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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05
S#1. 침실.
-혜원이 열린 문 밖의 미순에게 옷들 건넨다.
한 손에는 옷걸이 세 개(외출용 자켓,셔츠, 바지), 한 손에는 바구니(집에서 입는 티셔츠와 바지. 속옷, 양말)
미순 : 저 학생, 여기 며칠 있을 건가 봐요?
혜원 : 글쎄요.
준형 소리 : 여보,
혜원 : (돌아본다)
-파우더 룸. 혜원이 들여다 보고, 준형은 욕실에서 내다본다. 물소리.
준형 : 그것 좀 찾아 줘, 선재 연주 찍어 놓은 거. 복습하게.
혜원 : 어.
준형 : 어 그리구, 차 말구 술 줘. 저 눔두 좀 멕여보자.
혜원 : (멕인다구?)
-침실, 혜원, 나오며 손부채질. 이거 안좋아. 불길해.
S#2. 손님방 욕실.
-샤워 마친 선재, 준형의 바지와 티셔츠 입는다. 혜원에게 뭐라고 말할까, 그 생각 뿐.
-나가려다 돌아보는 선재. 바구니에 담긴 선재의 후줄근한 옷가지. 바구니째 집어서 냄새 맡는다. 헉.
-선재, 세면대 앞에서 양말과 속옷에 비누칠.
S#3. 음악실.
-음악 소리와 함께 동영상 속의 선재 모습.
-준형이 와인을 마시며 선재 연주 동영상(2부의) 보고 있다. 이뻐 죽겠다.
-뚜껑 닫힌 피아노 위에 악보집 몇 권. 모차르트 소나타 등.
준형 : 허허허 자식,
-화면 속, 연주하는 선재와 피아노 곁에 서서 지켜보는 혜원.
S#4. 손님방.
-크지 않은 방. 세심한 꾸밈새. 붙박이장, 깨끗한 침대와 콘솔형 탁자, 의자, 적당한 크기의 그림과 거울, 몇 권의 책 등.
구석의 스탠드형 옷걸이에 준형의 옷들 걸려있다
-선재, 욕실 앞에 앉아 양말 신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혜원 소리 : 나야.
선재 : (화들짝 선다) 네,
-혜원이 들여다본다.
혜원 : 뭐 하니?
선재 : 네, 지금,
-선재, 한쪽에만 반쯤 신겨진 양말. 얼른 벗고 바로 선다.
그 모습이 우스워 얼핏 웃는 혜원.
혜원 : 한 가지 일러두려구. 술 권하셔두 먹지 마. 실수할라.
선재 : 네.
혜원 : 착하네. 교수님 연습실에 계셔. 니 연주 보신다. 얼른 가 봐. 계단 지나서 왼쪽 문, 기억하지? (가려)
선재 : 저기,
혜원 : (본다)
선재 : 궁금한 게 있는데요,
혜원 : 교수님께 여쭤 봐. 니 장래에 대해서 뭔가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 거 같던데.
선재 : 아뇨, 선생님께 먼저,
혜원 : 나한테?
선재 : 그게... (본다) 그날, 저한테 왜 화내셨어요?
혜원 : 뭐?
-혜원, 들어와 문 닫고는,
혜원 : (꾸중) 너 지금 여기가 어디라구,
선재 : 어떻게 기억이 안나세요?
S#5. 플래시 백.
-3부 차고. 선재의 떨리는 입맞춤에 응하는 혜원.
-4부 음악실. 혜원, 기억 안나. 찰싹.
S#6. 손님방.
혜원 : 너 애야? 생각 없어? 사람이 어떻게 하구 싶은 말을 다 하구 사니?
선재 : (조심스럽고 서툴지만 분명한 어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뭐부터 말할까, 연습두 했어요.
저는 어려운 말두 잘 모르구, 외국 사람 이름 같은 거, 그런 거두 검색해서 한국 말루 적은 담에 겨우 읽어요.
그래서 속으루 많이 연습 했어요. 버벅대지 않구 잘 말할려구요. 아,암튼, 근데 정말 헷갈려요.
선생님은 제가 젤 힘들 때, 저 자신이 완전 극혐이라 죽구 싶을 때,
저더러 다시 피아노 치라 그러셨구, 제 마음이 흔들리는 걸 읽어 주셨잖아요.
혜원 : (얘 정말 연습 했나, 웬 말을 이렇게)
선재 : 그거 무지하게 쎘어요. 남자는 그럴 때 키스해요.
혜원 : (어라?)
선재 : 그걸 받아 주셨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무리 겁나구 무서워두 그 일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근데 기억이 안난다, 모른다 그러시니까 진짜 황당했구, (‘슬펐어요’, 라고 하는 대신 꿀꺽 삼키고는)
혹시 남,(잠깐 더듬)남편,이 있는 분들은 다 그렇게 쌩까시는지,
혜원 : 어쩐다구?
선재 : 죄송합니다. 다른 적당한 말이 생각 안나요. (본다) 교수님 계신 데선 어쩔 수 없다 해두 저한테는 솔직해 주시믄,
혜원 : 말 참 많다! (돌아선다) 나와.
선재 : (또 쌩까시나요?)
S#7. 음악실.
-혜원이 들어서며 활짝 명랑한 표정. 뒤따라 긴장한 선재. 방 안 가득 피아노 소리.
-준형이 리모콘 눌러 화면 정지. 소리도 그친다.
-탁자에 과일이며 치즈 접시. 그 옆, 왜건에는 냅킨, 주스, 생수등.
혜원 : 얘 좀 봐, 당신 옷이 아주 딱 맞어.
준형 : 오오...
선재 : (이 멀쩡함을 다 참으라는 뜻일까)
준형 : 선재는 나랑 첨부터 잘 맞았어. 그날두 내 옷 입혀가지구 도망시켰잖아.
혜원 : (왜건 쪽으로 가며) 그랬대매.
준형 : 앉어라.
선재 : 네.
-혜원이 주스를 따르며 힐끗.
-선재. 스툴에 엉덩이 걸치려
준형 : 일루 앉어. 편하게.
선재 : 네, (소파로 옮겨 앉는다)
준형 : (와인 잔 두 개 채운다) 술 좀 하지?
선재 : 아니요.
준형 : 왜, 요즘은 다 일찍들 하잖아.
선재 : 저는 안,
혜원 : 넌 이거 마셔라, (주스잔 선재 앞에 놓고 과일 접시도 당겨 준다) 이것두,
-선재, 눈 앞에서 움직이는 혜원의 손 물끄러미 본다. 약지에 반지. 준형의 손에도 같은 반지.
준형 : 술은 원래 어른 앞에서 배우는 거다. 필름두 끊겨 보구, 다음 날 싹싹 빌기두 하구, 응?
혜원 : 뭐 더 필요한 거 있음 나 불러요. 아주머니 깨우지 말구.
준형 : 왜, 한 잔 안할래?
혜원 : 이사장 통화 해야 돼. 시차 땜에.
준형 : 당신이 빠지믄 안되지. 이 놈 얘기 같이 들어보자구. 우린 이선재라는 공공재의 공동 관리자야. 대충 하구 와.
혜원 : 봐서요. (돌아선다)
선재 : (인사하듯 엉거주춤 일어선다)
준형 : 서영우는 왔다며?
혜원 : (나간다) 어.
선재 : (다시 앉고)
준형 : (잔을 든다) 자, 돌아온 탕자, 아니 돌아온 원석.
선재 : (머뭇)
S#8. 침실.
-혜원, 들어온다. 후덜덜 벽을 짚고 소파로. 쟤, 힘드네...
S#9. 음악실.
-준형, 잔 비우고 채워 마시며 장광설.
선재, 딴 생각 하면서 눈 앞의 잔을 바라볼 뿐. 와인은 그대로. 주스만 반쯤 비웠다..
준형 : 넌 그냥 내 말 들으믄 돼. 내가 니 보증인이구, 다 적법한 일이야.
니 근무처에 있는 소지품은 조교가 내일쯤 챙겨다 줄 거다.
학장님이 특례 입학 오디션까지 잡아 주셨지, 재단 지원금 나오지, 퍼펙트야, 더 바랄 게 없어요.
그러니까 연습에만 전념해. 여기가 니 집이다 생각하구, 응?
선재 : (오혜원은 왜 하필 강준형과 결혼 했을까. 뭐가 좋았을까. 등등)
S#10. 호텔 스위트 룸(스위스)
-성숙이 식탁의 샴페인 잔 집어들고 소파로 가며 통화.
-웨이터가 민 그릇 담긴 왜건을 밀고 나간다. 방금 식사 마쳤다.
성숙 : 어, 민학장이랑 통화 했다. 걔 너희 집에 있다며.
S#11. 혜원 침실.
-파우더룸. 혜원, 통화 하며 들어와 거울에 붙어 있는 포스트 잇(‘이사장 통화 할 것’이라 쓰인)떼내 휴지통에 넣는다.
혜원 : 네, 강교수가 이리루 델구 왔네요...네...네...
S#12. 호텔 스위트.
성숙 : 그런 애 최대한 활용해야지. 입시 문제 불거지믄 나한테 불똥이 튈 수두 있다. 백선생 딸 무리하게 집어넣은 것두 걸리구...
암튼 이런 저런 잡음을 다 덮어야 하지 않겠어? 이선재라는 애, 애초에 그렇게 쓰기루 했잖니.
다시 데려 왔으믄 더 확실하게 보여 줘야지. 강준형은 지가 구해냈다구 생색 내나본데,
그러시라 그러구, 니가 관리 잘 해. 저번처럼 놓치지 말구... 어, 참, 새 계좌 만들었니?
S#13. 혜원 침실.
-혜원, 소파에 앉아 클렌징 솜으로 얼굴 닦으며 스피커폰 통화.
혜원 : 네, 백선생이 차명 몇 개 제시 하는데요, 그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두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저희 부모님 명의루 만들어 뒀던 걸 쓰려구요. 내역 정리해서 보고 드릴게요.
성숙 소리 : 어. 차익 나는대루 에스에이(서한 어페럴) 주식 사라구 해.
혜원 : 알겠습니다.
성숙 소리 : 어른들은 아직 큰딸 집에 계셔?
혜원 : 네... 언니가 애들 땜에 워낙 바빠야죠. 그게 짠하셔가지구,
성숙 소리 : 다른 일은, 영우 도착 했지?
혜원 : 네. 내일 사무실 나오겠대요.
S#14. 호텔 스위트.
성숙 : 법인카드 사용 내역 조회 해 봐. 쇼핑 엄청 했나보더라.
그치만 젊은 놈이 그걸루 성이 차겠어? 뭐 하나 크게 떼 달라 그러믄 또 지 아부지 졸라대겠지.
영감을 잘 살펴라. 난 영우처럼 서필원이 딸두 아니구, 애두 없잖아?
S#15. 서회장집 거실.밤.
-서회장과 장비서가 들어서고, 왕비서(종숙)와 도우미 한명이 맞이한다.
서회장, 기분이 썩 좋다. 왕비서는 가방 들고 있다.
서회장 : 자네가 어쩐 일이야?
왕 : 네, 이사장님 안 계실 때 옷방 정리 한다 그래서요. 인제 갈려구요.
서회장 : 보스가 외유 중이믄 수행비서는 좀 쉬어야지.
왕 : 감사합니다.
서회장 : (가려다가) 근데 왜 여태 혼자냐.
왕 : 아,네,
서회장 : 사내눔들이 여자를 볼 줄 몰라 그렇지, 임자가 어디 있을 게야. 잘 찾아봐. 아직 찰지구 이쁜데. (간다)
-장비서는 서회장 따라가고,
-왕비서와 도우미 현관으로 가며 나직히 투덜.
왕 : 난 저거 좀 싫더라. 거의 성희롱 수준.
도우미 : 원래 기분 좋을 때 그러시잖아.
왕 : (구두 신으며 쳇) 수육집 아지매를 품어주구 오셨나.
도우미 : (말조심 하셔)
S#16. 거리. 밤.
-다미(퇴근길)가 저만치 까페 앞을 보며 중얼.
다미 : 저런 주접...
-저만치 까페 앞, 장호가 유라 이마에 뽀뽀하고 택시에 태운다.
유라 : 내가 갈쳐줬단 말 하지 마? 그 교수 나한테 친한 척 하는 거 진짜 밥맛이야.
장호 : 알았어. 기사님, 잘 부탁합니다.
-장호, 손바닥 키스까지 날려준 뒤 문 닫으면 택시 떠나고,
-다미가 다가간다. 퇴근하고 오는 길.
장호 : 어, 다미야... (마주 다가가며 핸드폰 들어보인다) 번호, 주소, 다 땄어. 쟤 진짜 쓸모 있지 않냐?
다미 : (미심쩍은) 쟤네 교수가 그 사람인 건 확실해?
장호 : 몇 번을 말 해. 경찰서에서 선재를 데리구 나간 건 분명히 강준형이구 강준형은 쟤 지도교수구, 나는 쟤 남친이구,
그래서 따낸 거 아냐, 지금.
다미 : (전화기 꺼낸다) 번호 불러 봐봐. 확인 하게.
장호 : 어, (하다가) 근데 뭐랠라구.
다미 : 뭘 뭐래! 나 이선재 여친인데 당신이 걔 빼 준 거 맞냐,
장호 : 야, 문자루 먼저 하는 게 예의지.
다미 : (그런가?)
-한 켠에 서서 문자 찍고 장호가 들여다보며 잔소리.
-‘안녕하세여 이거 강준형 교수님 핸편 만나여’
장호 : 야, 맞춤법 좀 지켜라. 교수님인데.
다미 : 걔들두 다 틀려.
장호 : 그건 오타지. 니가 틀리믄 허접이구.
다미 : 됐다 그래.
S#17. 혜원 침실.
-문자 도착 알림음. 소파에 누운 채 탁자 위 더듬어 핸드폰 집어보는 혜원. 아닌데?
-파우더룸 화장대 위, 준형의 핸드폰에 들어온 문자.
-혜원, 다시 누우려는데,
-알림음, 또.
-혜원, 귀찮은 듯 파우더 룸으로.
-준형의 핸드폰 보는 혜원, 응?...머뭇하다가 ‘보기’ 누른다.
-맞춤법 엉망에 이모티콘 범벅, 다미의 문자.
다미 소리 : 안녕하세여 이거 강준형 교수님 핸펀 맞나여? 저는 이선재 여자친구 박다미라고 함니다.
교수님께서 선재를 데려가주신 게 맛다면, 깊이 감사 드립니다. 선재랑 통화하게 해주세여. 부탁드립니다.
혜원 : (스크롤)
다미 소리 : 혹시 제가 잘못 알고 보낸 거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답답해서요.
혜원 : (어떡하지? 뭐라고 해줘야 하나?)
S#18. 플래시 백.
-뷰티샵 라운지(4부), 울며 선재 얘기 털어놓는 다미.
S#19. 혜원 침실.
-혜원, 서서 문자. ‘번호를 잘못 아셨’ 황급히 지운다.
혜원 : 나 뭐래니.
-다시, ‘강준형입니다. 이선재 지금 나랑 중요한 얘기 중이라,’ 이것도 아니지, 지운다.
S#20. 거실.
-준형이 와인 한병 들고 음악실로..
-혜원이 계단 내려온다.
혜원 : 당신 전화기 좀 확인해봐. 문자 자꾸 온다.
준형 : 어,
혜원 : (전화기 건네는) 또 마셔?
준형 : 어, 오늘 이상하게 안취하네.
혜원 : 이선재 여자친구래.
준형 : 자식 또 있을 건 다 있네.
혜원 : 청춘이잖아. (서재 문 열다가) 쟤두 마셔?
준형 : (문자 보며) 아니.
혜원 : 당신두 적당히 해.
준형 : 어.
-혜원, 들어가고, 찌푸린 준형. 다미 문자 삭제.
S#21. 음악실.
-준형, 들어오고 선재 엉거주춤 일어섰다 앉는다. 선재 앞에 술잔 여전히 그대로. 주스 잔은 비어있다.
준형 : 인제 주변 정리두 좀 해야지?
선재 : (네?)
-준형, 앉아서 와인 마개 딴다.
준형 : 특히 너 같은 처지엔 여자 문제 콘트롤 못하믄 끝장이야. 아무리 한창 때라두 그게 메인이 되믄 안돼요.
선재 : (뭐지?)
준형 : 머릿속에 오직 음악, 음악, 음악, 그거 얼마나 멋지냐. 특례 오디션이야 뭐 당연히 통과 하는 거구,
5대 콩쿨 목표루 한 번 미쳐 봐.
선재 : (이 아저씨 말하는 거 왠지 허접하고 오글거려)
S#22. 혜원 서재.
-혜원, 숫자 가득한 서류와 화면 대조하다가 눈가를 누르는 혜원.
-잠시 멍...
성숙 소리 : 니가 관리 잘 해라. 저번처럼 놓치지 말구. 그런 애 최대한 활용해야지.
-혜원, 엎드린다.
-시간 경과, 혜원, 얼핏 잠이 든 듯.
준형 소리 : (얼근히 취한) 아냐, 아냐, 괜찮아.
-화들짝 깨는 혜원.
S#23. 거실.
-낮은 불빛. 벽등만 켜져 있다.
준형 : 안취했어. 아주 기분 좋게 마셨다. (선재 어깨 친다) 마, 너두 인제 술 쪼끔씩 해 봐. 나랑 대작을 해야지.
선재 : 네.
준형 : 그래, 푹 자라. 내 얘기 다 명심하구, 응?
선재 : 안녕히 주무세요.
준형 : (계단 오르는) 여보... 혜원아...
-계단 아래 선재, 돌아선다. ‘혜원아’라고 하는구나.
S#24. 혜원 서재.
-혜원, 불안하게 서 있다. 쟤랑 마주치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S#25. 음악실.
-선재, 탁자 위 어수선한 접시, 술잔 등 집어 왜건에 얹는다.
S#26. 혜원 서재.
-혜원, 바삐 책상 위를 치운다.
선재 소리 : 남자는 그럴 때 키스해요.
혜원 : 지가 무슨 남자라구.
S#27. 거실.
-서재 문 조용히 열리며 혜원이 내다본다. 잽싸게 계단 향하는 혜원.
-혜원이 막 올라가려는데,
선재 : 저기,
-혜원, 화들짝 보면, 선재가 복도 입구에 서 있다.
혜원 : 어, 아,안 잤어? 방을 못찾았니? 복도 끝에서 오른쪽. 이 집 구조가 좀 복잡하지?
선재 : 아뇨, 그게 아니라,
혜원 : 어, 참, 여자친구, 연락 해줬어?
선재 : 네?
혜원 : 어머, 교수님이 깜빡 하셨나부다. 그 전화루 문자가 왔던데. 걱정 된다구.
선재 : (다미 짓이구나)
혜원 : 지금은 너무 늦었구, 아침에 꼭 해라? 나 전했다? (내빼듯 올라가려는데)
선재 : 저, 신청곡, 쳐드릴게요.
혜원 : 응?!
선재 : 제가 말이 많다구 하시니까, 대신에,
혜원 : 아아, (웃음) 맞어. 내가 그랬지. 근데 괜찮겠어? 피곤하지 않니?
선재 : 네.
혜원 : 그, 그럼, 오랜만에 한번 들어보자. (황황히 음악실로) 그래두 내가 니 선생님인데(강조).
S#28. 음악실.
-혜원과 선재, 들어온다. 혜원, 정신없이 지껄인다.
-탁자위 말끔하다.
혜원 : 어우, 어느 새 치웠네. 잘 했다. 개념 있어. 근데 너 그동안 손이 좀 굳지 않았을까?
선재 : 네,좀.
혜원 : 그건 방법이 없지. 많이 쳐서 푸는 거 말구는.
-혜원이 소파로 가려는데,
선재 : 저,
혜원 : 뭐,
선재 : 제 여친이 문자 보낸 거, 죄송합니다.
혜원 : 괜찮아. 신경 쓰지 말구, 어서 쳐 봐.
선재 : 같이 잔 적은 없어요.
혜원 : (멈칫 했다가 억지 웃음) 안 물어봤는데?
선재 : 혹시 이상하게 보실까봐.
혜원 : (벌컥) 내가 왜, 뭐땜에,
선재 : 저는 좀 그랬거든요. 교수님이 선생님을 혜,(내가 감히!)혜원아, 그렇게 부르시구, 가, 같은 방을 쓰시구,
-순간 혜원, 달려들어 독하게 입 맞춘다. 휘말리는 선재. 겁나지만 피하기 싫다, 이 지독한 키스를.
-미친 듯이 퍼붓던 혜원, 선재를 확 떼내 밀고는,
혜원 : 됐니?! 한 번 더 해 줘?!
선재 : (모르겠어요. 정신 없어요)
혜원 : 까불지 마라, 응?! 나 지금 너 아주 무섭게 혼내 준 거야! 주제넘게 굴지 말구 반성해, 알았어?!
-혜원이 홱 돌아서자 등 뒤에서 붙잡듯이 혜원을 꽉 끌어안는 선재.
혜원 : (맥이 풀린다. 너 정말)
선재 : (혜원의 머리에 뺨을 댄다. 간곡) 그냥 칠게요, 들어주세요.
혜원 : (멍해진다)
선재 : (제발. 들어주세요. 쌩까든 말든 다 참을 수 있어요)
혜원 : (그래...그래야지...)
-선재의 연주. 판타지아 940(솔로 편곡).
-혜원, 소파에 앉아 세심하게 듣는다.
-진심을 다 그러모아 치는 듯한 선재의 모습.
-혜원, 소파 팔걸이에 손 걸치고 피아노 치듯.
-선재, 치면서 얼핏 그 모습 본다.
-선재, 자신이 생긴 듯, 쇼팽 연습곡 10. 칭찬 받고 싶어요.
-혜원, 점점 흐뭇.
-격려 받은 선재. 천진난만 모차르트 K333.
-둘, 함께 모차르트 KV521 알레그로. 맘껏 쳐대는 둘.
때로는 실수에 웃기도 한다. ‘빼먹었어요’ ‘너 그거 허접 트릴’ 놀리기도 하고,
선재가 악보를 두 장 한꺼번에 넘기면 혜원이 펄럭 다시 넘기는 등...
숨죽인 몰입을 즐기다가 장난 걸 듯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하고,..뭘 더 바라나요. 인생 뭐 있나요.
S#29. 침실.
-준형이 생수를 벌컥이고 다시 침대에 엎어진다..
-벽을 타고 가늘게 올라오는 피아노 소리.
-준형, 돌아누우며 잠결에도 흐뭇.
준형 : 그 놈 아주 말을 잘 듣네(흠냐흠냐)...
S#30. 음악실.
-알레그로 끝 부분. 사랑스러운 절정.
-둘, 마지막 한 마디 쾅쾅쾅 치고 벌떡 일어서더니, 두 팔 활짝 벌려 서로 껴안으며 웃는다.
눈물 글썽. ‘이런 거잖아요’ ‘맞아. 그치?’
선재, 혜원의 목에 뺨을 대고 코를 비비는 등. 벅차서. 좋고도 좋아서. 혜원, 웃는다.
-둘, 떨어져 마주 보다 또 안는다.
선재 : 한번 더 해요.
혜원 : (등을 다독) 오늘은 여기까지.
-조금 후, 예쁘고 잔잔한 멜로디. 공들여 치는 예쁜 선재.
-혜원, 보다가 조용히 나간다.
S#31. 거실.
-계단 오르는 혜원. 거기 늘 있으렴. 난 현실에 잠깐씩 다녀올테니.
S#32. 음악실.
-연주 하는 선재. 괜찮아요. 다녀 오세요... 내가 가진 오혜원은 지금 나와 춤을 추고 있으니까.
S#33. 침실.
-침대, 팔을 괴고 모로 누운 혜원, 껌벅껌벅.
물체처럼 자고 있는 준형.
혜원, 눈 감고 잠을 청한다.
S#34. 음악실.
-선재의 연주, 끝없이 이어진다.
S#35. 선재 동네 지하철역. 다음 날 아침.
-다미가 급히 뛰어와 계단 내려간다.
S#36. 혜원 주방/거실. 다음 날 아침.
-혜원(출근 차림)이 야채주스 따르고, 미순은 혜원의 텀블러에 차를 담는다.
-준형, 거실 소파에 겉옷과 가방 놓아두고 주방으로.
-식탁엔 야채와 빵, 주스, 늘 먹는 건강식품이 챙겨져 있다,
혜원 : 괜찮어? 일부러 안깨웠는데.
준형 : 어... 쟤, 밤에 연습하는 거 같더라?
혜원 : (힐끗) 그랬나봐.
미순 : 저 나오니까, 그때 들어가더라구요.
혜원 : 이거. (주스잔)
준형 : (받으며 흐뭇) 그럼 밤새 쳤단 거야?
혜원 : 그러게.
S#37. 손님방.
-곯아 떨어진 선재. 입까지 벌리고 정신없이 잔다.
S#38. 거실.
-준형과 혜원, 겉옷과 가방, 텀블러 들고 현관으로. 미순이 배웅.
준형 : 깨우지 마세요. 이따 오후에 전화할게요.
미순 : 네.
준형 : 어 그리구 퍼스널 샤퍼 예약 좀 할래?
혜원 : 응?
준형 : 선재 옷 좀 사주게. 나두 몇 벌 사구. 오후에 시간 좀 내.
혜원 : 아마 힘들 거야. 영우 사무실 나온다 그랬거든. 예약은 해둘게.
준형 : 당신이 골라 줘야지.
혜원 : 전문 샤퍼가 알아서 해 줄 걸 뭐. 갈 때 전화는 한번 해봐요.
준형 : (구두 신으며 선재 신발 가리킨다) 이거 어디 깊숙한 데 두세요. 내뺄까 겁나.
혜원 : 뭘 그렇게까지,
준형 : 혹시 누가 찾아와두 절대 들이지 마시구요.
미순 : 네.
S#39. 큰길. 골목 어귀.
-준형의 차 먼저 큰 길로 나오고, 뒤따라 혜원의 차.
-운전석의 혜원, 우회전 하면서 얼핏 돌아본다.,
-다미가 골목 들어서고 있다.
-혜원, 다시 본다. 혹시?
S#40. 골목.
-다미, 집집이 붙어 있는 주소판 살펴가며 지나간다.
S#41. 혜원 거실.
-미순과 인터폰 화면 속 다미.
다미 : 강준형 교수님 댁 맞나요?
미순 : 나가셨는데.
다미 : 교수님 말구요, 혹시 이 선재라구,
미순 : 그 학생인가?
다미 : 학생은 아닌데... 제가 확인 좀 하믄 안될까요?
미순 : 아니 누구길래,
다미 : 저는 박다미라고 하구요, 이선재 여친이예요. 깨워서 물어보세요. 저 꼭 만나야 돼요.
미순 : 글쎄 어째 좀, 지금 이 댁 주인들두 안계시구.
S#42. 혜원 집 앞.
다미 : (치민다) 그 주인들, 제가 어제 문자 여러번 했는데 씹으셨어요! 그래서 왔어요!
저, 다단계두 아니구 교회두 아니구, 직장 있거든요?!
S#43. 혜원 거실.
미순 : (전화) 밖에 기다리구 섰어요... 기어이 봐야겠다는데. 난감하네? 교수님 당부두 있구 해서,
S#44. 혜원 차 안.
-운전 중 혜원 핸즈프리 통화.
혜원 : (혼란. 당혹. 그러나 나는 어른이다!) 들어오라구 하세요. 얼마나 걱정이 되믄 그럴까... 친절하게 대해 주시구요,
혹시 아침 전이라믄 둘이 같이 먹게 차려주세요... 네, 빵 말구 밥이랑 국이랑..네..네,
(끊으려다) 아, 방문은 좀 열어두세요. 별 일이야 없겠지만 애들 나이가 나이니만큼, (나 지금 뭐해?)
어, 전화 들어온다. 끊을게요. 혹시 무슨 일 있음 연락하세요. (끊고 창밖. 걔, 쎄네)
S#45. 혜원 거실.
-미순을 따라 들어서는 다미. 벙하니 두리번. 짱 좋다...
미순 : 깨우지 말라셨는데.
다미 : (생긋) 얼굴만 살짝 보구 갈게요. 저두 출근해야 허니까.
S#46. 손님방.
-미순이 문을 열어주고 다미가 들어온다.
-선재, 뒤챈다. 가방 내던지고 달려드는 다미.
다미 : (글썽) 야!
선재 : (엉?! 눈 뜬다)
다미 : (덮치듯 선재 어깨 잡고 울먹) 나다, 이 나쁜 놈아!
선재 : (누구?)
다미 : 풀려났음 젤 먼저 나한테 연락을 했어야지!
-선재, 황황히 다미를 걷어내고 앉으며 두리번. 여기 어디지?...
다미가 선재의 뺨을 싸쥔다.
다미 : 나라고, 박다미!!
선재 : (본다. 꿈인가?)
-간밤의 장면들이 휘리릭..
-선재, 헉, 확인하듯 다미를 보고, 다미, 베개 집어 선재를 퍽퍽퍽.
다미 : 잠 깨, 이 나쁜 놈아.
선재 : (맞으며 피하며) 일단 가. 나 아직 핸폰 없어. 이따 내 물건들 받으믄 전화 하께.
다미 : (베개 던지고 침대에 올라와 마구 밀치는) 가라니, 저 혼자만 좋은 집에서 자믄 다야? 나 속 타는 건 상관두 없지?
선재 : (헤드락) 조용히 해.
다미 : (두 손으로 선재 머리칼 잡는다)
선재 : 아, (아파)
-침대 위 육박전. 에이 씨, 어쭈, 이게 증말, 그 서슬에 다미 손톱이 선재 목덜미 긁는다.
선재, 간신히 빠져나와 내려서자, 다미, 주저앉아 엉, 울음 터뜨리고,
당황한 선재, 다미 입을 막는다. 뿌리치는 다미.
-선재의 이마와 목에 붉은 생채기.
다미 : 내가 얼마나 보구 싶었는데..
S#47. 주방.
-다미 울음 소리.
-미순이 젓가락을 든 채 벙하니 보다가 다시 찬그릇에 반찬 덜어담는다.
미순 : 어우 심란해.
S#48. 손님방.
-선재는 계속 막으려 하고 다미는 뿌리치며 울음.
다미 : 얼마나 걱정했는데...
선재 : 아, 진짜, 고만 좀,
다미 : 너랑 나랑 같이 겪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선재 : 알어, 이 븅신아! (글썽)
S#49. 플래시 백.
-2부. 명화 식당. 다미와 선재, 툭탁툭탁.
명화 : 니들은 참 사납게두 사귄다.
-2부. 명화 식당. 명화와 다미를 끌어안고 히죽 웃는 선재.
선재 : 사랑해.
-3부. 명화 영정 사진. 우는 다미.
S#50. 손님방.
-선재, 바닥에 앉아 있다. 다미는 늘 너무 당연한 존재. 엄마 명화가 그랬던 것처럼.
미안하다. 붉어진 눈. 코 끝에 눈물방울.
-침대 위 다미, 흐득거리며 가방에서 화장지 꺼낸다.
다미 : 넌 내 생각 천만분의 1두 안 해.
선재 : (손등으로 코끝의 눈물 쓱 닦는) 그 정도는 해.
다미 : (콧물 닦으며) 잘났다.
미순 소리 : 밥들 먹지?!
다미 : (엉?!) 나두?
S#51. 주방/거실.
-거실. 미순이 청소용품 담긴 카트 밀고 계단 쪽으로.
-주방. 다미는 뚱한 채로 탐식. 생선을 뜯다가 집어서 입으로 발라먹기도. 선재는 말없이 꾸역꾸역.
다미 : (힐끗 보고는) 쓰라리겠네... 반창고 붙이구 키스 당한 척 해.
선재 : (국을 뜨며 목덜미 쓱 만져보는)
다미 : 너 여기서 살 거야?
선재 : (퉁명) 몰라.
다미 : 만약에 그런다믄, 나 너 보러 와서 자구 가두 돼?
선재 : (헉!!!)
S#52. 혜원 사무실.
-혜원이 컴퓨터 화면을 봐가면서 공연과장(남.30대)과 얘기 중.
-파티션 넘어 수연이 서가의 파일을 뽑아 서류들 확인한다.
혜원 : 대관 공연이 문제예요. 심사를 하던가, 무슨 기준을 세워야지.
과장 : 그게 수익의 반 이상이구, 또 우리 입장에선 속은 편하잖아요.
혜원 : 뭐가 편해... 백프로 초대 아니믄 강매, 청중 수준두 엉망이라 한번씩 하구 나믄 청소하느라 밤을 새는데.
그 비용두 만만치 않구, 뭣보다 공연장 격이 떨어진다는 게 젤 심각해요.
과장 : 그럼 어떡해요?
혜원 : (웃음) 그걸 고민해 달라는 거지. 방법이 있을 것두 같으니까.
과장 : (선다) 알겠습니다.
혜원 : 오케이. 수고.
-과장, 가고,
-혜원, 전화기 집어든다.
-액정에 ‘집’. 통화를 누를까 말까. 망설이는데,
수연 : 서대표님 오늘 나오세요?
혜원 : 어? 어어, 오후에.
S#53. 음대 학장실.
-준형, 민학장, 인서.
준형의 생색에 민학장이 추임새 넣고 인서는 흔쾌히 동의하는 분위기. 간만에 화기애애한 듯이 보인다.
준형 : 글쎄 녀석이, 오자마자 당장 밤을 새구 쳐댄 거예요. 오늘 데리구 나와 인사 시킬려구 했는데 깨울 수가 있어야죠.
민학장 : 인사야 오디션 때 하믄 되구, 이사장두 전폭 지원 약속했겠다, 학기 중이니까 일단 청강생으루 받음 되겠지?
인서 : 얼마든지 환영이죠. 정시 때 그렇게 사라져서 정말 아까웠는데.
(준형에게) 청음이 끝내준다매요. 거의 다 들으면서 외웠다구,
준형 : 그러엄. 게다가 저 혼자 초견 능력 키웠다는 거 아냐, 초등 때 동네 학원에서 독보법 좀 배운 걸루 말이지...
어제 다시 보는데, 또 울컥 하더라구.
인서 : 혜원이두 무척 반갑겠어.
민학장 : 왜 아냐. 오실장이야 영재 발굴 프로그램 운영자로서 당연히 좋지.
준형 : 넌 맨날 혜원이가 뭐냐?
인서 : 입에 붙어서 그래.
민학장 : 허허허, 간만에 자네 둘, 아주 화기애애하네.
인서 : 그러게요.
민학장 : 거 말 난 김에 한 가지 짚어 두자. 자네 추종자들 말야,
인서 : 추종자라뇨, 저한테 그런 게 있어요?
준형 : 조인서 너 은근히 선동적이야.
인서 : 허허 참,
민학장 : 암튼 그 친구들 괜히 학내 분위기 휘젓지 말라구 해.
애들 음악성이라든가, 그런 건 저울루 소고기 근수 달 듯 할 수가 없는 거잖아.
교수가 재량껏 가르치구 싶은 애를 뽑다보믄 이런 애두 있구 저런 애두 있는 거지,
왜 자꾸 입학 사정을 문제 삼는지 난 도대체 모르겠거든? 자네두 봐, 지민우 특례 입학 시켰잖아.
그러니까 지금 이선재두 가능한 거구, 응?
요는 최대한 열린 자세루 인재 발굴해서 키워야 한다는 건데, 그게 우리 학교 강점 아냐.
준형 : 오, 걔들 둘이 붙여 놓으믄 아주 재밌겠네요.
민학장 : 그러엄. 서로 자극두 되구,
인서 : (웃음) 대리전이야?
준형 : 넌 꼭 말을 해두,
인서 : 농담이예요. 웃자구.
준형 : 그런 맘으루 제자를 대하믄 어떡해.
인서 : (뭔 말을 못해)
민학장 : (히죽. 저런 하수)
준형 : 애가 무슨 니 한풀이 도구두 아니구, 응?
S#54. 준형방.
-준형이 들어오고 종수가 뒤따라.
준형 : 이선재 소지품 찾아왔냐?
종수 : 네. 교수님 차에 실어놨습니다.
준형 : (책상 앞으로 가다가) 아, 그거 그냥 집으루 갖다 놓구, 간 김에 걔 좀 데리구 나와라. (손목시계 본다) 어..
종수 : (꼭 두 번 일 시키지)
준형 : 네 시까지, 신세계 5층으루.
종수 : 네.
S#55. 교수 전용 주차장.
-김인주가 차에 타고, 곁에 첼로를 멘 시은.
인주 : 그 사람 한국에 없나본데, 다시 연락해 봐. 나한테 이러지 말구.
시은 : 아니 저기,
인주 : 너 좀 이상하다? 내가 억지루 사라 그랬어?
시은 : 맞는데요, 그게, 소리가 좀,
인주 : 니가 아직 길을 못들여서 그런 거다. 소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두 중요하지.
-인주, 차 문 닫는다.
시은 : (애원) 교수님,
-인주 차 떠나고, 시은, 암담.
-시은, 통화하며 종수 차 쪽으로.
-종수가 준형의 차 트렁크에서 상자(선재의 백팩과 옷가지 등 담긴) 꺼내 자기 차에 옮겨 싣는다.
시은 : (울먹) 자기는 모른대, 소개만 했지... 중개상 직접 만나서 얘기하래...
어... 엄마 정말 미안해... 지금 집으루 가께... 어. (끊으며 흑)
종수 : (트렁크 닫고) 뭐냐?
시은 : (본다)
종수 : 악기 샀어, 응응한테? (업무 외에는 교수라는 말을 안 쓴다)
시은 : 네?
종수 : 저 분이 소개했냐고.
시은 : 네... 튜닝하러 갔더니, 올드가 아닌 거 같다구,
종수 : (놀린다) 야, 그럼 당장 고소 해야지, 학교 관둘 작정 하구, 응?
시은 : (겁먹는) 네?
종수 : 나 청운동 쪽인데, 방향 맞으믄 타라. 서바이벌 팁 몇 개 알려줄게.
시은 : (절레절레) 아니요, 저 고소 안할 거예요. 안녕히 가세요.
-시은, 급히 간다. 새삼 눈물 솟구친다.
종수, 차에 타면서 내뱉는다.
종수 : 어으, 개쓰레기들.
S#56. 뷰티샵 마사지 룸.
-인주와 백선생, 나란히 앉아 음료 마시며 발 맛사지.
인주는 구태여 상냥할 필요가 없다. 당신 그래봤자 졸부. 게다가 학부모.
백선생 또한 전전긍긍하는 척 하지만, 너도 돈 불릴 욕심에 날 만나주는 거잖니, 그런 내심.
(둘은 이미 구면. 음대 교수들 회식 자리에서 인사 나눴다).
인주 : 신경 쓰지 마세요. 합주가 안맞는 애들이 있거든요. 저야 뭐 전공두 다르구 또 조별 과제라, 출석만 하믄 에프는 안주죠.
백선생 : 그나마두 안하니까요... 또 그래서 이렇게 감히 교수님을 따루 뵙는 거구..
인주 : 그 이상은 할 수 없어요. 제 쪽으루 전과를 하지 않는 한.
백선생 : 어마, 그 생각을 못했네요. 걔가 원래 중학교 땐,
유라 : 엄마.
-유라가 들여다 본다. 까운 차림. 껌을 오물거리며.
백선생 : 오, 유라야, 일찍 좀 오지.
인주 : 어서 와라?
유라 : 안녕하세요.
인주 : 어떻게 여기서 보니? 학교에선 못보구?
유라 : (혀를 날름) 죄송합니다.
백 : 너 피아노 재미 없음 전공 한번 바꿔볼래? 첼로루?
유라 : 헐.
백선생 : (당황하는 척) 유라야,
인주 : 당돌하네? 너 좀 매력 있다?
백선생 : 그렇게 봐주시니 다행이예요. (유라에게) 앉어 봐.
인주 : 첼로 해 볼 생각 없어?
유라 : 저는 둘 다 아니거든요? (백선생에게) 나 머리하구 그냥 갈게. 약속 있어. (돌아서고)
백 : 아니, 저런, 얘,
-유라, 어으 증말, 나간다.
백 : 죄송합니다. 자식은 도무지 예측이 안되네요. 재물은 다 보이는데. (나직) 수익률 확인 하셨죠?
인주 : (슬쩍 웃고는) 저런 애들 좀 알죠. 보내보세요. 강교수랑 의논하셔서.
백 : 그렇게 하겠습니다. (직원에게) 여기 과일 좀 더,
S#57. 동 미용부.
-다미, 퍼머 약품 그릇을 들고 가는데, 잔뜩 언짢은 유라가 스쳐지나가며 씹던 껌을 꺼내 그릇에.
다미 : (엉?!) 회원님, 이거 뭐,(니?)
-유라, 다가와 껌을 집어 다미 이마에 붙인다. 찐득한 퍼머 약품 묻은 껌.
유라 : 껌이잖아. (간다)
다미 : (어어?)
미용사 : 얼른 갖구와.
다미 : 네. (껌을 떼며 앞머리 후,)
S#58. 혜원집 손님방.
-선재, 백팩에서 평상복을 꺼낸다. 청바지와 후드 자켓, 티셔츠 등. 이마의 생채기가 좀 말랐다.
-곁에는 종수가 가져온 상자가 놓여 있다. 비닐봉다리, 혜원이 보내준 책(리흐테르), 세면도구 파우치, 충전기, 핸드폰, 지갑 등.
-지갑을 열어 확인하는 선재.
S#59. 손님방 화장실.
-청바지와 후드 자켓 차림의 선재, 샤워커튼 봉에 널려있는 속옷과 양말 걷는다.
S#60. 아트센터. 영우 사무실 앞.
-혜원이 오고, 왕비서가 영우 방에서 빈 쟁반 들고 나온다.
왕 : (작게) 손님 있어.
혜원 : 응?!
왕 : 사무실까지 끌어들인다 글쎄? 이사장 없다구 아주, 완전 철판.
혜원 : (사무실 문을 보며, 기가 차네)
S#61. 영우 사무실.
-혜원, 들어온다.
-영우, 우성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다가 반색.
-탁자에는 우성의 명품 수첩과 볼펜.
영우 : 어서와, 오 실장.
우성 : (앉은 채 까딱) 안녕하세요.
혜원 : (어이없고 싫지만) 안녕하세요. (영우에게만)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영우 : 덕분에... 앉어.
혜원 : 네. (앉는다)
영우 : (우성의 무릎에 손을 얹으며) 공적인 얘기 좀 할려구. 인제 좀 자주 보겠지만. (우성에게) 그치?
우성 : 어, 뭐,
혜원 : 공적인 말씀이라믄,
영우 : 나 이 친구랑 일 좀 같이 해볼까 싶어. 서한 어패럴 자회사 같은 거.
혜원 : (뭐?!)
영우 : 감각이 보통 아냐. 쇼핑하면서 보니까 어쩜 그렇게 셀렉을 잘하겠니.
우성 : 뭘 또, 쑥스럽게.
혜원 : (추하다)
영우 : (우성에게) 니가 말해 봐.
우성 : 네, 저, 다른 게 아니라, (볼펜 집어들고 수첩 펼친다) 좋은 아이템이 있어서요.
그러니까 이게 회원제 명품 셀렉샵 같은 건데요, 병행 수입 방식으루 명품을 들여와서 직접 연결을 해준다는 거죠.
이게, 절대 안될 수가 없는 게, 솔직히 1프로들은 쇼핑 땜에 나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영우 : (우성 곁에 딱 붙어 앉아 귓바퀴에 뭔가 붙어 있는 듯 떼주며) 번거롭지.
혜원 : (토할 거 같다)
우성 : 그래서 저희는, 최상위 마케팅 전략, 예를 들어 여기 아트센터를 활용해서
럭셔리한 공연에 회원들만 초대를 한다던가 하는 식으루 나가면,
혜원 : 죄송합니다만(웃어주고 영우에게) 대표님, 이렇게 들을 얘긴 아닌 거 같은데요.
영우 : 이렇게라니? 지금 우리 아주 구체적이야. 둘이서 회사 이름두 지어놨다?
서한의 서, 서영우 최우성의 우. 서우. 그러니까 니가 얘기 잘 듣구 기획서 제대루 만들어 올리라는 거거든?
혜원 : 어른들께서 뭔가 좀더 구체적인 지시를 해주시면 그때 준비하겠습니다.
영우 : 어른들? 왜 들이야? 회장님 말구 또 누가 있는데? 너 설마 한마담까지 어른이라구 하는 거니, 지금?
혜원 :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죠.
우성 : (볼펜과 수첩 탁 내려놓는다. 영우 보란 듯 불쾌한 표정. 에이 씨)
영우 : (우성 눈치 보고는 혜원에게) 태도가 왜 그래? 말을 하믄 끝까지 들어 봐얄 거 아냐?! 너 어디 아퍼?!
혜원 : 네, 속이 좀 거북해서,
우성 : 나두 안되겠네. 속이 거북해서. (볼펜과 수첩 챙기는)
영우 : (우성의 팔 잡는) 왜,
우성 : 갈게. (선다. 혜원에게) 실례 많았어요.
혜원 : (선다) 별말씀을요.
영우 : 앉어. 둘 다.
우성 : 연락할게. (간다)
영우 : (급히 가방 들고 따라나가며) 너 두구 봐,
혜원 : (앉은 채, 정말 싫다)
S#62. 영우 방 앞.
-왕비서 벙하니 보고, 영우가 급히 우성을 따라간다.
영우 : 자기야... 얘,
-혜원이 나온다.
왕, 책상 앞 돌아 나온다.
왕 : 어떡하믄 저렇게 돼?
S#63. 혜원 사무실.
-불쾌한 혜원, 물을 벌컥이고, 거칠게 책상 위 치운다.
-왕비서는 수연의 책상 옆에 서서 수연과.
왕 : 꼭 약 먹은 거 같더라.
수연 : 그것두 일종의 중독 아니예요?
왕 : 그렇지. 끊지를 못하는데. (파티션 넘어 혜원에게) 상담 한 번 받아보라 그래.
수연 : 그것두 본인 의지가 있어야죠.
왕 : 대체 뭐가 좋으까? 눈이 멀었나?
혜원 : 오만이야! 저는 그래두 된다구 생각하는 거지. 나 정말 토하는 줄 알았다!
수연 : 진짜 역하셨나봐.
왕 : 지수 나오래서 한 잔 할래?
혜원 : 그런다구 뭐 달라져?! 지수같은 애가 내 맘을 알믄 얼마나 안다구!
왕, 수연 : (어어?)
-혜원 전화기 진동. ‘임종수’
-둘, 한풀 꺾인 수다 소곤소곤. 혜원은 통화.
혜원 : (사무적) 네, 종수씨... 어어, 예약은 내가 해놨으니까 확인하구 그냥... (멈칫) 응?...지금 어딘데요?...근데?...
S#64. 백화점 VVIP 라운지.
-리셉션 데스크. 선재가 묵직한 백팩을 한 쪽 어깨에 메고 뻘쭘히 서 있다.
종수는 통화 중. 직원은 예약 확인.
종수 : 교수님이 좀 늦으신다구 하셔서요... 급하게 학부모 상담을 하시느라구,... 전 또 학교 들어가봐야 해서요...
네...네, 알겠습니다. (끊고 직원에게) 지금 오시겠대요. 멀지 않으니까 곧 도착 하신다구,
직원 : 네, 그럼, 이쪽으루,
종수 : 아, 저는 아니구요, 이 친구만, (선재에게) 오실장님이 오실 거야. 만에 하나 사라지믄 나 죽음이다. 그런 줄 알어.
선재 : (꾸벅) 네,
-잠시 후, 선재, 4인용 원탁 앞에 앉아 얼핏 둘러본다.
-명품 휘감은 여인들, 아가씨들. 잡지를 보거나, 새로 산 백이며 반지를 내보이거나...
-앞에는 녹차 일습(다완과 잔, 주전자 다식 접시가 나무 쟁반에 놓인)와 다식 접시. 백팩은 의자 옆에.
-물끄러미 앉아 있는 선재. 양 손끝을 마주 대고 힘을 줘 봤다가...깍지도 껴봤다가..
-혜원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다가온다.
-선재, 황황히 일어선다. 멋쩍은 웃음.
-직원이 의자를 빼준다. 혜원이 고맙단 표시하고 앉으면 선재도 앉는다.
혜원 : (직원에게) 차는 그냥 두시구요, 부탁 한 거 준비 됐는지 좀 알아봐 주세요.
직원 : 네. (가고)
혜원 : 그 옷은,
선재 : 제 껄로 갈아 입었어요. 짐이 와서,
혜원 : 아아, (이마를 본다) 웬 상처야?
선재 : 아, (슬쩍 만지며 어설피 웃음)
혜원 : (선재 목에 시선) 어라? 또 있네?
선재 : (얼른 목섶을 여미는) 여친이랑 싸우다가, (아차! 손을 내리며 시선 피한다)
혜원 : 알아. 왔었다며.
선재 : 네...
혜원 : (놀린다) 너흰 그렇게 싸우는구나?
선재 : (민망)
혜원 : 근데 왜 싸웠어?
선재 : 그냥 좀, 반가워서요.
혜원 : 오오 과격하네...
선재 : 네, 좀,
혜원 : 교수님은 너, 아직은 여자친구 있으믄 안된다구 하시는데?
선재 : (본다) 선생님은요?
혜원 : 난 아냐. 있는 게 좋아. 니가 하루 종일 나만 졸졸 쫓아다니면서 한 번 더해요, 그러믄,
-옆 자리 잡지 보던 여인(50대)이 휙 돌아본다. 화려한 옷과 화장.
혜원 : (웃어준다) 피아노예요.
-여인, 휙 일어나 다른 자리로.
선재 : (고개 숙인다. 쑥스럽다)
혜원 : 암튼, 그런다믄 좀 귀찮을 거야.
선재 : (알아요)
S#65. 플래시 백.
-어젯밤. 신나게 피아노 치는 혜원과 선재.
-선재, 얼싸안고 ‘한번 더해요’
S#66. 현재.
선재 : (혼자 웃는다)
혜원 : 뭘 웃어?
선재 : 네?...아아, (새삼 웃음) 좋아서요.
혜원 : (저 웃음 참 좋구나)
선재 : (머뭇) 그래서, 저 오늘 집에 갈려구요.
혜원 : (응?!)
선재 : 가방두 가지구 나왔어요.
혜원 : (의자 옆의 가방을 본다)
선재 : 너무 좋아하면 다 들키지 않나요?
혜원 : (그런데?)
선재 : 저, 좀 비겁해두 끝까지 들키지 않을려구요. 제 여친이나 교수님한테,
혜원 : (소리나게 웃음) 재밌네...
선재 : (벌떡 일어서서 꾸벅)
혜원 : (돌아보면)
-준형이 다가온다. 싱글벙글.
준형 : 어, 그래... 뭐가 그렇게 재밌어?
혜원 : 얘 다 재밌어.
준형 : 푹 쉬었냐?
선재 : (시선 피하는) 네,
준형 : 가자.
혜원 : (선다) 어.
선재 : ?
-준형과 혜원, 간다.
혜원, 얼핏 돌아보고, 선재, 가방을 들고 황황히 따라간다.
S#67. 퍼스널 샾 룸.
-준형이 선재를 세워 놓고 퍼스널 샤퍼가 건네주는 옷들 받아서 대 본다.
벙한 선재. 샤퍼 두 명이 시중들고 있다.
행어와 벽 여기 저기에 걸린 옷들. 정장부터 캐주얼, 아웃도어룩 등, 다양한 고급품.
-혜원은 소파에 앉아 바라본다.
준형이 이거 어때, 저거 어때, 의견을 물으면 건성 대답.
-장승처럼 서 있는 선재. 목과 이마의 생채기.
S#68. 혜원의 상상.
-반라의 다미와 선재. 격렬한 애무. 다미의 손이 선재의 목을 할퀸다..
S#69. 퍼스널 샵 룸.
-혜원, 왜 이러니 정말. 혼자 외면하는데.
준형 : 뭐?!
혜원 : (흠칫)
선재 : 아니요, 저, 정말 괜찮습니다.
준형 : 나는 안괜찮아. 입어 봐. 오디션에 그러구 올 거야? 학교 그러구 다닐 거야?
선재 : 그건 잘 모르겠구,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준형 : 어딜,
선재 : (혜원을 한 번 보고는) 제가 살던 집이 아직 안 나가서, 아무 때나 갈 수 있어요.
준형 : 허허허 이 놈 봐.
혜원 : (앉은 채 눈 앞을 본다)
선재 소리 : 너무 좋아하면 다 들키지 않나요?
준형 : (혜원에게) 얘 지금 즈이 집에 가겠다는데?
혜원 : 나는 찬성. 좋은 생각이야.
준형 : (응?)
혜원 : 편하게 해 줘야지.
선재 : 감사합니다.
혜원 : (준형에게) 보내요. (선재에게) 가 봐.
선재 : 네, (가방을 집어든다)
준형 : (벌컥) 뭐야, 왜 이래!!
혜원 : (왜는. 들킬까봐지)
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