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면접 포트폴리오 마지막 한 슬라이드가 도저히 영감이 안 떠올라서 뻘짓중인데, 그 뻘짓이란 게 헬로톡 메세지 보내온 아랍인들한테 아랍어로(...) 답장해 주는 일이다. 페르시아어에 있는 아랍어 차용어 지식과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서 어찌어찌 해 나가고 있는데
외국어 몇 개 건드려봤지만 이 정도로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언어랑 접점이 없는 언어는 처음이다. 진짜 어디 다른 세계에서 온 언어같다. 괜히 어렵기로 악명높은 게 아니었다.
내가 여지껏 건드려본 언어는 한자문화권 언어-일본어, 중국어 아니면 인도유럽어-영어, 페르시아어, 우르두어(우르두어는 진짜 조금 깔짝대고 말았다)인데, 한자문화권 언어야 일단 한자어덕분에 한국인 입장서 어휘는 먹고들어가고, 일본어는 심지어 문법도 한국어와 매우 흡사하다. 중국어는 고립어에 성조가 좀 지랄맞긴 하지만 어쨌든 문법자체는 꽤나 단순한 편이다. 또한 1외국어로 배워온 영어가 인도유럽어족이기에, 같은 인도유럽어족이고 영어처럼 굴절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페르시아어나 우르두어를 배우다보면 대충 기본 문법 몇 번 들여다보고 구글 번역기 돌리다보면 문법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감이 온다. 또한 기초어휘들 중에 영어랑 비슷하게 생겨먹은 게 종종 보이기 때문에, 처음 접했을 때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어휘들을 마주하는 느낌까지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랍어는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문법개념에 대응할 구석이 좀체 보이지가 않으며, 기초 어휘들부터 완전히 다르다. 'no'부터가 매우 비범하다. 'ㄴ'비스무리한 소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어도 마찬가지지만, 다행히 한자문화권에서 살아왔기에 不가 딱히 낯설지는 않다.페르시아어, 우르두어는 모두 no에 해당하는 단어에 n소리가 들어간다. 반면 아랍어는 لا(la)이다. 아랍어와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페르시아어 차용어 덕분에 알고 있는 아랍어 단어들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도움이 된다. 들으려들면 하나도 못알아먹겠지만 말이다.
여튼.. 꾸준히 해나갈진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지적 도전이 될 것 같다.
[출처] 아랍어 건드려 본 소감|작성자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