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첸나이에서 한국음식점 <말죽거리>를 운영하며 현대차 공장에 한국직원용 식당을
운영하는 조상현사장은 이제 남인도 소식을 전해주는 전령사로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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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조상현입니다.
비맞은 골프장들이 휴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나마 휴일의 소일거리인 라운딩 없는 이틀을 어찌 보내셨는지요.
여전히 하루 열두세 시간이 넘는 정전에 비까지 퍼 부우니,
최근 이삼 일은 열 여덟시간이 넘는 정전으로 골머리가 아팠습니다.
비 소식과 더불어 현지 소식 하나 전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달이라는 것들이 있어왔습니다.
건달이란 말은 원래 불교의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 수미산 남쪽 금강굴에 살며 음악을
맡아보는 신인 간다르바(간다라)의 한자인, 건달바(乾闥婆)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
건달바라는 신이 향만 먹고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노래만 즐기기 때문에,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거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하여튼,
이놈들은 다른 여러 가지 그럴듯한 이름으로
깡패, 왈패, 조폭, 불량배, 달건이, 놈팽이, 양아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별의 별 양아치
짓거리들을 다 하면서도, 꼴에 양아치라고 부르면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놈들은,
사기와 폭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 저 땅에 태어나 부자와 정치인의 똥개임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반칙과 비겁함과 뻔뻔함을 삶의 최대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사회의 암적인 존재나,
공공의 적으로 묘사될 만큼, 청부 폭력이나 살인 등 온갖 파렴치한 짓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과거 나라가 혼란하거나 긍휼이 필요하던 시절, 도처에서 활빈을 기치로 민중의 편에서
약자를 돕고 세상을 이롭게 했던 의적들도 있었고, 삼국지나 초한지의 인물들처럼, 일개 불량배가 영웅호걸로 역사에 명함을 내민 예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적과 영웅의 결의는 없고 양아치의 의리만 살아 남았습니다.
이 양아치들이 신봉하는 의리라는 것이, 고작 개과천선하는 놈 잡아다 손가락이나, 손목아지
자르고 구덩이 파고 생매장 시키고, 두목을 대신해 징역을 사는 것이 전부인데, 무슨 장한 일이나
하고 나라 걱정이나 하는 놈들처럼, 오늘도 마장동 어디 육사시미집에서 한우와 수입육으로 애국과 매국을 논하며 낯 술을 처먹거나
야심한 시간 강북 어디 룸살롱이나 요정에서
그들이 말하는 냄비들을 옆에 끼고, 역겨운 가와를 잡는다고 호탕하게 씨부렁거리며 싸나이
의리 운운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도에도 군다라고 부르는 양아치들이 득실득실합니다.
타밀어로 라우디라고도 하지만 군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데.
이 군다라는 말은 힌디어로서 건달(간다르)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추정해봅니다.
어쨌거나,
인도에서, 그나마 치안이 안정 됬다는 첸나이와 인근의 공단 근처에도
흰옷에 치마 같은 천조가리를 걸치고 지프차에 정당 깃발까지 단 공갈과 협박으로 살아가는
버러지와 거지같은 양아치들이, 슬리퍼바람에 허옇고 누런 이를 번들거리며, 등치고 처먹을 거리가 없나 먼지투성이
쓰레기투성이 골목에서 그 큼지막한 눈으로 두리번거립니다.
정당 행사나 불려다니고, 청부폭력을 일삼고, 마약이나 주류를 취급하고,
보따리 장사로 수입 전자제품을 팔며 상인들의 피나 빨아 처먹는, 도시 양아치들의 틈에도 못 끼던 이 시골동네의 잡놈들이
최근 10년간 외국기업들이 들어 오고 공장을 신축하면서 공사현장의 모래나 자갈을 싣고 마을을 통해 들어오는 트럭들로부터
10루피, 20루피씩 받아 챙기는 양아치 흉내를 내다가 그 달콤함과 짭짤함을 알게 됩니다.
그 중 힘깨나 쓰고 머리가 좀 깬 한두 놈은
자갈과 모래 사업을 하거나 철근과 시멘트를 사서 팔더니 직선 촌장에도 출마해
당선되거나 마누라나 피붙이를 대리 당선 시키고, 그 직위와 텃세를 이용해 인사청탁과 마을
행사의 도네이션을 요구하는 잔챙이 짓으로 점점 간댕이가 커지고, 출퇴근용 차를 지입하고,
공장에서 나오는 부품 포장용 목재에서 철판 스크랲까지, 헐값에 갈취하고 그 돈으로
자연스럽게 썩은 정치권과 결탁이 되고, 돈과 경찰의 배경과 묵인으로, 합법인지 불법인지도 모르게 외국
기업들을 협박하고 괴롭혀 거금을 손에 쥐고, 썩은 돈냄새와 양아치나 하이에나 냄새를 풍기는 것이 현대 자동차가 있는 이곳 시골 동네의 현실입니다.
타밀라두의 정치는,
DMK라는 정당과 ADMK라는 정당이 주 수상의 임기 5년마다 번갈아 정권을 잡는 양당 체제입니다.
그런 관계로 인하여,
각 마을의 이장(촌장)들은 거의가 다 두 정당의 당적으로 직선에 출마해 선출이 되고, 당연 정치권과 선이 닿아있습니다.
촌장이라는 자리가, 과거엔 지역 명망가나 약간 계급이 높은 출신들이 출마하던 것이
최근엔, 본선(총선)표를 의식한 두 정당이, 표가 많이 나오는
계층을 의식해 지역 유지들의 출마를 차단하고, 경쟁적으로 소외계층 끌어안기라는 명목으로, 없어졌다는 카스트의
특정(오래 전부터 가장 계급이 낮은 층) 카스트에게만 출마 기회를 주다 보니 그야말로 일자무식들이 이장이 됩니다.
이러니 무슨 일이든 꼴리는대로, 안하무인, 아전인수, 별들에게 물어봐, 니가 뭔데라는 식이고 정책이고 나발이고 돈 챙기는 데만 혈안이 되 있습니다.
스물네 개 마을의 이장을 대표하는 '빌리지 체어맨'(면장 쯤?) 이라는 자리도 정권이 임명하기 때문에
남루한 행색에 비해 그 영향력은 막강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은 촌장으로 당선되면 하나같이 양아치들의 흉내를 내고
마치 완장이나 감투가 영원할 것처럼 설치고 까불어대고 촐싹대니, 촌장인지 양아치인지 구별이 안 갑니다.
하지만,
이들이 별의별 횡포를 다 부리고 개수작을 떨어도, 웬만한 백이 아니면 경찰에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신고해서 뒤 늦게 출동한다 해도 적당히 해결할 것을 종용하며 오히려 돈이나 뜯어가지 쉽게 경찰력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들은 저마다 줄을 대, 몇 푼씩 주고 해결하거나 경찰 출신을, 딱히 시키는 일 없이
별정직처럼 고용하거나 고위 관료나 경찰 간부들의 일가 친척을 정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양아치 하나가 죽었습니다.
꾸마란이란 자로, 스리푸람부두 인근의 외국기업들을 상대로 악명을 떨치던 넘인데, 동업자이며
라이벌이자 정적인 자들의 사주에 의해 청부살해 되었습니다.
이 넘은 스리푸람부두 인근의 외국계 회사들을 상대로 절도나 강도에 가까운 짓들로 엄청난 재산을
모은, 양아치 조직의 두목으로서, 2년전 스크랲 문제로 마을 촌장을 청부업자를 시켜 살해하면서부터 제 명에 죽지 못할 운명이었다고 합니다.
소문과 괴담과 정보를 종합하면,
이자는 외국 기업들의 현지직원들을, 집으로 찾아가 협박하거나 매수해, 본사에서 들어오는 부품
컨테이너를 스크랲으로 통째로 넘겨받아 다시 회사에 되파는 짓을 정상적인 절차로 처리할 만큼
대담하고 악명높은 자로서, 500크로(약 100억대)의 재산을 최근 몇 년 만에 모으고 수십 대의 트럭과 땅에 광산까지 소유한 기업형 조직의 두목이었습니다.
지은 죄가 워낙 많아서 방탄차를 타고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다녔지만
여러대의 오토바이와 차로 포위 하고 폭탄까지 투척한 범인들은
지렛대(인부들이 땅을 파는데 사용하는약1.5미터 이상의 무쇠막대기)로
차 문을 연후 끌어내려 목을 관통하도록 찌르고 칼로 배와 가슴을 난도질을 해 죽였다고 합니다.
방탄차에 투척한 폭탄의 파편에 의해 부상을 당한 범인 중 한 명이 경찰에 붙잡히는 바람에
범행을 사주한 자들까지 들통 나게 되었는데.
상납과 배분을 요구하던 근동 24개 빌리지 촌장 대표라는 자와
쿠마란을 죽이고 가장 큰 조직으로 올라와 이권을 움켜쥐려는 폰두루 지역의 양아치와
이삼 년 전, 이번에 죽은 꾸마란의 사주로 촌장을 죽이고 감옥을 사는 데도 적절하 보상을 못받은 살인청부업자,
이 세 놈의 의기 투합으로 마두라이 지역의 양아치이자 청부업자에게 1크로(약 2억원)를 주고
청부살인 한 것이 밝혀졌고, 범인들은 현재 수감 중이며 석방 되어 나오면 바로 죽이겠다고 공헌하는 자들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놈의 죽음으로 많은 주민들이 잘 되었다고 좋아하고, 노키아 등의 회사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하니 그들의 횡포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고 양아치들의 말로가 어떻다는 것도 알 수
있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남인도인들이 순하다는 것과, 첸나이의 치안이 아무 문제 없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13년 전에 인도에 게시다 최근에 인도에 제 입성하신 어느 분에게 인도가 변했느냐고 물었더니
그전엔 싸우는 걸 보지 못했는데 길거리에서 싸움구경을 종종 한다는 게 변했다면 변한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5년째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만,
몇 년 전만 해도 인도에서 경음기는 울리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것 원없이 경음기를 사용하고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러도 맞상대해 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금, 많은 화물차들이 경음기를 누르라고 화물칸 뒷면에 써놓고 다니지만 경음기를 눌러도 비켜주는 운전자를
볼 수가 없으니 장식일 뿐입니다.
요즘, 앞서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경적을 울리면 삿대질을 하고 침을 뱉기도 하고 차로 돌진할 듯
무력 시위를 하거나 차를 세우고 위협을 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작은 접촉사고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시비를 합니다.
돈이 돌아야 굴러가는 세상에서, 그 돈의 혜택이 전무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배우고 깨우쳐서 당연한 권리를 찾아야겠지만,
특별히 도덕적인 교육도 받은바 없고, 군중심리가 강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과 하루도 못 버는
사람들끼리 얽혀 살며, 딱히 적선과 구걸의 차이가 애매하고, 내 것 네 것의 구분이 모호한 체, 다음 생과 윤회를 믿는 이땅에.
소외 됬다고 생각하는 계층이 늘어나고, 사회 불만세력들이 생기고, 모두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음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순진 무구한 눈빛을 가진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네 이장만 건달과 양아치 흉내를 내는 게 아닙니다.
폭주족이 늘어나고 오토바이 수리비는 비쌉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고치려면 더 벌어야 하는데 훔치고 빼앗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별히 외국인을 위한 배려보다는 차별이 더 심한 곳입니다.
기사들의 폭력과 해코지와 절도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경거망동님 하지 말 때입니다.
이제 인도도, 종교적 정치적 테러만 발생하는 나라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벌어지는 한국인에 대한 테러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시내나 외각의 다리 밑에서 잘린 목들을 자주 건져 올립니다.
인도는 10년전과는 판이합니다.
강력사건과 치안 문제라면,
한국도 만맘치 있겠으나 이곳은 한국처럼 막강한 경찰력을 민생에 투입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무사히 인도생활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힘찬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상현 사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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