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인가 나그네인가
묻노니 여러분이시여, 오늘 대한 사회에 주인되는 이가 얼마나 됩니까?
대한 사람은 물론 다 대한 사회의 주인인데 주인이 얼마나 되는가 하고 묻는 것이 한 이상스러운 말씀과 같습니다. 그러나 대한인이 된 자는 누구든지 명의상 주인은 다 될것이되 실상 주인다운 주인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집이든지 주인이 없으면 그 집이 무너지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 집을 점령하고 어느 민족 사회든지 그 사회에 주인이 없으면 그 사회는 망하고 그 민족이 누릴 권리를 딴 사람이 취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하여 생각할 때에 먼저 우리 민족 사회에 주인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 하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을 생각지 아니할 수 없고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로부터 여러분은 각각 우리의 목적이 이 민족 사회에 참 주인인가 아닌가를 물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인이 아니면 나그네인데 주인과 나그네를 무엇으로 구별할까. 그 민족 사회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심이 있는 자는 주인이요, 책임심이 없는 자는 나그네입니다. 우리가 한때에 우리 민족 사회를 위하여 뜨거운 눈물을 뿌리는 때도 있고 분한 말을 토하는 때도 있고 슬픈 눈물과 분한 말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을 위하여 몸을 위태한 곳에 던진 때도 있다 할지라도 이렇다고 주인인 줄로 자처하면 오해입니다. 지나가는 나그네도 남의 집에 참변이 있는 것을 볼 때에 눈물을 흘리거나 그 집의 위급한 것을 구제하기 위하여 투신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인이 아니요 객인 때문에 한때 그러고 말 뿐, 그 집에 대한 영원한 책임심은 없습니다. 내가 알고자 하고 또 요구하는 주인은 우리 민족 사회에 대하여 영원한 책임심을 진정으로 갖는 주인입니다.
그 집안 일이 잘되어 나가거나 못되어 나가거나 그 집의 일을 버리지 못하고 그 집 식구가 못났거나 잘났거느 그 식구를 버리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지식과 자본의 능력이 잛거나 길거나 자기으 있는 능력대로 그 집의 형편을 의지하여 그 집이 유지하고 발전할 만한 계획과 방침을 세우고 자기 몸이 죽는 시각까지 그 집을 맡아 가지고 노력하는 자가 주인입니다. 주인된 자는 자기 집안 일이 어려운 경우에 빠질수록 그 집에 대한 염려가 더욱 깊어져서 그 어려운 경우에서 건져 낼 방침을 세우고야 맘니다. 이와 같이 자기 민족 사회가 어떠한 위난과 비운에 처하였든지, 자기의 동족이 어떻게 못나고 잘못하든지 자기 민족을 위하여 하던 일이 몇번 실패하든지, 그 민족 사회의 일을 분초 간에라도 버리지 아니하고, 또는 자기 자신의 능력이 족하든지 부족하든지 다만 자기의 지성으로 자기 민족 사회의 처지와 경우를 읮하여 그 민족을 건지어 낼 구체적 방법과 계획을 세우고 그 방법과 계획대로 자기의 몸이 죽는데까지 노력하는 자가 그 민족 사회의 책임을 중히 알고 일하는 주인이외다.
내가 옛날 고국에 있을 때에 한때 한때 비분 강개한 마음으로 사회를 위하여 일한다는 자선 사업적 일군은 많이 보았으나, 영원한 책임을 지고 주인 노릇하는 일군은 드물게 보았으며, 또 일종의 처세술로 체면을 차리는 행세거리 일군은 있었으나 자기의 민족 사회의 일이 자기의 일인 줄 알고 실지고 일하는 일군은 귀하였습니다. 내가 생각하기는 지금와서는 그때 보다 주인 노릇하는 일군이 생긴 줄 압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수효가 많지 못한 듯 합니다. 한 집 일이나 한 사회 일이 성쇠 흥망이 좋은 방침과 계획을 세우고 못 세우는데 있고 실제 사업을 잘 진행하고 못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주인이 있은 뒤에야 문제지 만일 한 집이나 한 사회에 책임을 가진 주인이 없다고 하면 방침이나 사업이나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즉 어떤 민족 사회의 근본문제가 주인이 있고 없는데 있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살피어 내가 과연 주인이요 나 밖에도 다른 주인이 또한 많다고 하면 이어니와 만일에 주인이 없거나 있더라도 수효가 적은 줄로 보시면 다른 일을 하기 전에 내가 스스로 주인의 자격을 찾고 또한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주인의 자격을 갖게 하는 그 일부터 하여야 되겠습니다.
우리가 과거에는 어찌하였든지 이 시간 이 경우에 임하여서는 주인 노릇할 정도 일어날만하다고 자각도 생길 만하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