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일본 문무왕의 노래가 의미하는 것
17회 연재에서 작가는 ‘일본 문무왕이 요시노 궁으로 거동했을 때 지은 노래를 독자 스스로 풀어보라’며 수수께끼 같은 힌트를 내놓았다.
그러자 ‘온종일 집안에 울려 퍼지는 전화벨 소리에 기겁했다’고 고백한다.
내기까지 했다며 정답을 알려달라는 독자들의 성화였단다.
그러면서 일본 문무왕은 (692-707 재위), 신라 문무왕(661-681 재위)의 후신이라는 학설이 있다고 하며 「만엽집」에 실린 그의 시 한 편을 해석한다.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하며 웃어넘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노래는 철저한 경상도 사투리(신라말)로 읊어져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노래가 이중가(二重歌)이기 때문이란다.
「만엽집」에는 이렇게 겉노래와 속노래의 두 겹 작품이 많다고 한다.
겉으로는 경치를 이야기하지만 끔찍한 암살을 지령하는 노래도 있고, 겉으로는 민망한 성애가로 보이지만 치열한 체제비판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문무왕의 이 노래에는 <요시노 궁에 거동했을 때의 노래. 일설에 왕 자신이 지었다고도 함> 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고 한다.
이 노래는 겉으로는 겨울밤 요시노 궁의 고독을 푸념하지만, 속으로는 춘화도 같은 정사(情事)를, 그리고 글 속에 왕권을 겨냥하는 뜻을 나타내는 3중의 노래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노래를 표현한 글자 속에 우리 말이 일본화된 경우를 소개하며 풀어나간다.
風(카제) : '바람'의 우리 옛말 ‘가시’(대기가 가시는 현상)가 일본화 되어 '카제'
寒久爾(칩아구이) : 경상도 사투리 칩아라(추워라)에서 파생된 ‘춥게구니’라는 겉뜻 속에, ‘치 박으이’, ‘왕 박으리’의 뜻을 담아 왕을 암살하겠다는 속뜻이 담김.
爲當也(하타야) : ‘爲’의 새김 ‘할’에서 ‘ㄹ’ 탈락하여 ‘하’. ‘當也’는 음독 ‘당야’가 ‘타야’로 변함. ‘하타야’는 우리 옛말로 ‘통틀어’. ‘깡그리’의 의미로 조선시대까지 이두식으로 표기됨.
이렇게 성애를 표현한 것 같은 겉뜻을, 신라 사투리로 해석한 속뜻을 보면,
<도읍 아스카의 기성 정치인들을 모조리 싹 가셔버리고, 정권을 잡아, 대개혁을 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학자들은 ‘爲當也’를 ‘하타야’로 읽어왔지만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혹시’, ‘어쩌면’ 정도로 해석한단다. 즉 말뜻도 모른 채 말소리만 정확하게 전해 내려온다는 의미다.)
특히 지통여왕에게 ‘나 홀로 당신을 독차지하여 밤을 지내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왕을 죽이고 나 혼자 정권을 독차지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란다.
지통은 702년에 58세로 세상을 떠났다(요시노 행차 시절에 지통은 40대 후반, 문무는 50대로 헤아려진다고 한다.)
이어서 8세기 중엽에 간행된 <회풍조(懷風藻)>라는 일본의 한시 책자에 실린, 문무왕이 지통여왕에게 바친 작품으로 여겨지는 시 한 편을 소개한다.
‘홀로 별 사이에 거울 지니며 다시금 은하수 나루에 뜨네’
지통은 달처럼 환한 미모였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큰 그녀의 매력은 총명함과 열정에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을 역산하면 당시의 왕은 지통이었지만, 실질적인 왕인 고시 왕자가 암살 대상이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고시는 백제왕자 교기의 후신인 천지왕의 아들이고, 부왕인 천지가 이복동생을 후계자로 삼자, 고구려계의 천무왕과 제휴하여 쿠데타를 일으켰고(연재 3,4,5회 참조), 훗날 다시 그 천무를 제거하고 스스로 왕권을 잡았다고 여겨지는 인물이다.
“4,516수의 「만엽집」 노래를 우리 옛말로 해독하며 완독하는 날, 동북아시아의 대격동기인 7세기 후반의 숱한 수수께끼도, 역사의 뒷무대도 낱낱이 드러나고 풀려나갈 것이다.”라는 작가의 주장에 괜히 가슴 들떠, 신문을 오려 스크랩하던 날도 있었다^^
30년 전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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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93년 5월 30일부터 조선일보 일요판에 연재된 기획물 ‘노래하는 역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더불어 스크랩한 신문의 뒷면에 실린 30년 전의 사회 실상을 추억하는 내용을 덧대었다.
작가 李寧熙(1931-2021) 선생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화작가,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만엽집(萬葉集·まんようしゅう /만요슈)
8세기 나라 시대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 20권 4,516수).
5세기부터 8세기까지의 시가이지만 대부분 7세기 초반에서 8세기 중반에 지어짐.
당시 일본에는 문자가 없어 우리의 향찰(이두 문자)와 비슷하게 일본어 발음을 한자로 표기.
그러나 문자에 대한 해석이 완전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현재도 정확한 의미가 불분명한 것들이 있다. 만요슈의 많은 노래는 중국, 한반도(특히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