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략한 H2 시승기 H1에 비한다면 다소 높게 느껴지는 운전석 위를 올라 앉았다. 딛고 오를 사이드스텝이 없다면 조금 불편할 듯 하다. 착석감은 그야말로 승용차 분위기. H1의 얇은 3스포크 스티어링 휠에 비한다면 H2의 오디오 리모콘까지 달린 두툼한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승용 감각이 물씬 풍긴다. 키를 돌려 시동을 거니 H2의 볼텍 엔진은 V8 6L 용량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숨을 내쉬며 달려나갈 준비를 한다. H1의 디젤 5.7L엔진에 큰 호흡하듯 둥둥둥~ 거리는 거친 숨소리와는 전혀 딴판. 마치 트럭과 세단의 다른 세계를 느끼게 한다. 이어 독특하지만 폼나는 변속레버를 D드라이브에 맞추고 차를 주차장에서 도로 위로 금새 올린다. H1 못지 않은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은 전혀 둔하지 않다. 잽싸다고 할 수 없으나 덩치큰 에쿠스 정도의 몸 놀림이다. 기존 허머에 비해 더 높게 느껴지는 후드는 바로 앞 시야를 상당히 가려 익숙해질 시간이 약간은 필요할 듯. 통행량이 많은 도로 위, 차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며 가속을 해보았다. 넉넉한 배기량에서 솟구치는 큰 토크가 몸으로 확연히 전해져 온다. 쭉 뻗어나가는 가속감이 이차가 4톤 가까운 무게를 지닌 헤비급임을 잠시 잊게 하기 충분하다. 배기량 큰 차 선호하는 미국에서 조차 좋지 않은 연비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H2임을 몸으로 확실히 체감하는 순간이다. 기름 잡아먹는 6000cc 8기통의 위력이라고 할까? 차량 많은 시내 도로임에 다소 무리였지만 100km 가까이 속도를 뽑아내며 차선을 계속 바꾸면서 차들 사이를 누벼보니 생각외로 2m가 넘는 차폭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아마 특이한 4WD들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차의 앞머리를 마구 틀어대며 차선을 바꾸어도 뒤뚱거리거나 출렁거린다든지의 경망스런 몸놀림이 크지 않은 것이 넉넉한 트레드, 그리고 복원성 강하게 반응해주는 후륜 에어 서스펜션의 뒷받침이 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H1에 비해 륜거가 약 20cm 짧다는 정도를 감안하면 수긍이 되는 정도. "이 차 속도가 얼마까지 나와요?" 옆자리에 함께 탑승한 딜러에게 질문을 하니 부산 세관을 통관하여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대략 160km까지 달려보았다고 자랑한다. 이어 200km 까지는 넉넉히 나올 것이라는 설명도 보태준다. 다른 럭셔리 SUV들이라면 몰라도 허머라는 이미지를 갖고 이를 받아들인다면 참으로 꿈같은 얘기다. 턱이 높은 요철을 달리던 속도 그대로 지나칠 때도 살짝 돌 하나 밟고 지나치듯 차체에 충격은 경미하다. 출발점으로 돌아오며 마지막으로 급제동을 걸어보았다. 315mm의 넓은 접지면적을 가진 타이어에 AT 임을 감안할 때 약간의 제동소음은 당연한 것. 그렇지만 325mm의 지름 큰 디스크로터와 2피스톤 타입 용량 큰 캘리퍼, 그리고 4채널 ABS가 믿음성있게 제동해준다. 잠깐의 시승이었지만 H2가 어떤 성격임을 대번에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기존 허머에 비한다면 다소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럭셔리 SUV들보다는 상당히 적극적인 오프로드 기능을 담고 있고, 또 요즘 대형 럭셔리 SUV들 못지 않은 감각 높은 편의성을 추구하고 있는 오프로더임을 말이다. 극단적인 기능의 최강 오프로더와 승용세단들 버금가는 요즘 럭셔리 SUV들의 특성을 조합해놓은 모습이라고 하면 틀리지 않을 듯 하다. 하드코어의 상징인 허머는 이제 소프트함마저 겸비한 색다른 이미지도 함께 갖게 된 것이다. 앞서 서두에서 요즘 유명세를 떨치며 유혹하고 있는 럭셔리 SUV들을 타고 일상을 즐기고 주말에는 허머를 타고 레져를 즐긴다고 언급했지만, H2를 만나고는 그 생각이 달라졌다. 일상에서는 H2를 가지고 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H1을 가지고 발 닿을 수 있는 곳들을 다니고 싶어진 것이다.
그것이 너무 비효율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면 이를 절충해 H2 하나만을 가지고 일상과 레져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극단적으로 성격이 대비되는 기존 허머와 럭셔리 SUV들의 장점적인 기능들을 함께 어느 정도 충족하는 모델이니 말이다. 가격도 H1에 비해 절반 정도이니 현실성(?)도 높다. 물론 능력내에서의 얘기이긴 하지만,, 오늘 만남을 통해서 또 하나의 드림카 목록에 자리잡은 H2는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볼 차종이다. 다음에는 꼭 오프로드에서 함께 하길 기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