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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서(Vor dem Gesetz. 1915) (4부 법과 공동체)
in 칼다 기차의 추억(프란츠 카프카, 이준미 역, 하늘연못, 2017), pp. 323-327(P.571)
한쪽 정도의 토막글들은 어쩌면 카프카가 탈무드에서 들은 이야기를 재생하여 썼을 것 같은 느낌이다. 유대의 정서를 벗기고 그 시대의 일상적 인간에 비추어 쓰려는 노력이 아닐까 한다. (50TKB) [유태인 유머에는 토라(Torah, 모세오경의 비전), 탈무드(Talmuds, 율법 구전전승), 미드라쉬(Midrash, 비의적 주해)에서 온 것이 많다고 한다. 특히 미드라쉬 속에는 속담, 꽁트, 우화 등이 들어있다고 한다.]
어떤 사회에서든 일상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저 높은 곳에서 지배하는 권력을 모르고 산다. 알 필요도 관여할 필요도 없는 시대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공자는 그런 은자가되는 것은 싶다고 하고 그래도 인민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상층에 무관심한 태도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에 전승되어 온다. 현자에게 황제자리 맡아 달라고 했을 때 그 말을 듣고 기분 나쁘다고 귀를 씻었다. 그런데 그 귀를 씻은 물을 먹이지 않기 위해 그보다 위에 흐르는 물에 소의 물을 먹이는 일화가 있다. 기원 전 2155년 허유(許由)와 소부(巢父)의 전승이다. 들뢰즈/가타리는 절대권이 신석기 이전부터 있었다고 가정한다. 그렇다고 치자. 19세기말 20세기 초에 국가의 권력의 미세한 지배는 현자의 태도로서 은둔지가가 되기에는 세세하게 권력의 힘이 미친다. “법 앞에서”라기 “절대권 아래서” 개인이 현실을 반추하는 것도 허상일 수 있다. 일반인은 법의 놀이에 무력하다. 지자가 현실을 진실로서 말하기 어렵고, 현자가 현실을 실재로서 행하기 어렵다. 아이러니, 우화, 역설이 넘쳐날 수 밖에 없다. 진솔하게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이 필요하다. (50TKI)]
***
목차
1부 유순한 동물들 15-174
2부 여행자의 하룻밤 175-289
3부 세상의 상인들 291-320
4부 법과 공동체 321-396
5부 일상의 근심 397-
6부 관객의 열망
# 옮긴이의 말 / 간추린 작가 연보
***
4부 법과 공동체 321-396
법 앞에서 / 변호인 / 농장의 문을 두드리고 / 징집 / 황실의 대령 / 영웅들의 출옥 / 신입 변호사 / 어떤 형제 살해 / 게임 규칙 / 감방 동료 / 코멘트 / 중재자 / 사슬 / 사원의 건축 / 도시의 문장 / 공동체 / 거부 / 레슬러 / 시험
# 법 앞에서(Vor dem Gesetz. 1915) 323-327
[법 대신에 처음에는 신으로 바꾸어 읽으면 통할 것 같았다. 이번에 읽으면서 그런데 중간 부분 지나서는 “열반(죽음)”으로 바꾸어 읽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소송은 1914/1915년에 쓰여졌다. (50TKA)]
“여기는 당신 외의 누구도 입장 허가를 얻을 수가 없었어요. 이 입구는 오로지 당신에게 배정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이제 나는 문을 닫고 갑니다.” [이 단편에는 여기서 끝나고 그 뒤의 글들이 없지만, 소송에는 길게 이어진다. 이 다음 문장은 이러하다. <“그러니까 문지기가 그 남자를 속인 거군요.” 카가 곧바로 말했는데, 그 이야기에 매우 강하게 끌렸던 것이다. “속단하지 말아요.” 신부가 말했다. ...> 직관주의자는 허구라고 말하고 주지주의는 속단하지 말라고 한다.]
[= 문지기는 그 남자가 입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문을 닫고 간단다. 문은 몸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 문지기가 원래 있는 것도 아니다. 프로이트는 초기에 무의식이 의식으로 나가는데 현관을 거친다고 했다가, 나중에 세 가지 위상으로 바꾸었다. 무의식은 초자아의 규제를 받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 남자처럼 문지기의 말을 사실로 듣고 있을 경우에만 규제를 받는 것이다. 여기서 문지기는 현관도 아니고 검열관도 아니고, 단지 사키야무니를 유혹하는 마라(魔羅, 마귀)와 같다. 허상 또는 허구를 그냥 돌파하는 파열하는, 또는 장난꾸러기처럼 담을 넘는, 짓으로 그냥 들어가면 된다. 그냥 들어가는 것, 그게 권능(puissance)의 힘이고 노력이다. (50TKB)
*** 참조: 소송 안에 「*대성당에서」(pp. 213-240)
< ... “제가 도대체 뭘 착각하고 있단 말입니까?” 카가 물었다. “당신은 법원에 대해 착각하고 있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법의 서문에 착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씌어 있지요. ‘법앞에 한 문지기가 서 있다. 이 문지기에게 한 시골 사람이 와서 법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문지기는 지금은 그에게 입장을 허락할 수 없노라고 말한다. 시골 사람은 곰곰이 생각한 후에 그렇다면 나중에는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가능한 일이지 문지기가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안 돼.> 법으로 들어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문지기가 옆으로 비켜났기 때문에 시골 사람은 몸을 굽혀 문을 통해 그 안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문지기가 그것을 보고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것이 그렇게도 끌린다면 내 금지를 어겨서라도 들어가 보시지. 그러나 알아두게. 나는 힘이 장사지. 그래도 나는 가장 낮은 문지기에 불과하다네. 그러나 홀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문지기가 하나씩 서 있은데, 갈수록 더 힘이 센 문지기가 서 있다네. 셋째 문지기의 모습만 보아도 나조차도 견딜 수가 없다네.> 시골사람은 그러한 어려움을 예기치 못했다. 그는 법이란 정말로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털외투를 입은 문지기의 모습. 그의 큰 매부리코와 검은 색의 길고 가는 타타르족 모양의 콧수염을 뜯어보고는 차라리 입장을 허락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훨씬 낫겠다고 결심한다. 문지기가 그에게 걸상을 주며 문 옆쪽에 앉게 한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날 여러 해를 앉아 있다. 그는 입장을 허락받으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자주 부탁을 하여 문지기를 지치게 한다. 문지기는 가끔 간단한 심문을 한다. 그의 고향에 대해 자세히 묻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다른 것에 대해 묻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체 높은 양반들이나 건데는 별 관심 없는 질문들이고, 마지막엔 언제나 그에게 아직 들여보내 줄 수 없노라고 문지기는 말한다. 시골사람은 여행을 위해 많은 것을 장만해왔는데, 문지기를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용한다. 문지기는 주는 대로 받기는 하면서도 <내가 받는 것은 당신이 무엇인가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일 뿐이라네> 하고 말한다. 여러 해가 지는 동안 시골 사람은 거의 쉬지 않고 문지기를 지켜보고 있다. 그는 다른 문지기들은 잊어버리고 이 첫째 문지기만이 법으로 들어가는데 유일한 장애물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는 처음 몇 년 동안은 이 불행한 사건을 큰 소리로 저주하다가 후에 늙으면서부터는 그저 혼자말로 투덜거릴 뿐이다. 그는 어린애처럼 유치해진다. 그는 문지기를 수년간 연구하다가 그의 모피 식에 붙어있는 벼룩까지 알아보고 그 벼룩에게까지 자기를 도와 문지기의 마음을 바꾸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마침내 그의 시력이 약해진다. 그는 자기 주변이 정말 점점 어두워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눈이 착각을 일으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제 그 어둠 속에서 그는 법의 문으로부터 꺼질 줄 모르고 흘러나오는 광채를 알아본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죽기 전에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 세월의 온갖 경험들이 그가 여태까지 문지기에게 물어보지 못한 하나의 물음으로 집약된다. 이제 굳어져가는 몸을 더 이상 똑바로 일으킬 기력도 없어서 그는 문지기에게 눈짓을 한다. 문지기는 그에게 몸을 깊숙이 수그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몸 크기의 차이가 시골 사람에게 매우 불리하게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또 무얼 알고 싶은 건가?>라고 문지기가 묻는다. <끈질기기도 하군.>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법을 절실히 바랍니다.> 시골 남자가 말한다. <지난 수년 동안 저 이외에는 아무도 입장을 허락해줄 것을 요구한 적이 없는 데, 어째서 그런가요?> 문지기는 시골 사람이 이미 임종에 다가와 있다는 것을 알고, 희미해져가는 그의 청각에 들리도록 고함을 친다. <이곳에서는 자네 이외에는 아무도 입장을 허락받을 수가 없네. 왜냐하면 이 입구는 단지[오직] 자네만을 위해서 정해진 곳이기 때문이야. 이제 가서 문을 닫아야겠네.>’” / “그러니까 문지기가 그 남자를 속인 거군요.” 카가 곧바로 말했는데, 그 이야기에 매우 강하게 끌렸던 것이다. “속단하지 말아요.” 신부가 말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작정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나는 책에 씌어 있는 대로 얘기를 했을 뿐입니다. 속임수에 대해서는 거기에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습니다.” .. (230-232)> - [신부의 ‘법 앞에 문지기’ 이야기는 카톨릭 피정에서 할 법한 이야기이다. 신법의 문지기는 각 개인에게만 열려있을 것이다. 그 신법이 그 개인의 사망에서 닫혀 진 것은 더 이상 신법이라는 “기만” 또는 “착각(l’illusion)”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상층의 상징에 매몰되면 그 앞에서 죽을 때까지 들어가지 못한다. 심층의 권능은 현실을 살아가면서 하나의 문으로 되어 있는 것이 없다는 것 안다. 흐름과 탈주선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문이 있다. 단지 현실에서 주체가 상층을 바라볼 때는 ‘하나’의 문만 있다고 착각할 뿐이다. (50RKE)]
< ...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 해요.” 신부가 말했다. “당신은 교도소 신부이지요” 카가 말하고는 신부에게로 다가갔다. 은행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가 말했던 만큼 그렇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여기에 더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난 법원에 속해 있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그러니 내가 당신에게 요구할 게 뭐 있겠습니까. 법원은 당신에게서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이 오면 받아들이고, 당신이 가면 내버려둘 뿐입니다.” (240, 마지막 문단의 마지막 부분)>
# 변호인 328-332 [(Der Unterstaatsanwalt. 1914–1915) [관영 검사(변호사)]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
나에게 변호인이 있는지 또는 없는지 아주 불확실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모든 얼굴들이 거부하고 있었고, 나를 향해 다가온 대부분의 사람들과 내가 계속해서 복도에서 만단 모든 사람들이 마치 늙고 뚱뚱한 부인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온몸을 뒤덮는 짙은 남색과 흰색 줄무니의 커다란 앞치마를 걸쳤고 배를 문지르면서 때로 둔중하게 몸을 돌렸다. (328, 첫 문단 시작부분) [법관의 두루마기가 여성옷 같다? 검은 색이 아니라 짙은 남색? .. / 중국이 전쟁기계인 관료에게 치마(두루마기)를 입힌 것에 대해 서양(들뢰즈?)가 감탄한 것이 있었는데 ... 어디서 보았는지?]
[이 토막글은 문단 구성이 없다] ... 왜냐하면 변호인들은 그들의 성질상 무겁게 움직이지만, 이 고소인들은 교활한 여우들이자 민첩한 족제비들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쥐들이어서, 가장 작은 틈 사이를 빠져나가 변호인들의 다리 사이로 재빨리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심하라! (330) [이명박과 김경준의 BBK와 “다스”의 140억을 연상하게 한다. “쥐들” 꼼꼼하게 챙겨서 작은 틈 사이를 빠져나간다. (50TKB) ]
그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커다란 장이 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장 대신에 나는 오로지 늙은 여자들만을 볼 수 있는 이 복도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고, 또한 그들 중 많지는 않지만 적은 수의 똑같은 사람들마저 끊임없이, 느린데도 불구하고, 나 때문에 서 있을 수가 없고, 나에게서 벗어나서, 마치 비구름처럼 떠다니며 미지의 용무 때문에 아주 바쁘다. (331) [주식 상장이라는 것이 바로 돈으로 소통하는 장터이며, 법원이 또한 장터같다고 하면, 현재 도박꾼을 변호한 변호사부터, 이재용을 변호하는 게다가 박근혜와 최순실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이 메타 장터, 즉 상층 장터이다. 개돼지(인민)이 알 길이 없지.. 하면서, 부랄보고 탱자, 탱자 하는 지도 모른다. (50TKB)]
# [농장의 문을 두드리고] 333-335
[여동생이 부농의 농가 앞을 지나며 문을 두드리는 듯 한 행동에 부농 주인은 신고를 하였다. 두 명의 재판관이 말을 타고 와서 나를 심판한다. 재판관은 “이 남자의 처지가 딱하다”고 한다. - 사법은 가진 자, 힘 있는 자 편이다.] 고 약
어느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나는 내 여동생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농장의 문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장난으로 아니면 부주의로 문을 두드렸는지, 또는 그냥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만 하고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나는 모른다. (333, 시작부분)
내가 이 감옥 안의 공기 말고 다른 공기를 또 맡게 될 수 있을까? 이것이 큰 문제일까, 아니면 내가 석방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게 오히려 문제일까? (335, 마지막 한 문단) [이 당시 체코의 사법체계는 거의 무소불위인 것 같다. 아마도 이 시대도 루이 14세 시대의 빈 봉투로 인신 구속하는 것과 같은 시대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토막글은 소송의 K의 체포, 두 감시인에 대한 태형리의 처벌(채찍형벌), K의 처형(處刑) 등을 암시하게 해준다. (50TKB)]
# [징집] Die Truppenaushebung. (1920), Titel von Brod. [징병, 병력모집]
[징집에 다른 지역의 처녀들이 왜 징집지역에 가서 스스로를 징집의 인원에 보태고자 하는가? 문득 드는 생각으로 그녀가 가난해서? 징집 거부자들에게 비겁하다는 비난의 징표로?, 국가기구에 스스로 종속한 자들의 또 다른 한 부류인가? 미리 정탐하려 들어온 국가기구 소속인가? ]
국경에서 전투가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종종 실시될 수밖에 없는 징집은 보통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336, 첫 문단)
사라진 남자는 결코 집 박에 있지 않고, 정말로 군복무를 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며, 단지 겁이 나서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를 사로잡은[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복무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며, 모든[이 에]게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337)
징병이 진행되는 집에서 그녀는 여느 일반적인 손님들과는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는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찬사를 건넨다. 그녀는 집 안의 모든 방들을 돌아다녀야 하면 모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보여야 한다. 그녀가 누군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면 그것은 아버지의 축복 이상이다. 그 가족이 징병을 위한 준비를 할 때 그녀는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그 자리는 출입문 근처로 징집관 귀족이 그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고 그녀 또한 그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그녀는 존중받지만 그것은 단지 귀족이 들어올 때까지만 이고, 이후로는 공식적으로 별 볼일 없는 존재가 된다. (339-340)
여분의 사람이 징집된 적은 결코 없었으며 그와 같은 일이 앞으로 생길 가능성도 전혀 없다. (341, 마지막 한 문장)
# [황실의 대령] 342-343
[현장에 관심 없는 황실 관리는 멀리 떨어진 황실에 대한 고상한 상상과 망상에 빠져있다.]
황실의 대령이 우리의 자그마한 광산 도시를 지배하는 수단이 무엇인지는 말하기조차 창피하다. (342, 시작문장)
왜냐하면 대령이 무엇 때문인지 그를 아주 세심하게 오랫동안 말없이 주시하기 때문이다. .. 그러고는 그렇게 오래 쳐다보면서 끊임없이 계속 어떤 애매모호한 미소를 짓곤 하는데, 그 미소는 금방 비고는 것처럼 보이다가 또 금방 꿈을 꾸면서 뭔가를 회상하는 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343)
# 영웅들의 출옥 344.
영웅들이 감옥에서 풀려났다. .. 나는 그의 책상 옆에 앉아서 그와 함께 영웅들이 줄을 선 모습을 조망했다. (344) [석방의 장면인지 .. 사형을 위한 이송의 장면인지 구분이 안 간다. - 이중성을 표현한 것인가 보다.]
# 신입 변호사 345-347 Der neue Advokat, 1917 [새 변호사]
우리에게는 신입 변호사 부세팔루스 박사가 있다. 그의 외모에서는 과거 그가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의 군마(軍馬)였던 시절이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통한 상황들을 잘 꿰고 있는 사람은 알아채는 게 몇 가지 있다. (345, 시작부분) - [1919년 카프카의 첫 단편집 시골의사(Un médecin de campagne) 속에 「신입 변호사(Le Nouvel Avocat)」가 실렸다고 한다. 이 단편 속에 부케팔루스가 등장한다. / 부케팔라스(Bucéphale Βουκέφαλας/Bouképhalas, Bucephalus)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의 말. / 중국에서 유명한 말로는 진나라 말기 항우의 오추마(烏騶馬), 한나라 말기 관우의 적토마(赤兎馬) 등이 있다.]
오늘날 – 그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 알렉산더 대왕은 존재하지 않는다. ... /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부세팔루스는 그랬듯이 법전들 속으로 틀어박히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는 자유를 그리워하면, 억압받지 않으려 하고, 고요한 등불 아래서 기사들의 신의에 대한, 그리고 멀리 알렉산더 대왕의 전투의 포효에 대한 페이지들을 읽으며 우리들의 오래된 책들의 책장을 넘긴다. (346-347) [체코의 이 시대에는 신입 변호사에게 입문식이 없었던가? /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들도 입문식이 있었다는데, 율곡도 당했다고 하는데, 말이다.]
# 어떤 형제 살해 348-352 Ein Brudermord [형제 살해]
[슈마가 베제를 살해하는 것을 팔라스가 창문으로 보았다. 남편을 기다리던 율리아는 남편(베제)의 주검에 온몸을 덮친다.] ,
살인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행해졌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 살인자 슈마는 달빛이 밝은 밤 아홉 시경 건너편 골목의 길모퉁이에 잠복해 있었는데, 그곳은 희생자 베제가 그의 사무실이 있는 골목에서 나와 자신이 살고 있는 골목길로 가려면 접어들어야만 하는 곳이었다. (348, 시작 첫 두 문단)
# 게임 규칙 353-354.
[한 문단으로 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놀이란 말인가? ]
우리는 ‘길-막이’ 놀이를 했다. 그것은 길의 구간을 정해서, 한 사람은 막아야하고 다른 사람들은 넘어가야 하는 놀이였다. 공격하는 사람의 눈을 가렸지만, 방어하는 사람은 공격하는 사람이 넘어가는 바로 그 순간 팔에 손을 대는 것 외에 공격자가 넘어가는 것을 막을 다른 방법은 없었다. (353)
... 그러한 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은 자신이 공격자가 되어서야 알아차렸다. (354)
# 감방 동료 355-359
[감방동료 전직 중대장은 (무용한) 망치로 구조될 것이라고 믿는다. 감방이니깐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
솔직히 말하면, 그 전체적인 일은 나와는 진짜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구석에 누워 사람이 누워서 목격할 수 있는 만큼만 목격하고, 내가 이해하는 만큼만 경청하며, 게다가 벌써 몇 개월째 어스름 속에서 살며 밤을 기다리고 있다. 나의 감방 동료인 고집 센 전직 중대장과는 다르다. (355)
하지만 그는 이 찌꺼기도 때로 방치해 두었다가 다시 그것을 향해 달려들며 그러고는 진정으로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면서 거칠게 숨을 쉰다. 그러나 그 때문에 내가 그보다 뛰어난 것은 아닌데, 어쩌면 방법에서, 뭔가 사소한 어떤 것에서 뛰어난 것일 수도 있으나, 그게 아니라면 아니다. (359) [감방에 뛰어나봐야, 그게 그거, 즉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 [코멘트] 360-361
[길 알려 달라는데. 길은 안 가르쳐주고 “포기해!”라고 하면, 그 사람도 길을 모른다는 것일 것이다.]
# 중재자 362-370 [Fürsprecher. (1922), Titel von Brod. 변호사(이주동 번역) 위로 올라가야 한다 (50TLG)]
[탄원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중재자의 요구가 많으면, 그것을 포기하고 자기 방식으로 살게 된다. 연암 박지원이 “호질”에서도 양반이 되고 싶어 하는 이에게 양반으로서 해야하는 인간답지 못한 짓거리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니, 그러나 그는 양반이 되지 않겠다고 했다.]
한 농부가 시골길에서 나를 추월하더니 나에게 함께 자기 집으로 가자고 부탁했다. 그의 인생을 비참하게 하는 그의 부인과 불화가 있는데, 어쩌면 내가 그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362)
[중재자의 요구사항에 대해] “... 내 아내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어째서 이렇게 오래 담판을.” 나는 말했다... .(369-370)
# [사슬] 371.
그는 지상의 자유롭고 안전한 시민이다. 왜냐하면 그는 사슬에 묶여 있고 그 사슬은 그가 모든 현세의 공간들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 심지어 이 모든 것을 맨 처음 사슬에 묶일 때의 어떤 실수 탓으로 돌리는 것조차 분명하게 거부하고 있다. (371) [인간이란 생명체는 생명(영혼)이 육체라는 사슬에 묶인 거라...]
# [사원의 건축] 372
다만 각각의 돌들에는 .... 아주 날카로운 도구들로 파 넣은 게 분명한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372)
# [도시의 문장(紋章)] 373-375 [Das Stadtwappen. (1920), Titel von Brod.]
초기에 바빌로니아의 탑을 건축할 때는 모든 게 어지간한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어쩌면 그 조직은 너무 비대해서 사람들은 마치 앞으로 수백 년간 마음껏 일할 수 있을 것처럼 이정표, 통역사, 노동자 숙소와 연결로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 (373, 첫 부분)
게다가 두 세대, 세 세대 후 .. 이 도시에서 생겨난 전설이나 노래는 모두 어느 예언된 날에 대한 동경으로 충만해 있는데, 예언의 그날 이 도시는 어떤 거대한 주먹에게 느닷없이 연달아 다섯 차례 강타를 당해 산산이 부서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 도시의 문장(紋章) 속에도 주먹이 들어있다. (375) [보르헤스 같으면 좀 더 바람을 넣어서 풍선을 크게 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 프랑-마송을 비꼬는 투 인 것처럼 보인다.]
# 공동체 376-377 [Gemeinschaft. (1920), Titel von Brod. [공동, 공동체]
[다섯명의 친구가 있다. 여섯째가 참견하는데 여섯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섯째인 그는 밀쳐내도 다시 온다. 같이 살아야지 별 수 있나? 숙명인 걸! ]
우리 다섯 명은 친구다. ... 우리가 그를 아주 세게 밀치든 어쨌든 간에 그는 다시 온다. (376-377,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한 줄)
# 거부 378-388
[상층의 지배. 상층에서 표면까지는 위계가 있다. 상층은 수도에서 중간층은 외지에서 온다. 그리고 표면. 표면에는 심층(인민)들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대표들을 선별하여 상층에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상층은 외부의 상위 권력의 대리이다. 이들은 시민(인민)의 이야기(청원)는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린다. 거부. 그러고 나서 일상을 여전히 이전대로 이루어진다. 불만은 청년에 있다.] - [[이들도 장년이 되면 그 관습되로 살아갈 것이다. ... ]
우리의 소도시는 국경과 인접해 있지 않다. 국경까지 한 참 멀지는 않지만, 어쩌면 이곳 소도시에서 거기까지 가 본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다. 황량한 고원지대를 횡단해야하고, 광활하고 무시무시한 지역들을 지나야 할 정도로 그곳은 멀다. 사람들은 단지 그 길의 일부만을 상상하는데도 피곤해지고, 그 일부분보다 더 많이는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대도시도 그 길 위에 있는데, 우리 소도시보다 훨씬 크다. 우리시 같은 소도시들이 열 개 나란히 놓여 있고, 또 그 위쪽에 또 다른 열 개의 소도시가 인접해 있어, 그 모든 것을 다 합친다 해도 이 거대하고 조밀한 대도시 하나를 응대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는 동안 길을 잃지는 않더라도, 그들은 분명히 대도시 안에서 길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을 면한다는 것은 도시의 크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378-379, 첫 문단 전부)
그러니 우리는 국경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서는 그래도 때때로 소식을 얻는 반면, 수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379)
우리 시의 모든 관리들은 수도에서 왔고, 중간급 관리들은 최소한 외지에서, 가장 낮는 관리들은 우리들 중에 위촉되었는데, 그렇게 된 것으로도 우리는 만족했다. 가장 높은 관리는 수석 징세관으로, 그는 최고위 서열을 갖고 있으며 또한 그렇게 불리고 있다. 지금 그는 노인이고, 나는 그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는데 이미 내 어닐 시절부터 ‘우두머리’였기 때문이다. (380) [수도에서 온 행정관은 징세를 위한 것이다. 로마의 총독도 징세관, 즉 식민지 수탈자이다. 울나라 미국 대사관도 총독과 같다. 아니라고 하는 자들이 많은 데, 징세(군사비)를 조종한다고 생각해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50TKG)]
편자공인 나의 아버지는 조합내 에서 명성이 있었으며 대표단의 일원이었는데 나를 데리고 갔다. 그런 구경거리에 모두가 몰려들고, 사람들이 군중 속에서 원래의 대표단을 거의 식별하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한 환영 만찬은 대부분 베란다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광장에서부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난간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당시 베란다의 4분의 1은 그[우두머리]가 차지하도록 남겨두었고, 나머지 4분의 3은 군중들로 가득 차게 설계되어 있었다. 약간의 군인들이 모두를 감시했는데, 반원 모양으로 그의 주위에 둘러서 있었다. 기본적으로 우리 모두에게는 군인 한명이면 충분했는데,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 그들에게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한 이빨인데, 아주 심할 정도로 입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작고 좁은 눈에는 불안하게 급히 움직이는 일종의 섬광들이 비친다. (382-383)
물론 나의 관찰에 따르면, 만족하지 않는 확실한 연령층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대략 열일곱 살에서 스무 살 사이의 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완전히 젊은 청년들은 중요하지 않은 이를테면 혁명과 같은 생각의 파급 효과를 예견하지 못한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들 사이에서 불만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388, 마지막 문단) [혁명의 기운이 있다고 해도 고착된 사회 조직에서 드러나지 못한다. 어째든 불만은 젊은이들에게 쌓인다. (50TKG)]
# 레슬러 389-393
일주일 내내 매일 밤 옆방에 사는 이웃 남자가 나와 레슬링을 하기 위해서 온다. 나는 그를 알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몇 마디 외침만을 교환했는데, 그것을 두고 ‘이야기 나눈다’고 할 수는 없다. “자!” 하는 소리와 함께 시합이 시작되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ㅇ게 짓눌려 이따금 “제기랄!”하고 신음을 토하며, “이때야!" 하고 갑자기 밀치고, "그만!" 하며 끝내게 되지만, 우리는 한동안 더 시합을 한다. (389, 첫 문장 시작 부분)
한번은 그가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 내가 그녀에게 인사를 하며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이에, 그가 갑작스레 뛰어들어서 나를 위로 잡아당겼다. “항의하네!” 나는 소리를 지르면 손을 들었다. “조용히!” 그가 내 귀에 속삭였다. 나는 그가 뛰어나 보이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수치스럽게 잡고서라도 그 아가씨 앞에서 이겨 보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391)
그들이[이웃남자와 아가씨] 문에 있을 때 이미 편재를 써내려 가고 있던 나는 그들에게 큰 소리로 짧은 작별인사를 했지만, 적어도 나로서는 그 두 사람이 마땅히 받을 만한 그런 작별임을 암시하기 위해서 발을 약간 사납게 찼다. (393, 마지막 문단의 마지막 문장)
# 시험 394-396 [Die Prüfung. (1920), Titel von Brod. ]
나는 하인이지만, 나를 위한 일은 거의 없다. 나는 소심하고 또 주제넘게 나서지도 않고, 더구나 결코 다른 사람들과 열을 지어 돌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바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내가 바쁘지 않다는 사실과 전혀 관계없을 수도 있다. (394)
“어째서 자네는 도망가려고 하는 거야? 이쪽으로 앉게나. 그리고 마셔! 계산은 내가 하겠네.” 그래서 나는 앉았다. 그는 나에게 몇 가지 물었지만, 정말로 나는 그 질문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 그리고 나는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탁자 위로 손을 뻗어 나를 눌러 앉혔다. “가만있어.” 그가 말했다. “이건 그냥 시험이었을 뿐이야.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사람이 시험에 합격하는 거였어.” (396, 마지막 문단 일부)
(8:36, 50T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