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는일이 자주 일어난다,
아마도 좋지 않는 일은 혼자서 오지는 않는가 보다,
꽃감선생의 고물차를 들이받은 이후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테니스 동호인과의 불화가
이어졌고,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직원중 한명을 부산경남본부에 뻬았겼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말에 즐기는 테니스마저 슬럼프에 접어 들었는지
내기에서 번번히 지고 말았다,
평상시 보다 실수가 많다 보니 농담을 즐기는 동호인은 기고만장의 머리에 엘보가 온게
아니냐고 놀리기도 한다,
받아들일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불행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크다란 행운의 여신이 뜻하지 않은곳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아마 한달 보름전쯤 수요일 저녁이었을 것이다
재진 대고 14회 기수모임이 있었는데 그자리에서 우연히 한여자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이란 말인가,
소주 한병 정도를 마신 상태에서 그녀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마치 찬물을 뒤집어 쓴것처럼 화들짝 놀란 것이다,
알코올에 젖어 이완되어 있던 세포조직이 갑작스럽게 긴장의 끈을 잡어 당긴다,
한가지 생각에 몰두해 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때린다 해도 이보다 더 놀라지는 않았으리라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나서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보니 다행히도 아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가 아마도 열시쯤 되었을 것이다,
술자석에서 살며시 빠져나와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뜻하지 않은 소식으로 화들짝 놀라버린 뇌세포는 이미 자제력을 잃어버린채 늦은 시간을
감지하지 못하고 예의를 벗어난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게 되어 미안하다는 통상적인 예의를 생략한채 나의 이름을 밝히고
나서 혹시 나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기대와는 달리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녀의 대답도 만남에 대한 나의 간절한 소망을
꺽지는 못했다.
여기서 단념하기에는 그리움이 너무 절실했고, 그리워했던 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위천중학교 17회 졸업생이라는 것과 고향이 북상이라는 것을 밝힌후 다음날 점심때
만날 것을 제의하니 예상과는 달리 흔쾌히 승낙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 진다고 했던가,
약 35여년 전, 까까머리 학생시절에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다,
적어도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녀였고, 그냥 바라 보기엔 너무나 눈이 부셨던 것이다,
그래서 용기없는 시골소년은 좋아하는 마음을 가슴속에만 간직한채 졸업을 하였고,
그이후 33년이란 긴세월동안 때로는 꿈속에서, 때로는 상상속에서 그녀를 만나왔던 것이다,
이제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녀는 나의 첫사랑이자 짝사랑 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두 번째 사랑을 해보지 않았으니 마지막 사랑일런지도 모른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한 다른 사랑이 차지할 공간이 내마음속엔
없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억지일까
그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옛모습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설마 그녀도 나이를 먹었을까, 슬하에 자녀는 몇이나 두었을까,
남편은 어떤 사람이고 또한 그녀를 차지한 남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만나면 무슨말을 해야 하나,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이러한 궁금증들이 나의 머리를 차지하고 앉아 다른 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누가 보면 갑자기 돌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긴 이런 순간에 미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도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만남의 순간이 다가옴에 따라 나의 뇌세포는 정상적인 가동을 멈추어 버린채 실타레
얽히듯이 이미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귀중한 만남의 순간이 벌써 두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11시 30분에 나의 사무실에 만나자고 하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내가 일하는 곳을 그녀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는 나의 하찮은 성공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지 않나 싶다,
드디어 운명이 순간이 다가왔다,
중학교 동창이 만나는데 운명이라는 단어까지 갖다 붙일 것 까지야 있을까 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나에게는 이보다 더한 운명의 순간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옛모습은 어디가고 왠 중년 여인이란 말인가
49세의 아줌마가 저렇게 가날플수 있단 말인가,
어느누구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자유로울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옛모습이 고스라니 남아있다,
아무리 기나긴 세월이라도 그녀에게서 천사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뻿어 가지는 못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들을 나누다 보니 한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모습보다 마음이 더 따뜻하고 아름답다는 것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중학교때 많이 좋아 했었다고, 아니 아주 많이 좋아 했었다고 고백을 하고 나니
오랫동안 가슴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그리움이 서서히 녹아 내린다,
친구로서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한 그녀와의 약속은 또 다른 나의 희망일 것이다,
진주라는 도시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남강이 도심을 휘돌아 흐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진주라는 도시의 하늘을 이고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가 진주라는 도시의 공기를 마시고 있기 때문에 진주라는 도시가 더더욱 아름다운 것이리라,
무엇보다도 그녀와 나와의 만남이 이루어 진 곳은 다른 도시가 아니라 진주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항상 사랑받고, 가정적으로 화목하고, 그리고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다.
첫댓글 아이고.... 축하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이성으로부터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본 경험이 거의다 가지고 있겠고 또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요. 나이 어려서는 너무나 부적격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프로포즈를 해오면 참 난감하여 그 이후로 아예 아는 척을 안해버렸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게 거절할만큼 나이를 먹었지요? 어쨌든 좋으시겠습니다. ㅎㅎㅎ
이글을 써놓고 여기에 올려도 되는지 몰라서 많이 망설였어요,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가면서 느끼는것 등을 올릴수 없다면 올릴수 있는글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면 올리지 말아야 겠지요, 혹시 눈살 찌푸리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각자 자신의 그릇과 폭으로 보기 때문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이런 솔직한 글을 참 좋아하고 저도 즐겨 써왔는데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았지요. 문학적인 위트나 파라독스의 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나름대로 판단하여 까발기는 질투파 족속들도 있더이다. 하지만 전 늘 긍정적으로 이해합니다. Go for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