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0608000006#none아침은 커피 한 잔, 점심은 미소시루(일본 된장국)를 곁들인 돈가스 정식, 저녁은 체인점에서 규동(쇠고기 덮밥) 한 그릇.
일본의 젊은 남성 직장인이 보여주는 보통의 식생활 풍경이다. 하루 동안 먹는 채소는 돈가스에 나오는 양배추 약간과 규동에 들어가는 양파가 전부이다.
이처럼 일본인의 밥상에 육식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말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채소·과일·어패류의 하루 섭취량이 10년 전에 비해 각각 18.4g, 22g, 24.3g 줄어든 반면
육류 섭취량은 6.7g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요리 연구가 무라카미 사치코 씨
고기 위주 식생활 개선에 앞장
260권 책 펴내 540만 부 판매
"염분은 줄이고 채소 많이 먹어야"
이는 일본 내각부가 지난달 31일 제시한 균형잡힌 영양소 섭취를 위한 '일본형 식생활'과도 거리가 먼 것이다. 일본형 식생활은 쌀을
기본으로 생선·고기·채소·해초·콩류 등의 다양한 부식을 조화롭게 먹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고혈압·당뇨 등 생활습관병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 일본. 이런 변화된 일본 식문화 속에서 "제대로 밥을 먹어야 한다"며
식생활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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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사치코 |
일본 도쿄와 후쿠오카의 스튜디오를 비행기로 날아다니며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식문화
정보를 발신하고 있는 무라카미 사치코 씨가 그 주인공.
무라카미 씨는 요리연구가 겸 관리영양사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무려 260권의 요리책을 내 모두 540만 부 이상을 판매했다. 한때 한국에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바나나 식초'와 전자레인지에 20분 가열한 양파를 갈아 만든 얼음을 음식에 넣는 당뇨환자 식이요법 '양파
얼음'의 개발자로 유명하기도 하다.
무라카미 씨는 요리에 능숙하지 못한 신여성이었던 어머니를 대신해 여덟 살 때부터 밥을 지었고, 대학 전공도 식품학을 택한 그는 남편 회사 동료의 미국인 아내를 가르치면서 요리 선생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무라카미 씨는 제대로 된 식생활을 위해 "무엇을 얼마만큼 먹을 것인가보다 언제 얼마의 비율로 먹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전 4시에 일어나 밀크티로 잠을 깨우고 현미밥·낫토·채소 미소시루·녹차로 아침을 먹는다.
점심은 지방을 뺀 돼지고기 돈가스와 감자샐러드, 저녁은 현미밥에 생선의 표면을 살짝 구운 가다랑어 다다키, 피망 버섯 간장조림이다.
저녁식사 후 디저트로 과일과 와인을 먹는 것이 '무라카미식 밥상'의 한 모습이다.
"에너지 섭취 비율을 아침 3·점심 3·저녁 4의 비율로 합니다. 탄수화물은 활동을 하는 아침·점심에, 단백질은 저녁에 섭취해 잠자는 동안
흡수되도록 하면 좋습니다. 섭취량·식사시간의 리듬이 일정하지 않으면 간식이 먹고싶어집니다"라고 말했다.
무라카미 씨는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은 연료를 넣지 않고 차를 달리게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장기·학습기 아이들이 아침밥을 꼭 먹도록 '공부하기 전에 우선 밥을 먹자'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실제 일본 문부과학성이 실시한 학력조사에서 아침에 아무
것도 먹지 않는 학생들이 아침을 먹는 학생들에 비해 20% 정도 학습능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아침을 가족과 함께 먹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편식하지 않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라카미 씨는 일본 요리에 의외로 염분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또다른 주장이다.
"한국에서 불고기를 먹었는데 쌈·생채 등 같이 나오는 채소의 양이 많아 놀랐다"며 "김치·나물까지 생것으로 다 먹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양이다"고 말했다. 최근에 영화까지 나오며 일본에서 유명해진 타니타 사원식당 레시피의 핵심도 바로 '염분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이다.
무라카미 씨는 유아를 위한 '미니 셰프 클럽'과 초등학생·부모가 함께하는 '오니기리&미소시루 클럽' 등 다양한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먹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기초가 된다', '어린시절 형성된 식습관은 고치기 어렵다', '자기가 먹는 음식은 자신이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철학을 펴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