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3쪽) (479쪽) (581쪽)
- 카라마조프가 먼데? 어떤 내용인데?
어...그저 그런 러시아 시골의 한 집안이야기
- 그집 형제들이 좀 밸난가배?
읽기에 따라서는 좀 그럴 수도 있겠네...
또라이도 있고...냉혈한도 있고...파계한 수도사도 있고...간질환자도 있으니...
- 갸들이 멀 어쨌는데?
아버지하고 큰 아들하고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지지고 볶고 난리데...
- 치정소설이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하기사 아버지(표도르 파블로비치)하고 큰 아들(드미트리)하고 한 여자를 놓고 죽이니 살리니 하제
그 여자(그루센카)때문에 큰 아들은 약혼녀(카체리나)마저 내팽개치제
또 형의 약혼녀와 바로 밑의 동생(이반 파블로비치)이 또 그렇고 그런 관계지
아버지와 큰 아들을 이간질시킨 그 여자가 수도사인 셋째 아들(알렉세이)을 장난삼아 꼬시기도 하지...
- 그런 거 머할라꼬 읽노...골치 아프구로...케이블에 널린 스토리가 다 그렇고 그런 건데...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아버지가 살해당하고...큰 아들이 그 누명을 쓰고 이십년 두드려 맞고 시베리아로 간다네...
- 큰 아들이 누명을? 그라믄 진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군데?
책에는 간질환자인 넷째 아들(스메르자코프)이 돈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한 걸로 되어 있더만...
- 돈 때문에? 스토리 진부하네...
꼭 돈 때문만은 아니고...넷째가 거의 사생아처럼 하인처럼...인간대접 못 받으며 살아온 데다
그 돈 들고 파리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는갑데...
- 그라믄 큰 아들은 누명 쓰고 시베리아로 가고...넷째 사생아는 그 돈 갖고 파리로 튔나?
어데...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재판 하루 전날 넷째는 자살해뿟다...
- 끌끌끌...거 요새 유행하는...19세기 러시아판 완.전.막.장.이네...
간략히 스포일하자면 대충 이런 대화로 가능할 거 같습니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자면 거의 막장 수준인 집안이야기인데...
말도 되지도 않는 이런 이야기에다가 살을 붙이고 표정을 넣어가며 만들어가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겠지요.
이런 책은 날밤 새가며 한 호흡에 다 읽어내야 제 맛인데
이제는 그럴 만한 체력도 없고, 바쁜 일상들이 예고없이 불쑥불쑥 끼어들기 십상이니...
가난...장기간의 유형...간질...도박...죄와 벌...구원
도스토예프스키 선생이 평생 시름했던 화두들이
선생의 이 마지막 작품 안에 모두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자의반타의반으로 '월요문학회'라는 서클에 한 1년쯤 몸담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친구들, 선배들과 매주 1시간씩 이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당시 지도교사였던 국어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수업이었는데
중간중간 많이 빼먹긴 했어도 그거 다 읽는데 한 1년 걸렸던 거 같습니다.
저야 물론 이거 1년동안 짬짬이 읽고 그 모임을 탈퇴했지만
새삼스레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저자의 서문에 따르면 원래 이 작품을 구상할 때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카라마조프家의 형제들>이 1부에 해당되고
그 아들중 셋째인 알렉세이가 그 이후 혁명가의 길을 걷는 과정을 2부로 쓸 생각이었다는데
여동생과 상속문제로 다툰 이튿날 예기치 않은 폐동맥파열로 급사한 때문에
선생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습니다.
러시아의 후대 작가들중 구상으로만 남은 이 2부를 마무리지을 작가가 나올 수 있을지
심히 궁금한 대목입니다.
- 구덕령 꽃마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