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동화집>-서점에서 도서관까지
전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
201713640 김채은
유치원생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나이 때까지의 나는 집 앞 서점에 가 책을 읽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하필 도서관이 아니라 서점인 이유는 집 근처 공공 도서관까지 거리가 멀어 어린 나이의 내가 혼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있는 동네 서점을 자주 가 책을 읽었다. 이번에 그림 형제 동화집을 읽는 동안 과거 어렸을 적에 서점에 쪼그리고 앉아서 읽었던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행복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사실 교수님께서 그림 형제 동화집을 읽어오라는 과제를 내주셨을 때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이런 동화책은 어린아이들만 읽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나이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 동화집을 읽고 나서 과연 얻는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감상문을 채워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부감을 가지고 책 읽기를 시작할 때와 달리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정말 재미있어서 다른 동화를 더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어렸을 적의 관점과 지금의 관점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또 수업에서 배운 아동 문학의 규칙성을 약간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림 형제 동화집의 작가는 제목에서 보이는 그대로 그림 형제이다. 그림 형제는 형 야곱 그림과 동생 빌헬름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은 몸이 튼튼한 형이 돌아다니면서 여러 이야기를 모으면 상상력이 풍부한 동생이 이야기들을 재구성해 그것으로 동화를 만들었다. 그들은 도서관에 근무를 하며 동화집을 출판했다. 이렇게 출판한 그림형제의 첫 책은 1812년에 출판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이다. 이 동화집은 독일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들까지 널리 읽게 되었다.
내가 읽은 그림 형제 동화집은 허밍 버드 출판사에서 출판한 214 페이지짜리의 책이다. 이 동화집에서는 약 200편에 이르는 그림 형제의 동화 중 아주 일부인 16편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목차를 살펴봤다. 다 내가 아는 동화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흰 뱀’, ‘룸펠슈틸츠헨’, ‘아셴푸텔’, ‘푸른 등불’과 같은 내가 모르는 동화의 이름도 꽤 많아서 당황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런 당황스러움은 사라졌다. 왜냐하면 동화의 제목만 나에게 생소했고 막상 내용을 읽으니까 다 아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책을 읽고 나서 의문점이 생긴 동화가 있었다. ‘그림 형제 동화가 원래 이렇게 잔인한가?‘하는 의문이 들게 했다. 어렸을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요소들이 지금 보니 너무 잔인해서 지금의 내가 보기엔 눈살이 찌푸려졌다. 예를 들면 ’아셴푸텔‘에서 아셴푸텔의 새언니들이 왕자의 구두에 발을 맞추기 위해 엄지발가락을 잘라내고 발뒤꿈치 살을 한 덩이 떼어낸다는 구절을 보고 ’과연 이러한 내용이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20살의 내가 어릴 때와는 달리 몇 년 더 살아오면서 때가 많이 묻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읽고 난 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화도 있었다. 바로 ‘운 좋은 한스’라는 제목을 가진 동화이다. 간략하게 내용을 써보자면 7년 동안 일을 해서 품삯으로 금 한 덩이를 받은 한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른 물건과 자신이 가진 물건을 바꾸다가 결국엔 아무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간 내용이다. 이건 어렸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봐도 똑같이 한스는 멍청한 사람이고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스는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 칭하며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또 동화의 마지막 구절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모든 짐에서 풀려나와 그는 뛰어갔다.’라는 부분이 있다. 20살의 내 눈으로 보기엔 모든 짐에서 풀려나왔다는 말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 행복하다는 말로 보였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 요즘 사회 문제에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동화도 있었다. ‘물렛가락과 북과 바늘’이란 동화이다. 3장 분량의 아주 짧은 동화이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왕자가 자신의 신붓감을 찾으러 나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보호자 하나 없는 주인공인 소녀와 다르게 다른 소녀들은 왕자가 오길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주인공 소녀는 물렛가락, 북 그리고 바늘을 이용해 왕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요즘 영화, 드라마 그리고 과거의 여성상들이 가부장적인 체계 아래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간다는 비난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그 비난을 피드백으로 요즘 드라마나 영화는 많이 바뀌었다. 이 동화에서도 미세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같은 작가의 동화책만 연속해서 16편으로 읽고 나니 비슷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대부분의 책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내용의 중반쯤에는 나쁜 인물들이 우세하지만 결국 결말은 주인공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아동문학의 특징 중 하나인 권선징악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내가 평소에 읽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문장의 길이가 다 짧다는 것이다. 성인들도 읽지만 아동한테 초점을 맞춘 책인 만큼 아동들이 읽기 편하게 짤막한 문장으로 쉽게 되어있다. 이 또한 수업시간에 배운 아동문학의 특징 중 하나이다. 동화를 더 읽으면 다른 특징들도 많을 것 같다. 내가 읽은 동화집에는 16권의 동화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확실하게 눈에 띄는 특징들을 이것들밖에 찾아낼 수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동화를 더 찾아서 읽어보고 또 다른 공통점을 찾아내고 싶다.
수업시간에 동화(童話)는 어린이를 위해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가지고 쓴 이야기. 또는 그런 문예 작품으로서 어린이가 주 대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들이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성인들 또한 동심을 가지고서 이러한 동화책을 읽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것으로 볼 때 그림 형제 동화집은 아동 문학 분류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문학 분류에서도 가치를 가지는 작품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마냥 재미있고 환상감을 심어줘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여러 교훈을 주고 책에서 비춰주는 문제들을 우리 사회 문제와도 엮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번 과제를 통해서 동화책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다. 전에는 동화책을 아이들이 읽는 것이라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지고 공공 도서관의 어린이 자료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했었다. 그러나 그림 형제 동화집을 읽고 나서 그림형제의 다른 동화책을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뿐만 아니라 다른 선택지였던 샤를 페로의 동화 또한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의 옮긴이의 말 중 감명 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이 책이 나에게 그랬듯 당신에게도 잠 못 이루는 밤에, 아픈 날의 침대 맡에 동반해 줄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 곁에서 오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포근함이 어쩌면 우리의 외로움을 지워 줄지도 모르니.’라는 구절이다. 이 구절대로 책을 읽는 내내 과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포근함이 알게 모르게 느껴졌다. 또한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매번 시간이 없단 핑계로 책을 읽지 않던 내가 생각났다. 이번 기회를 통해 책은 시간 날 때 읽는 것이 아닌 시간을 내서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교수님이 과제로 내주신 책뿐만 아니라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위해 시간을 만드는 버릇을 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