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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섬 으로 원문보기 글쓴이: 섬으로
2013년 2월 28일
제주 부속섬 비양도, 차귀도, 가파도, 마라도, 우도
여행을 하기 위해 제주행 저녁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제주에는 크고 작은 부속섬 '섬속의 섬'이 90개나 된다.
추자군도의 상추자도, 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는 다음을 기약하고
이번에는 제주 본섬과 가까운 유인도 비양도, 가파도, 마라도, 우도와
30년만에 개방된 무인도 차귀도를 돌아보는 3박 3일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전날 까지도 영상 18℃까지 올라갔던 포근했던 날씨가
삼일절 아침부터 영등할머니(바람을 일으키는 신)께서
며느리를 데리고 세상에 내려와 심술을 부리시나 보다.
주로 영남지방과 제주도에 내려오는 이 영등신앙은 영등할머니가 딸을 데리고 세상에 내려오면
일기가 평탄하지만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에는 비바람이 몰아쳐 피해를 입힌다고 이야기가 있다.
비양도가 보이는 한림항 인근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비바람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렸지만...
끝내 풍랑주의보가 떨어지고 비양도 도항선이 출항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한 비양도를 앞에 두고...
한림항에서 멀지 않은 한림공원에서 첫날 제주여행을 시작한다.
한림공원은 천연기념물 제236호인 용암동굴과 석회동굴이 복합된 세계 유일의 2차원적인 동굴인
협재굴, 쌍용굴을 포함하여 기이한 지하경관과 아열대 식물원 및 워싱턴야자나무 등이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겨주는 곳이다. 한림공원 홈페이지 http://www.hallimpark.co.kr
한림공원을 관람하고 한림항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비양도로 출항하는 도항선 선착장과 대합실을 기웃거려 본다.
비양도는 한림항 북서쪽 5km 해상에 있는 섬
섬 중심부에 자리한 비양봉(114m)은 1002년 제주에서 가장 나중에 용암이 분출 형성된 기생화산
섬으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섬이다. 또한 우리나라 유일의 비양나무(제주기념물 제48호)
자생지이기도 하다. 비양도 해안에는 천연기념물 제439호 제주 비양호 호니토(hornito)
'애기 업은 돌'이라고도 하는 부아석(負兒石)과 베개용암 등의 기암괴석들이 형성되어 있고
오름 동남쪽 기숡에는 '펄낭'이라는 염습지가 있다고 한다.
그저 멀리서 바라 볼 뿐... 자연앞에 나약한 인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풍랑으로 한림항에서 제주 남서쪽 끝자락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송악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송악산 입구 산이수동 해안에는 일제 때
일본군이 뚫어 놓은 어뢰정 동굴이 여러 개 있는데...
지난날 이 아픈역사는 상처로 남아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송악산 가는 길 일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송악산 주봉(해발 104m)과 분화구
산방산 남쪽 가파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바닷가에 불끈 솟은 산 송악산
최남단 마라도와 가파도, 형제섬, 우뚝 솟은 산방산, 멀리 보이는 한라산, 그리고 끝없는 태평양
풍랑으로 비양도와 함께 입도를 포기했던 차귀도
멀리서나마 차귀도를 보기 위해 고산리 자구내포구에 왔다.
차귀도(천연기념물 제422호)는 제주의 무인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이다.
죽도, 지실이섬, 와도 등 세섬과 작은 부속섬을 거느리고 있다.
제주의 여러 섬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섬이다.
고려 예종때 제주에 유능한 인재의 출현을 막기위해 중국에서 보낸 호종단이
서귀포에 있는 지장샘 수호신의 꾀에 속아 술서(術書)를 찢어버리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바로 이 차귀도가 있는 지점까지 왔을 때 한마리의 날쌘 매가 날아와
돌풍으로 변해서 호종단이 탄 배를 침몰시켰다.
이는 한라산 신령이 매로 변하여 호종단의 횡포에 대한 복수로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 하여 차귀도(遮歸島)라 불렀다 한다.
'일출은 성산, 일몰은 차귀'란 말이 전할 만큼 제주의 해넘이 명소로 유명한 곳
차귀도가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해질무렵, 노을이 바다를 물들일 때다.
1970년대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 이후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무인도가 되어버린 차귀도
작년 가을부터 입도가 허용되면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섬으로 마음에 담고 있던 곳이였다.
차귀도를 조망하기 위해 인근의 해발 77m 수월봉(水月峰)에 올랐다.
옛날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가 홀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수월봉 오갈피라는 약초를
캐러 갔다가 여동생 수월이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자 녹고는 슬픔을 못이겨 17일가 울었다고 한다.
이 녹고의 눈물이 곧 녹고물이라 전하며, 수월봉을 '녹고물오름'이라는 남매의 전설이 있는 곳이다.
차귀도 뿐만 아니라 제주 서부지역 조망봉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시원하기만 했다.
3월 2일 아침
바람은 좀 일지만 비가 그치고 청명한 하늘이 드러난다.
그러나 바다는 아직도 영등할머니의 장난이 멈추지 않은 듯 하다.
불안한 조짐을 안고 가파도와 마라도 여행을 하기 위해
이틀밤을 지냈던 숙소에서 중문관광단지로 발길을 옮긴다.
제주 또올레펜션게스트하우스 http://www.againolle.com
중문관광단지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모슬포항에 연락을 취해 본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발효 되었던 풍랑주의보가 오늘까지 계속되다니...
마라도와 가파도를 대체할 수 있는 여행 코스로 제주 올레 8코스 중에서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구간을 걷기로 급히 일정을 수정한다.
천연기념물 제443호 '제주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는 서귀포시 중문동, 대포동 해안을 따라
분포되어 있으며 약 3.5km에 이른다. 용암의 표면에는 클링커가 형성되어 거친 표면을 보이나
파도의 침식에 의해 나타나 있는 용암단위의 중간부부을 나타내는 그 단면에서는 벽화와 같은
아름다운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
주상절리의 크기는 키가 큰 것은 20m 내외로 발달하며 상부에서 하부에 이르기까지 깨끗하고
다양한 형태의 석주들을 보여주고 있다. 해식애를 따라 발달한 주상절리는 주로 수직이나
수평인 곳도 있으며, 주상체의 상부단면은 4-6조각형이다.
해식장용으로 외형이 잘 관찰되고 서로 인접하여 밀접하게 붙여서 마치 조각작품과 같다.
올레길에 선명하게 보인 한라산
3월초 제주는 봄이 한참이다.
2시간여 제주 올레 8코스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구간을 걷고...
올레 6코스 삼도(森島, 흔히 섶섬이라고 불림) 보이는 제주대 수양관 뒷쪽 해안가에 왔다.
갯바위에 올라서니 섬의 모습이 범같다고 하여 범섬(가운데 뒷쪽섬)
섬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여 민둥섬 이라는 뜻의 문섬(앞쪽섬)
천연기념물 421호 범섬과 문섬이 새섬과 함께 한눈에 들어온다.
원숭이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곰이 삼도(森島, 일명 섶섬)를 삼키려는 재미난 형상이 포착되었다.
서귀포에서 남서쪽으로 3km 떨어진 무인도 삼도는 천연기념물 제18호 '제주 파초일엽'의 자생지이다.
옛날 이 섬에는 커다란 귀가 달린 새빨간 뱀이 살고 있었는데 그 뱀은 용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그 뱀은 매달 음력 초사흘날과 초여드렛날이면 한결같이 용이되게 해다라고 용왕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러기를 3년 동안이나 계속했더니 정성어린 소원에 감복하여 마침내 용왕님이
말하기를 삼도(섶섬)와 지귀도 사이에 숨겨둔 야광주를 찾아내면 용이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용왕님의 말을 들은 뱀은 그 날부터 야광주를 찾는데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하였다.
야광주를 찾는 일을 1백년이나 계속하였지만 끝내 야광주를 찾지 못하고 그 뱀은
바다속 깊이 그 원한을 묻은채 죽고 말았다.
그 후로부터 비가 오려면 삼도(섶섬)의 봉우리에 안개가 끼었고 사람들은
뱀의 조화라고 하여 삼도에 당을 짓고 어부들이 매달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제주에서는 이 처럼 뱀을 모신 당을 여드렛당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마라도와 가파도를 대체한 여행은 계속되었다.
2009년 9월 28일 준공된 서귀포항 바로 남쪽에 위치한 무인도 새섬과 육지를 잇는 새연교를 찾아갔다.
길이 169m, 폭 4~7m, 외줄케이블 형식을 도입한 사장교로 돛을 형상화한 높이 45m 주탑의
새연교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다리'라는 뜻으로 제주의 전통 뗏목배인 '테우'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서귀포의 대표적 문화 관광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한라산이 화산 폭발하면서 봉우리가 꺽이어 날아와 섬이 되었다는 전설의 섬
새섬은 일본인들에 의해 '조도'라고 불리며 '새(鳥)'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옛부터 초가지붕을 있는 '새(띠)'가 많아 '새섬'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동서길이 560m, 남북길이 430m로 마름모 모양의 새섬은 서귀포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천연방파제구실을 하고 있다. 섬 전체에 곰솔과 난대식물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암석지와
염습지에는 억새, 새(식물명 '띠', 제주도 방언), 층층고랭이 등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잘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를 따라 새섬을 한 바퀴 돌아 본다.
새섬 남쪽으로 문섬(섬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여 민둥섬 이라는 뜻)이 보인다.
문섬은 범섬과 함께 천연기념물 421호로 지정된 섬으로 인근 해역은 국내 최대의
산호 서식지이자 해양생물들의 보금자리로 다이버들과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새섬의 동쪽 산책로
새섬과 새연교를 돌아나오면서 보이는 서귀포항
화가 이중섭(李仲燮, 1916.4.10~1956.9.6)이 1.4후퇴 때 원산을 떠나
1년여 살았던 서귀포 거주지를 관광사업화한 이중섭거리를 방문했다.
마침 그에게 방을 내주었다는 김복순 할머니께서 이중섭 거주지 마루에 앉아 계셨다.
화가에 대해 물어보니 아무 말씀없이 눈가에는 옛추억을 이야기 하는 듯한 눈방울만이 맺혀 있었다.
제주 전통가옥을 찻집으로 개조한 '중섭찻집'
전통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 화가 이중섭과의 교감을 나눈다.
이중섭거리에는 그의 뒤를 잇는 예술가들이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귀포에서 발길을 돌려 우도 여행을 위해
제주 동쪽끝 성산포(천연기념물 420호)로 왔다.
예로부터 이곳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영주 10경(제주의 경승지) 중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넘실거리는 푸른바다 저편 수평선에서 이글거리며 솟아 오르는 일출은
온 바다를 물들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을 자아낸다고 했는데...
우리는 일정상 저녁시간이 되어 성산일출봉에 오르게 되었다.
통념을 벗어난 일몰 또한 일출 못지 않은 멋진 풍경을 자아냈다.
성산포 하면 생각나는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섬을 좋아하는 우리는 언제가 어느 바닷가, 어느 섬에서 그 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바다를 본다 / 이생진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는
한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나와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기전에
잠깐 바다를 본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성산일출봉 하산길에 본 우도 야경
무명도 / 이생진
-우도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
3월 3일 아침 제주여행 마지막 날
우도여행을 하기 위해 성산포항에 왔다.
이틀간 풍랑으로 비양도, 차귀도, 가파도, 마라도를 가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아는 것인지...
다행히 하늘이 우도의 바닷길을 열어 주었다. 8시 우도행 첫배에 몸을 싣고 무명도로 향한다.
배 타면 마음이 설렌다 / 이생진
배 타고 우도로 가는 것은
수십 년 찾아 헤맸던
행복의 나라로 가는 것 같아서
축배를 들기 위해 자판기를 누르거나
캔 맥주 하나쯤은 따야
우도로 가는 길은
마음이 터질 것만 같아
새파란 신랑도 아니면서
신랑 같은 바닷물을 타고
신나는 신부도 아니면서
신부 같은 설렘으로
우도로 가는 길은
숨겨둔 꽃을 찾아가는 나비처럼
날아갈 것만 같다
성산포항에서 북동쪽으로 3.8km 떨어진 화산섬 우도(牛島)
우도는 섬의 형상이 물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 또는
누운 소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숙종 23년(1697년) 유한명 목사 당시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 국마(國馬)를 관리,
사육하기 위해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해 지기 시작했고, 그 후 헌종 8년(1842년)에 국유목장이
폐지되고 입경(개간)이 허가 되었으며, 헌종 10년(1844년)에 김석린 진사일행이 입도하여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 되었다고 한다.
우도 첫 방문지는 섬 동쪽에 위치한 '동안경굴'
일명 돌구멍, 해식동굴, 고래굴, 코구멍동굴로 불리는 곳이다.
맑은 날씨와 함께 동안경굴의 빼어난 풍광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상헌의 남사록(1601년)에 의하면 조각배를 타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돌집 같은데
만일 햇빛이 비칠 때면 별빛이 반짝 거리는 듯하고, 공기는 매우 차갑고 머리털이 위로 솟는 듯하다.
전하는 풍속에 이르기를 신령한 용이 있는 곳이라서 7,8월 사이에 고기잡이 배는 이곳에
갈 수 없는데, 만약 갔다면 큰바람이 일고 천둥과 비바람이 쳐서 나무를 뽑아내고 곡식을 망가뜨린다.
맞은편 해안 오소포 등에서도 역시 북소리, 악기소리, 닭이나 개 짖는 소리를 금해야 하는데,
만약 금하지 않으면 바람과 벼락의 변이 생겨난다고 한다.
'동안경굴'에서 산책로를 따라 우도등대가 있는 우도봉에 오른다.
우도에 오면 / 이생진
우도에 오면
소 되는 줄 알았는데
시인이 되었다
보리밭에 서서 바다를 보는
시인이 되었다
우도에 오면
풀 띁고 밭가는 소 되는 줄 알았는데
모래밭에 배 깔고 엎드려
시쓰는 시인이 되었다
우도등대
등대에 오르니 우도는 물론 성산포까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등대를 내려오면서 보이는 드넓은 초지는
이 곳이 그 옛날 국유목장이였음을 알려준다.
이 조그마한 오름은 우도의 공동묘지
무섭다기 보다는 생과 사의 아름다운 공간이였다.
마지막으로 들려본 곳은 우도하면 생각나는
홍조단괴 해빈(천연기념물 제438호)해수욕장
이 푸른 해변의 물빛은 눈을 감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도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우도를 마지막으로...
'섬은 처음부터 그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말을
다시 가슴에 새기고 올 가을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하며...
영등할망의 심술속 사연 많았던 제주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