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국노 후손들의 땅찾기 소송에서 손들어주기, 뇌물받은 의사 무죄 판결등 법관의 양식을 의심케하는 판결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 사법부에 대한 실망을 금할 수 없는데 어제(2005. 2. 20.)는 “억대 상습 내기 골프”가 도박이 아니라는 판결이 등장하여 사람들을 또 다시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20일 게임당 고액을 걸고 수십차례 내기골프를 한 혐의(상습도박)로 구속기소된 이모(60)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그 판결이유가 가관이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 판사는 “내기골프가 도박죄가 되려면 화투처럼 승패의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돼야 하는데 운동경기인 내기골프는 경기자의 기량이 승패에 영향을 끼치므로 도박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운동경기에서 승패에 재물을 거는 경우까지 도박죄에 포함하면 국가대표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받는 포상금이나 프로선수가 추가로 받는 성과급도 도박으로 봐야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내기골프가 도박행위라면 홀마다 상금을 걸고 승자가 이를 차지하는 골프의 '스킨스 게임도 도박으로, 박세리와 박지은 선수가 재물을 걸고 골프경기를 해도 도박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나는 이 판결소식을 듣고 어떤 얼빠진 판사가 코메디 같은 판결을 했나 살펴보았는데 이 판결의 주인공이 이정렬판사라는 데 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진보.개혁 성향의 전.현직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서 그동안 양심적 집총거부권자 무죄판결, 공무원노조 노동3권 요구 집단행위사건 선고유예판결 등 진보적 판결을 내어놓아 소신 있는 판사라고 생각되어 내심 존경을 했었는데 이번 판결은 여간 실망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가 도박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이유는 그것의 승패가 우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 아니라 '불로소득의 취득을 가능케 하는 내기로 사회의 건전한 근로의식을 좀먹기 때문이다.
어떤 행위가 도박행위인지 여부는 승부가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지 만으로 따질 수는 없고 행위의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승부의 결정이 도박은 우연이고 스포츠는 기량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고스톱이나 포커 같은 도박도 기량에 의해 승부가 좌우될 수 있고 운동경기도 우연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기 골프는 경기 결과에 따른 승자의 이익이 다른 참여자의 직접적 손실로서 보전되는 것이므로, 승자에게 이익만 있을 뿐 다른 참여자의 손실이 없는 상금을 건 골프 경기 와는 성질이 전혀 다른 것이다. 만약 박세리와 박지은 선수 등이 거액의 자기 돈을 걸고 골프를 쳤다면 그것 역시 도박이다. 하지만 운동경기의 상금은 주최측 또는 국가에서 마련하는 것이며 선수가 자기 돈을 내서 상금으로 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동경기는 도박으로 볼 수 없는 것이지 그것이 기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인 것이 아니다.
억대의 상습 내기 골프가 도박에 해당한다는 것은 평범한 상식에 속하는 것임에도 이에 어긋나는 판결을 한 이정렬판사의 심중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 아마도 도박에 관한 형법이론 중 소수설을 택한 모양인데 판결이유가 대단히 교과서적이며 그 의미도 잘 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이번 판결은 이 판사의 큰 실수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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