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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랑해요 LG입니다.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조율하며 새로운 발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무대와 사람 사이를 잇는 공연기획자. 이런 공연기획자로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현재는 마케팅 팀장으로 있지만 2000년 LG아트센터의 개관 때부터 올 2월까지 LG아트센터의 공연기획을 총괄했던 이현정 팀장과의 만남을 통해 엿본 공연기획자의 모습은 아티스트의 역량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조력자이자 그들과 함께 무대를 공유하고 사랑하는 친구였습니다. 하나의 공연이 무대라는 시공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만드는 특별한 순간의 매개자이자, 어떤 작품을 무대에 올릴 것인지 기획하고 이에 따라 배우를 캐스팅하는 일에서부터 개런티 협상, 예산 편성, 스케쥴 조정, 수익 계산 등의 문제를 총괄하는, 말 그대로 실질적으로 공연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총 책임자이기도 했구요.
관객을 전율케 하는 세계적인 공연 뒤에 감춰진 공연기획자의 모습은 어떠한지, 국내에서 기획과 운영, 시설 등 모든 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공연계에 혁신과 파격의 새 바람을 몰고 온 LG아트센터의 이현정팀장을 만나보았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도착한 LG아트센터는 밖의 더위와는 다른, 공연장만의 기분 좋은 열기가 어려 있었습니다. 공연장 곳곳을 천천히 안내하며 인터뷰에 응한 LG아트센터 이현정 마케팅팀장의 첫인상은 ‘클래식’과 ‘록’ 공연을 함께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정갈하고 세련된 모습에 자유로운 눈빛과 생각이 공존하는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를 직접 만나자, 공연기획자로 17년여의 세월을 보낸 그녀가 한층 더 궁금해졌습니다.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마케팅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17년간 공연기획을 해 온 이현정 팀장. 그녀는1996년 12월 1일 LG에 입사한 이래 오랫동안 한 길만을 걸어왔는데요. 그녀가 입사했을 당시 LG아트센터는 건설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고 합니다. 건물의 실시 설계가 이루어지던 시점이었는데, 극장을 짓는 단계에서부터 앞으로 운영할 사람들이 참여해야 좋은 공연장이 나올 수 있다는 대표의 신념 하에 필수적인 인원들이 먼저 채용되었고 이때 그녀도 기획 쪽 인원으로 가장 먼저 채용되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공연기획 한 길만을 걷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사실 이현정 마케팅팀장은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고 졸업 전 대한투자신탁 공채로 입사해 근무한 경력이 있는 등 다소 의외의 이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계기로 공연기획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그 이유 중 하나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가족의 특별한 이력이 그것인데요.
그녀의 네 자매 모두 어려서부터 공연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각기 공연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언니들은 각기 피아노와 연극평론 등 공연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동생 역시 조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고 해요. 어렸을 때부터 같이 공연을 보러 다니던 네 자매 모두 자연스럽게 공연 쪽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틈날 때 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클래식 음악 뿐 아니라 록, 메탈 음악까지 두루 좋아했던 소녀가 자라 세계적인 공연을 기획하는 17년 차 베테랑 공연기획자가 된 것이죠.
공연기획이라고 하면 단순히 어떤 작품을 무대에 올릴 것인지 기획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은데요. 이 같은 생각에 대해 이현정 팀장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객석을 빠져나가는 모든 순간까지가 기획 업무’라고 말합니다.
어떤 공연을 왜 할 것인가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른 예산을 작성해서 이것이 수익적으로 어떤 결과를 나타낼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까지의 사전기획, 그 다음에는 연출가를 섭외하고 오디션을 통해서 배우를 모집하고 두 달간의 연습기간을 지켜보면서 무대 세트를 만들고, 공연을 올리고, 공연 기간이 모두 끝난 다음 정산과 결과보고서를 내는 부분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기획의 전체 프로세스라 하는데요. 이것은 국내 작품의 경우이고 해외 작품의 경우에는 또 다른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고 하네요. 해외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경우 이미 완성된 작품이다 보니 연습하는 기간은 없지만 작품이 결정된 좋은 계약 조건을 위해 협상을 하고 그 과정에서 공연료 금액과 투어 인원뿐 아니라 기술적인 협의도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극장의 무대에 섭외를 고려하고 있는 작품이 수용 가능한가와 화물과 항공, 숙박 조건, 보험, 비자문제 등 입국에서부터 출국까지 관련한 모든 문제가 공연기획이라는 이름 하에 총괄되는 것이죠.
LG아트센터의 처음부터 현재까지를 함께 해 온 이현정 팀장에게 지금의 LG아트센터가 있게 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는데요. 그녀는 자신 있게 바로 말을 이어갔죠. 인근에 예술의 전당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대표 극장이 있는 상황에서 LG아트센터만의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고, 결국 동시대를 살면서 꼭 봐야 하는 작품, 다른 공연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의 비전을 전했습니다.
당시에는 해외 유명한 작품을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데다 해외 작품이 온다 해도 시의성이 없이 한참 지난 작품이 공연되는 경우가 많아 관객들은 늘 아쉬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동시대인으로 꼭 봐야 할 세계의 거장들의 작품과 더불어 향후 5년 안에 꼭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LG아트센터만의 특별한 공연이 가능해 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시도를 계속하자 관객 사이에서 LG아트센터의 공연이라면 믿고 본다는 신뢰가 자연스럽게 쌓였다고 말했죠.
오랜 시간 공연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며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해 온 LG아트센터는 공연자들로 부터 ‘관객도 남다르다’는 평가를 듣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만족과 신뢰, 아티스트들의 이런 찬사가 있을 때야 말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이현정 마케팅팀장은 전했죠.
이현정 팀장은 과거엔 LG아트센터만큼 좋은 해외공연을 볼 극장이 많지 않았는데 2005년 이후로는 환경이 많이 변해 점점 극장간 경쟁 구도도 치열해 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극장 환경이 변화한 부분도 있겠지만 LG아트센터의 그간의 활동이 타 극장들에 분명 자극이 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반면 지금은 각기 독특한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는 극장들이 많아서 LG아트센터가 반대로 많은 자극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렇기에 그녀는 현시점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고 앞으로 LG아트센터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 공연계의 과거와 현재를 살고 미래를 준비하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이냐 물었습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독일의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공연이라고 말했는데요. LG아트센터 개관부터 시작해서 총 5번의 공연을 함께 한 피나 바우쉬, 10년 가까이 지켜 본 그의 인품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2002년 슬로베니아 천재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의 작품 <단테 신곡> 또한 기억에 남았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굉장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단테 신곡>은 2만 5천 리터의 물을 담아서 천국과 연옥, 지옥을 그대로 재현했던 스케일이 큰 공연이었다고 하네요. 독일 친구에게 우연히 받은 화보집에서 본 사진을 계기로 국내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배경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잊지 못할 사건들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테 신곡> 공연 때의 일화였는데요. 공연 전날 리허설 도중 갑작스러운 무릎인대 파열로 배우가 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연출가와 치열한 고민 끝에 주역 배우의 연기를 모두 외우고 있었던 한 배우에게 움직임 대역을 시키고, 무릎을 다친 본래 주역 배우가 대사를 말하도록 하면서 영혼과 몸이 분리된다는 설정을 한 거죠.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으로 새로운 한국 버전의 <단테 신곡>이 탄생하며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공연기획자에게 있어서는 천국과 연옥과 지옥을 하루에 다 경험하게 만들었던 공연이었다고 전했죠. 이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티스트와 관객을 우선 생각하는 LG아트센터만의 특별함이 있었기에 위기를 기회로 넘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객석 1층과 3층을 비우고, 객석 2층에 무대와 객석을 모두 만들어 ‘환영’과 같이 배우가 등 퇴장하도록 하는 창의적인 모멘트를 선보여야 했던 체호프의 <검은 수사>라는 작품처럼 무대의 기술 장치와 통역 문제, 배우와 관객의 안전 등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는 공연기획. 이현정 팀장은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지금도 공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현정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LG아트센터 공연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G아트센터 하반기 공연계획과 추천하고 싶은 작품에 대해 물어보자 그녀는 극장에 있으면 항상 새로운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즐거움이 있고, 관객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아티스트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며, 오는 11월 LG아트센터를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네덜란드의 이보 반 호프라는 연출가가 미국 인디 영화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존 카사베츠 감독의 영화 <오프닝 나이트>를 연극으로 만든 작품을 추천했습니다.
이현정 팀장은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며, 우리 관객들에게는 낯선 작품이지만 내용 자체도 흥미롭고 또한 영화를 어떻게 연극적으로 해석했는가 보는 즐거움도 있을 거라는 말로 작품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꼭 봐야 할 공연으로 현대음악의 대가 피에르 로랑 에마르의 연주회를 마지막으로 권했습니다.
대화를 거듭할수록 그 매력과 열정에 감탄하게 된 공연기획자의 삶. 그렇다면 공연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이 매력적인 능력자, 공연기획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이현정 팀장은 요즘 이쪽 분야에 부쩍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걸 느낀다며,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기회의 폭이 좁아 보이지만 사실 발 빠르게 찾아보면 의외로 일할 기회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예전보다 공연장도 많이 생겼고, 기업 내에서도 문화 활동을 많이 하면서 관련 분야에 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관련 기관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LG아트센터에서도 매년 모집하는 대학생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주니어 보드’ 활동이 계기가 되어 공연 쪽 일을 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는데,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 공연과 관련한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취업 전에 자신의 적성이 잘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는데요. 특히 공연 분야에서 인력 선발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경력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문화적으로 열린 신선한 관점, 작품을 키우는 눈,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와 문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 일상의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습관도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했습니다.
| 기획자와 공연자, 관객 모두가 ‘공연’이라는 순간을 매개로 함께 호흡하는 곳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이현정 팀장.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왔고 또 다시 앞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떤 꿈을 꾸었는지조차 잊고 사는 사람이 많은 요즘, 영감과 감동을 전해주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그 많은 시간을 함께 한 LG아트센터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그녀는 ‘LG아트센터 공연이라면 믿고 볼 수 있는 공연’이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이곳에서 공연기획을 한다는 게 기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LG아트센터라는 공간이 자신의 꿈을 이룬 곳인 만큼 관객들 역시 이곳에서 만나는 공연에서 삶에 작은 반향이라도 일으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바람을 위해 좋은 공연을 더 많이, 더 가깝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현정 팀장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열정을 지닌 사람 특유의 밝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
이런 이현정 팀장이기에 그녀의 최근의 변화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올 초부터 공연기획팀에서 마케팅 분야가 따로 분리되며 마케팅팀장으로서 LG아트센터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된 것이죠. 관객개발이라는 이슈는 개관이래로 끊이지 않고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 어떻게 하면 이 좋은 공연들을 더 많은 관객들과 나눌 수 있을지 여러 마케팅적 방법을 논의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한 순간 꿈과 같이 펼쳐지는 무대라는 공간을 통해 관객과 공연의 특별한 만남을 매개하는 매개자이자,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섬세한 숨을 불어넣는 총괄자인 공연기획자 이현정 팀장. 그녀가 LG아트센터를 통해 소개해온 멋진 공연들만큼이나 그녀의 또 다른 변화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고 한국 공연계에 또 다른 바람을 일으키길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봅니다
본문 출처 :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80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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