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 시간에 가인 김병로가 변호하였던 사건 중에 '제3차 공산당 사건'을 얘기하는 중에, 그 영수 격인 김준연에 대하여 언급하였고, 그러다 보니 당시 독일에서 유학하던 민족지사들 가운데 한글학자 이극로, 그리고 소설가 이미륵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미륵의 일대기가 TV에서 특집 드라마로 만들어졌었네요^^ 총3회 가운데 1회만 보았는데, '압록강은 흐른다'와 '어머니', 무던이'를 같이 엮어서 보다 드라마틱하게 만든 것 같네요...
http://tv.sbs.co.kr/collection/tp1_review_detail.jsp?vVodId=V0000336715&vVodCnt1=00001&vVodCnt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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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극로, 이미륵 그리고 당시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김법린(기미 독립선언 33인 중의 일인-불교대표) 등은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피압박민족결의대회'에 조선 대표로 참가하기도 하였답니다. 다만 그 대회는 영국 식민지의 문제에 집중되어 조선은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쓸쓸함을 남겼다고 합니다. 당시 대회에 이미륵은 '이의경'의 이름으로 참가하였고, 그래서 처음에 다른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후에 동일인을 확인하였고, 이미륵의 또 다른 면모를 알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런데 그 대회의 쓸쓸한 결말 때문인지, 이미륵이 남긴 기록에 그 대회에 대한 얘기는 한 마디도 없다고 합니다....
제가 이미륵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벌써 20년 전 독일에 잠깐 유학을 하였던 때에 같이 갔던 화학과 친구로부터 였습니다. 그 형이 독문학을 하였는데, 이미륵이 쓴 '압록강은 흐른다'가 독일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참으로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읽지를 못하고, 귀국한 후에 번역(전혜린 역)본을 읽었는데,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치 가을날 맑은 시내, 아니면 청명한 하늘의 흰구름을 대하는 느낌이라고도 할까요?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스스로 기쁘고 부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이미륵은 저에게 한국인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미륵의 다른 작품 '어머니', '무던이'를 읽을 때에는 마치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맛보기도 하였습니다....
경성의전 재학 중 3.1운동 참여하고, 이후에는 다시 임시정부 국내 조직으로 '대한청년외교단'을 활동하다가 일제에 쫓겨 결국 중국으로 그리고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 독일에서도 의학과 생물학을 공부하다가 소설가 그리고 동양학 교수로 활동하였고,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소설로 전후 독일인들의 폐허의 가슴에 자연스럽고 순수한 인간 본연의 성정을 심어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한국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