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7일, 일요일 오전 9시20분 갯길 5번째 구간인 함평 해수찜길 걷기 일정을 시작합니다.
광주에서 많은 분들이 참석한 관계로 처음으로 버스를 임대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갯길 걷기 중 가장 많은 43분이 참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처음으로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 10여분의 스트레칭이 몸과 마음의 뻣뻣함을 확 풀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목포에서 숲 생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춘 소장님입니다. 갯벌의 생태와 나무의 종류 등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설명을 듣는 연수의 표정이 참 재미 있군요 . 끙~^ ^
서해안의 끊없는 갯벌과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 단조롭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갯벌과 바다가 보여주는 다양한 변화와 태양에 의해 연출되는 형형색색의 풍경에 감탄을 연발합니다.
갯벌에도 여러 종류의 색이 있으며 갯골의 형태도 어찌 그리 변화가 많은지!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농도에 따라 바다와 갯벌이 연주하는 교향곡은 이 길을 걷는 우리만이 들을 수 있는 특권입니다.
간간히 갯골에 걸쳐 있는 어선들과 고기잡이 그물은 하나의 조각품과도 같이 갯벌의 퍼즐을 완성시키고 바람과 구름과 파도는 그 퍼즐에 생명을 불어넣어 한 장의 예술품으로 갯가의 전경을 살려 놓습니다.
서해의 갯길은 또한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시간을 줍니다.
물 빠진 갯벌의 황량함, 인적 없는 해변, 바위에 부서지는 거대한 파도, 석양에 빛나는 노을들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나온 삶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것들을 눈앞에 펼쳐 있는 바다와 갯벌에 모두 풀어놓고 진지한 사고로 되짚어 봅니다.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며 자신과 대화하는 이 순간이 갯길을 걷는 가장 큰 정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움과 증오의 마음은 자연 앞에서 사랑과 용서의 마음으로 변하고 절망과 포기의 상황은 희망과 용기의 순간으로 바뀌어 갑니다.
갯길은 또한 우리에게 생명의 존엄함과 삶의 가치를 가르칩니다.
갯벌은 하나의 우주입니다. 갯벌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생물들은 하나 하나가 밤 하늘에 떠있는 별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지로부터 흘러든 자양분은 갯 생물들을 살찌우고 갯벌은 갯 생물에 의해 정화되며 바다는 정화된 갯벌로부터 살아나 다시금 인간과 대지에 생명과도 같은 수분과 단백질을 공급합니다.
이 생태계의 순환 고리 중 어느 하나가 제 구실을 못할 때 우주의 질서는 파괴되어 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므로 갯벌에 널려있는 수많은 생명체 하나하나에 생명의 존엄함이 깃들어 있으며 이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진화의 과정은 우리들에게 삶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볼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무안군의 갯벌 구간을 걸을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영광과 함평 구간을 5회에 걸쳐 걸었지만 무안군의 갯벌은 7~8회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정한 국가습지보호구역이며 우리도에서 전국 최초로 정한 갯벌도립공원이고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아주 많은 생태 타이틀을 갖고 있는 갯벌 구간입니다.
이 구간 역시 걷는 내내 우리는 갯벌만을 바라보며 걷게 될 것이므로 이미 갯벌에 취해 있는 우리의 눈은 물론 머리와 가슴과 발끝까지 갯 색깔로 물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색깔 만큼이나 순수해질 수 있고 더 깊은 성찰로서 자기를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갯길 행진에 참여해서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럼 일요일에 무안 갯길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사진, 그리고 아름다운 글 잘 보고 잘 읽었습니다. 참 마음이 아름다운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오네요. 또 길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