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식날 어쩌다가 밥 먹다 말고 .... .... "KTX 아직 한번도 못 타 보았어요." "타보고 나면 시시해요. 빠르다는 것 빼고는 차라리 무궁화가 더 나아요." "좁아서 비행기 의자야. 뒤로 젖힐수도 없고." "한번 타보고 싶다." "빠르긴 빨라요.부산까지 금방 가요." "그럼. 우리 KTX타고 부산 갔다 오자. 4 반 샘."
"자, 당직 빼고 출장 빼고. 걸리는 날 불러요.1월 20일 목요일 안되는 사람." "상관 없음." 나도 나도 나도 나도 그럼 20일 출발. 일정은 추후 알려 주겠음 말 나오기가 무셔워. 이 입이 방정이야. 3분도 채 안 걸렸다.
예매하여 당직하는 날짜마다 학교 찾아가 표 나누어 주고 드디어 출발 ! 13년 만의 휴가다. 창살 없는 감옥 사랑이라는 헌신이라는 모성애라는 당의정으로 색을 입히고 광택을 낸 밥은 이렇게 저렇게 챙겨 먹고 학원은 이렇게 저렇게 다니고 아 ! 자유다. 나는 섬을 빠져나온 빠삐용이다.
하행 새벽 6시 30분, 상행 저녁 6시 30분 기차이다. 잠을 설치고 챙겨 광명 역사에 나오니 5시 55분 사람 그림자라고는 청소 아줌마 한 분 뿐이다. 무엇을 미리 준비한다기 보다는 발 등에 불 떨어지고 우당탕 후다닥과에 더 속하는데 이렇게 일찍이 나와지는 건 나도 이 여행이 어지간히 설레이나 보다. 공상과학 영화 세트장 같은 역사다.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썰렁하다. 지하철 연계교통 수단이 없다. 지하철을 먼저 연결해 놓고 역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거꾸로다. 이용이 적다고 영등포 역에 정차를 하느니 어쩌니 말이 많다.
6시 15분 쯤 되니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전화를 걸어보니 서울역 탑승, 광명역 거의 다 왔음 반가운 얼굴들 모두들 한바탕 호들갑을 떨고 안부를 묻고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늘 여행 주제는 '겨울 바다' 주여행지인 태종대와 해운대에 대한 안내를 프린터 하여 대략 훑어보게 한다. 이런거 머리 아파. 필요 없어. 샅샅이 훑어 볼 것 .쪽지 시험 볼 것임. 태종대는 남해 쪽으로, 해운대는 동해 쪽으로 붙은 윤곽을 잡아야 여행이 더 알찰 것임 기차에 식당차가 있을 줄 알고 먹을 것 준비를 안해 왔는데 없다. 아, 배고파라. 부산에 내리니 9시 10분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먼저 태종대로 향했다. 부산에서 머무는 시간은 9시간이다. 세 끼 식사를 해야 하고 여기 저기 보자면 시간 계획을 잘 해야 한다. 근데 88번,101번 버스는 왜 이리 안온다냐.
태종대는 나에게도 관광지이다. 나의 행동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두세번 밖에 와 보지 않았다. 부산역에서 약 40분 정도 걸린다. 101번 기사 아저씨 참 친절도 하시다. 손님이 좀 내리고 나니 이리오라 하시더니 꼬치꼬치 가르쳐 주신다. 태종대 버스 종점에 내렸다. 여기서 태종대 전망대까지는 30여분 한적하게 걸을 여유가 없어 차를 탔다. 갱상도 사투리가 구수한 반백 기사 할아버지의 안내를 들으며 올랐다. 오전시간대 겨울이라 인적이 뜸하다. 쌀쌀한 대한 날씨하며 휑한 관광지 고즈늑하니 여백을 준다. 일주도로를 따라 가다 등대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깍아지른듯한 절벽과 울창한 숲 절경이 손님을 맞이한다. 12만년 전 융기운동으로 형성된 기암괴석들이다. 태종대는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이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후, 전국을 순회 하던중 이곳의 빼어난 해안 절경에 심취, 활을 쏘며 즐 겼던 곳이라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청명한 날이면 멀리 대마도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명소이다. 바닷가에 까지 내려가니 해삼 멍게를 파는 노점이 있다. 부산 해삼아, 멍게야 너 본 지 오래다. 우리가 한 점 찍어 올리는 것은 해삼 멍게가 아니라 바다 내음, 파도 소리이다. 본래는 이 차를 이용하여 태종대만 한 바퀴 돌 생각이었는데 아저씨랑 흥정을 하여 하룻동안 이용하기로 하였다. 시간이 줄어들고 수고를 한결 들게 되었다. 일정 수정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태종대와 해운대만 둘러 볼 요량이었는데 "아저씨, 용두산 공원 갔다가 자갈치 갔다가 광안 대교를 거쳐 해운대 가서 금수복국집에 가서 점심 먹고 달맞이 고개로 하여 송정 바닷가 갔다가 용궁사 갔다가 미포 선착장까지 데려다 주세요." 보통의 여행객처럼 해운대까지만 일 줄 아셨을 게다. 줄줄이 꿰며 구석구석을 읊으니 아저씨 놀라시는 기색이다. 용궁사를 다 알아요. 아저씨 저 해운대 광안리에서 10년도 넘게 살았어요. 이제 시간 할당만 잘하면 된다.
용두산 공원 애들처럼 노인네 처럼 웬 공원 싶지만 부산 이야기 할 때 용두산 공원 하면 화제에 끼일 정도는 되어야지. 자, 여기가 부산 유명한 용두산 공원, 저건 꽃 시계, 서울타워 같은 전망대가 있어요. 20분 체류. 근데 전망대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림 전시실하고 자수정 전시실 구경만 하였다. 울진에 자수정이 나기 때문에 가공하여 보석을 파는 가게가 있다. 수다 떨며 아이쇼핑 여자 여섯 들어왔다 나가니 주인은 좋다가 말았을 게다. 죄송해유. 기념품 가게에는 용두산 공원 기념물 보다 겨울연가 사진 실린 기념품이 더 많다. 일본인 관광객을 노린 것인가 보다. 강원도에서 머나먼 이 부산 용두산 공원에도 배용준 브로마이드가 크게 걸려있다. 산의 형태가 용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는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라 하여 용두산이라 한다.
자갈치 시장 일행에서 생선회를 즐기는 사람이 둘 뿐이라 구경만 하였다. 길가에서 차를 내려 차는 길가에 잠시잠시 주차케 하고 바닷가 쪽 어시장을 구경하였다. 짠 내음이 코를 찌른다. 싱싱한 해산물에 모두들 식구들 생각이 났는 지 사갔으면 좋겠다 한마디씩 하신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거대한 회센타가 나를 부르건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려니 아쉬움에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자갈치란 이름은 지금의 충무동 로터리까지 뻗어 있던 자갈밭을 자갈처라 부른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자갈치 축제는 매년 10월경에 개최된다. 자갈치 시장에 와서 자갈치 아지매들을 보아야 부산의 기질을 알 수 있다.
광안대교 국내 최대 규모의 2층 현수교이다. 900M 왕복 6차로 내가 부산 있을 때 공사 중이었다. 그런 다리가 생긴다더라. 카더라 통신만 듣다 이렇게 완공된 다리 위를 달리니 흐르는 세월은 빠르기가 급물살이다. 지난 해 여름에 왔을 때는 멋진 야경을 구경하였는데 일행에게 야경을 보여 주지 못함이 아쉽다. 왼쪽으로 보이는 게 그 유명한 광안리 해수욕장 해수욕장이라기 보다는 까페촌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곳입니다. 나중에 사부님들이랑 와 보세요.
동백섬 꽃피는 동백섬에~~ 조용필 노래에 나오는 섬입니다. 옛날엔 섬이었겠지만 지금은 육지이지요. 보이는 호텔은 조선 비치 호텔 여름에 뉴스 시간에 해운대 해수욕장 보여 줄 때 저 끝에서 카메라 잡으면 늘 보여지는 호텔이지요. 해운대는 참 많이 변했다. 하긴 내가 해운대 좀 위에 발령 받아 친구들이랑 쏘다니던 때가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였으니 벌써 십 오륙년 전이다.
금수 복국 해운대 시장 건너편 복국 음식점이 주루루 즐비 해 있는 골목에 위치 해 있다. 부산에 오면 해운대에 오면 꼭 들러 보아야 할 음식점이다. 건강검진 받고 늦은 시간에 꿀맛 아침 식사를 하던 초임시절 그 옛날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널리 알려진 유명 음식점이다. 그 자리 그대로 건물이 인테리어가 바뀌고 터만 넓어졌다. 압구정동에 분점도 생겼다. 혹시 일행 중 안 좋아하는 이가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모두들 잘 드신다. 후루루 짭짭 냠냠 어! 시원해. 개운해. 맛있어. 명함 하나 챙겨가자. 최고라며 원조라며 강조 강조
달맞이 고개 해운대 신도시가 생기기 전 퇴근 길에 100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송정 바다를 종종 찾았다. 한적하던 송정 바다도 좋았지만 난 송정 가는 이 바닷길을 무척 사랑하였다. 울창한 소나무 숲 아래로 보이는 바닷길은 세상에 속한 길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늘 보는 나무는 소나무 뿐이었다. 재송동 송정 지명이 말하듯 송 송 송 솔 솔 솔 뿐이었다. 계절 감각이 없었다. 새 잎이 트고 꽃이 피고 낙엽 지고 그런 정취는 광명 하안동 가서 맛 보았다. 늘 한결같은 풍경이었지만 봄이라서, 여름이라서, 가을이라서, 겨울이라서 혼자 이 길을 참 많이도 찾았다. 안개 자욱한 시절, 혼돈의 시절 일행이 즐거워 하니 나도 덩달아 즐겁다.
송정 해수욕장 해운대 신도시가 생기면서 여기도 너무 변했다. 그 옛날엔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는데 그게 좋아 우린 일부러 이 바닷가를 찾곤 했는데...... 초임지 처녀 총각 샘이었던 그들은 지금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난 이렇게 경기도까지 올라가 현 동료 샘들 모시고 부산 바다 구경 시켜 드리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모두는 송정 바다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 이 담에 여름에 부산 오시면 송정 바닷가로 오세요. 물도 깨끗하고 사람도 덜 붐비고
용궁사 스카우트 애들 데리고 송정 종점에서 내려 바닷가 길 따라 용궁사까지 하이킹을 가곤 했었다. 그 때 처음 본 용궁사는 경이 그 차체였다. 바다가 운동장이라니 바다가 앞마당이라니 그 이후로 부산 살 때 누구 구경 시켜 줄 일 있으면 꼭 용궁사에 데려왔었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 관광지가 되어 버렸다. 북적북적 하다. 향내음이 옅어졌다. 여기도 참 좋아들 하신다. 갈수록 감탄사
미포 선착장 유람선을 탈 만한 곳은 태종대와 이 곳 해운대 미포이다. 태종대는 운항 시간이 30분이고 해운대는 1시간이다. 바다에 왔으면 배를 타고 갈매기와 바닷바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면 좋을 것 같아 이 곳 유람선을 이용하기로 했다. 둘 다 오륙도를 돌아온다. 선착장에 전화를 해 보니 3시 20분 배가 있댄다. 정확한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닌데 약 50분 가격으로 있다. 표를 사고 주민번호 이름 전화번호 적으며 비장하다. 남편 휴대폰 번호를 적느니 집 번호를 적느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세요. 부장 샘은 남편에게서 문자 메세지가 날아왔다. 구명정 주변에 있으라는 지극한 사랑의 표현 아이고. 부러버라. 나에게 전화가 온 것도 그 때였다. "집에 전화 했더니 부산 왔다면서. 그기 어디야." "응, 미포 선착장. 동학년 선생님들이랑 부산 여행 왔어." "그럼 못 만나겠네." "응, 내일 시골 갈 거니 시골 가서 만나. 배 타고 있어." 작은 오빠다. 부산 가면 전화 해 봐야지 마음 먹었는데 열차 타고 나니 내 놀기 바빠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새우깡 하나 사서 배 탔는데 갈매기가 배 꽁무니 따라 날아 다닌다. 손등에 까지 앉아 새우깡 날름날름 받아 먹는다. 갈매기 살이 피둥피둥 쪄 있다. 저 갈매기 인스턴트 식품 많이 먹어 아마 성인병 걸려 있을 게다. 갈매기와 함께 사진 찍으며 너무 좋아라 하는 2반 샘 사진 찍어 남편이랑 애기 보여 줄 게란다. 직장을 다니면 여기 저기 돌아 다닐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퇴근 하고 나면 모두는 땡순이가 된다. 곧장 집으로 달려가 애가 어리면 어린대로 놀아주고, 유치원 다니면 유치원 다니는 대로 챙기고 학교 다니면 학교 다니는 대로 공부 봐 주고 학원 챙겨야 한다. 여유 없이 시간을 쪼개어 학교 집을 오간다. 휴일은 휴일대로 할 일이 밀려 있고 방학은 방학 대로 애들이랑 시간 보내다 보면 나 개인 시간은 엄두를 못 낸다. 학교 애들 인솔하여 다녀오는 현장학습 같은 것은 여행이 아니라 노동이고 말이다. 모처럼 여유의 시간 모두 어린애 처럼 좋아들 하신다. 이기대를 지나 오륙도를 돌아온다.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오륙도를 본다. 해운대는 대한 8경 중의 하나이다. 신라의 학자·문인 최치원이 가야산 입산길에 이곳을 지나다가 그 경치에 반하여 동백섬 동쪽 벼랑 바위 위에 자신의 호를 따서 해운대라고 쓴 데서 지명이 유래하였다. 오륙도는 우삭도(방패섬,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불리는 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용호동의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방패섬과 솔섬의 중허리가 밀물일 때 물이들면 두섬으로 나누어져 여섯섬이 되고 썰물일때는 물이 빠져 하나로 붙어서 다섯섬이 되기 때문에 그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다음 마지막 코스 달맞이 고개 '언덕위의 집' 그런데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차는 돌려 보냈고 올라가는 것도 문제고 내려오는 것도 문제고 그냥 해운대 백사장 좀 거닐다 해운대 시장 들러서 칼국수랑 만두 먹고 간식거리를 샀다. 아쉽다. 바다로 해떨어지는 장관을 보며 통나무집 야외에서 황녀처럼 차를 마시게 해 주려고 했는데.... 6시 30분 열차로는 불가능하다.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으로 지하철은 서면역에서 갈아타야 한다. 상행 열차 출발 1시간 전에는 해운대역에서 지하철 탑승해야 한다. 뛰어! 화장실은 KTX에서. 출발 12분 전에 기차 앞에 섰다. 모두들 새벽같이 나와 고단들 하시다. 잠들기에는 좀 불편한 좌석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새벽에 총알 택시 타고 서울역 도착한 5반 샘, 어제까지 금강산 애들 인솔하고 또 여행길에 나선 1반 샘, 다른 곳은 많이 다니어도 부산은 처음 와 보았다는 2반 샘, 번개같은 결단력으로 부산여행 이끌어내신 3반 부장 샘, 대서양을 지중해를 일주 바다 원없이 보시고도 즐거이 동참해 주신 6반 샘 모두들 수고 하셨어요.
광명역에 도착하니 토요휴무 대신 쉬며 애들 관리한 총무 남편 대기중 안팎으로 총무 노릇 끝까지 책임집니다. 집까지 모셔다 드리며 바다 여행은 막을 내렸다.
<여행 메모> 당일치기로 부산을 여행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시간에 매이는 사람일 게다. 좀 더 일찍 출발하고 좀 더 늦게 도착하면 더 여유롭다. 우리는 서울역 광명역 다 정차하는 열차, 10시 이전 집 도착 가능한 열차 이용을 했다. KTX 예매는 1달 전에는 20% 할인, 15일 전에는 15% 할인이 된다. 평상시에는 왕복 90,000원이다. 위 코스는 바다 여행을 하고자 했을 때 송도와 다대포가 빠진 상태다. 구석 구석 많이 보려면 차대절하는 게 낫고 몇군데만 보려면 지하철 시내버스 이용해도 무방하다.
첫댓글 2005년 1월 여행인데 블랙커피음악다방 용필이 오빠 부산항 노래에 뜬 사진 보니 여전히 그모습 그대로네요.
와 부산의 유명한 곳은 거의다 여기에 있네요. 어릴적엔 부산이 매력적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보면 친숙한 느낌이 드는곳입니다. 좋은글,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출장길에 새벽기찰 타고 부산에 도착한적이 있었는데 역사부터 바닷내음이 느껴지는것이 참 묘했습니다.^&^
부산 구경 잘 했습니다... 부산에 가면 용궁사와 복어국은 꼭 챙겨야 겠습니다~~~~~~^^*
저도 구경잘 했습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알고나니 담에 부산엘 가면 함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