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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교육이 경영과 다른 점은 기다림입니다. 경영에도 기다림이 요구되지만, 그 기간에 있어 교육에 비할 수 없습니다. 6년
전 강원대 로스쿨은 전 강원도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전폭적 지원으로 출범했습니다. 특히 도와 18개 시군의 재정적 지원에 대한 약속이
없었다면, 강원도는 로스쿨 없는 유일한 도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로스쿨이 출범한 이후 만족하지는 못해도 나름의 성과를 내었습니다.
도출신 학생이 24%에 달하고, 3번 배출된 졸업생 중 로클럭 5명, 검사 2명, 변호사 78명을 배출하였으며, 변호사 13명이 강원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교육부로부터 모집축소를 통지받고 대학은 엄청난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그 내용인 즉, 강원대는 2015년 57%, 2016년 49%, 2017년
40%의 장학금지급률을 확보해야 하며, 시정명령 미이행에 대한 제재조치로 모집정원 3명 감축, 내년에는 입학정원 감축, 그것도 시정되지 않으면 3년 후에 있을 재심사에서 인가취소도
고려하겠다고 합니다. 단순한 엄포로 보기 어렵습니다. 도와 시·군의 장학금지원이 종료된 지금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률은 24.4%로 전국
최하위입니다 25개 전국 로스쿨의 장학금 평균 지급률이 37%이며, 10개 국립대학은 31%입니다(사립은 42%). 이대로 간다면 강원도민의
전폭적 지원의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기에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로스쿨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출신지역이
아닌, 또 수도권출신학생에게 왜 장학금을 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변호사자격 취득 후 도에서 봉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강원도와 시군은 다음 세대를 키울 책임이 있으며, 비록 도민이 아니더라도 이를 끌어 않을 수 있는 한 단계 높은 성숙을 보여야
합니다. 나눔은 고갈이 아니라 풍성으로 화답됨을 믿어야 합니다. 또 나눔은 먼저 베풀어야 합니다.
출연한 장학금이 해당
시군출신학생에게 지급된다면 출연의 명분이 큰 것은 사실이나, 그렇지 않다 하여 출연을 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장학증서에
출연시군을 명시함으로써 감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고마움과 은혜를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영국 BBC방송의 나라별 이미지 발표를 보면,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독일이 수년째 1위의 긍정적 국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외국유학생에게도 학비를 받지 않고 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친독일 인사를 만드는데, 힘들지만 이보다 더 좋은 투자는 없을 것입니다.
로스쿨 학생의 24%가 강원지역출신입니다. 도출신중 최우수 인재는 수도권
명문대학으로 진학합니다. 돈과 힘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서울학생들이 강원대학에 진학을 많이 할 수밖에 없으며,
24%를 결코 작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졸업 후 도에서 변호사 활동을 많이 못하고 있지만, 미약한 도의 경제여건이나 열악한 법률시장을 감안할 때, 연고도 법원도 없는 지역에서 변호사개업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인내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평창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금 시점에서 또 낮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할 때 도시군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이 정말 염치없는
일이오나, 그래도 다시 한번 머리 숙여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없는 살림 조금 더 긴축해서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