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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일한 시조문학 전문지
"계간 시조문학" 등단작품 을 올리면서......
한국의 시조 문학 발전 과정을 등단 작품을 통한 시대별. 내용별. 창작 기법별. 등등 시조의 창작 발전 과정을 분석 해 보고자 등단 작품을 창간호 부터 현재 까지 올려 보았읍니다.
관심 있는 분 께서는 참고 하여 주시면 고맙 겠읍니다.....................2007.6.벽송 김홍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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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995 작품
*****작품 감상******
1995.겨울호(85호)
(천료작)
*첫눈 오는 날 /한운산
고문보다 더 심한 그리움의 하늘 빛깔
해마다 피어나서 환희 웃는 무궁화는
가슴에 에어드는듯 찬서리만 쌓이네'
열려진 고속도로 바람으로 우는 날
개마공원 눈 소식은 검문소로 넘어와서
모양새 갖추지 못하고 훔처보고 싶구나.
떨어진 눈물자욱 자워버린 나이면
불사조 넋이라도 신화처럼 추수려 들고
눈 오는 고향 돌담길을 훔쳐보고 싶구나.
*가을 散調/최선형
가을 가을산이
가만가만 안겨 든다
휘어진 세월 끝을
빛살로 꿰어달며
심연에
얼른 거리는
노란 가을이 탄다.
혼백도 더나려나
갈바람 속 비우면
빈 살로 부벼대는
꽃대궁 언저리에
그리움
너울을 벗고
가을 볕을 줍고 있다.
*목련/용호군
스즙어 여민가슴
겹볍이 풀어헤쳐
향긋한 곷내음
비람에 실어내면
따슨봄 데려 왓다고
온 세상이 들랜다.
*난꽃 피던 날/ 박복심
밤 사이 꽃을 피운
연두 빛 꽃잎이어
향기로 눈 웃음으로
날 오라 손짓 하는
청처한 너의 모습네
넋을잃은 순간들
소리없이 피어나는
가슴 속의 물 무늬
가녀린 떨림으로
새 아침 맞고 싶구나
시간속에 피는 꽃
*원산만의 불꽃이여! /김용길
-6,25 해상 격전기-
충무공 얼이 타는 진해만의 독수리들
용냉 세운 마스트 칼날 함수(艦首)북으로
조명탄 불꽃 속에서 피 토하는 원산만
바다의 검은 고래 내어뿜는 철갑탄에
허리꺾어 나둥그는 흥남역 무기화차
다발총 더미 더미도 재가 되는 새벽녘.
도깨비 불꽃 앞에 허기지는 사.오경(四.五更)
함포로 야식먹는 전신 나간 해병들
격전의 소용돌이로 달이 뜨는지 별이 떴는지
비 퍼붓는 함포탄에 두 세상이 열렸는데
까까머리 군복들 쥐구멍에 들어가고
뗏목에 얶어진 목슴 손흔드는 피난민.
동조간의 살육전 콩 깍지로 콩 볶기
마양도 육상 포대 날아가는 가을 나엽
대공탄 탄약에 걸린 북녘의 고추잠자리.
명사십리 쑥대밭에 해당화 머리 풀고
상복에 눈물 젖은 갈매기도 흐느낀다
못다 핀 꽃봉오리들 흩뿌러진 앞 바다.
님의 넋 깔린 뱃길 영겁을 가고 올 때
삼베 옷깃 여미고 국화송이 드리오리
통일의 바닷 길 터놓은 이 바다의 용사여!
*치마 / 진성기
녀인의 높은 품위 네가 있어 돋아 난다
아랫 옷 험하여도 살짝 감아 고은 맵씨
치마는 여인으 나들이에 첫째 가는옷이네.
펑퍼짐 넓은 모양 아랫도릴 감싸주고
바람에 펄렁펄렁 부드러운 치마자락
여인의 몸매의 매력 너 하나에 달렸다.
오돌또기 허벅장단 둥실둥실 춤 츨 적에
감기었다 풀리었다 나부끼는 구름 자락
너 없이 춤을 추어 보아라 무슨 꼴이 되겠니.
*빈몸으로 남아서/ 김은숙
어느 사막을
지났을
바람 한 줌 안고
별이 되어
달빛 속에
고단한 삶이라도
살아서 죽음보다 더
그리운 것이 되리
첫눈 오는 날
가슴 한 켠 꽃씨 하나
심어 놓고 돌아 서서
나 아닌
나를 만나
빈몸으로 남아서
무위로 떠돌아가는
바람이고 싶었다.
1995.가을호(84)
*어느날의 기도/ 안영희
고독의
늪 속에는
나 아닌 내가 있다
매운 욕심 버리고
분수대로 사는법을
한세상
다 살아가도
터득 못할 못난이
날마다
두금조금
욕심을 덜다보면
내 생의 끄트리에
비워질 자리 하나
청청한
고운 이슬로
채워채워 지이다.
*산새 울음 /유병옥
겨울 숲에 다가서니
산새 울움 하 맑아라
침묵하는 나무들도
마디마디 울리는데
산시내 스쳐가듯이
삭은 정이 빛도네.
*물수제비/이해완
내 손에
꼭 알맞은
조약돌 하나 골라 들고
저 먼 수평선에 사력을 다해 던져본다.
그리움 날개를 달고
이제 막 떠나간다.
짙푸른 수면 위에 물안개를 일으키며
내가 감은 태엽만큼 그만큼의 생명으로
자상의 짧은 순간을 퍼득이며 가도 있다.
어무나 쉽게
사라져 버리는 꿈이여, 사랑이여
지상에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는 건가
수면에 잔잔한 여유만
맴돌다 사라진다.
*토함산 /임태준
떠도는 님의 향기 꿈길인냥 아듯 한데
산그늘 휘어잡아 구름속에 세움이여
적요가 이끼되어서 바위 속에 기웃댄다.
무량산 세월은 하늘을 옆에두고
두손을 합장하면 세존도 웃으시네
초미한 가슴속에다 하늘 뜻을 담으시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목어소리
천년은 덧없어 억겁을 부르시네
구름빛 가슴 채우며 되오시는 세존 모습.
1995. 여름호(83호)
*白磁頌 / 서춘식
산자락 곤두세운
그름빛도 몇겹 벗고
살아온 민초들이
흙빛 속에 뇌인 삶을
목숨의 꽃 풋별로 더오른
아 눈 부신 분신 한점.
도공의 시린 손 끝에
무지게 빛 빚고 나와
그 고운 숨결을 골라
실눈 뜨고 앉았다
천년도
살아 숨쉬는듯
그 새하얀 살색 위로
해 와 달 머물다가
九天을 휘젓다가
나래 한번 살짝 펼듯
두 무릎 고이 접는
조선의 넉넉한 미소로
이 저승도 넘나들고.
*開花山 /성철용
찾을 이 없을 때
다시 죽는 무덤 가
황혼녘 몰려 오는
개발의 귀퉁이에
기슭도 버림이 되어
끊어버린 오솔기.
6.25의 상흔(傷痕)으로
산마루를 빌러 주고
날아가는 소리로써
도약이나 혜아리며
굽어서 한강 물에다
묻고 있는 자화상(自畵像)
*빈집에서/용정식
찌끼는 문짝마다 역겨워 찟기는가
간직한 꿈 한자락 어디에 찾을 길 없어
주인은 넋을 잃고서 바람으로 실려갔나.
꿈나무 둥지에서 더나간 새들 마져
가슴에 멍이 들어 멈추다 울어싸니
그늘 진 구름 사이로 낮달마져 숨는다.
더나는 이 심정에 남은 적막인가
달랠 길 없는 길도 다시 되돌아 보니
까치야 너라도 깃을 펴고 이 우주를 감싸라.
*화엄사 / 이영필
살살한 늦가을 화엄사 뒷뜰에는
여우바람 지나가며 초록 불길 질러놓고
지리산 한자락 끌고와 승천을 서듬니다.
돌층계 밟아가듯 부처님께 삼배하는
일으킨 낙엽 한장 석탑 끝에 내려 앉고
마주친 인연도 곱게 텅빈 마음 채웁니다.
눈비를 맞았어도 끄떡 없을 저 의지는
동백꽃 빛 한자락이 화엄사를 감싸안고
그 속에 뜨거운 신심 피를 쏟아 냅니다.
유마경 독경 소리에 산새 들도 숨 죽이고
버선발 까치 한 마리 함께 따라 읊는데
나 앉은 산마루 저쪽 자릴 뜨는 먹구름.
*망향 /허대영
나무잎 스친바람 창살가에 앉아보면
안개를 타고도는 물소리 바다 소리
뉘라고 못 들으리까 왈칵 안겨 드는데.
목련꽃 피는가지
햇살이 스쳐들고
화사한 눈웃음이 인도하는마을 길
발걸음 걸음걸이에 안겨드는 생각들.
가슴을 뒤흔드는
햇살같은 그리움
보고싶은 얼굴과 그려지느 모습들
빌리리 호들기 소리 실개천에 흐르네.
1995.봄(82호)
*산정에 올라서서 / 박종태
에헴
이로너라
아무도 없느냐
산도 물도 해도 달도
자네들 다 말고
저 숨결 깊은 속 마음 자네 얼굴 말일세
높은 데 올라 선
귀여운 저 손님
찾는게 엉둔하니
눈을 감고 불러 보소
눈 감은 자네 속 마음 그 얼굴은 어딘가.
내 몸 여기 자네들 거기
우리 다 말짱한데
자네 없고 나도 없고
주객이 다 안 보이니
여봐라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부모님 산소에서/ 이한창
진달래 꽃 향기가 솔바람네 나리고
한자락 흰구름은 산소 위에 걸쳤구나
산새들 해조음 읇으며 산 허리를 감돈다.
보름달이 반쪽으로 살포시 내려앉아
나란한 봉분 위를 감싸고 흐르는데
두분님 입김 이신가 잔디순이 돋는다.
꽃이랑 열매랑을 철철이 즐기시라
밤나무 벚꽃나무 산수유도 심었읍니다.
지난날 못 모신 일들 뉘우치며 뉘우치며.
잔 올려 재배하고 끓어 앉아 눈 감으니
동심은 그림으로 평풍속에 감도는데
백발이 면구스러워 수건으로 가린다.
*가람 / 정정조
천년을 살아 숨쉰
佛 터 위에 마루틀어
우진각 밝은 달은
부연 화반에 풍경날고
경경한
자비 외침으로 울려 오는 오도송(悟道頌).
새벽을 뜳는 석등 불빛
두 팔 벌려 날개 펴고
단정한옥개 받침
귀꽃을 피웠노라
면벽한 무량광으로 온 세상 두른다.
정적을 울리오라
용두를 하늘에 맨채
비천상에 비파성은
세속을 일깨우고
관심(灌心)은
별빛이 되어 연향으로 채색한다.
*밤의 단상 /김해량
1
지옥의 촉수에 발목 묶인 넋들의 눈물
죄가 무거워 지상으로
유배당한 영혼 들은
결백을 호소하나 하듯
어둠에서 불 밝힌다.
2
눈뜬채로 졸든 밤의 초병들 몰래
개미떼는 시간의 금괴를 등에 저 나른다.
은밀한 초침의 헹군 뚜벅뚜벅 밤은 길다.
*추수기 / 윤현자
한시절 익은 땀이
꿈으로 삭은 들녘
도리깨질 해대는
옹이 박힌 세월 속을
콩 튀듯 튀는 노여움
낱알처럼 쌓여간다.
삽상한 바람결 따라
몰래 붉던 산자락
단풍은 수런수런
계절을 끌어가도
채울 것 없는 곡간에
푸석 한 해 그림자.
남루를 털어내는
보람의 그날위해.
숨가삐 우러르던
속 깊은 하늘 마당
굽은 등 펼 줄 모르고
지심으로 가꾼 터전.
아리게 뽑아 올린
농주같은 노랫가락
얼룩진 가슴 마다
맥을 타고 흐르는데
거둘것 없는 마음 밭
무성해진 잡초 뿐.
막혔던 질긴 시름
햇살같이 풀어두고
저 하늘 푸르름에
속 비우고 사노라면
한 수레 그득히 채울
가을걷이 없을텐데.
*겨울강 / 김봉근
바람새 골을 돌아
裸木위에 서성이고
풀 먹은 무명 자락
달빛 추려 몸을 씻는
동짓 달
갈대 숲따라
흩어지는하얀 隱喩.
무서리 뒤척인 밤
잿빛 더욱 짙어 오고
유선형 이는 파문
적막을 가로 질러
엄동(嚴冬)의
비늘을 터는
환한 속살물이랑.
1994.겨울(81호)
(천료작)
*沙漠記/ 변완수
얼마나 더 가라느냐
두고온 땅 구만린 걸
모하비 천리길에
노을 타는 백 미러
미소도
서러운 넋아
그 주막집 파란 눈망울.
*화개 잔터 / 강재식
1
동편제 판소리 한 가락
흘러가는 섬진강
경상 전라 사투리 가른
집신 신고 가던 길목
지리산 그 정상 끌어 멈춘
인정 고운 화개 골.
강둑 돌아 서로 만나
왁자히 벌린 장날
신토불이 장국 내음 속
목로주점 앉은 촌로
나그네 세상 입담 벌려
안주 삼아 술을 드네.
2
팔깁리 구비 돈 물길
새벽 떠난 하동포구
낮달도 빗겨 누운
재첩국 빈 양동이
아낙네 가슴 시린 한
노을 되어 서리고.
어스름 장터 벌엔
지페 헤며 거둔 좌판
장돌림 세월 불러
바람 따라 가버린 시간
뱃사공 노 젖는 소리만
파문으로 어린다.
*盜堀記 / 정혜숙
잠든 시간 깨워 놓은
침묵의 미로 속에
청솔잎 씹고 앉은
푸른날을 死藏 하고
풀 죽은 네 흙바람에
눈을 뜨는 분청사기.
천년의
닫힌 門 열린다
햇살 바람 몰아친다
금이 간 문양(文樣)마다
피가 돌고 살이 돋아
환생한.
그 영원을 날아와
세상 밖이 눈부셔라.
*소곡 / 김양수
바람 잦은 강 언뎍에
노을이 번질 때
철새들이 버리고 간
울음이 일어서서
아슬한 허공을 향해
낙엽으러 떠 돈다.
소년의 어깨 너머
어둠이 쌓일 때
풀벌레 몸살들이
갈대 숲을 뜯어 대고
가을밤 깊어 갈수록
그리움이 짙어 간다.
*탈춤 / 우홍순
지렁이로 살던 설음
구레 벗는 産苦의 몸짓
버선발이 저려와도
무러 날듯(飛) 을청거림
응어리
신명으로 푸는
슬픈 역사의 私生兒야
속임수 말씨로 짠
원한의 비단보다
어성한 몸짓으로도
진국이 배어나는
배옷이
우리에게도
아직 남아 있나 보다
잃었던 내 참모습
역설로 그려내고
지누르는 무거운 짐
딛고 서는 처세의슬기
너와 나
탐욕이 빚은
가면을랑 벗고 싶다.
1994 가을호(80호)
*아이들의 목줄기 / 김태중
산전(山戰) 수전(水戰) 공중전(空中戰)
치루며 달렸다.
꽃샘바람 우박에 동짓달 무서리
맞으며 빙판을 달려서 야체과일
데어다가 죽어라고 때 빼고 광내어
진열하면 만유인력다라 석달 열흘
자고 싶네만 포프라처럼 커 가는
아이들의 목줄기 대견해서
눈 부벼
야채 다듬네
땀띠 나는16시간.
*신호를 기다리며 / 박영희
일 없이 바빠지는 조급 증을 달래자
선과 선이 분할한 그 너머 하늘 푸르고
분화된 페곡선 속에 한 점으로 갇힌다.
일순간의 기다림에 단절된 이 쪽 저 쪽
차창 속의 얼굴들은 새삼스레 낯설고
가로수 긴 그림자만 용납하려 하는가.
흐름이 이어진 십자로 구석에서
시간을 단죄하며 왼 종일 껌벅껌벅
승복한 너의 권위 앞에 파아란 웃음을 보낸다.
*淸凉山 / 김은남
첩첩 산 혜집고 선
태백산맥 한 봉우리
적막공산 터를 잡아
삭풍의 휘바람 불며
한사코
오지로 남아
청량 이름 지켰다.
원효 대사 희미한 자취
탱화 바랜 청량사
마주앉은 僧과 손
茶香에 흠씬 젖어
마음문
빗장을 풀면
새겨지는 心心相印
삶의 미망 깨우려
미명의 새벽 예불
골짜기 흔들고 가는
저 삼매의 독경소리
법열(法悅)은
고뇌를 이고
연꽃으로 피는 것을.
억겁 세월 미동도 않는
묵묵의 좌선인가
오는 이 담담이 맞고
가는 이 잡지 않음에
아득히
역사 흘러도
산 그대로 남았다.
*등불 / 박철수
섧음으로 자욱히
길을 붇는 바람이 섰다
가슴 내내 푸득이는
그리움 다려 입고
해거름.
너는어디서
까칠한 마음 씻는가.
치워 뒀던 휘파람
눈시울로 불러 내면
묵은 업서같은
어두움 훨훨 잦아
한업시
속을 태우는
이별 할 줄 모르는 정
손질이 많이 간
세월마다 듣는 문안
기억 하나 떼 내도
훌훌한 인연인가.
등불을
살풋 받치고
나서는 외진 길마중.
*인연 / 손창록
해일에 잎새되어
시달리던 돛단배
해맑은 햇살 아래
순풍에 어울리면
파도는 어미 품으로
끝없이 포옹 한다.
무한으 희구하는
유한한 인간 군상
인연의 기치 아래
깃발만 날리는가
일상의 하찮은 번뇌
노여움의 빌미인데.....
*서편재 / 임남재
흙 속에 바람 속에
불허리 감싸 안고
가슴을 쪼개는
소릿재 넘어가면
神明에 보름달 떨어지는
이승의 소리 울어
남도 땅 타는 듯
바람도 열이 달아
한 목숨 혼불되어
저민 가슴 살을 에고
목 죄던 너름새 울음
하늘 끝 흔드네.
1994.여름호(79호)
*가야의 하늘 / 김우연
김해군 양동이는 가야의 하늘이다
흙 한줌에 한 뼘 하늘 천 칠백년 고이 든 잠
푸른 녹 점점이 떨궈 햇살로 일어선다.
낙강 하구 갈대 잎에 가야금 울더니만
통행동기 방울소리 <임나일본부>설 녹여내니
낙강은 입을 다문 채 바다로만 흐른다.
잊어진 하늘에도 해 뜨고 별이 있어
진한(秦漢)과 배로 오가던 배달 처음의 바다 나라
할배를 손자라 하는 왜인의 가슴에 하늘을 연다.
*합주 / 조순호
태산 준령을 따라 삼봉으로 휘달리다
일순에 철길 절벽 그 계곡에서 떨어지는
한 가락 선율의 떨림에 숨소리도 멈춘다.
가을 밤 호수 속의 달빛으로 흔들리다
강득을 범람 하는 우뢰 같은 큰 물줄기
다시 또 잔잔히 고르는 지휘자의 눈망울.
곱게 짠 비단 폭에 산수화가 펼쳐지면
햇살이 부신 아침 새 소리가 수를 놓을 녘
그 어느 한적한 성전에 수도자가 손 모은다.
*518 / 이랑
파란 하늘 나무 그늘 아래 배꽃 떨어 진다.
紅! 紅!
퉁퉁부운 얼굴 깊게 페인 얼굴 칼자국 난 얼굴 산산이 부서진 얼굴 함몰한 얼굴 눈없는 얼굴
귀 잘려진 얼굴 손수건에 싸인 얼굴 귀 따로 눈 따로 코 따로인 얼굴 태극 기로 덮인 얼굴 머리만 있는 얼굴 피칠 된 얼굴 입술 터진 얼굴 알아보기 힘든 얼굴 바수어진 얼글 짓이겨진 얼굴.
5.18
그날은 가도
우리 어이 잊으랴.
*보길도 / 양길섭
연동의 너른 대밭 봄따라 일어서면
아름드리 은행잎 푸른 빗소리 선연하다
꽃잎은 흩날리는 춤 울렁이는 젊은 날.
일곱 해 겨죽으로 다스려온 가슴 한 켠
경원의 긴 이야기 연뿌리 곁에 묻고
아득히 멀어진 날에 돌아 보는 마음도.
바른 몸
마주하며 책장 넘긴
소리.
숨결도 고이 베인
정녕 사무친 님아
병자년 죽창을 들어
아.
달려 갔던 강화도
산처럼 심은 노래
섬처럼 와 있구나
때로는 지었을 죄
살펴보는 벼랑 아래
이제는
가벼이 벗어 씻어내려
맑은 물
먹 갈아 붓을 들면
뻐꾸기도
숨을 죽여 번지는
적막속.
파아랗게ㅐ 바라보는
부용에 우뚝 세우리
낙서재에 무민당. 뒷 뜰
*砂器 / 김성호
1
놓이는 곳마다
흙내음 피어나고
추슬려 욕심 몇 점
물무늬 시를 이뤄
모래알 자잔한 몸살
향 푸르게 넘치네
2
깨어져 비릿 내음
가시꽃 문지르며
먹구름 천둥 번개
뼈 끝에 잠 재워
죽어도 영원히 살아
육자베기 부르네
3
모래알
추스리며
바위성 무너지는 곳
어둠일랑
아픔일랑
사치인가
수치인가
휘황한
열두폭 웃음
펴며 펴며 떠나리.
1994. 봄 호(78호)
*蟾津江의 노래 / 양인용.
산 이슬 맺혀 뫃아
시원 떠나 이룬 흐름
골골 물 한데 얼려
속삭여 서로 안고
연원한
길목을 향해
하염없이 떠난다.
오리알 파란 물결
잔조롬 무늬 깔고
추렁여 치운 가슴
흰 모래를 껴 안으며
나그네
건넌 나루터
손 흔들던 그 사람들...
가오는 긴 세월에
잠재운 智異山影
어느덧 포구를 만나
바다와 입 대인다.
어머니 두꺼비 등에
업혀 건넨 효도의 강.
*탑 / 조성인
푸른.
하늘 한 조각
삶의 영역은 높다
정 끝에 실린 땅
서러움도 깊어
무영탑
깊은 사랑은
그림자를 삼켰다.
돌 하나
인연 하나
층층이 쌓아놓고
세월을
각인 하는 서툰 손 놀림
탑등은
이끼 서린 채
연꽃 한줌 피워 문다.
무딘 돌덩이
삶의 높이까지
심한 두통으로
번져오는 아픔은
밤 사이 기웃거리던
젖은 꿈 싣고 온다.
1993. 겨울호(77호)
*소명(소명) / 리창근
한밤내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사연이야
설익은 생각들로
悔恨의 골은 깊어도
지난 밤
열린 꿈결에
빈 술잔을 닦습니다.
산처럼 살고 싶어
사랑을 흙에 묻고
흔들리는 가슴 미친 바람이 되어
九泉을 헤매어 돌던
아픈 날
기억들이
태사같이 쌓이던 날
淸貧이 죽음 보다
어렵던 세상살이
가진 것 훌훌 털고
가벼운 길 나들이
표표히
옷자락 날리며
비장문을 열뜨린다.
*交替(교체) / 황능곤
펼쳐 든 가지마다
초록 잎 풀어내어
봄 지나 여름 내내
젊음을 자랑터니
眞紅의
축제도 잠깐
이제 돌아 가는가.
더러는 한 잎 두 잎
더러는 또 우수수
비우고 떠난 자리
그 숱한 상처마다
어느새
새봄은 와서
딱지처럼 붙어 있다.
*난꽃 / 김영환
비단결 파노란 잎
햇물은 일렁이고
솟아난 곧은 줄기
외론 섬 등대런가
매무새 가다듬고 선
어진 이의 넋이여!
허구한 아픔 딛고
그 먼길 돌아와서
시름진 자욱 자욱
발아래 묻어 든 채
우러러 설운 가락 익혀
꽃 한송이 피웠나.
*물레방아 / 최옥자
세월의 이랑을 누벼
달려 온 저련 가슴
불씨로 피워 올려
다독이는 그리움
이리도
가누지 못해
뿜어 올려 피는 정
물이끼 결을 따라
토해내던 피울음
부서져 되돌아 오는
메아리로 살아 올라
안가슴
난간을 잡고
등 떠 밀려 가는 얷.
1993.가을호(76호)
*길 / 윤원영
해거름 긴 기다림
그림자 아득하고
조그만 누이 등에
잠든 이마 애처롭다
한번 더 돌아가야 할
눈 익은 산기슭.
돌아도 산굽이
가 닿을 곳 아직 멀다
그리운 이름들이
들꽃으로 피어나고
따오기
정다운 노래
하나되어 흐른다.
길 위에 고단함
나뉘지던 누이야
흩어져 먼 곳에서도
닮아 있는 목소리
오랜 뒤 주름살도 깊어
한 물에 이르겟네.
*봄밤 / 김석영
소쩍새 피울음 울어
밤 깊도록 잠 못 들어
백 천번 스친 옷깃
한숨따라 되새기며
굴리는
구슬 알알이
백팔번뇌 아롱져.
한뉘가 삼동이라서
짜른 밤을 울며 새나
마음은
천 만 갈래
온갖 시름 못 떨치니.
철새야
울음 그리고
깃을 찾아 가거라.
*개망초 / 김명희
바램없이 뒷짐지고 언덕에 오를 때면
향수는 그렁그렁 황혼에 넘실대고
개망초 하얀 그리움 지천으로 피엇네.
애절한 모습에 많은 사연 쓸어 안고
간간한 미풍에도 호소할듯 통곡할 듯
이렇듯 고향 그리매 속절업는 생이런가.
이역만리 고향 둔 개망초의 망향가
그리운 별이 되어 도설천에 흐르고
애닯던 생의 찬가를 지긋이 눌러 본다.
1993.여름호(75호)
*삶 / 이선희
무수한 절망 속에
달은 지고
또 뜬다
막힌가슴 깊이
차 오르는 열망만은
부서진
파문 속으로
별과 함께 여울진다.
언제나 내일 바라
산다고들
하건마는
밤새 맴돈 소망들
못 잠을 세월인데
언덕 위
푸른 느티나무가
어깨 위를 다독인다.
*신 행주대교 /윤광호
빈 들녘 추억 몰고
아침 놀 떠 오르면
들새는 그루터기
남은 정을 더듬는데
굴착기 고향 긁는 소리
목이 메어 오른다.
신도시 활화산
스스로 타올라서
흙에 살던 어미 가슴
후려 먹던 것들을
역사에 싹 쓸어 담고
청승스레 울던 강.
갑자기 하늘 깨져
우레가 몰려든 날
분노의 거품들을
삭이는 물 밑으로
배시시 웃고 상고머리 아이
옥니 몇개 보았다.
*낙산사외 2편 / 차경섭.
바람 찬 벼랑 끝에 선약 초를 가꾸면서
무량한 자비 마음 동해물을 다스린다
청량한 목탁 소리는 어리 중생 깨으는가.
*새봄
노랑꽃 붉은 꽃이 소리없이 벙그르고
속잎은 소근소근 봄나들이 꿈이런가
임이야 있고 없고야 피고지는 목숨이여.
*유배길
억겁의 인생 역정 육모 머리 천리 길아
추풍에 강개함이 구름같이 일고 젗네
청사에 선연함이어 가멸 차고 생생타.
*나비 / 홍성운
1
전생에 무엇이면
날개를 얻게 되나
마음보다 몸이 먼져
꽃잎에 들떠
아.숙며의 선혈인 듯
경대에 발끝 세우는 무희
막이 내린 뒤에도
의식의 하얀 창에 묻어나는
여린 촉수여
내누이
봉긋한 가슴에
포록 포록 정 주는가
2
바람 타는 것도 아니다.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어도리 정짓내
니비 한 마리
높이 날지 못하는 뜻은
꽃술과 맺은 인연
온기로 남아
이땅이 찰수록 그리움 더하는
꽃봉오리 하나 때문
늘 빗줄기 기다려 온
동심의 냇가는
너의 춤사위에 더 목이 마르다
나비는
부할을 꿈꿀 때
날개 세우는가 보다
3
이세상 삶에 있어
몇 번이나 태어 나나
무언가 숨은 뜻을
조금은 알 듯 한데
장자도 한평생
풀지 못한 수수께끼
나비가 날개로 우는 것은
비상의 죄값인가
삭정이 든 꽃대궁도
직립으로 떨고 있다
이 겨울
순백의 터엔
먼 윤회의 나래짓 하나.
*청태(靑苔) / 김재호
1.
이끼 낀 바닷 바위
부딪혀서 멍든 물결
널그름 흩어진 쪽
흰 깃 후조 모여 있고
시야에
맴도는 바위
기도하는 넋이네.
2.
울먹이는 산록에는
청솔가지 눈을 펴고
한나절 기운 해는
정에 겨워 신열 하고
푸른 빛
여울진 멍을
들어내는 흰 거품
3.
뱃길도 숨이 차서
허덕이는 해변 풍경
흥정 없는 흥정 속에
마음 태운 하루 해도
짧은 듯
실눈을 감고
겨울바다 지킨다.
1993.봄 호(74호)
*경복 궁에서 / 김장규
이끼낀 回廊들의
묵은 자취 매만지고
근정전 높은 풍경
가냘프게 떨리는데
品階石
구름같은 榮枯를
되새기며 섰는가?
이방인 휘내던 돌집
우리 유물 한숨 쉬나
감도는 아린 숨결
남어 더욱 떠도는가?
나그네
이 저 세월 바라
눈을 지긋 감는다.
왕조의 발자취들
풍겨내는 悔恨 속에
경회루 흰구름 뜬
연못 속 굽어본다.
香遠亭
풍류로운 연꽃들
옛 향기에 젖는가?
*木蓮 / 최연근
먼 하늘 시린 햇살
가지 끝에 머문 忍冬
저려드는 가슴으로
꽃잎 하나 토해 놓고
남풍에
모닥불 지펴
묻어놓은 내 時空.
말로는 차마 못해
가슴 헤친 紫木蓮
휘여진 가지마다
相思로 머리풀고
당신은
사랑을 짜는 씨줄
향기로운 날개달고.
*봄비 / 백민
어젯밤 촉촉히 감기고파 들고온 봄
꽃비 소식 나래 접어 외갓집에 가잔다
<봄비야!> 황소등 타고 어서 나랑 가자스라.
개나리 울 걸터앉은 하이얀 방울새
보듬은 꽃망을 겨드랑이 파고 들면
탁탁탁 눈 뜨는 소리 봄자물쇠 따는 소리.
*지하철 역에서 / 고두석
마지막 전동차는
자정 너머 사라지고
하루가 터널 처럼
뻥 뚫린 역구내는
석유등
가물거리던
아버지의 빈 방.
어느 손에 쥐어질까
예감못한 차표들
살아온 시간만큼
개찰구에 쌓였는데
어디쯤
오고 있을까
날 실어갈 전동차는.
아우성 쳐대며
발다툼 하던 승강 대엔
발걸음 화석되어
족적으로 찍혔는데
레일은
긴 목을 뽑고
새벽녘을 기다리네.
1992.겨울호(73호)
*자운영꽃 / 오석필
재 넘어 머언 모악봉
쫑긋 솟는 아침이면
천수답 수 놓아진
자운영꽃 입술 위로
이슬은 보석이 되어
볏섬으로 떠 온다.
짚울타리 개나리꽃
이슬 받아 목 축이고
텃새들 화음속에
목련 꽃도 벙실 웃는
왕거미 하늘로 떠서
무슨 사념 짜는가.
짙푸른 독새 수풀
영롱이는 잎새 위로
머구리 폴딱 뛰어
이슬 움켜 눈꼽 떼고
이슬 움켜 눈꼽 떼고
고무신 뽀드득 소리에
가락 세운 먼 하늘.
태양은 중천에서
이슬도로 거두시고
대지는 보습 끝에
어진 꿈 심겨지면
여의도 비탈에 서면
불타오는 옛 소망.
*여수 앞 바다에서 / 강태영
지난날의 애환들은 씻어 바랜 물결입니까.
더는 갈수 없다고 치마폭 잡아 흔들며
해종일 한 목소리로 타이르시는 바다여.
내가 살은 도시의 뼈를 깎는 고뇌를 피해
하얀 고독 등에 지고 산길 몇구비 돌아 온
가쁜 숨 이제 쉬라고 달래시는 바다여.
태초에서 이 날까지 아니 영원의 염원을
하늘 받아 안고 청남빛 꿈으로 일렁이며
지금은 내 작은 가슴에 수평선 거시는 바다여.
돌아 오지 않는 배를 망각에 묻으려는데
끼룩끼룩 물새가 울어 도로 내가 침몰 하고픈
사념의 깨어진 물보라가 아픈 발 끝에 출렁인다.
이젠 그만 돌아 가라고 등을 미는 차가운 석양
문득 고개 드니 예쁜 낮달 웃으며 환송하네
슬픔을 지워야 하리 저기 내 아들의 불 꽃이 타는데.....
*가을 비 / 최영균
가시내 맺힌 情炎
구름 살라 뿌리나
被岸의 가람가엔
어느 임의 흐느낌이기
잎마다 애끓는 사연
풀벌레도 목이 맨다.
은초롱 환히 밝혀
木琴을 두드리나
동굴 속 눈물샘에
환희가 번져가네
누리에 쌓인 恨憤이
悅樂으로 솟구치네
잉태기 거친 산야로
영글음 토닥이고
갈바람에 가사 훨훨
관욕재를 올리니
억조의 푸른 숨결은
충만 위해 목 타는가.
*빈 메아리 / 임권신
낮이면 불러 본다
가뭇 먼 하늘 향해......
홀연 가는 강물에
겹쳐 쌓인 산봉우리
다구쳐
소리처 봐도
대답없는 메아리
텅빈 가슴 깊숙하게
호공 치는 목탁 소리
골짝 흝어 가는 바람
야윈 불심 헤삼친다.
두 손을
다시 모우고
불러본다 그 이름
들릴 듯 안 들리고
돌아 올 듯 멀어간다
곰곰히 떠오르는
그 얼굴 그 사람들......
애태워
다시 돌리는
수레바퀴 안간힘.
봄 2 / 윤병길
죽음에서 깨어난
꽃들의 합창소리
발람 귀 열어놓고
숨 가쁘게 달려오면
저 하늘 물러선 절망
다시 나는 봄 기운
목숨을 사려 놓고
바라보는 안과 밖
피멍 든 한판 세상
주름 잡혀 돌아와도
새들은 이슬을 털며
무한 속을 날고 있다.
투명히 열어뵈는
순진한 가슴들도
萬 길로 곧게 자라
불 꽃으로 타 오르면
창창히 열리어가는
내일에의 약속들.
1992.가을호(72호)
*섬꽃 / 홍윤표
해당화 아름 핀 섬
꽃향기 안아본다
봄바다 드리운 날
파도가 소리 높다
길잃은
고향초인앙
으시대는 울타리.
꽃 피는 유인도 섬
봄 지면 여름 피고
처마 끝 햇살 들어
연민을 에워싼 꽃
바람도
발가벗고 선
갯내음의 상징들.
*새옷 한 벌 / 장세득
초저녁 오는 잠에
사르르 눈 감았다
눈부신 모시새가
꿈길로 와 찌륵이면
더듬어
호롱불 밝혀
배틀앞에 앉는다.
모국어 꾸리에서
한올 한올 실을 뽑아
마음을 가다듬어
촘촘히 씨줄 걸고
입김을
불어 넣으며
철석철석 옷감 짠다.
몸매와 키에 맞춰
마름길 곱게 하여
새하얀 동정 달아
새옷 한벌 깁고 나면
새벽달
홰치는 소리
봉창 문 두드린다.
*은행잎 소모 /이숙례
뽑아 낸 푸른 마음
옷깃 여미고 서서
맺힌 한 속말 열어
흩날리는 금빛살
무소유 가쁜한 생각
별이 되어 내린다.
붉게붉게 타던 가슴
찬서리에 금이 가고
서슬 푸른 광풍 자락
노랗게 후려치면
나비떼 미련 남긴 채
피안 향해 나른다.
시련에 익은세월
결이 삭아 물들이고
심장을 타고 흘러
잎잎이 얼비친 날
바람도 시샘을 뿌려
약속 잃은 새가 된다.
*念鄕詞 / 황하택
남녘 먼 두메 마을
나무 숲 아늑하고
온갖 꽃 시새운 듯
흐드러져 피는 동네
흘러간 추억을 그려
호롱불이 노랗다.
동구 밖 서낭당 길
이끼 낀 돌담가에
한나절 식곤증에
살아 오른 원두막 위
초생달 헛간 지붕을
걸터앉아 지센 밤.
가버린 한 시절을
밭두렁 깔고 앉아
서로 그려 도란대며
나누던 옛 얘기도
천리길 먼 그 남녘 끝
언제 다시 들으리.
1992.여름호(71호)
*찹살- 떡 /김영희
-밤을 외치는_
자정 넘어 아스라이
꿈을 밟고 다가와서
불 꺼진 베갯머리
깨우는 찹쌀-떡
이랑을 혜치는 찬 바람
고향 집에 담는다.
큰언니 곤지 찍고
손수건 적시던 날
떡 한 말 치지 못해
성내시던 어머니
흰 밥은 눈요기도 못하고
허리띠로 조른 끼니
역사의 아픔이야
세월 속에 묻었지만
버려서 산더미 된
오늘의 세상살이
풍요도 시대의 병인가
저며 드는 저 소리는.
*산촌의 늦가을 /조계철
양지 바른 밭뙤기
불볕 먹고 살짠 콩알
瓜年(과년)을 못 견디어
절로 터져 구르더니
까투리
눈빛에 놀라
흙 속으로 숨는다.
털 깎인 면양되어
누워 있는 무논배미
잘려진 그루터기
파릇 돋은 새 싹 끝엔
늦사리
벼알 서 너 개
의젓하게 영근다.
빈 집 뒤란 감나무
주지가지 붉은 열매
서울 마님 따라서
아파트로 떠나간 뒤
가칩밥
두어 개 달고
다시 올 봄 꿈꾼다.
*戀書 / 신대주
-溫達 山城에서_
갈꽃이 피로 물든 성루에 올라 서서
남루에 떨고 섰는 풀섭을 혜쳐 보니
아직도 평강공주가 새파랗게 살더라.
황량한 성벽 안에 어둠이 깃드르고
강 허리 스쳐 온 갯바람 차가운데
공주는 바보 온달을 기다리고 있더라.
수천년 모진 풍난에 밟히고 허물어져
깨어진 옹기 한 조각 흔적도 없는데
들국화 한송이 머리에 이고 새하얗게 웃더라.
계곡물 맑은 소리 어울려 흐르는데
저녁 예불 올리는 구인사 큰북 소리
고구려 힘센 병정들의 승전고가 아닌가.
겨울이 깊어가도 고향은 따스한가
아직도 기다리는 뜨거운 숨결 탓인가
홍시로 익어가는 양 볼에 타오르는 그 열기.
고향을 팔고 떠나 세파에 찢긴 가슴
동해의 햇덩이로 천지를 물드리고
뜨거운 그대 가슴에 온달되어 안길가.
첫 눈에 끌린 시선 인연이 아니겠나
지혜가 반짝이는 효성의 눈동자에
부끄런 영혼의 매듭 풀어 채워보고 싶어라.
永春에 짐을풀고 포근 한햇살 모아
신선이 바늘로 햇솜에 꿰맨 이불
취해서 염불 댕기고 정을 풀어 살리야.
개미허리 간지러운 조선 여인 아니더라
말갈기 휘어잡은 고구려 평강공주
수즙어 되돌리는 발목을 억새풀로 잡는다.
*화원 앞에서 / 김광진
겨울 잠 깨어나서
기지개 켜고보니
봄을 향해 꽃들은
웃음 지며 서 있고
철다라 가는 말들은
빈 하늘 흘러가도
흐르는 계곡입구
가슴으로 쌓이는데
외로운 사람들끼리
곷집에서 만난다
아직도 겨울 날씨
마음이 움추러 들고
한 송이 꽃그루에
가는 손길 바빠도
모두는 화원 앞에서
푸른 마음 채운다.
1002.봄 호(70호)
*연가 / 박재숙
비질한 마당가에
함박꽃 활짝 피고
열어 논 창 넘어로
바람인냉 등 더 밀면
자욱한
안개향 같은거
눈물이게 하소서
산색은 날로 달라
짙어 오는 그날보다
더 맑은 골짝물에
붉은 칡꽃 동동 뜨면
등나무
전설에 사는
사랑이게 하소서.
철새들 목 길이가
갈대를 닮아 갈 때
노을에 비끼는 강
피곤도 반짝이며
감귤빛
불 켜는 문살
보람이게 하소서.
새로운 땅 새론 모습
다시 피는 소망 앞에
댓닢이나 솔잎같은
곧은 잎애 피는 꽃을
그대로
하얗게 지킬
기도이게 하소서.
*마음 하나(5) / 이정자
깨어서 다시 보면
한웅큼 별이 뜨고
하 넓은 우주 안도
품어보면 하나 되고
열린 맘 불게 탄 하늘 오선지에 그린다.
어여차 힘껏 당겨
마음 속에 시겨 보면
시간의 흐름 속에
여딛는 숨결 소리
가없는 하늘을 향해 긴 숨으로 뿜어낸다.
결류의 세월 속에
맞닿은 태(胎)의 의미
하나로 연(緣)을 이어
입 모아 노래하면
그 음률 하늘끝까지 오색으로 물든다.
*아침 창가에서 / 박성임
무거운 어둠 한켠 이슬로 털어내면
장엄한 눈부심으로 거듭 나는 신의 은총
아침은 베토벤 교향곡
화음으로 다가선다.
참회의 내 노래는 바람으로 흩어지고
진실이 풀잎되어 유언처럼 일어서면
뜰 안엔 곱게 물결 치는
달맞이꽃 숨 쉰다.
새소리는 음표처럼
우리를 작게 하고
햇살 속 자유로운 끝 없는 아픔 속을
너와 나 건너얄 시간
침식되는 오늘이다.
*중동 소모 /신계우
햇살의 불길만이 타오르는 빈 부둣가
꿈결을 헤매는 크레인의 낚시질에
끝없는 갈증의 사막 풍경이 걸려 있다
열이 난 몸부림의 파도소리 묻어나는
녹슬은 화물선 무거운 침묵 속에
갈매기 푸른 향수는 꽃송이로 피어나고.
은비늘 파도가 키 재는 바닷가엔
낙타의 허기진 기다림이 익어가고
베일 속 알라의 언어 칼날을 세우고 있다,
*그를 믿고 / 박경배
임야란 이름으로
선 그어 갈라놓고 제 땅이다 제 권리다
저들끼리 팔고사고
산이사
그대로 있기에
산 밑에서 삽니다.
저들의 이기심은
숲보다 웃자라고
아름다운 풍치마져 웃돈 얹어 팔고 사도
숲이사
그대로 푸르기에
숲을 보며 삽니다.
저들의 이야기는
물같이 흘러가도
속셈이, 엇갈리면
땅을 치며 다투는데
흙이사
그대로 남기에
흙을 믿고 삽니다.
1991.겨울호(69호)
*할아버지 말씀.4 / 서태수
이즘에 늬들이사
실없다고 허겄제만
대보름날 저물녘에
액땜으로 보낸 그 연(鳶)
이제금
생각혀 보믄
끊어 잇는 연(緣)인 것을.
가물대는 하늘 끝에
가슴 한 쪽 떼어 놓고
잊은 듯 돌아 서서
계절을 또 바꾸지만
얼레에
칭칭 감긴 함성은
실바람에 되살리고...
높은 산 깊은 골을
이랑 삼아 누빈 먼 길
남녘 어느 정든 마실
정자남게 걸터앉아
이마 위
둥근 달빛도
나랑 같이 바랬을까.
기러기 오고 가는
텅 빈 하늘 보며
연줄보다 긴 새월을
바람 따라 보냈건만
팽팽히
당긴 그 끝은
그리움의 연인 것을.
*무지개 / 강정부
영롱한 구슬 꿰어
칠색으로 빚은 거울
만유를 다독이는
슬픈 빛 메아리여
안개발 삶의 무상을
빛무리로 섰구나.
사바(娑바)의 칠정칠음(七情七音)
청안(靑眼)으로 다스리고
중새의 깊은 고뇌
빛으로 감싸 안아
먼 하늘 무심의 나래
반야(般若)되어 걸렸네.
*하늘로 가는 길 / 박인과
이승저승 중간 쯤에
그 길이 있읍니까?
웃음꽃 활활 타는
아니면
투명한 꿈밭
꽃상여로 열립니까?
할아버지 할아버지
우리 땅 늪지대엔
눈빛 푸른 고독엮어
아린 달빛 찢어내며
不眼의
하얀 뼈들이
뼈를 갈고 이씁니다.
太初의 물무늬로
하늘빛이 익어가는
여울치는 시간의 바다
굽이치고 돌고 돌면
피맺한
열 두 굽이늬
그 길이 보입니까?
눈먼 바람 땡땡한 들에
깨물리 고깎인 아픔....
그 알뼈 돌돌 굴려도
곪고 병든 이 땅에서는
싱싱한
초록의 문을
우린 열 수 없읍니까?
할아버지 할아버지.
밝은 길은어딥니까?
어찌해야 쓰라린 한.
그 깊이의 허물을 벗고
하늘 끝
끊긴 창에서
날개를 달수 있읍니까?
아닙니까? 죄의 뜰에
또 죽어도 안됩니까?
영원한 덫에 걸린
營門 밖의 우린 영영
천지간
눈물의 江을
건널 수는 없읍니까?
*바다에서 (외 1편)/ 정남채
가락 물린 개펄바람
비릿비릿
흐느낀다.
소금 친 가난 싣고
발고랑 같은
파도 지면
밀물 켠
진실 그 너울마다
기도소리 실려오네
海松/ 정남채
갯바람 묻어나는
단단한
너의 하루
더운 몸 더운 뿌리로
일상 가꾼
생애여.
모래등
정(淨) 한 눈빛 숨 죽여
동해바다 사려 담는다.
*長山0을 보며 / 홍승표
속절없는 그리움이 포말(泡沫)로 부서진다
붉어진 눈시울과
구멍난 가슴들이
흙내음 살내음을 섞어
거친 파도를 삼킨다.
흔들리고 있다.
사작도 끝도없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메아리를 던져놓고
말없이 돌리는 이물로
咆哮하는 산하여!
지척의 그대 모습
한계선에 세워 놓고
우리들 꿈이며 사랑
이 모두 섬으로 떠서
오늘은 눈물도 마른
인당수를 걷는다.
1991.가을호(68호)
*난(蘭) / 김재숙
흰 장지 완자문에 가만 드린 발 틈새로
꽃 향취 젖은 빛줄 새어나는 은은한 정.
늙으신 어머님 방에 작은 효심 바친다.
그윽한 어버이 맘 헤아릴 수 없듯이
그 깊고 어진 자에 속살 가득 스며들며
난 한분 드리워 놓고 그 뜻 새겨봅니다.
사철 청정한 넋 다독이는 식솔처럼.
가뭇한 밀화속에 의연한 기품 닮아
촉대에 돋아난 高節 행기롭게 번집니다.
굳은 절개 어머니 맘 바위 틈에 솟아나와.
오남매 홀로 두고 끌려가신 임을 보듯
새도록 피맺힌 멍을도 그 향 속에 싣습니다.
*풀잎. 序詩 / 권갑하
1.
산마루 뜬그름은
쫓지 못한 염(念)이런가
곡조도 없는 노래
흘리우는 바람결에
풀잎 저 여린 떨림으로
하늘 바라 섰음이여.
2.
흐르다 세월도 지쳐
드러누운 산 그늘에
컬컬한목청 틔워
다가서는 그대 마음
무딘 손 하늘 한폭에
설레이며 수를 놓고.
3.
희디흰 가난이사
별빛같은 안식이기
저물녘 눈물이던
설음 같은 그리움도
이 아침 텅빈 가슴에
그 순수를 새기노니.
4.
한 때는 설레이던
여운마저 다 비우고
허공에 잎새 홀로
목이메던 삶도 풀어
소롯이 타는 밤하늘
별로 뜨는 노래여.
*가을 단상 / 한분순
1.코스모스
어느날 문득 그대가
투명한 눈웃음으로
팔 벌려 내게 오던 날
나는 말도 못 건네고
그 밤은
홀로 돌아와
밤새 별만 쓸었다.
2.허수아비
엎드려 뒤척이는 땅
눈 멀도록 바라는 길목
언듯 지나는 바람소리
가슴 철렁 무너지고
노을이
깃을 치는 어깨위
허기지는 그리움.
3.들판을 지나며
빈 손으로 일어서는
남류한 살림살이
논둑 밭둑 몇리길
등이 휘는 저녁 연기
한나절
몸 겨운 가을 볕
산다락에 쉬어간다.
*鳩林(구림)의 봄 / 전태봉
월출산 정기위로
뿜어 오는 봄빛 먼동
그림같은 구림 사위
서운으로 감도는데
포근한 어머니 마음
글뚝을 피어난다.
홰치는 수탁소리
윗마을로 건너가고
목매기우는 들판
자은영꽃 모전일레
느긋한 서호벌 鄕圓
아지랭이로 오른다.
종다리 뜬 보리밭은
동산 감아 휘돌아가고
금은빛 시냇물은
새소리로 흐르는데
냇둑에 향로 피는
이름 모를 풀꽃들,
도갑사 나 어린 스님
봄 빚던 도선인가
왕인박사 배 뜬 바위
낚시꾼 그름 가르고
菩리로 이어가는 사월
눈물 도는 그리움.
*들꽃 / 심명자
빗 속에 바람 속에
가버린 영혼이여
아직도 매운 연기
눈망울에 잦어 있고
한 맺힌 어머니 울음
골을 다라 누벼 온다.
철 없는 욕망 속에
흔들리는 꽃대들이
지나간 이야기를
하얗게 퍼올리며
피 맺힌 그날의 함성으로
자세짓고 있는데
오가는 바람 뿐인
이 외진 들녘에서
못다한 외로움 감싸
들꽃으로 앉아 있어
잔잔한 가슴마다에
혼불 댕겨 주는가.
1991.여름호(67호)
*눈 내리는 교정 / 김남구
흐드러진 웃음으로
깃을 접어 갈 앉는다
책 읽는 아이들은
하이얀 바람되고
가만히 흔들려 오는
천사들의 옷자락
흑판의 하얀 글씨
시선을 뒤로 하고
소녀들의 눈동자는
창밖에서 맴을 도니
꽃잎에 묻혀만 가는
湖心과도 같은 거.
발그린 보조개로
하늘 마음 나래 펴고
가붓이 율를 짓는
허공 속에 하얀 미소
백목련 봉오리되어
겜절을 잊는다.
*안개 / 이기동
산기슭 비탈진 터
일구다 끊긴 세대
인정이 골짝 열어
유유히 흐른 산촌에
한사코 시가지 뻗쳐
넘실대는 연기 떼.
질기와 하늘을 이고
켜켜이 쌓인 세월
사무친 응어리 풀어
안개는 언제 걷힐까.
솔향내 나무 기둥에
손때만이 돋아난다.
민요가 머물다 간
山家에 드는 어스름
물따라 길을 여는
발자취에 남은 상훈
안개 낀 산자락 쓸고
돋을 볕이 일어서리.
*하루 / 양창현
이른 새벽
선잠 깨운
쑥새 울음
가락 타면
날개 깃을
퍼득이는
깃결 소리
아슴한데
봉오리
만지락 거리다
꽃 술잔에
펼친 가슴.
밤새 익은
상념들을
기지개로
쏟아 놓고
속 울음에
텅 빈 가슴
다 태워도
싱싱한
봄 씨앗 심으며
굴러 가는
삶의 하루.
*情聲曲 / 양학승
손 바닥 펴고 보면
가득 차 싹이 트고
하늘 땅 넓은 초원
닿고 보면 나의 몸속
붉게 탄 섬꽃 송이송이
할짝 핀 푸른 숲이여......
기운 차 흐른 萬感
靈肉泉 감아도는
미친 파도 거센 물결
解脫門 빗장소리
가온 길 한 호흡 속에
머물러서 움직이고
흐르는 저 소리소리
치닿는 본래 胎性
넘치는 조사의 넋
혼불로 가득 모아
玉저로 뽑는 긴 가락
향 맑은 노래여.
*겨울의 장 /김진택
보름 저녁 강물 위로
목선 한 채 삐걱인다
해바라기 얼굴 같은
처자 나와 발 구르면
턱수염 긴 사내 하나
바람 잡아 피리분다.
이 나루터 말뚝에 매인
사연 모두 풀어 보니
장작처럼 쌓인 가난
모닥불로 타 올라
타향 땅 찬 물결 고르는
접동새로 나래 친다.
우물보다 맑은 세월
상념의 별로 자라고
그 어두운 기억 너머
무지개 깃발 올리다가
목로집, 푸른 가슴에
갈대 되어 쓰러진다.
*눈 오는 창가에서/ 정현숙
겨울 숲 언덕 넘어
사랑을 쏟아 부을
바람속에 떨던 영혼
새하얀 살점 되어
조용히
모양새 대로
깃털 펴는 꽃잎 꽃잎
갈발머리 돌던 빗새
고뇌의 시린 눈물
내 젊음 부려 넣던
그리운 사람이여
꽃각시
흔들어 깨워
옛 동산에 오르자
1991.봄 호(66호)
*상계동 가는 길/성 열
*상계동 가는 길
1
쓰담던 아픔들이
낮으막히 가라앉아
뿌리없이 떠도는
청계천 변 엉겅퀴들
불타는
겨울반 하늘
뒤쳐나와 달리더니
2
기우뚱 비틀리어
삐걱이는 사다리에
네 발로 가어 올라
허우적인 스무여 몇 해
기 찾는
노새 한 마리
울어 지친 佛巖 기슭
3
삼십 몇 끼니 빈 그릇을
채우려는 아픈 몸짓
念願은 어느 하루
진흥 꿈 피워 물고
저 하늘
훨 훨 날아가는
새가 되고 싶었거늘...
4
한줄기 이어지는
복숨이란 빨래줄에
인간사 얽힌 사연
주렁주렁 걸어놓고
빈 수레
덜컹 덜커덩
넘나드는 중량교
5
개울길 건너서
배꽃길을 지나서
울퉁불퉁 좁다란
쌍계동 닿는 길목
하룻강
건너는 里程
그다지도 멀더니까!
6
누나여!
버린 시절 옷고름에 매어 둔 꿈
사는 뜻
가슴결에 順應으로 재엇다가
빛 드는
등성이 올라
철쭉으로 피소서.
*동심을 찾아서/ 유 길
햇빛 마신 아침 이슬
초롱한 그 눈망울들
보리수 별을 닮고
골고타 달을 닮아
별동무
달동무 되고파
맘 비우고 찾아가서
아리랑의 짬을캐고
인당수 혼 말리면서
어개동무 웃음 꽃을
하늘강에 심었는데
그 눈빛
낮 별로 더서
달빛처럼 서러웠다.
깃발 없는 삶의 뜨락
고삐풀던 오늘눈및
일회용 옷을 입고
단것만 좋아 해서
늙은 닭
발 동동 구르며
새끼 차 간 매만 본다.
*빨래 / 노창수
누구의 죄 지은
허물을 참회하는가
하늘 아래 줄 따라
십자가로 높이 걸려
저리도 슬픈 눈물들
백색으로 그리는가.
저마다 힘든 일상
벗고 싶은 세상인데
백의의 숙명들
땀으로 얼룩 지워도
모자라 뜨거운 햇빛에
표백되고 싶어라.
*하늘 / 박진경
지우려 지우려 해도 더 선연한 얼굴이여
빈 하늘도 한 장 꾸밈 없는 거울 일레
마음 한 켠 그리움은 청람빛 물이 들고
떠나는 자 가슴에는 눈물도 빗물 되고
보내는 자 보는 하늘 빗물도 눈물되지
그대와 연분의 나무될 기도 바친 후이면.
하늘 한 장 맑게 닦아 가슴 고이 묻으면
잊혀진 옛 추억에 진흥빛 놀이 뜨고
강물은 강물로 흐르고 산은 산으로 서는 그 바램.
*다시 선돌 마을에 / 康무신
서귀포서 시오리 길
등불도 시오리 등불
억새 서격이는
먼 들녘을 돌아 와서.
별 하나
등짐 부린 곳
다시 뜨는 선돌 마을.
산 노루 발자국같은
무우밭 그루터기
어머님 길 떤나 자리
산빛마저 비었는데.
메아리
저 혼지 사네
산마을도 혼자 사네.
밀려 온 조각 밴가.
감귤원 관리사는
사연도 팔도 사투리
헤진 돛폭을 사려.
선돌 그
단애(斷崖)에 내린
칡녕쿨 그런 圖生
善德寺 염불소리
이 계곡을 열었을까.
愛憎도 씻겨야
저리 맑게 흐르는 걸.
기러기
落日을 끌고
초승달로 가는 길목.
*빛의 서곡 / 김차복
하지날 해거름에
누룩이 익어가듯
내안에 묻어왔던
여명의 항아리에
원함도
넘치는 잔도 허허로운 끝이어라.
연자를 돌리어도
서지 않는 나날이여
시름은 두름으로
北窓 끝에 매어 달고
빈 손은
기원이 되어 하나이다.열이 되다.
일어선 초록들이
긴 날을 엮어내려
막장의 뒤란이면
始原도 볼 수 있어
빛이여
매듭을 풀어 잠든 혼을 깨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