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푸른숲 꿈
이상진
생명이 움튼다는 건 경이로운 사건이다
체리도 이유 없이 백 년을 기다리듯
온도와 빛과 수분의 조건들이 필요해
씨앗은 어떻게든 싹 틔울 법을 안다
적어도 일 년쯤은 묵묵히 버티다가
새봄의 따뜻한 신호에 흙을 뚫고 나온다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라고 말하듯
씨앗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부여잡아
우거진 나무의 숲을 포기 않고 이룬다
호미곶 등대마을에서
이상진
등대의 불빛이란 멈추라는 경고 아닌
무사히 지나가라 비추는 인도의 빛
망망한 밤바다 위에 희망 잃지 않도록
호미곶 등대 불빛 네 줄기 세 줄기로
또다시 네 줄기로 끊임없이 반복되어
밤바다 항로를 향해 크게 환히 비춘다
불빛이 인가 쪽엔 잠시 동안 꺼졌다가
바다를 향할 때만 다시 켜진 네 줄기 빛
그래야 마을 사람들 평안한 잠 들도록
<짚신문학 이상진 약력>
경북대학교 대학원 졸업. 경영학 박사. 1990년 겨울호 <시조문학>에 시조 대춘(待春)으로 추천완료. 한국품질경영연구원 대표로 재직하며 경북대학교 겸임교수역임. 대표작으로 <나이테> <담백한 삶> <영혼의 키> <청산도의 봄> 등이 있음. 시조집 『남도 가는 길』(2000) 『하늘이 푸르른 날』(2021)을 발간하였음. 육사백일장 장원과 제25회 대구시조문학상, 제22회 짚신문학 대상, 제26회 한국장로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을 수상함.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장로문인협회,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 이사, (사)국제시조협회, 대구시조시인협회 회원이며, 대구기독문인회 회장을 역임하고 대구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