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 용인자연휴양림에서 일주일 살아남기. 1탄
2011년 1월 16일 겨울에 있었던 날들입니다.
남편은 회사일로 바빠서 휴가는 낼 수가 없었고, 용인자연휴양림에 덜컥 예약을 해서는 아이들과 셋이서 일주일 동안 살아남기 프로젝트를 실행했답니다. 지금은 용인자연휴양림이 추첨제로 바뀌었지만 이 때만 해도 예약이 한가했던 때여서 가능했었습니다.
긴 긴 겨울밤에 아이들과 일주일 식량을 삽니다. 모닝빵, 귤 한 상자, 계란 한줄, 햄, 삽겹살, 음료수, 과자, 야채, 고구마, 오징어, 밀가루, 김치, 쌀을 챙기고 라면도 꼭 챙깁니다. 간장, 고추장, 후추, 소금, 식용유, 맥심커피, 핫초코도 꼭 조그만 통에 담아서 쌉니다. 세제와 샴푸, 바디크린저, 치약, 칫솔도 필요합니다. 양초도 꼭 넣어야 했답니다. CD 를레이어, 카메라, 스탠드와 따뜻한 숄을 챙깁니다. 수건, 양말, 속옷, 여벌 옷, 장갑, 모자, 침낭을 트렁크에 안 들어가도 쑤셔 넣어야 합니다. 겨울이라 옷이 잘 안 마르니까요. 이렇게 단촐하게 떠나려 했는데 무거운 것이 또 있네요.
바로 책입니다. 아이들 책, 내 책을 챙겨서 우리는 겨울산 아래 일주일 동안 지낼 숙소를 찾아 떠납니다. 물론 짐을 실어주는 아빠가 이 때는 필요합니다. 아빠와의 짧은 이별 속에도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지만 내심 저는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종류의 불안보다는 한가한 겨울 햇살을 포기하지 못하는 저는 이렇게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아이들을 데리고 온 것도 천만다행이지요.
통나무로 지은 숲 속의 집은 보기만 해도 좋아 죽겠는데 이 속에서 잠을 잘 생각하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하룻밤을 곤하게 잔 다음에 식탁 위에 숄을 깔고 아침은 호텔식으로 차려 줍니다.
접시에 모닝빵, 계란후라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소세지, 귤 반 쪽, 오이 쪼금, 우유 한 잔으로 차리고 저는 모닝커피를 마십니다. 물론 CD플레이어를 가지고 갖기 때문에 근사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 또한 작은 행복입니다.
설거지 할 것도 없습니다. 아침 먹은 그릇 세개와 컵 세 개만 씻으면 끝입니다.
이젠 뭐 할까요?
할 일이 없습니다. ..... 그래서 너무 좋습니다.
(2탄은 내일 or 나중에)
<포토일기 1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