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차.140608.일.천리포-노을지는 갯마을
엊저녁 재일이와 게국지를 먹은 해면식당(672-8808)에서화장을 하고 빨래도 하고 커피도 한잔 얻어 마시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떠난다. 군에 가기 전 친구들과 놀던 기억이 아련한 만리포해변은 천리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화려하고 번잡하다. 모항항으로 넘어가는 길은 포장된 산길이다. 모항에서 잠시 헤매다
아주 좁은 둘레길 입구를 찾는다. 또 다시 등산길이 이어진다. 해변도로든
둘레길이든 해안 가까이 있는 길을
택하다 보니 짧은 등산은 필수다. 천안에서 오신 노부부를 만난다. 먹다 남은 해삼 석 점을 아낌없이 직접 먹
여주시며 '멋지다'고 응원하신다. 행금이 쉼터에서 젖은 빨래를 꺼내 배낭에 주렁주렁
매단다. 하늘은 흐렸지
만 바람이 시원해 잘 마를 것이다. 그새
노부부가 와 다시 만난다. 나의 큰 누님뻘 되시는 분이 나가 40대인
줄
알았다며 놀라와 하신다. 그 분들 따라 나도 저녁거리로 한줌 따서 내려가니 연잎으로 빈틈 없는 모항저수
지가
소리 없이 반긴다. 물고기들의 은신처인 어은돌해변의 풍광 또한 정이 간다. 파도소리 들리는 해변이면
어느 곳도 다 좋다. 육포와 건빵을 안주삼고
막걸리를 점심 삼는다. 시간이 빠름이 아쉽고 매 순간 순간 아내
와 함께 못해 눈물이 나고 친구들과 함께
못해 안타깝고 아쉽다. 아내가 보고 싶고 그리워 눈물이 난다. 파도
리해변을
지나고 강화에서 고성까지 걸어간다는 말에 슈퍼아줌마가 "살라고 하나 죽을라고 하나"하며 걱정
이다. 송현리 마을을 지날 때는 "물이나 들고 가슈"하며 응원하신다. 잠시 32번국도를 따르다 법산리
'노을
지는 갯마을' 가는 길로 접어든다. 18시경
드디어 노을 지는 갯마을의 갯벌체험관에 도착한다. 마침 인천에서
온 가족을 데리고 갯벌을 다녀온 사무장을
만난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마당에 야영을 청한다. 우선
그러
라고 하며 위원장에게 보고 하더니 신분증을 복사해도 되겠냐는 것이다. 전혀 부담 없이 신분증을 내준다. 서
운해하지 말란다. 나는 당연한 일이다 고 한다. 전혀 생각지도 않게 인천에서 온 가장이 아이들이 애써 잡은
바지락 한 사발을 건낸다. 감사의 말을 수없이 전하고 사무장으로부터 물과 전기를 마음대로 쓰라는 말을 듣
는다. 세상에 이보다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 만 화장실은 내일 자기가 출근 후에 사용하라 것이다. 그리고는
생수 두통 캔사이다와 캔커피까지 주고는 나중에 다시 올테니 소주나 한잔 하자고 한다. 잠시 후 보고를 받은
이장 겸 위원장이 나타나더니 커피를 대접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사실 나는 밥도 먹
어야 하고 세면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는데... 다행이
이장은 내게 허름하지만 외부 막사가 낫지 않겠냐
며 제안을 한다. 감지덕지. 오늘은 텐트 칠 일이 없다. 부리나케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전화
카톡을 받느라 바
쁘다. 식사 중에 사무장은 이미 와 있고 갑자기 동네사람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과
둘이 순찰차를 몰고 찾
아왔다. 난생 처음으로 '거수자' 신고를 받아본다. 경찰은 나의 신분을 확인하고 나의 '강화에서 해안따라 두
발로 고성까지' 이야기를 듣고는 깜짝 놀란다. 20대 후반아안니면 30대 초반의 젊은 경찰이 예의가 바르다.
그들이 가고 식사를 대충 정리하고 사무장과 된장에 풋고추로 소주 한 병을 마시며 이런저런 불편한 동네 이
야기를
한다. 내일 아침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진다. 참 인상이
좋고 예의 바르고 정직해 보인다. 다른 일로
바빠진 바람에 모든걸 생략하고 일기를 먼저 쓴다. 참 재미 있는 동네 여기는 태안군 법산리의 노을 지는 갯
마을
해안따라 두발로 김기인
첫댓글 하여간 대단해요...두발로 도보영행도 여행이지만 어느곳 어딜가나 비슷한 야그를 해서 이해 시켜야 하는 디...쉽지 않죠????그러니 경찰도 오고 거수자(?)란 title 까지 ㅎㅎㅎㅎㅎ
이런 여행(고행?)을 이해하는데도 한참 걸리네요. 같은세월을 살고 지내면서 도저히 생각도 못한 일을 실행에 옮기시는 김선생님 정말 대단합니다. 항상 안전에 유의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고, 꼭 목표를 이루시길 빕니다. 고성에 도착하시는날 해탈 하지 않을까요. 부처님도 엄청나게 걸었더군요. 건투를 빕니다.
ㅎㅎ 어제 추억거리 많이 만들었구나. 길에서 만난 훈훈한 인심들 살갑게 느껴지네. 근데 거수자로 신고됐다고.ㅋㅋ 내가 함께 있었으면 2인조 무장간첩단이었는데.. 충청도 시골 양반들 눈 밝네 ㅋㅋ
무장은 무슨? 비무장 간첩단이겠지. ^^
가다보니 신고도 받고, 못해봤던 경험도 하네.
암튼 대단한 체력. 계속 완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