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글이지만 읽어볼 만한 글입니다. 학생 야구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출처 : 엠바다, 글쓴이 혀튀긴다(영어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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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게 공부하는 것 보다 더 힘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학원에 등록한,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한 고3 학생을 보며,, 우리나라에서 야구선수를 한다는 것이
학생신분으로서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수 있었고, 또한 기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우리나라 학원스포츠의
문제점에 대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 학생의 살아있는 목소리는 내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해서 메아리를 치고있습니다..
이 학생은 서울에 있는 J고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제 강의실에 진열되어 있는 선동렬코치와
김성한감독의 사인볼을 보더니.. 말도 없던 학생이, "선샘~~ 야구 좀 좋아하시나 봐요?"
전 미소를 머금고 대답을 했습니다, "응, 쫌 좋아해"
그러니까 시키지도 않았는데... 야구얘기가 통하는 저에게 매일매일 휴게실에서 조금씩 자기 얘기를 줄줄
하더군요,, 내용인즉,
사실 유학가는 곳이 필리핀이다..그런데 J고 야구선수인데,,, 초딩때부터 애구를 해왔고 주전이었으나
자신을 스카웃하려는 대학이 없어서 대학진학에 실패했다. 모교가 전국대회 준우승을 했는데도,,,
현실이라는 것은,,,대입은 사실 아주 잘해서 스카웃 당하거나,, 잘하는 선수들 사이에 패키지로
그러니 쉬운말로 덤으로 입학하거나 아니면 돈을 써서 학교에 가는 방법밖에 없더라..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더군요...
자기 친구 중 집이 부유한 한 녀석은 원년의 프로야구 선수 중 장거리타자로 유명한 김모씨에게
한달 500 이상씩 주며 개인레슨을 받았고,, 그 사람의 주선으로 결국 후보정도의 허접실력인데도
1억을 써서 S대에 입학했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경우는 오라는 학교는 없고 무슨 인터넷대학(작년에 야구팀이 창단됬다고 하더군요) 에서
입학제의가 있었는데,, 2년 후 자신이 원하는 대학으로 편입을 하라는 학교 감독의 말도 신뢰감이
떨어지고,, 캠퍼스와 전용 운동장도 없는 학교로 가야하는 신세가 너무 서글퍼서 거부했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가 계속하는 말이...
"초등학교때는 무작정 야구가 좋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구팀에 가입했는데요...
중고교 시절을 보내면서,,,대학에 정말 가고 싶었습니다.. 대학교 하나 바라보고 겨울에 선배들이
빤쓰 위에 찬물을 뿌리고 언 언덩이살이 찢어지게 때리는 빠따도 참았는데.. 공부를 할걸 그랬어요,,
중고등학교때 이럴줄 알았으면 야구 때려치웠죠,, 오전수업이라도 열심히 듣는거였는데요...
하기야 합숙하고 대회중이면 수업도 못들어가죠.. 공부는 말잊죠,, 서울대 연고대 못가는 학생들도 갈 수 있는
중하위권 학교가 많잖아요,, 지방대나..전문대도 있고,, 그런데 야구는 정말 대학을 못가면 살길이 없어요,,
재수가 있는것도 아니고 늦은 나이에 아무런 기초없이 공부를 할 수도 없고요,,"
참,, 정말 얘네들은 대학에 스카웃되지 않으면,,, 대학교육을 받을 길이 없어 보이더군요,,
그런데 가운데.. 이 학생에게 예전 감독님의 부름이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중국이나 필리핀대학에 야구팀이 생기는것이 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나라들에는 좋은 지도자가
절대 부족해서 한국이나 일본 지도자들을 초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 친구가 예전에 모시던 감독님이 필리핀 최고의 대학중 하나인 모대학의 감독으로 초청되어서,,
이 친구와 대학진학에 실패한 제자 야구선수 몇 명을 필리핀으로 같이 데려간다고 합니다..
물론 유학생 신분은 맞지만,,그 학교의 운동선수로 등록하는건 어무런 제도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는군요,,
1년 동안 현지학생들을 선발해 같이 훈련을 하고 2년 후 부터 대회에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 얘기라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런식으로 국내 대학에 스카웃되지 못한 고교선수들이 외국에서라도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절벽위에서 앞길이 막힌 듯한 답답한 현실을 극복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학원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엔 제가 아는것도 없고,, 너무나 똑똑하신 분들이 체육계와 교육계에 많아서
알아서들 잘 하시겠지만,, 그 학생같이 학업은 포기하고 모교를 위해 운동에만 전념한 고교운동선수들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꿈인 대학진학이...구제의 방법도 없고 대안도 없이 죽고살기식의 대입방식에 의해 산산히 조각나는
모습을 보는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더 배워야 하고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의 모습을 바르게 가꾸며 올바른 사회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그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제도같습니다.
또한 수퍼태럴트 몇명을 제외하곤 도토리 키재기식의 비슷비슷한 능력의 고교운동선수들에게 접근해 고액
야구과외는 물론 기부형식의 대입 브로커역할(이거 사실 아주 큰 범죄행위입니다)까지 하고 있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프로야구선수 출신의 야구인들은 야구계에서 영구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프로야구선수 출신 중, 고교와 대학감독으로 부임하는 분들도 제발 그 부끄러운 돈의 유혹을 이겨내길
바랍니다. 당신들은 실력이 되는 아이들 마저 돈이 있는 자제들에 의해 티오가 찼다는 이유로 대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교육계의 암적인 존재들 중 하나입니다. 그러한 정신으로 무슨 페어플레이를 외치고, 공정한 룰의 경기인
야구를 가르치겠습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프로야구 선수 중 대부분의 우리가 이름을 알 정도의 1군 선수들은,, 사실 거의 모두 학창시절에 대입을 걱정할
필요 조차 없는 A급 선수들이었습니다. 실례로 저에겐 국내 모 프로야구팀에서 중간계투를 맡고 있고 고교동창
하나와 포수를 맡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하나가 있습니다. 사실 프로야구에서 중간정도 아니면 조금 아래의 성적을
내고 있는 그들이지만, 얼마나 화려한 아마추어 생활을 보냈는지, 대학진학과 프로 입단시 얼마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지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선수들이 은퇴 후,혹시 대학이나 고교의 감독으로 부임했을때 과연 대입
진학에 목숨을 걸고 있는 대다수의 운동선수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지는 정말 의심스럽습니다...
학원에 와서,, 기초도 없는 상태에서 초등학생 같은 필체로 필기를 하며 억지로 유학반을 수강하고 있는 이 아이를
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 운동하고 있는 아이들 모두,, ×같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괴물같은 교육제도의 희생물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가슴아픕니다..
어쩌면 우린 승리자들의 경기에만 너무 도취해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학생의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재작년 이맘때 J대 야구부 4학년 학생이 저에게 토플 수업을 장기간 받은적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나이도 있고
제법 정신적으로 성숙한 친구라 가끔씩 둘이서 소주잔을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그 학생의 경우는 초등학교 시절,
중학교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모두 특A급 선수의 길을 걸었던 학생입니다. 청소년 국가대표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외국대회에 나갔던걸 최고의 영예로운 일로 믿고 사는 그런 순진한 구석도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나중에 아주 친하게 되었을때 한번은 술이 거나하게 올라왔을때 저에게 가슴에 묻어 둔 고백을 하더군요,,
"선생님, 사실 제가 너무나 원해서 공부해서 대학원 가려는 거는요,, 이젠 야구가 정말 자신이 없어요,,
초등학교때는 야구 천재라는 소릴 들었어요. 중학교때는 내 포지션 국내 최고라는 얘기를 들었구요,
그런데 고등하교 정도 가니 정말 잘 하는 애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중학교때 전국대회에서 제 앞에서 빌빌했던
놈들이 몸이 산만해져 와서 겁나더라구여,, 그래도 전 항상 팀의 중심선수 였어요,, 청소년 대표에 선발도 되고요,,
그런데 대학에 오니,, 말보다는 항상 주먹과 발길질이 앞서는 선배들이 정말 무서워서 그만 두려고 마음 먹은게 한두번이
아니에요. 정말 마귀들 같이 선배들이 보이기도 하더군요. 선배들이 일부러 연습이나 자체시합 중 깊은 태클로 다리를
찍지 않나 수비시 교묘하게 불필요한 방해를 해서 송구를 할 수 없게 만들어 경기 중 병신을 만들지 않나,,
합숙시 온갖 자존심 상하는 심부름을 시키지 않나,,, 그리고 또한 감독과 코치의 체벌과 언어폭력은 정말 고등학교보다
더 가혹하더군요. 야구가 처음으로 잘 않되더라구요,, 마음이 불편하니.. 그리고 실력도 더 이상 늘지도 않고,,제가 너무
나약한 존재라는걸 처음 느꼈습니다. 또 한번은 3학년 올라올때 기합중 감독으로 부터 배트로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술이 좀 더 오르자 야구팬인 저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더군요,
" 선생님,, 프로야구 선수들 있자나요,, 정말 법대생들과 비교하면 다 사법고시 패스한 넘들 보다 자기방면에선
더 뛰어난 사람들이예요.. 일년에 사법고시 패스하는 사람이 과연 몇입니까? 신인 중 프로에 입단해서 프로야구
주전이 일년에 몇명 될것 같아요? 아무리 고등학교 야구팀수가 적다고 해도,, 선수들은 정말 많거든요,,
자기 동기중에 과연 몇명이 프로야구 구장에 서볼 수 있을것 같아요?? 도사급의 실력을 갖춘 포지션별 왕들끼리의
시합이 프로야구예요..그러니까 야구 못한다고 선수들 한테 욕하지 마세요..흐흐흐"
각설하고,, 비 오는 오늘,, 갑자기 왜 이 두 학생들이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대학생은 지금은 K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학원을 마친 후, 군복무 후에 결혼해서 유학을 가겠다고
하더군요. 스포츠메니지먼트 부분 박사학위를 따와서 꼭 자기가 선수로써 입단하고 싶었던 OB에 취직해 반드시
선수출신 단장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운동을 포기하고 처음에는 술 좌석 옆에서 지켜보기도 힘들정도로 괴로워
했으나 새로운 목표를 찾은 후 보기좋게 일어나 정말이지 멋지고 부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입니다.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제 고교 3학년 야구선수 제자에게꼭 해주고 싶은 말이있습니다.
" 사냥에 실패한 사자는 결코 굶어 죽지 않는다. 더 맛있어 보이는 사냥감을 향해 다시 달릴 뿐이다! "
첫댓글 우리 아들은 반드시 야구시킬려고 했는데.....
한켠의 야구세상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실과 이상.. 모든 야구인들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구타를 하니 선수생명이 짦지 재발 선진야구합시다 무식하게 구타하지 말고 못배운 사람이나 하는 짓
가능하면 야구 시키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