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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스크랩 무덤에서 요람까지
솔하늘 추천 0 조회 71 18.10.25 21: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무덤에서 요람까지

 

2014년 10월1일
가을 낙엽처럼 바짝마른 감정의
의사선생님 한마디 말
대장암입니다.

나의 두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믿기지 않는 단어 대장암 !

설마 내가 잘못 들은것이겠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연이어 초기는 지난것 같으니
정밀검사를 해보자며 MRI 와 CT로 확인

대장암 판정을 받고
우리부부는 끝없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겪으며 좌절을 맛 보았고

대학병원인 신촌세브란스암병원의
김남규교수님을 소개받아
교수님의 한마디 말씀
수술합시다 라는 말에 희망을 걸었다.

진료를 받으러가는 날이면
보이지 않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어야 했고
그때마다 김남규 박사님의 세세한 설명으로
떨리는 마음을 보상 받았다.

환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며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려는
나와 아내에게 든든한 동아줄이 되어
주셨기에 조금이나마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0월17일
마지막 진료를 받으며 다행이도
수술이 용이한 S결장에 암이 있다며

​수술방법은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이 있지만

복강경으로 수술할것이고

수술에 별 어려움은 없을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씀을 하시지만
두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간호사에게 수술날짜를 확인하시며
10월28일 입원 29일 수술하자신다.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가
수술할 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수술도 안됩니다 라는 말을 들을까봐
가슴졸였던 날들이 교수님의 말씀
한마디에 스르르 녹아내린다.

빨리 수술해주시면 안되냐는
나의 성화를
그렇게 빨리 진행되는 병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하시지만
암 이란 수식어를 아내에게서
한시라도 빨리 떼어내고픈 절박한
마음을 왜 모르시겠나 싶어

교수님에게 모든것을 맡기고
병원문을 나서는 아내와 나는
10월1일 이후 처음으로 불안과
걱정을 내려 놓았다.

인명은 제천이라 안했던가
모든것은
하늘에 맡기고 그동안 공포와 불안에
떨며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식사는 평상시대로 해도 된다는
교수님 말씀이 있었기에 모처럼
편안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고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난
10월28일
입원예정인데 이른새벽 전화벨 소리가
단잠을 깨운다.
세브란스병원의 검사실

급히 검사할것이 있어서
11시 10분까지 시간맞추어 오라한다.
시간 지나면 검사를 미루어야 한다니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럽다.

검사는 다 했다고 했는데
무슨 일일까 아내와 나에게
불안이 엄습해온다.

부지런히 입원 준비를 해서
10시 15분에 출발
출근시간도 지났건만
도로를 가득메운 차량이 거북이 걸음이다.

마음은 바쁘고 시간은 다가오고
아내와 나는 초조함에 말을 잃고
앞 유리창을 뚫고 나온 길다란 목으로
빈곳을 찾지만 길게 늘어선 자동차의
꼬리만 보일뿐이다.

급한 마음에 도로 곁에 애마를 세우고
택배 오토바이 기사님에게 사정도
해보고 오토바이 쎈타 사장님에게
병원까지만 대려다 달라고 사정도
해보지만 모두가 고개를 가로로 저을뿐
단칼에 거절이다.

발을 동동 구르는 아내를 진정시키며
우여곡절 끝에 시간 맞추어 검사실을
도착하니 11시5분

수술을 미루어야 할 위기를
모면하고나니 긴장이 풀려 온몸이
나른해온다.

검사가 끝난 후
암병동 1507호에 입원
창문 밖으로 보이는 평온한 풍경처럼
마음이 평온해져온다.

입원하기까지의 한 달
너무나 길고도 지루한 고통의 날들이었기에

입원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다

병실을 딸아이에게 맡기고
저녁 장사를하기 위해 문을 열지만
마음은 아내 곁에 두고와서 일까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10월29일
수술실 입실 시간이 7시30분 이라기에
토끼잠을 뒤로 6시에 집을 나선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내에게
걱정하지말고 한 잠 푹 자고 나면
끝날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아내
못지 않게 불안하고 두렵다.

모든것은 교수님에게 맡겨진채
긴장이 시작되지만
07시 55분
아직도 전광판에는 수술준비중이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마취가 잘 안되나?
부작용이 발생해서 지연되고 있나?
온갖 추측이 머리를 어지럽히지만

그 와중에 배가 고파온다.
아내는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딸램이와 나는 살아 보겠다고
꾸역꾸역 밥알을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한 끼 굶는다고 잘못되는것도 없을텐데
생각하니 목이 메어온다.

보호자 대기실에
딸램이와 자리를 잡고 앉아
하염없이 대기중이라는 상황판을 탓하는데
8시 55분 수술중임을 알린다.

잠시 안도의 한숨
입원실에 올라와 시간을 정리하는데
딸애의 호출
빨리 수술실 앞으로 오란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천정을 향해
솓구친다.
수술중 호출이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인데
15층에서 5층까지 어떻게 내려 왔는지
모른다.
수술실앞의 딸애는 얼굴이 하얗다.

왜 ?
보호자를 찾는대?

모르겠다는 딸애와 수술실앞
상담실 문을 들어선다.

젊은 의사 한 분이 나와 설명을 시작한다.
수술하면서 MRI 사진을 보니

좌측난소에 혹이 하나 있는데 암은 아니고
제거하는것이 좋은것 같아 뵙자고 하며
보호자의 동의를 구한다.

흔쾌히 동의를 해주고 수술실앞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 전광판을 주시하지만
가슴이 조여온다.

TV에서만 보아오던 수술실앞 복도의
긴의자에 앉아 고개를 무릎사이에 묻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가족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다.

젊은시절 좌결신경통으로
경희대 한방병원에 입원했을때
의사 선생님께서 환자와
의사가 서로 신뢰가 있어야 치료가
쉽다고 한 말씀이 생각나 지금도
그 이름을 앚지 못하는 신현대 교수님.

아내는 세계적으로 대장항문외과
학계에 권위가 있으신 김남규 교수님에게

모든것을 맡긴 길고긴 시간

4시간을 수술실앞 대기실에 앉아
수술중이라는 단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딸아이와 나는 눈이번쩍 뜨인다 .

수술끝.
회복실 이동중이라는 단어에
쪼글아질대로 쪼그라진 가슴을 끌어내린다.

경아~~
수술 끝났단다.
딸아이의 꼭 잡은 두 손이 가볍게 떨려온다.

수술중 한차례 보호자 호출이 있었기에
수술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던 시간이
몇 년은 흐른것 같다.

온몸의 기운이 빠져온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온다.

회복실에서 공포에 떨기를 1 시간
이동형 침대에 실려 나오는 아내를
보며 아들과 딸 우리셋이는 흐르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아내의 손을 잡는다.

여보!!
수고했어
고마워요
입원실을 떠난지 6시간만에
안도의 숨을 내쉰다.

숨막히던 한 달
암덩어리를 제거하고 입원실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
지난 아픈기억들을 다 지워버리고
다시 태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이웃앞에 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간병하기를 8개월

작년 10월 가을부터 겨울, 봄을 지나
2015년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는 5월말
케모포트를 제거하는것으로 항암의
고통에서 벗어난 아내

무덤에서 요람으로 돌아온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살아야겠다는 일념에
힘들었던 투병을 해온 아내 자신도
어떻게 이겨내왔는지 모르겠다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지만
아이들이 힘든 투병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아내의 건강과 내가 하던 생업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해 도와준 가족들

무엇보다 아내에게 감사하고

 

아낌없는 성원과 용기를 주신
대직방의 많은 환우분들과 가족분들

나의 블로그를 보며 응원해주신 이웃님들 
이외에도 수 많은 지인분들의 격려와
성원에 감사합니다.

끝으로 아내의 수술을 맡아주신
세브란스 대장항문외과 김 남규교수님
항암치료를 담당해주신
종양내과 신상준교수님
갑상선치료를 위해 애써주신
내분비내과 조영석교수님과
그외 애써주신 이혜원 코디간호사를
비롯해 여러분 모두의 덕분에
아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해 
 
5년후 완치선물 받을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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