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소호동 독산 산마루에 있는 한옥을 소개합니다.
소호 요트장 3~4분 못 미친 거린 좌측 야트막한 산 위에 있는 집입니다만,
외부에선 그 모습이 감추져있어 눈에 잘 뜨이지는 않습니다.
여동선생으로부터 상의할 일이 있노라는 전화에 한 걸음에 내달려 선생님도 뵙고,
더불어 남도 최고의 전통 한옥 가정집을 회원님께 소개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이집은 다른 곳에서 헐게된 집 3채를 뜯어서 옮겨진 집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한 구석도 모자라지 않고 또 넘침도 없이 단아한 기품을 갖춘 집입니다.
집짓고 2년 채 되는 어느날,
여동선생께서 직접 죽담 끝머리를 다듬이 돌로 가지런히 테두리 삼고 죽담(뜨락)을 꾸미고 계셨습니다.
흙먼지를 뽀얗게 덮어쓰시고는 그라인더로 일일이 갈아내고 있는 모습....
떡살 도장을 찍은 듯한 기하적 이미지....
삼합토가 풍기는 연분홍 파스텔 색감이며....
오! 경외감!
외경심이라 해도 좋고요.ㅋ
"배 도편! 어서 오시오!"
"죽담이야 시멘트로 확 발라버려야지! 고려 청자마냥 상감으로 길상 무늬를 새기시면,
미안해서 밟고 올라설 수나 있겠어요?"
"하!하 도편께서 참 맛나게 칭찬 하시는구료."
"댁에 들어서자마자 합각에 새긴 무늬를 보며,
기와 조각으로 저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워 한참 동안 서 있었습니다."(첫 번째 사진 참고)
"들어가 차나 한잔 하시지요! 나는 먼지를 덮어썼으니 배 도편이 차를 우려 주시고..."
"그럼, 제가 이쪽에 앉겠습니다."
"넹? 하!하 그러시오. 집 짓고 내 자리 뺏기기는 처음이오."
"객 자리 주인 자리가 따로 있겠습니까?"
"어? 역시!"
여기 위 사진 설명으로는 아무런 말도 않습니다.
저 역시 그저 바라만 보다가 지나갑니다.
말로써 풍광을 그르칠까 저어하여 그러합니다.
..............
.........
.....
어떤 분과의 대화에 뒤주며, 궤, 반닫이, 삼층장 등 고가구의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고 미술점이나 박물관에서 나는 그 퀘퀘함, 상쾌하지 못한...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그 역겨움이란???
그렇습니다.
실제 드러내 놓고 말하기 미안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가 어떻게 쓰던 물건인지 몰라 느끼는 찝찝한 기분이랄까?
그런 것을 민감한 분들은 느꼈을 것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가구, 문살, 서가래 도리 보 기둥등 골조를 자세히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가구는 물론이고, 집의 골조도 다 이미 지어져 쓰던 낡고 오래된 것을 옮겨 왔노라고 위에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무언가 깨끗하고 담백한 것 같지않습니까?
특히 가구는 칠과 때를 완벽히 벗긴 듯한...
그걸 느끼신다면 님은 예민한 분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동선생님은 그런 부분에서 저와 완벽히 생각이 같은 분입니다.ㅋ
고가구의 손때가 어머님의 정취라면 좋겠으나, 그렇지 아니할 경우도 있을 테고...
오래된 기둥과 보를 대패나 그라인더로 한 풀 더 가공한다면 그 세월의 진면목이 나타나는 목결이 없어지고,
장부로 결합되는 재목의 칫수를 줄이게 되어 헐겁게 조립될 터이니 그 것도 심각한 문제요,
특히 원형으로 돌라가는 그라인더 사포의 자국이라니...
두고 두고 눈에 거슬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대체 어떡할 것인가?
"리무버!"
답은 '리무버'와 '대솔'입니다.
리무버란 화학 수지류의 칠을 벗겨내는 것입니다.
물론 퀴퀴한 냄새나 각족 세균을 씻어 낼 수 있고요.
원재질이 나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가구 속에 베어든 옷칠이야 그대로 보존되지만, 혹 잘못 입힌 바니쉬 등등은 깨끗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대로 만던 솔로 해야 된다는 것이죠.
솔질은 항상 나무결 방향으로만 해야합니다.
연귀마춤 된 부분은 꽤 신경써야 되는 것은 굳이 강조 안 합니다. ㅋㅋ
금속은 나뭇결을 긁어 상하게 하고, 수지 솔은 리무버에 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무버라해서 바르면 금방 이물질이 벗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십 년 쩔은 때와 잘못 선택된 페인트가 금방 녹듯 벗겨 질 수는 없겠죠.
리무버를 살짝 도포해서 삼십 분 이상 불게 하는 것이 노하우 입니다.
일차로 벗기고 나면 알콜류로 다시 닦는 것이 좋습니다.
속에 한지나 고 잡지가 도배가 되어 있으면, 이것은 제일 먼저 물에 불려가며 완벽히 제거해야 합니다.
물론 나중에는 다시 깨끗한 한지를 도배해 주는 것이 고가구 사용의 바른 방법입니다.
이상은 그저 한옥이 좋네 선의 예술입네 하며 탄복일색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실제적으로 친근히 사용하기 위한 노하우를 말씀드릴 의도 인데
도움이 되셨는지? ㅋ
오래된 전통가구를 쓸 수도 버릴 수도 없다는 그분이 이 글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자! 그러고 나면 깨끗하게 된 후 는 어떤 칠이 필요할까요.
실내에 있을 가구나 구조물이라면 아무 칠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차선으로는 오일스테인이나 전통적 공법의 기름을 살짝 베게 하는 것이 좋읍니다.
특정 상품을 거론하는 것이 뭣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본덱스'나 '시라데코' 투명이 그중 좋았습니다.
전통적 공법은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만 동백기름이 좋다고 그럽디다.
끈적이지 않고, 냄새나지 않는 고급 기름을 수건에 묻혀 아주 엷게 문질러 두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나무에 기름이 많이 베게 하는 게 아니고,
김치국물 따위의 얼룩이 묻었을 때 물 수건으로 훔쳐 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아! 실내 불을 끄고 달빛 비취는 살문에서 잠들고 싶습니다.
새벽에 방문을 밀었을 때,
마당 너머 호수같이 잔잔한 여수 앞바다...
햇살 묻은 물결의 일렁임...
한옥의 참 멋은 집이 아니요,
담도 아니요,
조경도 아니요.
바람과 달빛이 넘나드는 것일지니....
불어오는 바람 소리
소리없이 툇마루를 올라서는 달빛
달빛에 섬돌을 쓰담는 대그림자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님의 환영.......
이 부분!
쌍 겹으로 된 두 개의 중도리!
고주에 비녀 지런 보아지,
보아지 아래 깊이 박힌 툇보,
툇보 위에 걸터 앉은 앙징스런 동자
동자 위에 올라 탄 또 다른 중도리!
중도리가 만든 그림자!
아! 몬드리안이 봤다면 장 탄식할 노릇이다.
한옥은 그래픽이다.
그래서 미술이다.
한옥은 기하학이다.
그래서 산수다.
한옥은 리듬이다.
그래서 음악이다.
리듬 탄 멜로디, 멜로디가 만든 음악. 음악 흐르는 드라마. 드라마 같은 삶, 삶과 부딛히는 달 빛, 달 빛 묻은 추억,
추억에 잠긴 나...
나는 누구지?
☞☜
여동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평생 붓으로 글 쓰고 살았는데, 종이 값을 못 벌어 마누라쟁이한테 구박을 받고있소.
그 사람이 퇴근하고 내 서재를 열고는 오늘은 또 종이를 얼마나 썼나 체크를 하며 눈을 홀기니 이거야 원...
해서 여수 엑스포도 있고하니...
이집을 팬션으로 허가를 받으려니 시에서 안 된다네요?"
"뭔가 잘못 아신게 아닐까요?
펜션이 무슨 허가가 있나요?
말이 펜션이지, 그냥 소규모 민박인데...
농어촌 소득을 증대하는 거야 시에서 도와줘야할 일인데?"
"여기는 시 지역이라 안 된데요.
농촌이나 어촌만 된다는 구먼."
"그건 좀 이상한데요?
그렇다면, 여수시장 골목에서 뒷방을 세 주는 것도 안되고, 자취하는 홀애비들 밥해 주는 것도 안 된다는 말인가요.
그거나 민박이나 펜션이나 뭐가 다르지요?
혹시, 뭐 자금 지원 받으려 상담하셨는가요"
"아니! 저기 바닷가에 새 집 지은 사람이 있는데, 펜션을 해서 돈을 갈구리로 끈다고 합디다.
그래서 나도 조우값이나 벌고, 차값이나 할라꼬 그란디...."
"그럼 이집을 한옥 체험 공간으로 공개하면 어찰까요?
아해들 글씨도 가르치고, 전통 문화, 예절 교육도 하고, 술도빚고, 떡 만들기도 하고,
음악회도 하고, 전통 혼례도 공짜로 하게 하고...
그러기만 하면 방송국에서는 얼씨구나 하며 카메라 메고 쫓아올 것이고,
여수시에도 적극 환영하며 도와줄 게 없느냐고 물어올 판인데요?"
"오! 그거 좋소!.
그래! 그럽시다.
나 그거라면 자신있소.
나 학예사 자격증도 있소.
박물관 하려고 준비했는데..경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 지금 미술관에 큐레이터로 등록되어 있소.
그러면 될 걸 괜히 걱정했네.
그럼 이 책하고 붓하고 짐을 콘테이너 하나 장만해서 쳐박아 둬야 겠구만."
"아뇨! 그러시지 말고, 이대로 두고 하시지요.
우리문화를 이해하고 좋아하거나 분이나
대학생 한옥 문화 체험 기회로 제공하려면 현제 모습 그대로가 좋을 것입니다.
칼덱스 사원 워크샾 장소로 빌려줘도 좋겠고요,
이정도 공간이라면 외국 귀빈을 모셔도 될 것 같고요,
잘 되면 한옥호텔로 정식 등록을 하시든지... 하하"
"그럽시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배 도편 만나길 정말 잘했소. 자 그럼 밥 먹으러 갑시다.
마누라쟁이한테 밥 차려 놓으라고 했어요"
오분거리에 있는 "태백산맥"에 오니 한 상 즐비! ㅋ
오색 나물에
칼집 넣은 도미,
새꼼한 가자미 무침, 손두부 김치, 국, 탕, 전, 식혜....
술 술 술
이크! 큰일 났다.
순천에서 몇몇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즐거운 여수여행을 마칩니다.....
우리 회원님이나, 주위 분 가운데
남도 최고의 한옥에서 녹차 마시고, 곡차 마시고 싶은 분,
달빛 비치는 살문 아래 가족과 연인과 추억을 만들고 싶은 분은 ...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시죠?
제게 쪽지 주는 최초의 단체에겐 엄청난 혜택을 드립니다.^^
그럼 이만
총총^^
첫댓글 댓글 달믄 안 되지유~???
대빵은 이제 댓글 달아도 됨니다(아니 내가 무신 자격?)
자유를 주셔서 캄사하므니다, 석영님~!!!
처마끝에 달려있는 등불이 애잔합니다...누구를 기다리는걸까요?
전망과 어우려져 아주 멋있는 한옥이네요...은근히 사찰느낌도 납니다
화영님과 의논하여 한옥 번개 한번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