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17년 3월14일 맑음
장소-한북정맥 수원산 국사봉 구간 남진
코스-47번국도(화현고개)-서파고개(명덕 삼거리, 천마지맥 시작점)-수원산-국사봉
-육사생도 육이오 참전기념비-큰넓고개
드디어 흙 풀어지는 봄이다
버스 창가로 흘러드는 아침 봄볕에 슬슬 온몸이 녹아들다
보름전 정맥길을 마쳤던 47번 국도변에 도착하였다
굴다리 건너편인 군부대 후문에서 정맥길이 이어진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지나고 이어 부대 철조망을 따라 언덕을 올라
443.6봉이다
편안한 마루금으로 이어진 정맥길 좌측은 넓은 군부대로 계속 철조망은 이어진다
424.7봉을 지나고 잣나무 숲을 지나 내려서 서파고개인 명덕삼거리로 내려온다
22번 국도와 56번국도가 만나는 명덕 삼거리는 천마지맥 시작점으로
우측 언덕을 치고 정맥길에 오른다
고도를 계속 올려 1.5km를 숨차게 오르면 개짖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수원산 갈림길이다
수원산 정상은 군견 두마리가 짖어대는 군부대 초소로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해발 고도 709.7m의 水源山은 王宿川의 발원지이다
왕숙천은 수원산 계곡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흘러 구리시와
남양주의 경계에서 한강에 합류하는 길이 40km가 넘는 하천으로
왕숙천이란 이름은 이성계가 상왕으로 있을때 남양주의 팔야리에서
팔일간 머물렀다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수원산 정상 아래 정맥길은 좌측으로 꺽여 나무계단을 내려와 진행한다
암봉 하나를 지나고 미끌어지듯 낙엽길로 내려선다
얼었던 땅은 녹고 폭신한 낙엽깔린 길이 미끌었다
수원산 계곡으로 수령 삼백오십년 묵은 연리지 소나무인 부부송이 있다는데
정맥길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앞만 바라보고 달리듯이 산을 타는 산악회원 뒤만 졸졸 따라 다니다보면
여유가 넘쳐 선두로 치고 달리는 사람은 다르겠지만
보고 싶고 쉬고 싶은 때를 놓쳐 다녀와서도 어디를 어떻게 걸었는지
숨만 헐떡거리다 온거 같은 기분이 들때가 가끔 있다
이어 정맥길은 방화선으로 이어진다
무명봉을 넘으면 헬기장이 나오고 또 무명봉을 넘으면 헬기장이 나오고
좌측은 잣나무숲을 우측은 낙엽송을 확실한 가르마로 방화선이 이루는길이
오르내림이 편하게 이어진다
쭉쭉 뻗은 잣나무 군락지를 언뜻 소나무 군락지로 착각했다
사계절 내내 변하지 않는 침엽수의 소나무 잣나무와 전나무는
우리 숲 푸름의 으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비슷하게 보이나
소나무는 잎 한묶음에 솔잎 두개가 붙고 잣잎은 다섯개가 붙는 차이가 있고
솔방울 역시 소나무보다 잣나무 솔방울이 훨씬 커서
잣 솔방울 하나에 이백여개의 씨앗을 품고 있다
딱딱한 씨앗 껍질을 깨면 우리가 생으로도 죽으로도 만들어 먹는 맛있는 잣이
나온다
명절때나 행사때가 되어야 눈치 안보고 주워 먹을수 있었던 귀한 잣은
어렵게 수확하는 수고로움에 비하면 비싸다는 말이 쏙 들어간다
바람과 새똥에게 실려 날아온 씨들은 숲 아래에 새싹을 틔여 발에 부딛치는
어린 묘목들을 피해 걸어야 한다
죽은듯이 겨우내 잠다던 숲이 깨어 생명을 소생시키는 봄이여서
기쁘다
땅은 풀어져 헐거운데 지난해 떨어진 낙엽은 아직 소멸하지 못하여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 아직 바닥에서 나뒹군다
멍청하게 아무 생각없이 걷다 순식간에 개구리가 낙상하듯 양탄자같은 낙엽위로
두팔 벌려 쭉 미끌어졌어도 외상하나 없이 벌떡 일어나서 다시 걸었다
길위에서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산에서 내려와 땅에서 자꾸 넘어지고 쓰러지면 이상스런 사람이 될것이다
한평생 산을 가까이하며 살았던 퇴계는 산에 가서 노을을 마시고
햇빛을 먹으려는 자들과 산에 속아 자신을 속이는 인간을 가엾게 여기고
꾸짖었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을 정화 시키는 산에서 내려와도 생활속 그 마음에 보탬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엽록소가 만발하여 몸의 세포가 푸르게 열릴날도 머지 않았다
좌측과 우측으로 꺽으며 오르락 내리락 유순한 산자락이 봄을 맞는 수런스런 바람으로
왼쪽 뺨은 따스하고 오른쪽 뺨은 차가웠다
감기 바이러스가 딱 좋아하는 날씨여서 등줄기와 겨드랑이에는 땀이 맺혀도
바람막이를 뒤집어쓴채 걸었다
585.5봉을 지나 송전탑이 있는 무명봉과 바위봉을 지나고 여러개의 송전탑을 지나친다
다시 낙엽쌓인 길을 올라쳐 국사봉에 이르렀다
해발고도 547m의 국사봉은 한북정맥상 수원산의 남서쪽에 위치하며
포천시 가산면과 내촌면을 가른다
예전엔 불정산이라고도 불렀던 국사봉에서 정맥길은 북서로 틀어 큰 넓고개로 이어지고
다시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죽엽산을 향한다
석산을 파헤쳐 허연 뼈가 드러나게 산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정상을 벗어나는 정맥길은 우측으로 가파르게 내려선다
오백여미터가 이렇게 높았던지 끝도없이 내려가다 작은봉우리 하나를 넘고 갈림길에서
다시 좌측으로 미끌어져 내려간다
마지막 작은 봉우리를 넘고 드디어 육사생도 참전 기념비가 서 있다
육이오 당시 육사생도였던 어린 학생들은 이곳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오직 소총만으로 싸우다 실탄마저 떨어져 백병전으로 처절한 전투끝에
백여명의 꽃다운 젊음의 희생을 기려 세운 기념비란다
남북으로 갈라진 한국을 둘러싸고 미 중 일 열강들의 심상치 않는 행보에도
다시는 한국전쟁 같은 전쟁은 이땅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고
호국영령의 제단앞에서 경건한 묵념 대신 화이팅으로 인증사진을 찍었다
이어 87번 국도변의 고개 마루에 서서 바라보면 넓은 구릉지대를 이루고 있다하여
큰넓고개라 했다는 큰넓고개에서 오늘의 정맥길은 마쳤다
그동안의 한북정맥중 가장 쉬운길이었다
다음구간은 큰 넓고개에서 서쪽으로 있는 작은 넓고개에서 시작된다
봄
다시 봄입니다
몽롱한 파스텔 구름으로
봄을 부르네요
새 잎으로
봄을 부르고
새 꽃으로 피어 나네요
쓰고 아린맛으로
봄이 오고
쌉쏘롬한 독한맛으로
봄이 오네요
다시 온 봄처럼
사람도 여러번 봄이 올수는 없는건가요
2017년 3월 중순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