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못이 아냐. 네 잘못이 아냐."
"It's not your fault. It's not your fault."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맷 데이먼한테 해주던 그 명대사...그 대사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습니다.
어떤 영화냐고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이 함께 쓴 각본으로 만들어진 그 작품은
1998년 아카데미가 그들에게 각본상을 안겨줬고
심리학과 교수역을 호연한 로빈 윌리엄스에게는 조연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바로 <Good Will Hunting>입니다.
오늘은 할리우드 영화들의 제목에 관한, 제목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예정인데
왜 뜬금없이 <굿 윌 헌팅>의 영화 얘기부터 하냐고요?
네. 다 이유가 있습니다.
1998년 2월에 아카데미상 후보작들이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Good Will Hunting>은 마치 복병처럼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랬던 <굿 윌 ㄴ헌팅>이
각본상과 남우 조연상 후보(nominee)에 지명되자(nominated)
국내 언론들이 앞다투어 소개 기사를 쓰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이 작품이 그 당시 아직 미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미개봉작이었던 탓에
한글제목이 안 정해져 있었고
그 바람에 국내 기자들이 임의로 번역을 해서 소개했답니다.
몇몇 일간지의 기자들이 표기한 국문 제목은 매우 흥미롭게도
<선의의 사냥>이었습니다.
good will을 "선의의"로...hunting을 "사냥"으로 해석했던 결과지요.
Will Hunting은 주인공(맷 데이먼이 맡은 배역)의 이름이었는데 말이지요.
비슷한 사례는 몇 년 뒤에도 일어났습니다.
미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소개된 단편영화(short film)인데요
Walt Disney Pictures와 Pixar Animation Studio가 공동으로 만든
<몬스터 주식회사: Monsters Inc.>가 상영될 때 본편(feature) 앞에 붙여진 채로
함께 상영됐었던 작품이지요.
영어 제목은 <For The Birds>인데
이 단편이 다음 해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자
국내 언론들은 서둘러 <새들을 위하여>라고 소개를 했었답니다.
for the birds는 누가 봐도(?!) "새들을 위하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속어로 쓰이는 표현이며
worthless 혹은 silly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말에 왜 "새 머리" 혹은 "닭 머리"란 표현이 있잖아요.
머리가 좀 나쁜 사람에게 쓰는 속어니까 영어와도 절묘하게 잘 맞는 표현이군요.
수입/배급사가 채택한 한글 제목은 <새가 되어버린 새>였는데
당시 한창 유행했던 가수 "싸이"의 노랫말에서 착안하여
제가 지었던 제목입니다.
영화의 제목은 영어로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title입니다.
title은 굳이 영화에만 국한해서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요.
책이나 연극 등에서도 공히 쓰이는 용어입니다.
책의 표지를 title page라고도 하고
영화나 연극에서 극 중의 주인공이 작품의 제목과 이름이 같을 땐
title role이란 표현을 쓴다는 것도 알아두시기 바래요.
그러니까
Matt Damon played the title role in "Good Will Hunting".이란 문장은
Matt Damon played the part of Will Hunting.의 뜻으로 파악하면 되겠군요.
성수기 때 개봉하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 흥행작 영화들을 가리켜서
특히 event title이라고 한다는 것도 덤으로 알아두시면 유익하겠군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충무로가 있습니다.
충무로의 속설 중에
"영화의 제목이 좋으면 관객 10만 명은 손 안 대고 코 풀듯이 거저 따라온다!"는
재미있는 말이 있습니다.
title이 좋을 경우 잘 팔리는 것이 어디 영화 뿐이겠습니까만
할리우드 영화들의 제목 중에서도 우리말로 번역해서 소개를 해야 되는 경우에는
충무로 영화인들의 그 말이 더 실감나게 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넘기는 한국 영화가 나오면
난리경사라도 난 것처럼 모두들 좋아했던 시절에 통용됐던 말이니까
미국 영화 흥행작들한테 마치 시위라도 하듯이
500만 명을 훌쩍 넘기는 영화들이 심심찮게 만들어지는 요즘에는
10만 명이 아니라 수십만 명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네요.
번역이 잘된 제목들을 영어 제목들과 함께 몇 개만 소개해볼게요.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The Heart Is a Lonely Hunter>: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Immortal Beloved>: <불멸의 연인>
<While You Were Sleeping>: <당신이 잠든 사이에>
<As Good As It Gets>: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Blue Streak>: <경찰서를 털어라>
<The Other Sister>: <사랑하고 싶은 그녀>
이들 한글 제목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영화의 원제와는 물론, 영화의 내용과도 참 잘 부합됐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흥행에도 크게 일조를 했다는 점이겠군요.
<내겐 너무나 가벼운 그녀>란 할리우드 영화...아시죠?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게 있다: There Is Something About Mary>>를 만든
페라리 형제 감독이 연출한 작품인데
원제는 <Shallow Hal>입니다.
shallow에는 "겉치레만 따지는 얕고 가벼운"의 뜻이 담겨있고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물론 영화의 소재와도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 제목이자
창의력이 잘 발휘된 한글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흑인 코미디 배우인 마틴 로렌스가 주연을 맡은 <Blue Streak>의 경우에도
원제가 (1) 경관의 푸른색 제복과 (2) 전광석화같은 섬광의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영화의 소재와 스토리, 장르에 맞추어서
<경찰서를 털어라>로 지은 건 박수를 쳐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들의 영어 제목은 어떨까요?
머잖아
<말죽거리 잔혹사>와 <내 사랑 싸가지> 등이 개봉되겠지만
제가 소개하려는 영화는 인터넷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사례들의 효시가 아닐까 싶은데요 차태현, 전지현이 주연을 맡았던 <엽기적인 그녀>도 아시죠>
그 영화의 영어 제목이 무엇일까...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작사에 알아봤더니 <Grotesque Girl>로 정했다고 하더군요.
전 그게 참 grotesque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답니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들의 제목을 자국 언어로 잘 각색하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그 영화의 제목을 과연 어떻게 정했을지 문득 호기심이 발동하더군요.
역시!!
<My Sassy Girl>이었습니다.
sassy에는 "활기가 넘치고 대담한"의 뜻이 담겨있잖아요.
<나홀로 집에: Home Alone>으로 아역배우 스타덤(?!)에 올랐던 매컬리 컬킨이 역시 주연을 맡아 출연한 <My Girl>을 아주 적절하게 parody한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로 볼 때
sassy가 훨씬 더 "엽기적인"에 가까우니까요.
도입부에서 제목이 묘하게(?!) 옮겨진 사례를 소개한 것처럼
할리우드 영화들의 제목이 잘못 창작된(?!) 예들은 더러 있답니다.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의 출세가도를 점치게 한 액션영화 <Bad Boys>의 한글 제목은
<나쁜 녀석들>입니다.
제작사가
두 형사보다 범죄자들한테 무게를 더 실어서 제목을 정했을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Bad Boys>에서 bad는
마이클 잭슨의 노랫말에서처럼 "나쁜"의 의미가 아니라
great의 의미입니다.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실존인물인 존 내쉬의 배역을 호연했던
<Beautiful Mind>의 원작이 영화보다 먼저 국내에 소개됐을 때
<아름다운 정신>이란 title을 달고 출판됐었지요.
이 때의 beautiful도 great의 뜻인데 말이지요.
그러니까 <위대한 정신>이 더 적합한 거지요.
1990년대 초에 개봉된 <Basic Instinct>란 할리우드 영화...잘 아시죠?
R 등급을 받은 이 영화의 한글 제목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시듯이 <원초적 본능>입니다.
문득 "원초적 살인 본능"의 의미를 가진 <Basic Instinct>의
일본 제목이 궁금해지지 않으세요?
놀랄 준비 되셨죠?
바로 <얼음의 미소>입니다.
어때요?
우리나라 제목에선 성애영화적인(erotic) 느낌이 강조됐지만
직접적인 의미전달을 피한 이 일본 제목이 주는 느낌은 스릴러적으로 섬뜩하지 않나요?
참, 차태현과 전지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란 영화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걸맞게 요즘 한창 상영중이죠?
그걸 영어로는?
물론 <Happy Ero Christmas>라고 해선 안되겠죠?
<Happy Erotic Christmas>라고 표기해야 맞습니다.
여기서 erotic은 "에로틱"으로 발음하면 안됩니다.
"에롸릭"이라고 발음해야 되며 "롸"에 엑센트가 콱 찍힙니다.
참, 미국이나 캐나다에선 Merry Christmas라고 하지만
영국이나 아일랜드 쪽에선 Happy Christmas라고 한다는 점도 참고로 알아두세요.
[돌발 퀴즈]
<Mission Impossible> 1편을 찍은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초기 영화 중에 <Dressed To Kill>이란 영화가 있는데요
이 영화의 제목은 무슨 뜻일까-아-요?
---->
---->
---->
----> /정답/ "살인을 하기 위해 옷을 입은"의 뜻이 아니라
"눈부시게 옷을 잘 입은"(wearing very bright fashioable clothes)의 뜻입니다.
우리 식 속어를 섞어서 표현하면
"죽여주게 옷을 잘 입은" 쯤 되겠군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원제목이 중의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도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