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28 월 비 꽃의 계절 5월이 돌아왔다. 공원에 가면 진한 향기를 내뽐는 꽃이 지천에 피었다. 꽃은 나비나 벌을 불러들이려 달콤한 향을 뿜지만 때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벌초할 때 나는 품 냄새를 기억할 것이다. 코를 싸하게 자극하는 싱그러운 풀 냄새, 깍인 풀에서 이런 향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식물이 만든 시스- 3- 헥세놀(cis-3-Hexenol) 때문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대부분 탄소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탄소 화합물이다. 풀 냄새의 주성분 또한 탄소가 여섯 개 붙어 있어서 헥사 여섯 번째 탄소 끝에 알코올이 있어서 올이 붙었다.
그렇다 잘린 풀에서 휘발성 향이 나는듯한 것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진짜로 성분에 알코올이 들었기 때문이다. 식물이 이런 향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이유를 수긍할 것이다. 목화밭에는 목화잎과 열매를 먹고 자라는 애벌레가 있다. 애벌레를 내버려 두면 목화잎을 몽땅 갉아먹는다. 그러면 광합성을 할 수 없어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못 한다.
1980년대 미국 목화밭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농장주들이 애벌레의 몸속에 알을 낳는 기생 말벌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천적을 이용한 해충 방멸법이 한창 떠올랐다. 농장주들은 기생 말벌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뒤 종이 봉지에 담아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목화밭에 던졌다. 종이 봉지가 바닥에 닿으면 말벌들이 뛰어나와 잎에 열매마다 붙어 있는 애벌레의 몸속에 알을 낳는 것이다. 이제 해중은 가라!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공장에서 애지중지 키운 기생 말벌들은 눈앞에 애벌레가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했다. 잎을 야무지게 갉아먹는 애벌레들을 못 알아보고 이러저리 헤매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농장주들은 몹시 당황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원래 기생 말벌은 목화잎을 갉아먹는 애벌레의 몸속에서 살을 파먹으면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목화잎이 잘릴 때 나오는 시스-3헥세놀의 향기를 기억하는 것 성체가 된 후에는 목화잎이 풍기는 풋내에 이끌려 온다. 그곳에는 물론 애벌레가 있다. 기생 말벌은 그렇게 찾은 애벌레의 몸속에 알을 낳는다.
종이 봉지에 담겨 비행기에서 떨어진 기생 말벌들은 그런 향기를 학습할 기회가 없었다. 옥수수와 콩가루를 먹고 자란 애벌레의 몸속에서 컸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와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셈이다. 종이 봉지 속 말벌들은 온실에서 자란 화초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목화밭에 던져져,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결국 불쌍한 기생 말벌은 후대를 잇지 못했고 천적을 이용해 해충을 없애려던 농장주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고 말았다. 여기서 큰 손해를 본 또 다른 존재가 있다. 바로 목화다. 목화는 제대로 자란 기생 말벌이 애벌레의 몸속에 알을 낳아 주어야 잎과 열매를 지킬 수 있다. 목화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을 때 휘발성이 강한 풀 향기를 피워 말벌을 부른다.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하늘에서 내려온 말벌들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목화잎뿐 아니라 식물 대부분은 이 풋풋한 향기로 자신들을 지킨다. 인간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이 풋내 때문이니 말이다. 그래도 인간들은 채소가 몸에 좋다는 교육을 끊임없이 실시해 채소를 먹도록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식물에 이득이다. 인간들은 몸에 좋다는 이유로 채소들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