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4545 등록일 2011/12/30 | 추천 8
좋은 글들을 맨날 공짜로 보는 것이 미안해서 저의 약 3년전 부동산 투자 실전기를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번 적어봅니다.
1) 아파트를 팔다
퇴직이 얼마 안 남은 것을 알고 마누라와 앞으로의 재무설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재산이라고는 현찰 2천만원에, 각종 연금, 보험 들어둔 것, 그리고 부동산으로 15년이 된 39평 아파트, 어머니로부터 상속받은 재개발지역 한옥의 공유지분, 그리고 현재는 맹지지만 2015년이 되면 전철역이 눈앞에 들어서서 개발이 불가피한 땅 조금이 전 재산이었습니다. (평가액으로 약 10억 수준)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이죠. 90% 이상이니까. 와이프가 재무설계를 배우고서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같이 결론을 내렸죠. 전 부동산을, 와이프는 금융 쪽을 공부하기로 하고, 아고라 등에 드나들면서 경제 및 투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결국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기로 결심했습니다. 다른 것은 건드릴 수가 없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고나 할까요? 처분을 결심한 이유는 퇴직시 55세에서 연금들이 나오는 63세까지(58년 개띠여서) 연금도 마져 부어야 하고, 아들딸 대학 마치고, 시집장가 보내야 하고, 생활도 해야 하는데 이런 돈이 나올 구석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기존 아파트를 팔고, 와이프 소원이던 더 큰, 새 아파트 전세로 옮겼는데, 이때 남은 총탄이 약 2억 5천 정도 생겼습니다. 이제부터 이 돈을 잘 투자해야 하는데..
2) 나름 비중을 고민하다.
절반은 금융자산에, 절반은 수익성부동산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부동산에 미련이 많기도 했지만 금융자산 투자에 실력이 부족해서..
결론은 금융자산에 투자한 부분은 여태 별로 재미를 못보고 있습니다. 우리 와이프가 그 중 절반은 변액보험에 넣고 관리를 했는데, 아시다시피 주식이 요동을 쳤던 고로, 채권형과 주식형을 적당히 왔다갔다 관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전이 간신히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업비를 떼어낸 이후 계산이니 사실 선방했다고도 보여지는데..하여간 이후에는 점차 좋아진다고 하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3) 부동산 투자기..
일단 주변 수익성부동산에 대해 알아봤지요. 서울, 수도권 곳곳을 마누라와 같이 주말마다 누비면서 실사를 했습니다. 상가, 오피스텔 수익성이 전부 별로더라고요. 가격이 오른다는 가정을 빼고 철저하게 수익성을 따져보자는 것이 와이프와의 원칙이었습니다. 오르면 좋지만 앞으로 그럴 확률이 점점 적어진다고 판단했거든요..건물 투자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는데, 우리가 가진 총탄 1억 몇천 가지고는 엄두도 안 나고..
눈을 전국으로 돌려보자고 했는데, 솔직히 와이프랑 자동차 여행을 가고 싶은 불순한 의도도 깔려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1박 2일 여행을 떠나서, 그 동네 부동산을 탐방하고, 멋집맛집 들어가 맛있는 음식먹고, 그 동네 좋은 숙박시설(펜센, 첨단 모텔 등등) 가서 분위기도 살리고... 흠흠..
이슈가 되는 곳들은 전부 한번 돌아봤지요. 새만금, 세종시, 혁신도시 주변, 강원도의 춘천, 원주, 강릉, 속초, 기존 대도시 중에는 부산 해운대 일대, 광주, 대전 등등..
새만금은 이미 군산은 오를대로 올랐고, 변산 방향이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너무 많이 묶여 있어야 하고, 둘째 이슈는 여기에 땅을 만들어 싼 가격에 공급할 것인데, 군산과 변산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땅값이 떨어지겠다 싶더라고요.
세종시도 아파트 분양전이고, 1차 선수들이 훑고 지나간 자리라, 세종시 주변 땅을 몇개 소개 받았는데, 우리 아버지께서 옛날 연기군에 가지고 있던 땅을 헐값에 매각했던 자리 부근이라 본전 생각이 자꾸 들어 포기를 했습니다.
해운대를 찾았을 땐 솔직히 놀랐습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본 해운대는 옛날 놀러오던 해운대가 아니더라고요. 맨하탄을 보는 느낌이랄까.. 여기는 뜬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한데 워낙 단가가 높아 포기를 할 수 밖에..돈만 있었으면..
혁신도시 부근으로는 나주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한전과 정보통신 등 돈이 많은 기관이 내려온다는 장점이 있어 나름 장래성이 있어 보였지요. 살만한 아파트 물건 자체가 몇개 없는데, 생각보다 비싸더라고요..
솔직히 춘천이 좋아보였지요. 전철이 개통되면 뜰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한데 춘천이 본가인 매제와 가장 절친이던 춘천고향 친구가 극구 말리는 것입니다. 오히려 서울에 흡수될 것이기 때문에 경기가 더 안 좋아 질 것이고.. 10년째 부동산이 그 자리여서 절대로 앞으로 오를 일이 없다고 하네요. 하도 적극적으로 말리니까 하기가 좀 그래서... 포기하고..(그때 봐 두었던 곳으로 했으면 거의 1년 만에 30-40%는 먹었는데..^^)
평창이나 원주 부근은 올림픽 유치되면 뜰 것 같은데 결국 장기적으로 사기성이 농후하다는 결론(게다가 기획부동산이 훑고 지나간 자리라, 생각보다 집값이 엄청 비쌌고)으로 포기하고..
결국 해뜨는 것 자주 보러갔던 강릉에서 속초 구간이 자꾸 마음에 끌리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정당성을 찾아야 하기에 여러가지 이유를 찾아봤지요.
2015년까지 동서고속도로가 춘천에서 양양으로 연결되고, 동해안 고속도로는 현재의 주문진에서 다시 속초로 연결되고, 2015년이 되면 양양이 연결점이 되어 중요한 고속도로의 끝지점은 속초가 되겠더라고요. 그리고 그 마지막 지점은 미시령 내려오는 한화콘도 앞이 되고.. (맨날 놀러 가던 곳.. 신난다..)
글쎄 땅 볼 실력은 안 되고, 총탄도 미미한 지라,아파트로 눈을 돌리기로 하고..속초 부동산 몇 곳을 돌았습니다. 마누라가 안방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유자라 아는 사람을 물어 물어 찾아갔습니다. 서울에서 괜찮은 아파트 있으면 투자하러 왔다고 했더니 '이 사람 미쳤나?' 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0년간 아파트 가격 동결에, 재건축 추진하던 곳 중단에, 거래가 거의 없는 곳인데 무슨 투자냐는 것이죠. 집값 오를 확률이 거의 없다는 부동산의 강력한 만류에도 수익성이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지요.
저희 목적은 수익성입니다. 집값 안 오르면 팔자니까 좋고요.. 수익성 좋은 놈으로 소개해 주시죠..
완전 이상한 놈 취급 당했습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추천해 준 곳이 중학교 바로 옆에 붙은 20년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평당가가 230만원입니다. 예???? 230만원짜리가 있어요? 임대아파트 였다가 주민들에게 불하되었고, 오래 된 것은 싸답니다.(17평 짜리 한채가 4000만원 이하)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새 아파트는 평당 600만원.. 진짜요? 바로 마주 보는데 가격이 그렇게 틀려요? 이 동네는 다 그렇답니다..
앞으로 재건축도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월세율이 좋으니까 괜찮다고 해서 물어보니 월세율이 년간 환산해서 10% 이상 됩니다.. 여태까지 보아온 물건 중 최고 입니다.. 일단 정기예금 이자의 최소 2배 이상이니까.. 일단 1개 잡았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일단 보일러도 갈아주고, 좋은 집 주인 노릇하자면서 좀 투자를 해서 완전히 분위기 쇄신했습니다. 이래서 돈이 되나? 하여간 집이 깨끗하니까 월세는 직방 빠지네요. 그래도 수리비 포함해도 월세율이 년 10% 되니까 어디입니까? (당시는 정기예금 이자가 2% 대까지 내려갔었지요)
결국 3채를 구입했지요.. 계약할 때마다 내려가느라고, 마누라하고 금술도 좋아지고..
2번째 집을 샀을 때는 우리가 직접 수리를 해 보자고 하고.. 페인트 칠 하고, 도배도 하고..페인트 냄새나는 집에서 자는데, 이불도 차에 싣고 간 것 얇은 것 뿐인데 보일러 조정하는 법을 몰라 밤새 달달 떨기도 하고.. 꼭 껴안고 자는 수 밖에 살아날 방법이 없으니... 하여간 여러가지 사연을 남기고...
처음 갈 때는 인제에서 미시령 고개가 병목이었는데, 3번째를 사러 갈 때는 터널이 뚤리고 2차선으로 확장이 되어 영등포에 있는 집에서 속초까지 안 막힐 때 가면 3시간이면 갑니다.. 경부고속도로 천안쯤 갈 시간이면 속초 가고..
덕분에 부동산 하는 분들과 친구가 되어 같이 술도 잘 먹고.. 하여간 좋네요..
지방 부동산 붐이 일어서 부산 등지부터 전국으로 확산되니 이 곳에도 조금 영향을 주었다네요.. 지금은 집값은 한 20% 오르고, 월세율도 산 가격대비 년 12% 수준 되네요. 어차피 2015년 이후를 보고 투자한 건데.. 남들 부산, 광주, 대전 등등을 이야기해도 전 초연합니다.. 저건 불꽃이 오래 못 가지만.. 내 것은 2015년 되면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당장 매달 통장에 꼽히는 돈을 보면 상당한 생활비 소스로 만족스럽고(퇴직 이후에도 좋겠죠..) 2015년 이후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돌아 더욱 좋고..
남들과 달리 조금 일찍 지방 아파트를 수익성 부동산 소스로 선택했는데, 이후에는 그것이 하나의 조그만 트랜드가 된 느낌이네요. 덕분에 여기저기 전국적으로 올라서 이젠 지방 아파트들의 투자수익율이 조금 떨어졌는데 아직 열심히 둘러보시면 7-8% 짜리는 제법 있습니다. 참고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