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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광안리 베네딕도 수녀원에는 철철이 꽃이 핀다. 해인 수녀는 수십 년을 거기서 살았다. 수녀원 꽃밭에 해인이 모르는 꽃도 없고 해인을 모르는 꽃도 없다. 평생 꽃을 보았고 다가가 이름 불러 주었고 꽃과 놀았고 꽃을 노래했다. 그것이 모두 기도가 되었다. 꽃기도는 하늘에 닿아 반달로, 구름으로, 무지개로 떴다. 해인 스스로 꽃이었다. 이제 우리는 꽃이 된 해인을 글로 만난다.
88편의 꽃시들이 주저리주저리 열렸다.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 작지만 눈부신 꽃들이 모여 사는 곳. 2부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피어날까" - 아, 찬란함 뒤에 숨은 아픔이여, 해인의 눈이 그 아픔을 읽었다. 3부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 꽃과 관련된 일상의 소담스러움.
해인 수녀는 각 시마다 단상을 달았다. 시 행간에 꼭꼭 숨어 있던 시인의 상념들이다. 이 꽃은 어떻게 시가 되었나, 이 시에는 누구의 기억이 스며 있을까... 이제는 그 속내를 해인의 입으로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화가 하정민은 각 시에 어울리는 꽃그림을 한아름 그려 주었다. 하정민의 꽃그림은 꽃이 꽃으로 보이지 않고 꿈으로, 사랑으로 보인다. 그래서 꽃시집이 더욱 꽃시집 다울수 있었다고 말한다.
해인의 오랜 벗이 책말미에 아름다운 글로써 소녀 시절의 해인을 추억했다. 어린 한때를 함께 했던 옛 동무 해인의 모습이 맑고 신선하다. 젊은 음악인 김정식 님은 서시 "꽃의 길"에 곡을 붙여 주었다. 그 악보가 이 시집의 끝이다. 시를 다 읽고 온 마음이 꽃향기에 흠뻑 취하거든, 꽃길 따라 걷듯 나지막이 불러 봐도 좋겠다.
" 이 시집은 과분한 사랑을 받은 내가 사람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어느날 꽃나무 앞에 서서 한송이의 꽃이 피어날 때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며 '참 먼길이구나'하고 혼잣말을 한 적이 있다. 기다림의 먼 길을 돌아와야만 우리 삶도 조금씩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 삶의 정원에서 핀 고유의 향기를 지닌 꽃이다 사람들이 이 시집을 읽고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 문화일보 인터뷰 중에서 이해인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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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서평
"수녀님의 꽃시집은 철 따라 우리 강산을 수놓는 야생화로부터 잘 눈에 띄지 않는, 그러나 한번 눈여겨보고나면 고 예쁜 걸 좀처럼 잊을 수 없는 풀꽃까지를 고루 섞어 조화롭게 꾸민 꽃다발입니다.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 줄 알았는데 꽃다발을 받고 나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특별한 날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완서(소설가)
"해인 수녀님의 꽃시를 읽노라면, 피곤하고 고단한 일상에 여릿여릿 꽃물이 듭니다. 내가 꽃이 되는 아름다운 포만감에, 피곤이 스르르 잠이 듭니다. " - 윤석화(연극인)
단촐하지만 그 속에 심연과 같은 영성의 샘을 간직한 시어를 창조하는 시인 이해인(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 소녀 시적 타고르의 시 '꽃의 학교'와 한용운의 시 '꽃싸움'을 읽고 꽃에 심취했다고 고백하는 수녀가 이번에는 작지만 눈부신 생명을 간직한 꽃에서 길어올린 시어를 묶어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를 내놓았다. 제목 그대로 꽃시집이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시인이 지금껏 쓴 꽃시 88편을 소담스럽게 엮어 놓은 것이다. - 평화신문 2004.8.22 <박주병기자>
어려서부터 꽃과 꽃시를 모으고, 꽃시집을 보물처럼 간직했다는 그는 언젠가는 꼭 꽃시집을 내고 싶었다고 한다. 시집에는 첫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이후 지금까지 쓴 꽃 시들을 모았는데 기존 시집에 들어가있던 것이 절반, 새로 쓴 시가 절반 정도 된다. 이제까지 쓴 꽃 시들이야 100편을 훨씬 넘지만, 그는 자신의 수녀원 고유번호이자, 행운의 숫자인 88번을 생각해서 88편을 묶었다고 한다.
각각의 시 아래에는 시를 쓸 때의 이야기, 지금 시를 보면서 느낀 단상들을 풀어놓았다. 시 ‘민들레의 영토’ 밑에는 “민들레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꽃입니다. 먼 데까지 내다보는 사랑, 끝까지 견디어 내는 사랑을 나는 민들레에게 배우며 사랑의 좁은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시는 광안리 수녀원에서 청원자 시절 낮기도 후 체조를 하다가 발견한 민들레 한송이를 보고 쓴 최초의 꽃시입니다”라는 설명이 쓰여 있다. - 문화일보 2004. 8. 5 <최현미 기자>
그는 시집이 출간되자 마자 시집을 들고 청송 교도소의 신창원씨를 만나러 갔다. 최근 언론에 자신과 신씨가 편지를 주고 받은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그를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아 잠을 이루지 못했단다. “믿음이 있기에 이모님에게 준 마음이 보도된 것이 괜찮다”는 신씨의 말에 시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당부하고 왔단다.
젊었을 땐, 이름없는 풀꽃과 민들레가 좋았지만 지금은 화려한 장미가 좋다는 그는 자신의 삶과 함께한 꽃들의 이야기가 실린 이번 꽃시집이 너무 예뻐 잘 팔리지 않으면 자신이 모두 사서 선물로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화 저, 너머 환희 웃고 있는 시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 가톨릭 신문 8.16 <곽승한기자>
이해인을 만나고 나면 그녀의 모습이 모퉁이를 돌아가도 우리 곁에는 꽃향이 남는다. 참 별난 일이다. 그녀가 보내주는 이메일에서조차 “킁킁” 코를 대보면 희미하게 풍기는 꽃향이 있다. 그녀에게서 선물로 받은 꽃차를 혼자 먹기가 아까워 가까운 이에게 나눠주고 싶다. 꽃향은 그녀의 보배로운 힘이다. 이해인의 여러 시집 가운데 꽃시를 따로 모으고, 미발표 꽃시들을 보태니 88편의 꽃떨기가 모인 화원이 됐다.
이해인은 각각의 꽃시에 시보다 짧은 석 줄짜리 댓글을 붙여 놓았다. ‘태산목을 닮은 박완서 선생님, 제비꽃을 닮은 김혜영 시인, 튤립을 닮은 윤석화님, 도라지꽃을 닮은 벗 유 데레사님’에게도 이해인은 감사의 꽃 마음을 피워 올리고 있다.
- 조선일보 200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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