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치는 산업과 개발에 복속되고, 경제에 복속되는 정치였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정치란 기본적으로 탈산업, 탈개발, 나아가서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을 지향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정치문화에서 탈산업, 탈물질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얼핏 이명박 정부가 ‘경제와 환경의 상생’으로 ‘녹색’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거기엔 사회의 형평성과 정의가 빠져있다. 녹색정치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에서 ‘사회 정의’ 차원의 형평성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녹색정치는 기존의 정치보다는 사회안전망과 연관되는 복지정책, 생태정책이 중요해진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광풍이 불었던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과 더불어,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적 기류가 녹색정치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안철수씨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는 것도 탈산업이라고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제 우리가 점차적으로 소위 ‘지식 소비 사회’, 지식사회로 접어드는데 여기에 마땅한 정당이 없는 것이다. 정치가 지금 사회에서 무엇을 지향해야 할 건가에 대한 이야기를 안철수씨 같은 사람들이 잘 정리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끌리는 것은 단순한 인기에 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흐름이 정치판을 한 번 휘둘러놓는 것도 여당이건, 야당이건 밑에서 기존의 정당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팽배해 있었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원한다는 것이 표출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야 쇄신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녹색정치가 사람들의 삶에 주는 구체적인 이익이 무엇인지 제시해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경제와 산업에 ‘노동’, ‘여성’, ‘환경’이 모두 희생 당했다. 녹색정치에서는 이 모든 분야, 모든 이들이 제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 계획이라든가 주거 환경을 살펴 보자. 지금까지는 환경이 이슈화되면 주거환경 정비 식으로 서울에 녹색공원도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녹색정치에서 탈산업에 대한 논의와 ‘주거’ 문제가 연결되면 삶 자체가 변화한다. 즉 도시 환경에서 위성도시 계획을 세우는 문제가 아니라, 녹색정치 안에서는 ‘주거와 직장의 분리’ 문제까지도 재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베드타운’에서 사무실을 출퇴근하면서 피곤하게 생활하는 일상이 변화될 수 있다. 기존 정치에서는 주거와 직장은 따로 노는 문제이다.
또 예를 들면, 산업사회에서는 출산이 산업화되면서 ‘병원과 가정이 분리’되었다. 탈산업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탁아, 가정 간호사, 사회복지 영역이 강화된다. 요양보호, 탁아 설비 등 서울시에서도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산업 논리에 밀리면서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녹색정치는 이렇게 돌봄노동에 대해 사회적 노동으로서 가치를 인정하여, 보건 정책에 있어서도 주안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얘기만 되어왔던 ‘국가탁아’ 예산이 훨씬 더 많이 배정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복지의 강화, 사회안전망의 강화가 녹색정치에서 더 핵심 사안으로 들어오고, 그게 사람들의 일상에서는 스트레스를 주는 경쟁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가족들의 노후를 혼자 책임 져야 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사회로 변화하는 것을 추동할 수 있는 것이 녹색정치의 핵심이라고 본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