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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인기를 모았던 5편의 만화원작 드라마 가운데, 평균시청률과 최고시청률 모두 30%를 넘긴 것은 <풀 하우스>, <쩐의 전쟁>이다. 앞서 이야기한 콘셉트와 연결지어본다면 참신한 상상력 가운데서도 최근의 이슈가 담겨진 소재는 명확히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 물론, 배우의 인지도,각색의 방향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만화원작'에 대한 논의로 한정한다. 한편, <궁>, <불량주부>, <다모> 등은 최고시청률에서 26% 이상을 기록함으로써 대박의 수치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만만치 않는 시청률을 기록했음을 보여준다. <궁>과 <불량주부>의 경우 평균시청률에서도 같은 맥락을 유지하며 20%선을 넘겼다. 재미있는 사실은 드라마 ‘폐인'의 원조격인 <다모>의 평균시청률인데, 2003년에 돌풍을 일으켰던 드라마치고는 20%에 채 미치지 못하는, 예상외로 낮은 수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5편의 만화원작 드라마의 시청률을 평균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평균 20~30%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만화원작 드라마의 성공'신화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예능프로인 <무한도전>의 경우 최고 시청률이 30.4%((무한도전 멤버들이 드라마 <이산>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것을 방영한 날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로 얘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최근 만화원작 드라마의 시청률은 모두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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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하우스>, <궁>, <쩐의 전쟁> 등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만화원작 드라마의 성공을 바라보며 우리는 ‘원작으로서의 만화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에 더해, 올해 초 우리는 가능성을 넘은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 2008년 초, 공중파 방송사는 각각 올 한해 준비하게 될 드라마의 편성을 보여주게 되는데, 거기에 다수의 만화원작 드라마가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008년 드라마로 편성된 만화원작 |
<비천무> <사랑해> <식객> <공포의 외인구단> <타짜> <바람의 나라> <대물> <일지매> | |
이미 알려진 것만 해도 8편이다. 이들 작품이 평균 2달 (일반적으로 미니시리즈가 매주 2회씩 16부작으로 편성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하나의 드라마는 적어도 2달 동안 방영된다.) 씩만 방영된다고 치더라도 우리는 일 년 내내 TV에서 만화원작 드라마의 편성을 마주하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만화원작 드라마가 불과 한, 두 편씩 제작되고 방영되던 다른 해에 비한다면 2008년의 이와 같은 모습은 가히 ‘폭발적으로 늘었다'라는 이야기가 결코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양적으로 늘어난 모양새 역시 만화원작이 영상산업 전반에서 원 소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데이터다.
이상으로 최근 만화원작 드라마에 대한 높은 반응에 대해 몇 가지 근거를 정리해보았다. 얼마 전에는 영화 <올드보이>의 경우처럼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가져와 제작되는 드라마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에 방영되었던 <아이 엠 샘>은 일본만화 <교과서엔 없어(원제:敎科書にないッ!)>가 원작이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만화원작을 활용하려는 영상물은 늘어나는데 반해 출판만화시장은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손짓하는 (통상 ‘극화'로 불리는)서사만화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연재를 통한 장편작품으로 운영되던 잡지시장이 급격히 기울어지면서 맛깔스런 서사만화를 만나기가 더욱 줄어들었다. 인터넷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웃음이 주가 되고 있어서 몇몇 작품을 빼고는 진지한 스토리 만화를 접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TV를 통해 만화원작 드라마가 성행하고 있는 ‘호재'를 다시 만화산업의 부흥으로 연결할 수 있는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김미진님께서 i.M.a.g.e.에 자유기고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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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미진 (본명: 김성훈) <계간만화> 편집기자(2004~2005)로 일했으며 현재 씨엔씨 레볼루션(주)에서 만화웹진 코믹뱅 운영을 맡고 있다. 부천만화정보센터 웹진 ‘만화규장각'에 ‘한국 만화원작 영화사' 연재 중이다. 쓴 책으로 <만화 속 백수 이야기>(2005, 살림), <북한만화의 이해>(2005, 살림), <한국 만화비평의 선구자들>(2007, 부천만화정보센터) 등이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