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한 원주민의 아이와 엄마만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사의 가장 근원이 되는 바로 부모와 자식이라는 가장 고귀한 문제에 관해 이야기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바로 내 아이이기도 하다. 우리는 바로 그들의 어머니이고 또한, 그들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 감독 필립 노이스 -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이러다 놓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나를 좌불안석케 한 영화가 있다. 그리고 늘 그렇듯 모험을 하듯 먼길을 달려 영화를 봤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나의 피곤은 영화의 여운 덕분에 아깝지는 않음을 느끼며...
크리스토퍼 도일과 촬영...
다른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영화를 기다렸던 이유는 단하나였다. 이 영화에서 촬영을 맡은 크리스토퍼 도일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다보니 이 영화를 그토록 기다렸던 것은 당연한 이유였고 그만큼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로 상영되었던 작품이다. 작년에 그렇게 영화제 바닥을 쓸고 다녔지만 왜 이영화에 주목을 못했었나 싶다.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한 영화임에도...
빔 벤더스(이세상 끝까지,파리 텍사스,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짐 자무쉬(고스트독,데드맨),라스 폰 트리예(브레이킹 더 웨이브,어둠속의 댄서),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구름저편에)등의 거장들과 함께 작업했던 로비 뮐러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스틸링 뷰티),장 피에르 주네(에이리언4,델리카트슨 사람들),데이빗 핀처(세븐,패닉 룸),알란 파커(에비타),대니 보일(비치)등과 작업한 다리우스 콘지...
스필버그의 영화를 거의 전담했던 야누스 카민스키와 코엔 형제의 영화들을 거의 전담했던 할리우드의 테크니션 로저 디킨스...
그리고 최근에 좋아하고 있는 로드리고 프리에토(아모레스 페로스,8마일)와 정말 거장 아니 명장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故 유영길 촬영감독(초록물고기,8월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왕가위 감독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촬영하여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은 크리스토퍼 도일...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고 손에 꼽는 촬영감독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촬영한 영화는 만사를 제쳐놓고라도 꼭 본다. 특히나 개봉작들은 더욱 더 설레이면서 기다리고...
크리스토퍼 도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기로 왕가위영화나 홍콩이나 대만 영화만 촬영하는 줄 아는데 실제로는 올해 피프에서도 화제가된 엘리펀트를 만든 유명감독 구스 반 산트의 '싸이코'도 그의 작품이고 리버티 하이츠(배리 레빈슨) 같은 미국작품, 그리고 태생이 같은 호주인 토끼울타리의 감독인 필립 노이스-헐리우드에서 블랙버스터를 만들며 활동했지만 호주사람이다.-와도 오랫동안 작업을 같이 했던 세계 유명감독들이 가장 함께 작업을 하고싶어 하는 촬영감독 중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촬영감독이다.
크리스토퍼 도일은 사물의 움직임과 장면의 분위기를 정말 적절하게 담을 줄 알고 빛을 잘 다루는 촬영감독으로 '토끼울타리'에서도 정말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가 왕가위를 비롯한 아시아 감독들과 작업하면서 그의 전매특허가 되어버린 콘트라스트 강한 마젠타풍의 아그파 색감과 아시아에서 주로 쓰는 Arriflex 카메라를 과감히 버리고 '토끼울타리'에서는 호주의 황야와 대자연등을 그린톤의 후지와 옐로톤의 코닥 필름으로, 그리고 다소 따뜻한 영상을 위해 헐리우드에서 주로 쓰는 Panavision 카메라를 사용하여 그가 이제까지 보여주던 아시아적인 화풍과는 전혀 색다른 영상을 보여준다. 어느 작업환경에서나 최고의 화면을 담아낼 줄 아는 그는 정말 최고의 촬영감독이 아닌가 싶다.
장예모의 '영웅'에서 처럼 안정되고 수평구도로 넓게 화면을 썼으며 마지막에 원주민 아이들이 엄마의 품에 마침내 안길때의 블루톤의 석양장면에서는 너무나 경탄스러워 울음이 벌컥 나왔다.
그러나 '영웅'에서 처럼 다소 감독의 연출력이나 드라마에 비해 촬영이 좀 튀어보였다. 그만큼 그의 촬영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출중했기 때문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촬영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영화는 한 프레임 프레임이 한장의 사진으로서 그것들이 모여서 전체의 분위기를 잘 말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토끼울타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나 보던 자연과 세계에 대한 단순한 경이를 넘어선 또다른 새로운 감동과 환희를 눈앞에 가져다준다.
영화 '토끼울타리'
이 영화는 1931년 영국이 호주를 지배하던 시대에 실제로 호주 지가롱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마지막 엔딩크레딧 직전에 에필로그 겪으로 실제 인물들의 영상과 담담한 영화 이후의 이야기가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정복과 지배의 역사속에서 타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 간과할 수도 있었던 당시의 오욕의 역사에 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다. 마틴 스콜세지와 알란 파커의 영화에서도 멋진 음악을 들려준 피터 가브리엘의 음악도 무척 돋보였다. 다소 아쉬운 점은 국내상영본이 편집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재나 설정에 비해 좀 감동의 힘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고 (감독의 연출력 부재일수도 있겠지만...) 교육적,역사적으로도 참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경기에서만 개봉했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원주민 아이들로 나오는 주인공 여자 어린이들의 연기도 뛰어나며 참 놀랬던 점은 아주 사운드 처리가 훌륭했다. 내가 영화를 본 영화관이 음향시설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 음향의 입체감을 완벽히 느낄 수 있었고 요즘 영화에서 쉽게 간과되는 발자국소리는 물론 배우의 가쁜 호흡까지도 완벽히 재현해주었다. 돌비 디지털과 DTS,SDDS 등 주요 음향작업을 완벽히 마스터한 작품인 점도 사운드에 대한 제작진의 노고가 엿보이는 점이었다.
(호주에서 마스터링 한 것 같았는데 호주와 태국의 후반작업 시설과 역량은 대단하다. 이 작품은 어떤 헐리우드 영화들 보다도 사운드가 출중했다.) 스크린이 좀 작아서 답답했지만 큰 스크린에 이런 사운드 처리라면 정말 훌륭한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다음작품은 참 기억에 남았던 이와이 슌지의 'PICNIC'과 올해 PIFF 최고의 화제작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에서 열연했던 아사노 타다노부가 출연하는 스릴러풍의 태국영화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이다. '몬락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던 태국출신의 펜 엑 라타나루앙 감독이 만들었고 주요배우들이 일본배우들이며 '오디션'으로 알려진 일본감독 '미이케 다카시'가 야쿠자로 나온다. 올해 PIFF에서도 상영되었는데 무척 보고싶었지만 피프를 안가서 못봤었다. 어떤 느낌의 영화일지 무척 기대된다.
첫댓글 우주에서 마지막 삶.스릴러는 아니었어요. 몽환적이면서 엉뚱스러운, 그러면서도 쓸쓸했어요.. (제 기억으론) 미이케 다케시가 나왔던가?..
색감이나 화면의 전체톤이 참 예뻤는데.. 엔딩 크레딧에 촬영에 도일 이라고 나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