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는 더 바쁩니다
정산에 가서 밀린 일을 하느라 한 주일에 며칠씩을 일해야 합니다
예초기로 풀깎기, 밥나무 농약주기와 거름주기, 고구마밭 김매기 등 온 산을 헤매며 일합니다
올 여름 유난히 더워 많이 힘들었습니다.
오죽잖은 글 읽어주시는 형제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리어카 장수
“아저씨, 리어카 한 대 얼마예요 ?”
“응 이건 2500원이고, 이건 3000원이야”
여기서부터 내 리어카 행상이 시작됐다.
왕십리 부근 성동시장 근처의 중고 리어카 판매점이었다.
입으로 벌어 먹기는 틀린 것 같고, 그렇다고 머리를 써서 돈을 벌기에도 능력이 모자람을 깨달은 내가 내린 결정이 몸으로 때우는 것이었다.
자, 리어카는 샀고, 이 리어카에 무엇을 싣고 파느냐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나에게는 중요한 결정이었다.
시장을 둘러보니 리어카에 생선을 늘어놓고 팔기도 하고, 옷가지도 팔고, 과일 등 갖가지 용도로 먹고 살 길을 뚫고 있었다.
그 중에서 과일이 제일 간단하고 좋을 것 같았다.
과일 도매집에 갔다.
이제 남은 돈은 달랑 2500원,
생명줄 같은 돈이었다.
이 것, 저 것 살펴보다가 배 두 상자를 샀다. 전 재산이 들었다.
배 치고는 크지도 않고, 복숭아 보다는 조금 더 큰 배 50여 알이 새 주인을 만났다.
빈 상자를 리어카 바닥에 엎어 놓고 가마니 한 장을 튿어서 그 위에 깔았다.
가마니 위에 두 상자의 배를 늘어 놓으니 구색이 갖춰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리어카를 끌고 나서려니 눈 앞이 캄캄하다.
첫째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우선 시장을 나서기는 해야겠는데 갈 길도 막막하다.
모자를 뒤집어 쓰고, 그것도 모자라 고개까지 푹 숙인채 리어카를 끌고 첫걸음을 떼었다. 리어카 행상으로.....
얼마 가지 않아 조용한 골목의 막다른 골목을 발견하였다.
리어카를 받쳐 놓고 쭈그리고 앉았다.
우선은 아무도 다니지 않아 마음이 편안하였다.
둘째, 얼마씩을 받고 팔아야 하느냐가 문제였다.
원가가 한 개에 50원 꼴이니 50원씩을 받으면 본전, 돈이 남지 않는다.
그렇다고 100원씩을 받는다면 돈은 남지만 팔릴지도 의문이다.
‘그래, 75원씩 받자. 두개 150원, 4개 300원, 딱 떨어진다.’
‘너무 비싸다고 안 사는 것은 아닐까 ?’
갖은 궁리를 하다 보니 해가 기운다.
막다른 골목, 사람 하나를 볼 수가 없으니 배 한 개도 팔지 못했다.
‘이거 안되겠다. 이 배를 팔지 못하면 나는 거지가 된다. 용기를 내야지’
막소주 한 병을 사서 나발을 불고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날이 어두워진다. 리어카를 끌고 나섰다.
한 참을 가다보니 어느 삼거리 가로등 밑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서울 을지로 5가 광장시장이었다. 시장 상인들은 장사를 끝내고 문을 닫았고 지나가는 행인들만 바삐 오고 간다.
리어카를 세우고 손님을 기다렸다.
얼마 있지 않아 첫 손님을 맞았다.
“배 한 개에 얼마씩인가 ?”
“예 두 개 150원, 네 개 300원입니다”
“이 배 맛이 있나 ?” 물으나 마나한 말이다.
“그럼요, 먹골배예요” 그 당시에 태능 옆의 먹골이란 동네에서 나는 배를 최고로 여겼다. 나에게 배를 판 사람이 한 말이다. 그래서 배장수들은 누구나 먹골배를 들먹였다. 술김인지 거짓말도 술술 나왔다.
“4개 싸줘요” “네. 고맙습니다” 첫 손님을 치뤘다. 개시 손님이다.
나중에 보니 그 자리가 명당이었다.
큰 네거리를 돌아서 가야 하는 사람들이 지름길로 이용하는 시장 골목은 좁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왕래했다.
또 통행금지가 있던 시기라 광장시장 상인들이나 부근의 직장인들이 버스를 타고 시 외곽으로 나가려니 빨리 서둘러 버스를 타야했다.
집에 그냥 들어가려니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생각이 나서 급한 대로 따질 것 없이, 깎으려고도 않고 서둘러 싸달라고 하였다.
그럭저럭 팔다보니 배값이 빠지고도 얼마의 배가 남았다.
‘성공이다. 장사가 팔자에 맞나보다’
내일 살 배 값이 생겼다는 것이 행복했다. 또 팔다 만 배도 꽤 되고....
여관에서 지저분한 꼴을 보는 것보다, 입으로 사기치듯하여 책 한 권을 파느라고 목을 매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
첫 날 장사를 끝낸 새내기 장사꾼의 소박한 마음이었다.
밤 11시 오가는 행인도 뜸하여 리어카를 보관소에 맡기고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