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가톨릭 문학회 담당신부 정지풍(아킬레오)
가톨릭 문학회 여러분! 새해를 맞이하여 복 많이 받으시기를 빕니다.
올 한해도 주님 안에서 문학 창작생활을 통해 하느님께 찬미 영광 드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날 수 샐 줄 알기를 가르쳐 주신 하느님 덕분에 새해에도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축복 속에 풍요한 결실을 맺도록 새해를 주셨습니다. 새해가 밝으면 새술은 새 부대에 담어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같이 시작하고 출발하는 자리를 마련해 놓는 데에는 그만큼 속 깊은 뜻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과거의 추억과 시간들을 되 짚어보며 현재(現在)와 미래를 설계해보는 현재의 자기를 찾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리와 소명에 대해 묻는 날이라고도 말 할 수 있습니다.
문학회 회원 여러분!
우리의 삶은 한계성과 상대성을 극복할 수 있는 목적이 있는 삶입니다.
모든 생성 소멸하는 것에 근본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길을 찾고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늘 근본에 힘써야 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근본이 바로 서지 않으면 원칙이 무너지고 질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근본이 바로 서야 나머지 다른 곁가지도 다 올바르게 자라고 공정과 정의와 사랑의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가톨릭 문학회는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만의 모임도 아니요, 오로지 문학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모임도 아닙니다.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들 중에서 특히 문학쪽으로 선물을 받으신 분들의 모임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임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며 주님이 이 모임을 이끌어 가시도록 방향설정과 정체성이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문학회 담당신부도 바로 이 방향설정을 해 주는 것이 사명인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옷을 입은 문학인들로 무언가 달러야 합니다. 생각도 사고도 삶의 방식도 달러야 합니다.
정말로 그리스도의 옷을 입은 향기가 우리들의 생활에서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2024년 새해를 맞이하여 몇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첫째 감사하는 삶입니다.
주님 축복에 대한 응답이 감사입니다. 눈만 열리면 온통 하느님의 선물이며 이렇게 살아있음 자체도 축복입니다. 주님 주신 선물인 인생에 대해 감사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은 마태오복음 25장 14-30절에 나오는 ‘탈렌트의 비유’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탈렌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한 탈렌트를 받은 하인은 왜 그것을 땅에 숨겨 두었을까요? 탈렌트를 숨긴 것은 우리가 받은 선물의 귀중함과 가치를 모르고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은 비유를 통해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선물을 잘 사용해야 함을 친절히 알려 주십니다. 이 받은 선물의 응답은 받은 탈렌트를 통해 하느님께 찬미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받은 축복에 대한 마땅한 응답이 감사입니다. 감사하기로 하면 끝이 없습니다. 감사하는 삶이 바로 행복한 삶이요, 아름답고 품위있는 삶이 될 것입니다.
둘째, 겸손한 삶입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어디에서 왔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교만한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진정으로 자기를 알면 겸손해지고 지혜로워 집니다. 세상에서 정말 제일 큰 병은 자기를 모르는 무지입니다. 자기를 모르는 무지에 기인한 것이 자만이요 교만입니다. 사자성어에 인자무적仁者無敵이란 말과 겸자무적謙者無敵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아름답고 품위있는 삶의 길을 안내해 주십니다. 덕 중의 덕이 바로 겸덕입니다. 우리 내면의 품위 있는 덕이 문학작품에도 묻어 나기를 기원합니다.
셋째. 조화로운 질서의 삶으로 성숙해 졌으면 합니다.
질서란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사물의 순서나 차례'를 뜻합니다
주님 안에서 어떻게 하면 조화롭고 질서 있게 살아갈까?
너무나 다양한 자연이 질서 있게 조화롭게 순차적으로 진행될 때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우리의 삶 또한 나를 포함한 모든 환경과 상황들이 안정적이고 평온할 때 질서 있는 삶을 누리며 그 안에 바른 자세로 생활해 갈 수 있습니다. 내가 공동체화 되어 가고 공동체가 개인을 성화시켜주는 그런 문학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넷째. 폭풍의 의미를 묵상해 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바다와 강에는 바람이 없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우리들의 삶은 항상 바람과 동행을 합니다. 때때로 무서운 바람 즉 '폭풍'이 불어올 때는 바다도 강도 심지어 지상의 나무들조차도 흔들립니다. 그렇다고 바람을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폭풍이 불어칠 때는 자신을 위해서, 너를 위해서 그냥 흔들려 주는 것입니다. 바람이 거셀수록 자연 속의 무질서를 만들어 내는 존재는 폭풍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지적합니다. 의미있는 지적입니다. 폭풍은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 나약한 내 모습을 묵상하게 만듭니다. 질서가 있는 삶은 따뜻한 온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풍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올 한 해 동안도 폭풍을 만났을지라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말고 폭풍을 스쳐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갑진년 청용의 해를 맞이하여 올 한해도 주님께서 주신 펜을 잡고 아름다운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의 축복이 가톨릭 문학회에게 닿길 바랍니다.
(2024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