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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 하다 영등포 유치소에서 겪은 일이 배꼽잡게 하더군요. 자칫 이 분이 감방 동료이자 소매치기 전문가와 죽이 맞아 미술품 전문 털이꾼이 될뻔한 얘기... 그런 잡범들과도 말을 터고 지낼 수 있었던 털털한 인간적인 성격을 알 수 있어 호감이 갔습니다. 또 한가지. 성경 말고는 읽을 책이 없어 교도관에게 자기는 불교신자라고 속이고 얻은 책이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만 가득 쓰여있는 경전. 무슨 스토리가 있는 걸로 기대했었는데 큰 실망! 하지만 얼마나 무료한 감옥살이었던지, 이걸 다 외워서 문화재청장 때 금강산으로 행사가 있어 큰스님들과 동행할 때 버스 안에서 외웠더니만 스님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해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 ||
그리고 '그 많은 명승지를 다니면서 어디가 가장 맘에 들던가요?'란 무르팍도사의 질문에는 '선암사'를 꼽는데 '거기는 대단한 국보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자주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나라 끝땅에 있어 사철 꽃을 볼 수 있고, 고향처럼 훈훈함이 감도는 곳이라고 하네요. 한국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선암사와 석굴암을 외국의 박물관 미술가 등에게 구경시켰는데, 그들 유명인사들이 우리의 문화재, 자연에 경탄해 하는 얘기를 들려 줍니다. 그들이 둘러봤던 세계 어디서도 못 느꼈던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한국에 있다는 것이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뿌듯해지게 해줍니다. |
헌데 석굴암이 일제 강점기 때까지 잡풀 속에 방치돼 있었단 말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악스럽습니다. 거기다 일본인들이 조선의 문화재를 보호한다며 불손한 의도로 석굴암을 완전 해체해 버렸다가는 문화재 보존에는 치명적인 습기가 굴안에 차게 되자 콘크리트 지붕을 씌우는 땜질식 공사를 했고, 해방된 조국에서조차 무식한 조치로 또 하나의 콘크리트 겹지붕을 씌웠다는데... 이게 지금도 그 상태로랍니다. 큰비가 지면 우스개 소리로 '수굴암'이라고 했다나요. 옛 신라인의 과학을 못 따라가는 거지요. 참으로 황당한 문화재 관리의 현주소입니다.
다음주 2부에서는 유홍준씨가 얘기 중에 'G2'하고 말하자 올밴이 'G20'이라고 바로잡는 등 그동안 시청자가 몰랐던, 유식한 올밴의 활약도 볼 수 있다고 하고... 문화유산 지킴이로 활약해온 유씨의 다음 얘기와 함께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