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주간의 나날들이, 아름다운 봄날들이 별빛처럼 다가온다.
슬랩에서, 크랙에서, 페이스에서, 오버행에서, 그리고 한 잔의
시에라 컵에 동지애를
19인의 10기 수료생들은 보석같은 땀방울을 그렇게 흩뿌렸다.
그 땀방울은 유 학재학과정장님을 비롯하여 10인의 담임강사님,
초청강사님, 교육기간중 내내 교육캠프를 찾아 격려해주신 연인원
100여명의 동문 여러분!
그들의 가슴속 깊이 등산학교 동문으로 승화되었다.
오늘저녁은 하늘도 감격하여 굵은 땀방울을 흩뿌린다.
天地人!
그 하나되는 그 긴 고행의 교육을 10기의 교육생은 무사히 마쳤다.
교육이 진행될수록 신록은 짙어져가고 동문애도 푸르러 간다.
남해바다 우럭이 등산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연락이 와서
대신 다리 열개 달린 오징어선생이 캠프에 오르겠다고 전갈이 왔다.
고향이 동해바다 속초 앞바다라 한다.
한 궤짝 빼곡이 몰려온 오 선생들을 어찌 교육캠프까지 인솔할까
고민하며 계단 앞동네에서 최 용환형과 보리차를 나누는데
팔다리가 오선생처럼 미끈한 울트라런너 선생께서 오신다.
대뜸 런너선생이나 오선생이나 다리가 튼튼하니
울트라런너 선생께서 오선생들을 캠프까지 인솔하겠다고
자원을 하시니 반가울 수밖에.
그렇게 많은 오선생들이 캠프를 찾는 일이 드믄지라
지나치는 지긋한 과객들은 모두가 휘둥그레한 눈으로 바라본다.
과객 ; "파는거요?"
런너선생 ; "저는 배달이라 잘 모르겠는데요!"
뒤쫒아 오르던 취선兄과 사홉들이는 킥킥대며 좇아 오른다.
띵가딩까 현소리에 들어보니 이 정환교무강사님께서 바위에 걸터 앉아
우크렐레 현(絃) 조율을 하고 계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저녁 강의는 산노래 강습이구나.
동문캠프 자리에 등산학교 1기 장 도희님이 오도마니 앉아 있다.
애교 많고 수줍움 많은 장 도희님은 동문들이 올 때까지 그 자리에
그렇게 기다리시다가 반가이 맞아준다.
바로 위쪽의 캠프사이트엔 6주 교육내내 캠프를 찾아주신 어센트산악회 회원들이 평소보다 많이 오셔서 진을 치고 있다.
교육기간 내내 소리없이 격려해주신 어센트산악회에 감사드린다.
이내, 이 양근동문회장님이 오시고(이제 회장님은 백화수복 됫병배달
매니아가 되셨다.)
한 영길님이 오시는데 뜨끈뜨끈한 찰밥 다섯궤짝을 풀어 놓으신다.
"아니!, 웬 짝으로 찰밥을 해 오셨어요?"
내일 인수봉 등반시 간식으로 먹을 주먹밥을 만들어 주려고
간을 맞추어 형수께서 손수 다섯궤짝을 지으셨고 그 궤짝을
지고 오셨다.
원 세상에!
뎅글뎅글한 수박통을 지고 바위꼭대기까지 지고 오질 않나,
새송이 한 짝에, 오징어 한 궤짝을 이고 오지않나,
이젠 찰밥 다섯 궤짝을 지고 오시니, 아예 짝으로 노는구나!
누구는 곡차 한 궤짝 이고 오는 거 아냐?
어쨋건 동문들이 이제는 짝짜꿍, 척척 손발이 맞는구나!
용환兄의 참숯 오징어 바비큐가 지글지글하는데
아름다운 화음이 기타 반주에 실려서 들려온다.
하모니카음도 실려오고.
정 규현/ 이 영수 초청강사님(한양대 OB)의 산노래 강습시간이다.
'산악인의 노래, 설악가, 아득가, 오솔길, 산행가, 저 높은 산,
산으로 또 산으로, 록키의 봄'이 오늘 캠프의 강습곡이다.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10기 교육생들은 등반능력도 기대이상인데
산노래까지도 수준급이다. 학생이 열심이면 선생도 신명이 나는 법!
산노래의 정의, 발생, 노래의 발성법, 노랫말의 발음,
연음과 못갖춘 마디까지 세세히 교육을 하고 있다.
후둑후둑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육생들과 강사님들은 지글지글 오선생들의 바비큐 유혹에도
그저 산노래 삼매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사홉들이가 10마리째 오선생 배를 따고 있는데
폭포수같은 비가 퍼붓는다.
그제야 교육을 중단하고 동문캠프로 오신다.
이 성훈님(한국산악회원)의 알딸딸한 요들송에,
정 규현초청강사님의 기가막힌 美聲에 백화수복 중탕은
목젖을 울리고 있었고 이 영수초청강사님의 정 깊은 소리에
사홉들이의 오징어 배따는 손길이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하나둘 어센트산악회원들이 그 장단과 소리에 모여 들고 있다.
플라이에 듣는 천둥같은 빗줄기도 척척 화음을 맞추고 있다.
소리가 있고 시가 있고 곡차가 있으니 흥은 점점 고조되고
조 남형님의 사이키델릭 조명은 쉴새없이 번쩍이고 있다.
산노래에, 컨트리송에, 트로트에 모두들 빠져들고 있는데
이 영수님의 기타선율에 보도듣도 못했던 시가 흘러 나오고 있다.
:+:모란동백:+: 이 제하 시/곡
1.모란은 벌써 지고없는데 먼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해도
또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2. 동백은 벌써 지고없는데 들녘에 눈이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아가씨 꿈속에 웃고오네
세상은 바람불고 덧없어라 -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뻘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해도
또한번 동백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압권이었다.
더 이상 부연이 필요없다.
벌겋게 오른 얼굴들이 이 영수강사님의 애잔한 소리에 고요하다.
소리가 끝나자 모두들 잠시동안 '머~엉...'
아름다운 詩에 曲을 붙이니 그야말로 가슴을 파고든다.
(이 제하시인은 검색해 보시면 누군지 아시니 생략하기로 하고.)"
"앵콜!, 앵콜!"
"한번 더! 한번 더!"
메모지에 휘갈겨 받어 적어본다. 동문들에게 소개하려고.
그래서 위에 적어 놓았다.
백화수복 두됫병이 스러져가고 집 나간 한 됫병을 찾느라
부산을 떨다가 '모란 동백' 노랫가사에 백화수복 됫병
스스로 자작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 성훈님의 법성포 내린소주 한됫병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고
지글지글 오선생들은 이 규성님(10기)의 세숫대야 코헬에 실려
조별로 배달하였다.
퍼붓던 비가 잠시 그쳐서 취기도 깰 겸해서 각 조별 텐트로
몇 마리 챙겨들고 홀로 나섰다.
교육내내 2조와 4조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었는데
2조는 내일의 결전을 위해 텐트의 불을 끈 채 잠들어 있었고
(아님, 작전 노출될까봐 불끄고 작전짜고 있었는지도...)
4조는 뷔페식당조답게 구절판을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한 잔을 권하기에 사홉들이 신분이 탄로날까봐 어렵게 물리치고
1조로 옮겨간다.
교육생보다 더 즐거워하시던 이 정권강사님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주 영일강사님,김 덕자님, 김 정은님, 김 재민님, 박 병연님
둘러앉아 마지막 교육캠프의 밤을 아쉬워 하고 있다.
3조의 김 연남님도 잠 못들어 1조로 마실 나와 있다.
3조의 텐트도 불이 꺼져 있었는데 왜인지는 곧 밝혀진다.
여전히 취선님은 참숯을 굽고있고 지난 주 한 수봉님의 하늘길
2M 추락 무용담이 계속되고 있다.
그날 저녁 한 수봉님의 무용담을 3번 들었는데 왜 3번인가도
곧 밝혀진다.
대부분 잠 속에 빠져들고 사홉들이도 지난 주의 고역이 생각나
자리를 깔았다.
한 수봉님의 3번째 2M 추락담을 들으면서 꼬르륵 잠이든다.
밤사이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물바위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몇몇이 부상을 당하리라.
해서 백운산장->위문->노적봉 삼거리->용암문->북한산장->도선사로
하산하는 루트를 강사님들은 이미 만들어 놓았다.
조 남형님, 문 채식님, 서 인원님은 새로운 고독길 개척등반에
나서고 동문들과 교육생 전원은 모든 장비를 들쳐 업고서
예정된 루트로 산행을 시작한다.
위문에서 이 정권강사님의 지휘로 '산악인의 노래' 복습이 있었고
유 학재과정장님은 노래에 맞추어 풀피리 비트박스 반주를 한다.
개구쟁이 유 학재과정장님! 익살꾼 정 민영강사님!
이 때부터 전혀 커리큘럼에 없었던 교육이 진행되기 시작한다.
용암문 가는 길에서 바라본 오른쪽으로 원효봉, 염초봉, 백운대가,
앞쪽으로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이, 왼쪽으로 노적봉의 정상바위가
간 밤의 비에 씻겨 말끔한 얼굴로 다가온다.
룰루랄라 북한산장에 도착하니 산장 앞마당 군데군데 잔디가 상큼하다.
김 덕자님의 찐감자부터 이 정환강사님의 목메이는 빵덩어리까지
온갖 먹거리를 얻어 먹는데
"앞 마당으로 집합!"
1조/2조/3조/4조/동문조로 편성해서 릴레이 달리기시합이다.
동문조가 1등인가 했는데 연습게임이란다.
1등하면 1번 후렌드가 상품이라고 유 학재과정장님이 꼬셔서
이 양근회장님이랑 장 도희님/사홉들이/박 해균님/한 수봉님이
거품 물고 뛰었는데...
이번에는 2인3각 릴레이 시합이다.
한 수봉님/사홉들이가 묶고 장 도희님/박 해균님이 키에 맞춰서
나름대로 묶고 묶인 발을 축으로 삼아 겅중겅중 뛰면 동문조가
1등은 따 놓은 당상으로(뛰는 법이 잘 이해가 안된다구요?
한 수봉님에게 이번주 캠프에 오셔서 과외 받으세요!) 연습을 하는데,
얄밉게도 지켜보던 게임진행자 이 정권강사님은 게걸음으로
2인3각 게임이란다.
"우~ 주최측의 농간이다! 물러가라!"
동문조에서 이구동성으로 항의를 한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하면서 이번 게임도 연습게임!
이번엔 4인3각이란다. 2등인가(2등은 후렌드 담는 통이라던가?)
했는데 또 연습게임!
"에이, 안해!"
동문조에서 주최측의 속셈을 간파하고 관중석으로 물러 나왔다.
간 밤의 불꺼진 3조와 2존가? 어쨋건 둘이 붙었는데 예상밖으로
척척 손발 맞춘 3조가 우승이다.
2조와 4조는 완전히 한 방 맞은 꼴이다.
상금으로는 각 조마다 배팅금으로 내건 현금이 수여되었다.
뛰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깔깔대는데 앞마당엔 지나던 많은
(전하는 소식통에 의하면 3만 5천명이 들어 찼데나 어쨋데나...)
등산객들이 빙둘러 부러운 눈길로 관전을 하고 있다.
'에헴! 우리등산학교는 이런 놀이도 하지요!'
이번엔 개인전이다.
3m 되게 슬링을 연결해서 두사람이 마주보고 허리에 두른 다음,
두 발바닥은 지면에 고정하고 줄을 당기고 늦추고 하면서
상대방의 발바닥을 떨어지게 쓰러뜨리는 게임이다.
허리힘과 순발력, 균형감각이 필요한 게임이다.
한 수봉님이 주 영일강사님/황 영순강사님/최 병기강사님/
이 정권강사님등 모든 교육생과 강사님을 물리치고
유 학재강사님과 일전을 벌인다.
3전2승제로 한다. 심판은 이 정권강사님.
수백개의 눈망울이 두사람에게 꽂혀있다.
1회전 유 학재님 승!
라운드 걸. 익살꾼 정 민영강사님의 라운드걸 스텝으로 긴장을 풀고
2회전 한 수봉님 승!
3회전 한 수봉님 승!
3대 2, 한 수봉님 승!
"야! 안돼안돼! 5전 3승제라구 했자나!" 유 학재님이 우기기 시작한다.
한 수봉님은 슬며시 V의 미소짓는다.
'내가 말이야, 하늘길에서 2M 추락했거든!
당신이 나 확보 봤자나! 흐흐흐'
4회전 한 수봉님 승!
5회전 한 수봉님 승!
5대 4. 한 수봉 승!
"야! 안돼안돼! 7전 5승제야!"... "야, 9전 7승제야!"...
"한 수봉, 져줘라! 집에 가자!" 모두들 깔깔깔!
이래서 한 수봉님이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까지
하늘길 무용담을 리피트 하였었구나.
동문의 저력을 발휘한 한 수봉님! 짝짝짝!
웃고 떠드는 놀이였지만 그 놀이엔 단합과 즐거움과 등반에 필요한
모든 운동법을 교육한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젠 하산하는 일만 남아있다.
하산하면 10기의 교육은 끝인데...
교육생의 얼굴에 아쉬움이 교차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4월 초!
우리 동문들은 참으로 많은 마음고생을 하였다.
아시는 분은 아실 것이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겠지만
짧은 기간동안에 한국산악회 등산학교 정규 10기 교육을
이어가기로 결정하였을 때 암담했었다.
등산학교 강사선정/교육생 모집/교육일정/동문의 역할 등등,
만들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았다.
한사람 한사람 열정과 순수로 뭉쳐진 강사님들과 동문들의 노력이
참으로 대단하였다.
한국산악회 집행부 이사님들의 눈에 보이는 관심과 후원
또한 큰 역할을 하였다.
이 글을 쓰는 사홉들이는 얼떨결에 한국산악회 등산학교 7기로
입학하고 수료한 동문의 한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지난 2년여 동안 받아온 동문들의 그 정겨움에
항상 고마워하고 즐거워할 뿐이다.
사홉들이도 不惑을 넘겼으니 세상사에 일희일비할 때는 아니다.
그러나 무엇을 하여야할 것인가는 분명히 아는 셈이다.
사홉들이는 모든 동문들을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홉들이는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나를 표현하는 길이
동문들의 정겨움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삼인행필유아사( 三人行必有我師),
사홉들이가 좋아하는 인용구 중의 하나이다.
십인십색 (十人十色, Every Man in His Humour),
내가 좋아하는 영국작가 B.Johnson의 희곡이다.
그렇게 지난 교육과정 내내 내 눈으로 보았고 들었고 느꼈던
우리동문들의 열정.그 순수함에 자연스러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참으로 인내와 노력과 성실과 창의적으로 강습하신
유 학재학과정장님, 이 정환교무강사님,
주 영일강사님, 이 정권강사님, 강 성우강사님, 김 근생강사님,
조 유동강사님, 최 병기강사님, 정 민영강사님, 황 영순강사님,
이 영준강사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많은 관심 보내주신 한국산악회 집행부와 회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한국산악회 등산학교 동문 여러분!
정말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룰루랄라 산행팀; 이 양근님, 장 도희님, 한 영길님, 조 남형님,
문 채식님, 서 인원님, 최 용환님, 한 국희님,
나 한석님, 박 해균님, 한 수봉님, 사홉들이
이 성훈님 외 어센트 산악회 다수
첫댓글 선배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형!!! 언제 저 다시 술 마실 즈음에 한말의 청주를 지고 가서 달빛을 안주삼아 마셔 보십시다.
하하하, 채식님, 몇년을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