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는 아무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거리낌없이 먹을 수 있다고 하여 `막'이라는 접두사가 붙었다고 한다. 서민층의 국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막국수 하면 춘천을 떠올리지만 막국수는 이제 강원도의 음식이다. 강원도 어느 고장에 가더라도 소문난 막국수집 한 두곳 없는 곳이 없다. 이렇게 강원도가 막국수의 고장이 된 데에는 막국수의 주재료인 메밀의 생장 특성과 무관치 않다. 기온이 낮은 고지대에서 잘 자라는 메밀 생장 특성과 강원도의 지역적 여건이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막국수는 메밀을 주재료로 하지만 메밀만으로 국수를 뽑으면 국수 발이 푸석해지기 때문에 감자가루나 고구마가루를 섞는다. 그러나 전분을 너무 많이 섞으면 메밀의 구수함이 사라지고 고무줄같이 질기기만 해지니 메밀과 전분의 비율이야말로 막국수 맛을 좌우하는 열쇠라 하겠다.
막국수는 지역마다 차림새나 먹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춘천막국수 경우는 국수와 육수를 따로 내면 먹는 사람이 취향에 따라 비벼 먹거나 국물을 부어 먹지만, 동해안 지역의 막국수는 보통 처음부터 육수를 부어내온다.
맛도 조금 다르다. 춘천막국수가 새콤달콤한 여성 취향의 맛이라면, 김과 참깨 가루가 많이 뿌려지는 동해안 막국수의 시원하고 담담한 육수에서는 보다 남성적인 맛이 느껴진다.
삼척의 ?5s부일막국수?5b는 삼척지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인근의 태백, 동해, 도계 등지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막국수집이다. 이 집 막국수는 고기·멸치·다시마·무 등을 우려 육수를 만든다고 하는데 시원하면서도 혀에 착착 감기는 끝맛이 좋다. 일반적으로 시원한 육수는 맛이 싱겁고, 감칠맛 좋은 육수는 인공적인 뒷맛이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이 집 육수 만큼은 예외다. 메밀과 전분을 7:3의 비율로 섞어 뽑는 국수는 메밀 함량을 늘려 풋풋함을 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나쁘진 않다. (033)572-1277.
강릉과 주문진의 중간인 연곡에 있는 ?5s동해막국수?5b의 막국수는 시원하면서도 진한 육수가 일품이다. 육수는 동치미국물과 고깃국물을 섞어 만들지만 고깃국물 맛이 다소 강한 편이며, 국수는 쫄깃하게 찰기가 살아있다. 연곡농협과 연곡 등하교 중간지점에 위치. (033)662-2263.
양양에는 동해안을 대표하는 쟁쟁한 막국수집들이 버티고 있다. 주문진과 양양의 경계인 입암리에 자리한 ?5s입암리막국수?5b는 까실한 메밀국수에 시원한 육수가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1968년부터 막국수를 해오며 지금은 버젓하게 현대식 건물까지 지어 준기업형 막국수집으로 발전하였는데 옛 허름한 막국수집의 운치가 사라져 아쉬움이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옛맛을 잘 지켜나가니 손님들의 발길 또한 꾸준하게 이어진다. 이 집 막국수의 포인트는 메밀 순도 높은 구수한 국수와 한사발을 들이켜도 뒷맛이 남지않는 시원하고 담백한 육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빔막국수는 들기름으로 비벼 조금 들척지근하다. 양양군 입암리 임당초등학교 앞에 있다. (033)671-7447.
?5s단양식당?5b은 80년에 걸쳐 3대를 이어오는 전통의 막국수집이다. 식당을 시작한 할머니의 고향이 충북 단양이어서 옥호를 단양식당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 집은 막국수와 냉면을 같이 하는 것이 독특한데, 차이가 있다면 막국수는 메밀만으로, 냉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국수를 뽑아 사리의 질감이 다를 뿐이며 육수나 양념은 같다. 이 집 막국수 육수는 냉면스타일의 깔끔한 맛으로 감칠맛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이 집의 막국수를 최고로 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질긴 사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막국수 대신 냉면을 주문하면 된다.
제육(1만3천원)도 맛있어 제육을 몇 점 전채 삼아 곁들이고 막국수로 마무리 하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양양사거리에서 양양 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다가 국민약국 옆에 있다. (033)671-2227.
?5s실로암막국수?5b는 동해안의 대표 막국수집으로 좋을 만큼 명성이 드높다. 이 집에서 막국수를 맛보았다는 것은 각자의 맛기행 이력에 적어둘 만한 일로서 속초, 양양지방의 나들이길에는 뺄 수 없는 코스다. 생전 정주영 회장은 한 달에 몇 번씩 이 집을 찾아 막국수를 즐겼다고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서울에서 일부러 비행기를 타고와 막국수를 먹고 돌아간다고 할 정도로 골수 단골들이 많다,
이 집 막국수는 맛이 조금 독특하다. 고기국물 맛이 강한 여느 막국수와 달리 동치미 국물로만 말아내는데 김치를 다져 넣고 동치미 국물만을 부어 먹기 때문에 이북식 김치말이를 먹는 듯한 느낌이다. 국수는 메밀 알갱이가 씹힐 듯이 거칠지만 구수하다.
물막국수와 비빔맘국수 구별이 따로 없으며 비빔막국수에 동치미국물을 부어가며 들기름, 설탕, 식초로 각자가 알아서 맛을 내 먹는다. 삼겹살을 얇게 썰어 달콤하게 무친 무말랭이, 미역 등과 같이 내오는 제육(300그램/1만2천원)도 소문난 맛이다. 위치는 양양군 속초비행장 부근이다. 일요일은 쉰다. (033)671-5547.
/막국수
주용<베스트 레스토런츠>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