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부의 예단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는
말과 행동에
한치의 차이를 두지 않는 삶을 살았다.
집에서는 항상 무명옷을 즐겨 입었으며
문교부 편수국장으로 있을 때는
날마다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으며,
원고지 한 장, 봉투 한 장도 관청 물건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
연세대학교 부총장의 자리에 있을 때는
대학교에서 내어준 전용차를 거절했다.
기름한 방울 안 나는 나라 사정에
무슨 승용차냐고 하고 걸어 다녔다.
외솔은 한글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사람이든 물건이든 귀하게 여기고
아꼈던 것이다.
1967년 외솔의 손자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루는 외솔 내외가
손자 몰래 손부가 될 처녀를 집으로 불렀다.
손부는 무슨 꾸지람이라도 하시려고
자신만 따로 부른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외솔은 어서 오라고 반갑게 맞으며
아내에게 무엇인가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시 할머님은 다락으로 올라가더니
보따리 하나를 꺼내 왔다.
그 속에는
양복감과 한복감 한 벌씩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손부에게 건네며 외솔은 말했다.
“이걸 가져갔다가 예단으로 다시 가져오너라.”
손부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예단을 못 보내실 정도로
형편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자 외솔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걸 주는 뜻은 오해하지는 말아라.
우리 내외는
너의 부모가 딸을 키워서 보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그렇게 고마운 부모님 짐을 덜어 드리는 것이 효(孝)다.
우리 셋만 알고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자꾸나.”
보따리를 받아 들고 나오는 손부는
참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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