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17구간(둔병재-어림고개-별산-묘치고개-천왕산-구봉산길림길-서밧재-돗재-천운산-568봉-서밧재)
1.일시: 2022년 7월 1일 금요일~ 7월 2일 토요일.
2.참가인원: 전과 동
3.날씨: 비를 피하니 우리를 기다리는 건, 가시덤불과 땡볕으로 그나마 우리를 위로해 준건 임도 옆에 농익은 산딸기다. 새콤달콤한 산딸기를 오백알은 먹은 것 같은디, 오늘 요강 뒤엎는 거 아니야 시방?
4.산행거리및 시간:
고도표가 누더기가 되었다. 붉은 색 실선은 우리가 간 괘적이고 파란색 실선은 날이 더워 스마트폰 어풀이 자동으로 꺼지는 바람에 일어난 사태이다.
사람도 견디기 힘든 더위에 기계인들 버티겠는가.
지도도 마찬가지로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스마트폰이 온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보호차원에서 어플을 끄는 모양이다.
화순까지 근 4시간이 걸리는 거리라 화순에 도착하면 저녁을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을 했는데, 마침 터미널 맞은편에 선택의 여지없이 횟집이 포진해 있었다.
이름하야 '여수 수산 횟집'되시겠다.
우연히 선택의 여지없이 들어간 횟집이 맛집이라니, 로또 맞은 기분이다. 값이 조금 비싼 느낌이였는데 찰진 참돔회가 압권이고 여타 기본 반찬도 본 매뉴를 압도할 만큼 훌륭하게 제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싸서 눈팅만하고 있던 '하모(갯장어)' 가 죽은 것이기는 하지만 기본 매뉴에 섞여 있어 냄새와 맛을 보았으니 말이다.
둔병재 도착 오전 6시 37분.
사진 맞은편이 편백나무 휴양림 입구인데, 샛문으로 진입하려니 매표소 직원이 득달같이 나와 입장료를 내라고 으름장이다.
우리가 누구인가 과객 아닌가! 과객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가?
구름다리가 있는 고갯마루로 올라가 진입로를 탐색하니, 도로 양 옆을 철조망으로 꽉 막아놨다. 다행이 우리같은 과객이 철조망을 헤집어 길을 만들어 놨다.
철조망을 진입하니 구름다리가 보인다. 이쪽으로 진입하며 안양산에 이른다.
바야흐로 호남정맥에 진입하는 순간이다.
편백나무 휴양림이 잘 조성되어 있다. 입장료를 받을 만큼 정비를 잘 해 놨다. 조성하느라 몇 십년 공력을 들였으니 입장료 받을 만하다. 다만 우리는 이 편백나무 휴양림을 즐기러 온 휴양객이 아닌 과객의 신분으로 지나가니 무료 입장을 이해하시길...
뒤돌아 본 안양산의 운무.
능선을 잡으니 펼쳐지는 호남정맥 산군들의 군무.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본다.
배암차즈기.
꽃이 뱀이 입을 벌린 모습이라고 해서 생긴 이름인데, 우리가 잘아는 곰보배추이다. 기관지 천식에 특효이고, 항암 항염 알레르기에 좋다고 한다.
산딸기.
임도옆에 정말로 농익어 뚝뚝 떨어지는 산딸기를, 산행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따먹다 보니, 손이 벌겋게 물들 판이다.
아무튼 오늘 요강 절딴나게 생겼구만 잉!
어림고개.
햇빛개발이라는 회사는 산지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인 것 같은데, 이 회사에서 조성해 놓은 임도따라 편하게 어림고개까지 왔다. 여기서 별산까지도 임도가 조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 편한 길을 마다하고 원 정맥길을 고집하다가 온몸이 가시덤불로 난자 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진퇴양난의 밀림에서도 의연히 주식 삼매에 빠진 '그윽한 미소'!
'바람'은 '아! 내가 여기 왜 이러고 있지?' 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진퇴양난이란 말은 꼭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되돌아 가자니 여기까지 가시덤불에 난자당하며 헤치고 온 공력과 거리가 너무 아깝고도 멀고, 앞으로 헤집고 나아가려니 굵은 가시덤불과 정글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헤치고 갈 의지가 없다면 이 자리에서 머리가 터져 죽을 판이다.
진퇴양난!
밀림을 헤치고 올라오니 임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쓰벌!
'사서 고생한다' 는 말은 딱 이럴 때 쓰라고 생긴 말일 것이다.
밀림을 헤치고 나오기 직전의 '바람'.
별산의 전망대에서 바라 본 호남정맥의 산군들과 동북호 전경.
풍력 발전기.
뭘봐?
이곳 별산 전망대에서 8호 풍력 발전기 쪽으로 가는 길이 잡목에 덮여, 에둘러 찾아 가느라 애를 먹었다. 정맥길을 찾아 가는 도중에도 여지없이 임도 옆에 농익은 산딸기를 따먹으면서 가는 것은 잊지 않았다.
참나리.
꽃말은 순결, 깨끗한 마음으로 알뿌리는 굽거나 밥에 쩌서 식용한다.
별산 돌탑에서...
자귀나무꽃.
어원은 나무 깍는 연장인 '자귀'를 만드는 나무라서 자귀라는 설과, 자는 시간을 귀신같이 맞춘다고 자귀나무라는 설등이 있다.실지로 낮이 되면 잎이 열리고 밤이 되면 잎이 닫힌다. 나무가 빨리 썩어 시골에서는 퇴비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점심.
몸을 말리러 나온 독사. 등산로 한가운데 떡허니 포진해서는 도망도 가지 않고 날 째려 본다. 스틱으로 툭치니 그제서야 숲속으로 어슬렁 어슬렁 사라진다.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옥잠화.
꽃봉오리가 옥비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 꽃은 벌과 나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꽃향기도 진한데 왜일까?
가장 중요한 유혹인 꿀이 없으니 오지 않을 뿐더러 이 꽃은 밤에만 피어나니 벌과 나비가 오기도 힘들다. 그래서 수정이 어려워바람의 도움을 받아 수정을 하는데 이것을 '풍매'라고 한다.
꽃말은 추억, 조용한 사랑이다.
묘치 도착 오후 2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아스팔트가 가장 뜨거울 때, 우리는 지쳐 길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래도 좋은지 '바람' 의 입이 귀에 걸렸다.
묘치에서 쉬고 바로 코 앞에 정맥 진입를 놔두고 도로를 이리갔다 저리갔다 진입로 찾느라고 애를 먹었다.
우리가 지나 온 별산의 풍력단지가 보인다.
천왕산 도착 오후 5시 52분.
더위에 얼굴들이 벌겋게 익었다.
서밧재 도착 오후 7시 37분.
더 이상 갈 수 없어 오늘의 산행을 작파하기로 했다. 물도 한모금 없고 기력도 없고 배도 고프고 있는 거라곤 더위 뿐이다.
우리의 전용 택시를 부르니 전용 택시 기사의 친척 분이 대신 우리를 픽업했다.
'능주 숯불 갈비집'인데 우리는 고기보다는 야채 위주로 백반을 시켰다.가짓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맛이 있다.
다만 주인장인지는 모르지만 상냥하지 않고 퉁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윽한미소'가 제일 싫어하는 여자의 상이라나 뭐라나...
그러면서 하는 말 "여자는 자고로 상냥함이 제일의 덕목!" 이라나 뭐라나.
돗제에 도착할 걸 예상하고 한천면에 숙소를 예약하여, 할 수 없이 정맥을 역주행하기로 했다. 다음날 다시 서밧재로 가는 택시비도 비싸고 해서, 돗재에서 서밧재로 내려오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돗재에서 서밧재까지 고도표가 깔끔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서밧재에서 돗재로 산행했으면 아마도 서밧재에서 호남정맥 진입로 찾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시간이 빠듯한 와중에 알바라도 했으면 아마도 화순에서 하나 밖에 없는 오전 10시 화순발 고속버스를 못 탈 뻔했다.
호남정맥을 역주행한 것이 신의 한 수 였다.
숙소 앞 한천면의 강 운무.
약속한 시간에 정확하게 당도한 우리의 전용 택시 기사.
한천 자연 휴양림 입구 돗재.
천운산 입구.
천운산 오름길에서 만난 운무.
이곳에서 거대한 영지버섯을 채취하니, '바람' 과 '그윽한미소' 가 100만원에 약재상에 팔라고 한다. 얘들 돈에 미친거 아니야 시방!
천운산의 조망은 높이에 비해 꽝이다. 잡목에 가려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다.
언듯 보이는 아침 운무가 그림 같다.
아른 새벽 산행하는 특권이라.
아침 동영상.
역시 먹는 것은 좋은 것이여!
이곳이 진정한 호남정맥의 중간 지점이라고 주장하는 팻말이다. 산악회 선전을 위한 것인지 정말 여기가 딱 중간 지점인지 알수가 없다. 이전 구간에도 이런 것이 있었는디...
아무튼 이곳까지 악전 고투 끝에 온 우리 안빈낙도회원 여러분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도 이전 구간 보다는 오전에 산행하는 덕분에 한결 여유로운 산행을 하는 분위기이다. 여기 이렇게 등산로가 정비된 이유는 아마도 광주 학생 교육원 때문인 것 같다.
거의 호남정맥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신작로 같은 등산로로 가벼운 옷차림으로 조깅할 수 있는 수준의 길이다.
광주 학생 교육원 전경.
기숙사며 시설이 아주 잘된 교육원인 것 같다.
이곳이 서빗재에서는 들머리인데, 사유지로써 진입 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주인으로서는 프라이버시 때문에 이런 팻말로 조치하는 것은 옳으나 우리같은 과객 입장에서는 정말로 찾기 힘든 진입로이다. 어찌 이 사람들이 이런 취지를 알 것인가!
우리가 알아서 피해 갈 밖에...
이 도로를 따라가면 세갈래 포장도로가 나오는데 세갈래 길을 가로질러 건너가면 서밧재에 있는 현명 석재 산업이나온다.
이곳이 현명 석재 산업이다.
현재 시간은 오전 8시 52분이다. 화순에서 10시 출발하는 고속버스에맞추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드디어 이곳 서밧재에서 아침을 먹는다.
뒤로는 차들이 오고 가는데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고 있다.
모닝 커피까지 먹으니 오늘 일정은 순탄하기만 한 것 같다.
우리의 전용 택시 기사를 부르니 여지 없이 이곳 서밧재에 당도하니, 수면제를 먹을 시간을 벌어 주었다.
화순터미널 옆에 있는 순대국 집이다. 보통 이 시간에 여는 걸 기대하긴 어려웠는데, 우리의 공력이 수승했는 지 활짝 열려 있었다.
해서 안뽕을 위시해서 다양한 돼지 부속을 넣어 끓인 술국을 안주 삼아 낮술이 아닌 아침 해장술을 먹으니, 술이 이름이 술이여서가 아니라 술술 들어간다.
사실 이렇게 서둘러 서울로 직행하는 이유는 '딱선생 과의 조우를 바라고 한 계획이 였는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딱선생'은 생업때문에 조우할 수 없었다.
신림동 당구장으로 직행하여 우리끼리 한 판을 때렸다.
한점을 올리고 부터는 점점 더 먹기 어렵게 되었다. 당구란 것이 맨탈 게임이다 보니 한점이라는 갭이 엄첨 크다.
앞으로 당분간 먹기 힘들 것 같다.
오늘도 안빈낙도회원 여러분 수고 하셨습니다.
나의 집 도착 시간 12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