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휴가를 5,6,7 삼일간에 걸쳐서 보냈다.
큰딸은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같이 가지 못하고 둘째,세째딸과 아내와 두동서 가족과 함께
열명이 움직이는 분대병력이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주중에 갔다.
토요일,일요일이 끼면 사람에 시달리고 차에 시달리고,휴가를 갔는지 안갔는지
갔다와서 후회가 늘어진다.
매일 오락가락 하던 비는 우리 일행이 출발할 땐 태양이 뜨겁게 달아있다.
첫번째 코스는 정선으로 정했다.
예전에 도둑이 정선 쪽으로 도망을 가지 않았다고 한다.
막힌길로 가는 멍청한 도둑은 없으니 말이다.
정선 아우라지 장터를 지나 구절리에 도착했다.
한국에선 제일 긴 오장폭포가 약 300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낙하한다.
이곳도,폐광이 되니 먹고 살길은 관광수입밖에 없다.
곳곳에 자리잡은 민박,팬션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묵은 팬션은 1322미터 노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노추산 전체가 적송이라고 할만큼 적송군락이다.
바로 앞엔 시원한 강이 자리잡고 있다.
상류라 물살이 세다.
물빛은 옥색이다.
정선의 명물인 풍경열차를 타려했으나 워낙 사람이 많은지라 저녁 9시 마지막표만 남아있다.
저녁엔 뭘 볼 수 있을까고 예매를 취소했다.
우리의 얘길 들은 팬션 사장님은 펄쩍 뛴다.
저녁엔 저녁대로 멋이 있고,내일 표를 예매하려면 새벽 2시 부터 매표소 입구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거기다,동네 노인들이 대신 줄을 서주면 수고비로 3만원을 줘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부랴부랴 매표소로 차를 몰아 저녁9시편 풍경열차표를 예매했다.
4인승은 26,000원.2인승은 18,000원.
요즘 같은 시대에 인터넷 예매를 안하고 갔냐고 웃지는 마소.
피크철엔 인터넷 차표는 접수불가랍니다.
오로지,매표소 입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팬션 사장말로는 오기로 3일을 버티고 기어이 타고 갔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더군요.
한 번 운행에 400명 정도가 탄다고하네.
아!
풍경열차에 대해서 설명을 안했군.
기차가 안다니는 선로를 관광으로 연계시켜 페달을 밟아서 가는 갱차와 자전거가 혼합된 그런 겁니다.
정식명칭은 '레일바이크'
낮엔 팬션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노추산계곡에 갔다.
얼음장 처럼 차가운 계곡물은 한낮의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짐은 물론 석잔 술의 취가가 말끔이 가신다.
출발지인 구절리 대합실은 엄청 큰 여치가 있다.
대합실이라기보단 카페이다.
이름하여 '여치의 추억'이다.
정선의 밤 9시는 하늘에 별이 반짝거린다.
밤하늘의 별을 잊고 산지가 십년이 넘은것 같네.
아내와 막내딸을 앞에 태우고 페달은 당연히 내가 밟고,둘째딸은 내 옆에서 조수이다.
레일바이크 운행구간은 7.2키로이다.
9시가 되자 바이크 부대들이 페달을 밟는다.
어둠이 깔린 산허리와 계곡을 지나갈때면 어둠과 스피드가 혼합된 공포와 액션이 연출된다.
약간은 경사가 진 곳을 통과 할 때면 마치, 인디애나존스에 나오는 갱차를 타고 무한질주하는 스릴을 느낀다.
앞에탄 아내와 딸은 비명을 지른다.
첫번째 터널을 통과할 즈음 어디선가 플래쉬가 터진다.
아주 적막한 그런곳에서 사진사가 홀로 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강을 도강할 땐 단선에서 느끼는..외줄을 타는듯한 서스펜스가 있다.
선로 군데 군데 있는 초록,빨강의 조명이 그나마 어둠의 공포를 해방시켜준다.
마지막 구간이다.
세번째 터널은 아리랑고개이다.
자연히 페달을 밟는게 부담이 된다.
여직 거의 밋밋한 내리막길을 오느라 시원하게 왔는데
구슬픈 '정선아리랑'은 터널에 울려퍼지는데
이마와 등줄기에선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다리의 힘이 고갈될 즈음 바이크의 운행은 끝났다.
이곳 하천에 사는 '어름치'가 우릴 반긴다.
정선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밤의 공포도 잊은채 아내는 가을에 또 타러 오자고 한다..낮에.
ㅋ~~너무 재미 있었나보다.
두번째날.
아침 6시 기상.
이렇게 공기 좋고 물좋은 곳에 와서 잠만 자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운동화와 런닝복을 입고 강줄기를 따라 10키로의 달리기를 했다.
여태 달려본 길 중에 최고의 길이다.
아침을 먹고 일행은 대진해수욕장으로 출발.
정선 구절리에서 강릉으로 넘어 가는 길은 가히 예술이다.
여직 운전을 했어도 말발굽 처럼 굽은 길을 세번 꺽어서 가본 적이 없다.
수영을 할 줄은 몰라도 물은 좋아해.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니 시원하다.
수영한계선 부근은 내 목 만큼 물이 찬다.
그 한계선 바닥을 발로 훑으면 모래에 묻혀있던 조개들이 나타난다.
물안경을 통해 보는 바다밑의 세계가 너무 좋다.
조개가 나타나면 수영을 잘하는 동서가 잠금질을 하여 조개를 손으로 잡아 올린다.
나도 나중엔 잠금질은 못하지만 조개를 두 발로 싸서 들어올려 조개를 잡았다.
뭐~이 없으면 잇몸이징~~
두시간 정도 조갤 잡자 냄비로 하나 가득이다.
ㅋ~수지 맞았다.
오후 4시쯤 되자 바닷물이 차갑게 느껴진다.
서울은 불볕이라는데 이곳은 한기가 느껴져 햇볕이 따사롭다.
옷도 두개를 껴입었다.
세번째날.
아침 일찍 동서와 함께 묵호항을 갔다.
이곳의 명물인 곰치매운탕을 먹기 위해 곰치를 사러갔다.
흉칙하게 생긴 고기인데 모양새와는 달리 맛은 있어.
처제가 끓인 곰치매운탕은 일품이다.
시원한 국물은 어제의 피로를 말끔이 가시게한다.
어제밤에 우리와 대작을 한 비치모텔 사장님은 우리에게 곰치탕을 한그릇 얻어먹자 "띵호!"를 연발한다.
가는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지,
사장의 어머니가 만들었다는 '따개비죽'을 한 솥 들고 왔다.
바닷가 바위에 붙어 있는 쬐끄만 따개비를 심심하면 바닷가에 나가 따다가 냉동에 보관하면서
모은 것을 끓인 죽이라한다.
가히~그 맛이 예술이다.
따개비는 워낙 작어서 죽을 끓일 만큼 모으기도 힘들다.
우리가 떠날때 사장의 모친은 쑥떡을 들기가 무거울 만큼 싸주신다.
귀경길에 봉평 허브나라를 들렀다.
6-7년전엔 한적한 시골길이 이효석을 상품화하고 허브나라를 선전해대서인지..
아니면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지어 놓았는지 팬션,호텔이 우후죽순이다.
허브나라는 예전보다 더 크게 확장되었고,손질도 비교적 잘되있다.
풀한포기 심는 정성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무심이 지나치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흥정계곡 상류로 더 올라가 자리를 잡고 계곡에 발을 담근다.
조카들은 여름의 멋을 아는지 물놀이에 열중이다.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서울이 가까와질수록 점점 열기가 더해간다.
꿈길 같은 시원하게 보냈던 삼일의 휴가는 이젠 끝.
내일 부턴 다시 삶의 현장으로...
첫댓글 가을만두님 올여름휴가 멋지게 아릅다움듬뿍 안고오셨네요 항상 성실하시는모습 멋져요
행님이 가장멋진 휴가 보내셨내요 휴가후기를 읽다보니 지가 동해안을 다녀 같아요 거기다 촛대바위 무릉계곡 등등 행님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