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산악회 산행후기- 힐링과 하나님 은혜를 함께 경험한 산행
최영열 장로 크메르목장
3년만에 힐링산악회 산행이 재개됐다. 모처럼 나선 산행이라 마음이 설렜지만 워낙 오랜만이라 약간의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떠나는 여행, 마음도 생각도 하나님 만드신 피조 세계에 안겨 힐링과 생각의 전환을 기대하는 이른 아침이었다.
교회 마당에 대기하던 전세버스에 오르자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눈에 띄며 환한 미소로 인사하기에 바빴다. 역전의 멤버들 이외에도 우리 교회 교인이었나 생각되는 이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예배드리는 시간과 섬기는 부서가 서로 달라 알지 못했나보다 생각됐다.
김인호 장로님이 직접 답사까지 마친 ‘충북 영동군 월류봉 올레길’을 박희경 산행대장의 인솔 아래 3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걸었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나는 시골길을 걷노라니 일상과 달리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산과 강, 바위와 나무, 새들과 작은 벌레, 낙엽 하나까지 회원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산행에 나선 이들에게도 눈길이 갔다.
가벼운 차림의 우리 회원들과 달리 저 멀리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강가의 좁은 흙길을 걷는 이들을 보며 우리가 찾은 이곳이 전문산악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곳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이곳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어, 이번 산악회 참여가 아니었다면 내 평생 이곳을 결코 찾지도, 와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산비탈과 강이 만나는 접경지에 위치한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과 나무들, 잘 만들어 놓은 데크길 아래를 흐르는 맑은 시냇물과 헤엄치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걷는 내내 함께한 회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간간이 삶은 밤 등 간식을 나눠주시는 권사님들이 계셔 맘까지 풍성해짐을 느꼈다.
중간중간 쉼을 통해서도 간식 나눔이 이뤄졌는데 떡과 감, 사과, 계란, 명태포 등 영양이 듬뿍 담긴 간식거리였다. 섬기시는 분들은 넉넉한 분량에 누구나 손 쉽게 집어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손질해 오는 등 배려해주시는 사랑의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신약교회 시대 로마의 핍박 가운데서도 성도간 서로 나누며 섬겨주던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섬겨주신 모든 분들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섬김이라 믿습니다.
큰 산을 뒤로하고 앞의 넓은 들 끝에는 강이 흐르는 곳이라 그런지 도로를 따라 별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인도 알 수 없는 집들이었지만 이후 별장을 짓는다면 어떤 집이 좋을까? 길을 걸으며 생각하기도 하고, 하늘나라에 가면 하나님께서 어떤 집을 만들어 주실까? 행복한 고민들에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시골길을 걷고 또 걸었다.
길가에 자리한 사과 과수원은 수없이 달린 빨강 사과들로 장관을 이뤘다. 나무 가득 풍성하게 열린 과일들로 인해, 농부들의 마음은 바라보는 내내 행복할 것 같았다.
길가 나무 꼭대기에 까지밥으로 남겨 놓은 빠알간 감들에서 새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보았고, 초등학생 키 쯤돼 보이는 감나무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크고 많은 감을 맺힌 것을 보며 애처러움과 함께 기뻐할 농부의 마음이 느껴졌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스스로를 농부라고 말씀하셨고, 그 열매로 나무를 심판하신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한참 가던 길가엔 올라가기도 힘든 큰 감나무들이 여럿 서 있었다. 잎은 일부만 남았고 풍성한 열매들이 나뭇잎 사이로 많이도 맺혀있었다. 찬 바람이 불어오자 그동안 나뭇잎에 가려있던 올해의 결실들이 빨갛게 화장을 하고서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찬 바람이 부니, 드러나는 현상으로 인생에게서도 고난이 오면 믿음 유무가 드러나는 것 같이, 하나님의 때, 주님께 드릴 것이 뭔지를 감나무 열매를 보면서 잠시 생각해 봤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통해서도 게으른 인생들에게 교훈을 주시고 계셨다.
숲속 그림책에나 나올법한 아름답게 지은 별장 같은 집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커피와 차를 파는 곳이었는데 집을 들어서자마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일행들이 나누는 대화 속 행복한 웃음소리에 그간의 시름을 모두 잊는 듯 편안했다. 한참을 걷고 난 후여서인지 커피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향기로웠다. 모두가 한 잔씩을 마시고 최종 목적지인 식당을 행해 출발했다. 개울을 건너고 들을 지났지만 평지만을 선택한 코스여서인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투박하게 보이는 손두부를 맛있게 먹은 후 도토리묵과 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힐링산악회 이름처럼 몸의 힐링이 이뤄지는 건강한 식사였다. 식사 후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 교회로 향했다.
김천에 다다랐을 때 순간 코스 변경이 이뤄졌다. 신광욱 집사님 한정열 권사님께서 자신의 농장으로 초대한 것이다. 재미나게 꾸며진 농장을 돌아보고, 비닐하우스 안에 싱싱하게 자라고 있던 풋고추를 땄다. 날씨가 추워 더 이상 붉게 익지 않는다고 한다. 각자가 비닐봉지을 받아 봉지 가득 따서 담았다. 청계 달걀을 구워 간식으로 제공해 주신 집사님께서 마지막엔 풋고추를 가득 선물로 주신 것이다.
산행 시작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안전과 섬김, 은혜로 채워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마음을 다해 섬겨주신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