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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꽃향기는 아직도 저만치에. (백운2구간5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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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남 (2006/03/28 18: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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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온 누리에 기운이 만연한데 꽃 향기는 아직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봄바람만은 살랑살랑 불어와서, 처녀들의 가슴을 울렁울렁 설레게 하는 완연한 봄이다. 세상 만물이 그러할 진데 우리라고 예외일 수가 있겠는가?
7월 윤달이 있는 올해 병술 년은 이미 입춘이 지났지만, 정해(丁亥) 년인 내년 이전에 또다시 입춘을 맞는 바로 쌍춘년(雙春年)이다. (음력 기준으로 1년이 385일인 경우는 기원전 221년부터 2100년까지 12번 밖에 없을 정도로 극히 드물며, 약200년 만에 한번 정도 온다고 한다.)
입춘이 두 번 든다는 쌍춘년는 글자 하나 하나의 모양이나 발음은 그리 산뜻한 느낌은 아니지만, 옛날부터 중화 권이나 우리 선조들은 길하다는 믿음을 가져왔고,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새봄과 함께 예식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단다.
그런 기운을 받았는지 우리의 어린 소녀는 한국피겨 사상 첫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하고 돌아왔고,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선 남녀 동반 3관 왕도 탄생했다. 최근엔 사상 처음 열린 야구월드컵 WBC에서는 국민의 氣를 받아 예술적 야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4강에 진출하는 등 한국 스포츠 역사에 남을 만한 쾌거가 잇따라 계속되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대한민국 스포츠만 같아라.
하지만 줄기세포 황 박사는 교수직을 파면 당했고, 헌법보다 무서운 법이 떼 법이고, 떼 법보다 무서운 것이 국민 정서법인데 결국 총리도 국민정서에 물러났다. 황제 테니스도 갑자기 이슈가 됐다. 혼돈의 나날을 우리는 보내고있다. 안방에서는 시어머니 말이 맞고, 부엌에서는 며느리 말이 맞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은행의 사무착오로 인한 고객정보의 인터넷유출 사건으로 힘든 시간도 보냈다. 봄기운은 그렇게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제 갈 길로 가는 모양이다.
그래도 봄은 봄이 아닌가? 시나브로 봄바람은 들판과 우리의 마음속까지 불어와 지난 겨울의 추위도 보내버렸다. 쟁기질을 하기도 전에 봄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와 떠날 줄 모른다.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아줌마 포함)의 가슴에도...♬♬~ 나물 캐러 왔다가… ♬♬♬~
지난 주말에는 집사람과 냉이 캐러 서해안으로 갔다가 냉이는 꿈속에서 캐고 대신 제부 도의 매 바위 근처에서 집사람이 피를 흘리며 직접 딴 굴과 홍합으로 양기를 보충했다.
귀경 길에는 어느 이름없는 화가가 운영하는 한적한 바닷가 식당에서 묵 밥과 보리밥을 먹었는데, 음식점 분위기와는 달리 맛은 별로 였다. 기억에 남는 묵 밥은 영주에서 부석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순흥 이란 마을이 나온다 그곳에 순흥 묵밥집이 있는데 가격도 싸고, 양은 무지 많으며, 묵은 김치가 일품이다. 또한 20분 거리에 부석사가 위치해 있어 한번 가 볼만한 곳이다.
보리밥에 딸려 나온 나물도 역시 맛이 없었던 이유는 지난 산행 때 집사람이 아무도 몰래 살짝 캐온 냉이로 된장국과 고추장무침 된장무침을 해 먹었는데, 그 맛이 혀의 미각을 너무 고급스럽게 만들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산행 전날은 기제사를 지내고, 동생 가족들과 함께 밤늦도록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새벽에야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난 그래도 일찍 잤지만, 집사람은 내가 해야 할 설거지를 끝내고 잔 것 같았다)
산행 당일은 자는 둥 마는 둥 알람 소리에 일어나보니 머리가 빙빙 돈다. 우선 집사람을 깨워야 되는데, 피곤에 지친 모습을 보니 도저히 깨울 형편이 안 된다. 오늘 산행을 포기해야 되나? 아니면 이동배님처럼 노란쌰츠를 몰래 입고 가서 혼자 신나게 놀아야 되나? 하고, 망설이는데 다행히 집사람이 산에는 가야 된다고 하면서 일어났다. 집사람이 아프면 집에서 간호해야지 나 혼자서 산행 갈 꿈은 절대 안 꾼다. 배낭을 대강 챙기고, 집을 나선 것은 5시15분이었다.
교대 역 화장실에서 너무 오랜만에 나온 꽃 박사 이영수님을 만나 버스에 오르니, 사장님과 유 기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이은미님이 제일 먼저 와 계셨다.
삿뽀로 대신 구마모토에 갔다 온 박 총무가 집사람 눈치를 보면서 바나나 우유를 살짝 주고 간다. 출발 전인데도 날은 이미 밝아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얼굴에 부항을 뜬 이해준 대장과 정 지점장 부부를 마지막으로 태우고, 버스는 6시35분 죽전으로 달렸다. 만남의 광장을 지날 때 왼쪽 창 너머로 일출의 장관도 맛보았다.
<버스에서 본 일출은 아니지만.. 경부고속도로 죽전 정류장에서 본 일출...>
죽전에는 6시 53분 도착했고, 죽전 팀을 태우고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한정구님은 박 총무의 건망증을 우려했는지 아예 모자를 새로 구입하신 듯 하다.
버스는 8시15분에 인삼랜드 휴게소로 진입했는데, 휴게소에는 많은 상춘객으로 인해 버스도 주차 할 공간이 거의 없었다. 여자 화장실은 무료 급식소처럼 긴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 양 여사님은 급했던지 남자화장실로 들어가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말리고 여자 화장실로 방향을 바꾼다.
조용하게 백설기로 아침을 대신 하기로 하고 바로 버스에 올랐더니 오늘은 여러분들이 버스 안에서 요기를 때우고 있었다. 성기인님이 주신 빵과 과일로 허기를 채웠고, 사장님은 버스 뒷좌석에서 미모의 아가씨와 김밥으로 아침을 대신 하고 있었다.
항상 그랬듯이 정 지점장을 마지막으로 태운 후 버스가 휴게소를 떠난 시간은 8시55분이었다.
사업이 잘 되시는지 오늘도 전찬진 사장님이 산악인에게 꼭 필요한 도구인 침과 이슬님을 위한 특별 금연 침을 선물했다. 사랑의 샘은 퍼 내어 나누어 줄수록, 그 이상의 샘물이 흘러 나오는 법이다.
사장님의 산불조심에 대한 교육과 어렵게 이루어 낸 입산허가 과정도 설명해 주었다. 입춘이 지난지 달 반이 지났는데도, 들판에는 초록 빛이 거의 보이지 않고, 길가 도로변에만 간혹 녹색의 풀들이 간혹 보일 뿐이다. 대신 눈에 보이는 것은 비닐 하우스만 들판을 도배하고 있었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양지바른 곳의 노란 개나리 꽃만이 봄을 알리고 있었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벗어나고 있었다. 지난 해 야밤에 힐것 보았던 복원된 논개생가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큰 논개사당을 그리고, 우리가 묵었던 솔길 산장의 팻말도 보인다. 그곳에서 2 마리의 멍멍이를 벗 삼아 밤 늦도록 달빛 아래 정자에서 주주총회를 했던 기억이 새롭게 떠 오른다. 그 자리의 있었던 원조 DJ 김대중 선생님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가?
무령 고개에 버스가 도착한 것은 09시52분 이었다.
<무령재에서 장비를 점검하며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대원들>
주차장에는 화장실과 함께 조성되어 있는데, 화장실은 폐쇄되어 있었다. 바로 계단을 이용하여 무령 고개 방향으로 올라섰다. 좌측으로는 쉼터 공간이 마련되어있고 시원한 샘이 있는데, 물을 마시려다 그 바로 위에 설치된 이동식 화장실을 보고는 마시지 않았다. 날씨는 지나치게 화창하여 더위만 빼면 오늘 산행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무령고개(930m)는 영취산에서 서쪽으로 약350미터 떨어진 고개로 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에서 장수군 번암면 지지리로 넘는 고개다. 실제 무령고개는 백두대간 마루금은 아니고, 영취산에서 이어지는 금남호남정맥에 속하는 고개이다. 금남호남정맥인 장수 장안산(1,237m)도 눈 앞에 바로 보인다.
오늘의 산행일정 및 예정 코스는 다음과 같다.
<백두대간 2-5구간 산행지도>
◎제2구간 백운산5차 계획(2006년 03월26일) <승우 여행사 제공>
◎등반 코스(거리 및 소요예정 시간) 무령고개->(0.30km/0:10)->영취산(1,075.8m)->(1.50km/1:00)–>덕운봉어깨(920m) 덕운봉어깨(920m)->(1.80km/1:20)–>942.8봉->(0.50km/0:15)–>977.1봉 977.1봉->(1.80km/0:45)–>민령->(0.50km/0:10)–> 철탑있던곳 철탑있던곳->(1.10km/0:50)–>깃대봉(1014.8m)->(0.80km/0:30)–>샘터 샘터->(1.60km/0:40)–>육십령
◎ 등반거리 : 약 9.90km ◎ 예상 산행 소요시간 : 약 5시간40분(휴식시간 제외) ◎ 실제 산행 소요시간 : 약 4시간25분(휴식시간 제외) ◎ 휴식 시간 : 약 30분 ◎ 총 산행 소요시간 : 약 4시간55분(휴식시간 포함)
주) 실제 산행을 한 상세 결과는 아래의 산행일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백두대간 즈려밟기 제2구간(백운산) 5차 (03월 26일) 산행일지>
(출발장소**) (도착장소**) 출발시간 도착시간 예상 실제 (거 리)(휴식)
(무령고개**) (영취산****) 09시55분 10시15분 10분 20분 0.30km 00분 (영취산****) (덕운봉어깨) 10시15분 11시00분 60분 45분 1.50km 10분 (덕운봉어깨) (942.8봉***) 11시10분 12시10분 80분 60분 1.80km 00분 (942.8봉***) (977.1봉****) 12시10분 12시25분15분 15분 0.50km 10분 (977.1봉****) (민령*****) 12시35분 13시05분 45분 30분 1.80km 00분 (민령******) (철탑있던곳) 13시05분 13시15분 10분 10분 0.50km 00분 (철탑있던곳) (깃대봉****) 13시15분 13시40분 50분 25분 1.10km 05분 (깃대봉****) (샘터******) 13시45분 14시00분 30분 15분 0.80km 05분 (샘터******) (육십령****) 14시05분 14시50분 40분 45분 1.60km 00분
지난번 산행의 끝인 마루금 중재에서 무령 고개는 다음 6차 산행으로 넘기고, 오늘은 무령고개에서 북쪽 방향인 육십령까지 오랜만에 백두 대간의 긴 마루금을 밟는다.
이번 산행코스는 도상거리가 약 9.9km로 지난번 산행 보다 조금 길어졌고, 마루금은 영취 산에서 육십령까지 약 9.6km이며, 실제 걷는 산행거리는 11~12km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산행도 선두에 사장님 후미는 이해준 대장이 맡고, 중간에 왔다 갔다 대장은 이종필님이 맡기로 했다.
배낭을 대강 정리한 후 09시55분 무령고개를 출발하여, 바로 영취산으로 발 걸음을 옮겼다. 왼쪽 방향으로 가파른 경사를 올라 서자 마자 호흡이 가슴을 진 누른다. 긴 호흡을 한번 몰아 쉬고, 금방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우리가 올라온 반대 방향으로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산 중턱에는 팔각정 모양의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바로 발 아래의 도로는 무슨 이유가 있는지 몰라도 무령고개에서 남쪽은 비포장 도로이고, 북쪽은 포장된 도로이다. 비포장 도로에는 소형 터럭 1대가 정차하고 있고, 더 이상 다니는 차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방향을 바꿔서 앞을 보고 오르기 시작했다.
가파른 경사가 끝이 안 보인다. 날씨는 한 여름이다. 고소내의를 입고 왔으면 한증막이 따로 없는 듯 하다. 초입인데도 다들 숨소리가 거칠다. 그래도 원준이는 다람쥐 모양 잘도 올라간다. 15분쯤 오르니 돌계단이 보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영취산으로 오르는 너럭길 돌계단>
20분도 안 되었는데, 몸은 2시간 이상을 걸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영취산 정상에 오른 시간은 10시15분이었다.
<영취산 정상의 원준이와 원준아빠 그리고 돌탑>
눈앞이 트이고 제법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생각보다는 초라한 정상이었는데, 양쪽에 표지판은 규모에 비해 화려한 듯하다. 오른쪽은 다음 산행 시에 우리가 가야 될 중재로 가는 길이다. 돌탑에 잠시 우리 모두의 산행을 위한 마음의 기도를 잠시 드렸다. 그리고 휴식도 없이 바로 왼쪽 방향인 육십령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덕운봉쪽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 대간 능선길이며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영취산 자락엔 아직도 잔설이....>
중요 대간 갈림길을 알리는 리본도 무당 집을 연상하듯 색 색깔로 나부끼고 있다. 산 사태 등 위험한 지역은 누가 설치해 놓았는지 밧줄로 막아놓았다. 그저 고마운 마음만 전하고, 내 갈 길을 걸었다.
<등산로가 아님을 울타리로 막아 표시한 배려에 감사하며....>
바닥에는 중간 중간에 논개 생가를 알리는 방향표시가 있는데, 명동 바닥에 붙여놓은 술집 안내가 생각나 혼자 미소를 지어보기도 했다.
<삼거리 이정표....>
힘은 생각보다 들지 않았고, 그래서 영치 산을 오르면서 소비한 기를 내 방식대로 보충하면서 걸었다.
가끔 산죽도 보이지만 금방 사라지고, 음지에는 아직도 낙엽사이로 잔설이 보인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바로 평탄한 능선길이 나타나고, 다시 조금 가파른 경사가 나타났다.
<잘 다듬어 만들어 놓은 덕운봉 어깨길.>
경사를 올라서자 주위가 훤해지는데, 이곳이 덕운봉 어깨다. 도착시간은 11시였다.
<덕운봉 어깨에서의 휴식.......>
이 바위 위에 올라서면 동쪽으로 덕운봉이 보이고, 걸어온 길 반대 방향인 남쪽 방향에는 방금 지나온 영취산과 장안산이 있고, 정면 북쪽으로는 깃대봉과 서봉이 손에 잡힐 듯 한 눈에 들어온다. 첫번째 휴식을 취했다. 간식으로 기를 보충하는데 그 사이에 에델님이 배낭을 잊어버렸는지 이리 저리 찾고 있다. 혹시 영취 산에 두고 온건 아닌지 모르겠다.
덕운봉 어깨 출발한 시간은 11시10분 이었다.
<맨 처음 핀다는 야생화 둥근 털 제비꽃 (눈이 큰 이영수님이 발견)>
여기서부터는 간간히 암릉 길이 여러 군데 나타난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암릉은 항상 조심해야 하는 길이다. 암릉이 지나고 능선 길을 가다 보면 전망 좋은 바위 봉을 만난다.
<977봉으로 향하는 대원들....>
바위 봉을 끼고 북동쪽으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길은 억새 밭인데 고개를 들어 다시 처다 보니 완전 산죽으로 이루어진 바다다.
한참을 가도 끝이 안 보인다 선두의 모자만이 산죽사이로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데 집사람은 키가 큰 탓에 모자마저도 보이질 않는다 이런 산죽 길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긴 행렬이 마치 물뱀이 물속을 헤엄치듯 빠져 나가는 듯 하다.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하늘도 땅도 보이지 않은 초록바다 속을 즐기며 한참을 헤엄 쳐 나갔다.
<이곳의 산죽은 유난히 키가 크다. 산죽 사잇길을 통과하는 대원들>
산죽 밭이 끝난 듯 하면 다시 나타나기를 2~3회 반복하더니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덕운봉 어깨를 출발한지 4~50분은 지난듯하다. 경사를 올라서자 다시 평탄한 길이 보이고 다시 마지막 경사를 올라섰다. 942.8봉이다. 시간은 12시 10분이었다
<진행 방면에서 우측아래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잠시 쉬는 듯 하다가 사장님이 바로 출발한다. 아마 오늘은 강행군을 하려고 작심하신 모양이다. 잠시 암릉 길을 내려서자 마자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전형적인 마루금이다. 15분 걸었을까 마지막 능선을 올라섰다. 이곳이 977.1봉이다. 12시 25분 이었다
사면팔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정면 왼쪽으로 오동저수지가 고요하게 잠을 자고 있는 듯 잔잔하기만 하다., 977봉에서 북쪽으로는 깃대 봉으로 가는 대간 길이 눈앞에 바로 보인다. 여기서 두 번째 휴식을 취했다.
모두들 배낭을 풀었다. 간식은 호텔 부페 보다도 종류가 다양했다. 난 바나나와 고희옥 사모님의 김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977.1봉을 출발한 것은 12시 35분 이었다.
완만한 능선 길을 내려가면서 주위에는 그 많던 산죽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억새풀들이 길가에 쭉 누워있기도 하고 바람에 흔들리고도 있으며, 마치 억새의 나라에 온 듯하다.
마루금 표지와 리본을 따라 우측으로 내려서려는데 왼쪽으로 큰 바위가 보인다. 집사람과 잠깐 올라갔다 올까 하고 의논하다가 포기하고는 그냥 선두를 따라 걸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북 바위 였다.
<북바위에서... 다빈이네 모자>
백두대간 능선의 북 바위는 가뭄을 물리치는데 영험이 있는 바위로 알려져 있다. 가뭄이 계속되면 마을 사람들은 이 북 바위에서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억새 밭 주위에는 소나무들이 곳곳에 집단으로 자라고있는데, 너무나 멋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 밑에서 산림욕을 하면서 오수라도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정신없이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억새와 소나무와 분위기에 취해 30분쯤 내려오니 억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담한 작은 안부가 나타났다. 이 곳이 민령이다. 도착시간은 13시05분이었다.
민령에는 장수군과 함양군이 서로 넘나드는 고개인데 지금은 좌우로 잡목과 잡초만 우거져 길은 보이지 않고 대간 길만 또렷하다. 지금부터는 깃대 봉으로 가는 오름 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깃대봉 방향으로 10분쯤 올랐을까. 다시 억새 밭이 보이고 길은 생각보다 평탄하다. 이곳에는 그전에 송전탑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흔적도 보이지않는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다시 경사를 오르는데 오른쪽과 왼쪽 밑으로 도로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 산 밑으로 터널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지금 육십령 터널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양쪽이 낭떠러지이고 가파른 내리막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한다. 그나마 나무들이 가려져 있고, 앞만 보고 가기 때문에 위험을 못 느낄 뿐이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고 전망이 확 트인 봉에 올랐느데, 깃대 봉이다. 도착한 시간은 13시 40분 이었다.
<깃대봉(해발 1014.8m)의 정상에서 3번째 휴식. >
오동저수지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정상에는 백두 대간을 알리는 팻말이 있으며 삼각점도 있다.
<깃대봉(해발 1014.8m)의 삼각점. >
북쪽으로 할미 봉과 서 봉, 남 덕유산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할미가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대포바위도 그 너머에 그대로 서 있겠지.
<깃대봉에서 본 덕유산(앞쪽의 바위봉이 할미봉, 뒤쪽의 좌측이 서봉, 우측이 남덕유산이다). >
우리는 지리산 천왕봉에 이어 오늘은 왕 회장님의 선창으로 만세3창도 했다..
<깃대봉에서 덕유산을 향해 만세삼창.....>
이정표에는 육십령 2.5km, 977봉 3.5km 라고 표시되어 있고 깃대 봉에서 북쪽으로 헬기장도 보인다.
깃대 봉이란 지명은 우리나라 산하에 여러 군데 있다. 특히 추천할 곳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매운 냉면으로 유명한 집이다.
식당 위치는 6호선 창신역 4번 출구에서 청구역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왼쪽 골목에 깃대봉 냉면 간판이 보인다. 주차장도 있고, 매운맛이 사람을 죽인다. 진정 매운맛을 보려면 한번씩 가보기 바란다.
사장님 지시에 의해 남자 대원들은 깃대 봉에 깃대를 꽂고 여자 대원들은 기념사진과 마지막 휴식을 취하며 氣를 받았다.
氣를 받은 대원들은 먼저 하산했고, 氣를 덜 받은 일부 대원들은 나머지 氣를 보충하기 위해 그 자리에 남았다. 깃대봉을 떠난 시간은 14시45분이었다.
지금부터는 거의 내리막이다. 초입은 경사가 급하고 바위 길도 가끔 보이지만 길은 잘 나있어서 별 문제는 없었다. 억새풀로 둘러 쌓인 깃대 봉에서 본 넓은 헬기 장이 나타났다.
<깃대봉 아래에 있는 헬기장.>
헬기 장을 지나 곧장 올라가 봉우리 정상에서 직진하여 오른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 작은 안부에서 능선으로 오른 후 바로 오른쪽 계곡을 향해 내려가면 잘 정리된 샘터가 오른쪽으로 보인다. 계곡샘터에 도착한 시간은 14시00분이었다.
<깃대봉 아래에 있는 깃대봉 샘터 물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깃대 봉에서 샘터까지는 대간길 찾기가 전문 산악인이 아니고는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단지 대간을 알리는 리본이 그나마 우리의 길을 안내해 주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야 사장님이 계시니까 문제가 없지마는.. 여하턴 리본을 달아놓은 많은 대간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샘터는 잘 정돈되어 있었고, 서로들 한 줄로 서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있는데, 물통보다는 물 바가지가 우선이라는 에델의 법칙에 의해 나와 집사람은 바가지를 들고 먼저 시원하고 정말 달콤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계곡샘터에서 출발한 시간은 14시05분이었다.
약수를 마신 탓인지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완만한 내리막 경사를 오솔길 가듯 걷기도 하고, 작은 봉우리를 산보하듯 오르며, 동배씨의 휘파람을 새소리로 들으며 걸었다.
<오늘의 마루금을 마치고 육십령으로 하산하는 대원들..>
다람쥐도 우리가 가는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왔다 갔다 하는데, 자세히 보니 원준이다.
멀리 산 중턱에는 백두 대간의 줄기에 채석을 하고 있는데, 그 모양이 너무 흉물 서러워서 보기가 민망 할 정도이다..
<덕유산 할미 봉 줄기 백두 대간의 맥을 끊으며 채석을 하고 있다. 제발 이런 무지함은 없어야 겠다.>
육십령 휴게소가 보이고, 우리가 타고 온 버스와 유 기사님도 보인다. 입산통제를 알리는 노란 비닐 끈이 우리를 막고 있었다. 양반체면에 밑으로는 통과 할 수 없고, 그래서 위로 통과하였다. 육십령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14시 50분 이었다.
<육십령 휴게소 전경.>
육십령에는 휴게소와 주차장, 팔각정이가 있으며 휴게소 도로 건너편에는 지난번 우리가 올라간 백두대간 길이 입산통제로 막혀있었다.
오늘 산행도 코스는 어렵지 않았으나 속보로 왔기 때문에 쉬운 것은 아닌 듯 싶다. 또한 산행 중간 중간에 유달리 리본들이 많이 달려있어 그 모양을 이리 저리 감상하는 것도 산행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도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단체사진을 찍지 않았다.
휴게소 바로 옆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15시였다. 오늘은 예정된 김치찌개가 주 메뉴고 일부는 청국장으로 식사를 했다. 난 집사람한테 칭찬을 받을까 싶어 청국장을 주문했는데 결국은 둘 다 먹었으니 꿩 먹고 알 먹은 셈이 됐다. 주류들의 건배구호를 뒤로하고 버스는 15시55분에 식당을 떠났다.
<청국장과 묵은 지 김치찌게로 반주를 곁들인 늦은 점심.....>
귀경 길 버스 안에서 오늘 산행에 대한 사장님의 마무리가 있었다. 그사이에 이정애 사모님이 살짝 주신 파인애플로 산행의 피로를 풀었고, 산불이 얼만큼 무서운지도 알았다. 차창에는 활짝 핀 개나리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집에 가는 전철에서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는데 박 총무님이다. 한정구님이 모자대신 다른 물건 하나를 또 놓고 내리고 말았단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해주신 사장님과 이해준 후미 대장님,이종필 중간대장님, 특히 우리의 안전 담당인 유 기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4월 9일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2006년 03월28일 사무실에서
사진: 한 정 구 글씀: 여 사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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