다.
할 수 없었다.
더 늦기 전에 빨리 기숙사에서 가지고 오는 수 밖에... 씩씩거리면서 기숙사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은행으로 왔다.
온몸에 땀이 주루룩~
이제야 일이 술술 풀렸다. 물론 아까운 수수료는 지불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현금으로 가지고 온거랑 별로 차이가 없어졌다. 나는 스트레스는 왕창 받았으니 오히려 손해본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 새로운 직원은 나에게 여행자수표를 발급한 은행과 우리나라의 주소를 물었다. 내가 농협이름과 주소를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다. 그랬더니 여행자수표 회사에 전화를 했다. 24시간 확인이 가능하다면서 전화로 여러가지로 확인하고 이상이 없자 내가 새로 만든 계좌에 입금이 완료되었다. 나 혼자만 붙잡고 그 행원은 1시간 가까이 업무를 진행한 꼴이 되었다.
전화도 상당히 길게 하고 여행자 수표의 일련번호를 하나하나 다 확인했다.
그러면서 제휴가 되어 있지 않아 당일날 처리가 곤란한데 자기은행이 잘못한 점도 있고 해서 전화로 상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바로 처리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일단 돈은 자기은행이 내고 나중에 여행자수표를 환전하여 보충하는 거라고 설명을 했다. 나는 속으로 당연히 그렇게하도 해야하는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냥 조용히 있었다. 더 이상 왈가불가 하고 싶지 않았다.
업무를 마치자 거의 은행 마감시간이 다 되었다. 다행히 그래도 그 때가 목요일이라 은행이 18시까지 문을 열어 당일중으로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짜증났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고 그래도 무사히 내 돈을 예금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은행을 나왔다.
여러분은 앞으로 외국에 나올 때 그냥 현금으로 가져나오세요. 저와 같은 짜증난 경험하지 않을려면... 혹시 고액권이라 위험하다고 느끼신다면 일단 2달 정도 필요한 돈만 가지고 오고 나머지는 통장을 개설하고 한국에서 독일이나 기타 다른국가로 해외송금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경제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굳이 여행자 수표를 가지고 오시면 수수료없이 현금으로 교환하거나 입금이 가능한 은행을 고르시고 저 처럼 미리 확인까지 했는데도 억울한 결과를 당하지 않을려면 2번, 3번 다시 확인하세요...저에게 짜증난 경험이지만 여러분에게는 좋은 정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 번에는 독일 인터넷 뱅킹, 거래시 서명의 중요성(서명에 얽힌 저의 에피소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송금등 기타 은행거래 및 금융거래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댓글 내 딸이 지금 독일에 간지 6개월됐습니다... 내 딸도 JES님 같은 경우였죠... 내 딸 혼자서 그런 일을 했으리라 생각하니깐 마음이 아프네요... 지금은 인터넷으로 돈을 보내서 수수료도 얼마 안내고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어요^^
하하~ㅡㅡ;; 이건 제 얘기가 아니랍니다... 한생일님이 독일에서 격은 일을 싸이페이퍼에 올리신 것을 한생일님의 허락을 받고 올리는 거랍니다.~^^ 저런일들 비일비재하죠. 하지만, 지금의 고생이 따님의 생활력을 강하게 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