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에세이: <곰팡이 핀 내 문학 오두막에 통풍을 하며> 4
영어,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외국어로 글을 쓰는 것은 마치 발에 맞지 않는
남의 신발을 신고 달리기하는 것과 같다."
-UBC 아시안 센터에서 열린 ‘문학의 밤’에서 어느 인도계 여자 교수님 말씀-
내가 그렇게 한국의 인터넷 시문학 웹사이트에서
내 詩들의 현주소를 찾고 있을 무렵,
나의 영어 창작 반(English Creative
Writing Class) 은
이미 두 주째로 접어들고 있었는데,
뒤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는
내게 처음부터 가혹하리만큼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곧 시문학
사이트를 중단하고 전적으로 학교에만 매달리기로 했다.
담임 선생님이신 A. 레이발스 여사 (Ms. A. Rayvals)는 70이 가까워 뵈는 분인데, 이 클래스를 지금 9년 반 째 가르치고 있다고 하며, 현지 문인들의 클럽 정회원으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한 편의 장편소설도 집필 중이신데 곧 탈고하실
거란다. 이분은 자신의 직업에 대단히 열성이셨고, 특히 학생들의 숙제에 무지하게 엄격하셔서, 누구든 숙제를 안 해오면 다음 주로 연기해서라도
끝까지 받아내고야 마는 분이었다.
학교 첫 날엔 15명의 학생으로 시작했는데, Ms. Rayvals를 상단으로하고 동그랗게 둘러앉으니 교실이 꽉
찼다. 학생들은
나와, 또 한명의 한국인 대학원 유학생 청년, 그리고 영국 태생의 Murray씨만 빼고는 모두 캐나다 태생들이었으며, 그들의 연령층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 주를 이뤘고, 최고령자는 최근에 정년퇴직을 했는데 부인이 집에
못 붙어있게 하도 들볶아대서 이곳으로 쫓겨왔노라고 농담을 하여 클래스를 웃긴 David씨이고, 나는 그 다음으로 나이배기였다. 그들 중에는 이미 ‘밴쿠버 Sun’과 ‘프로빈스’ 신문들에 기고를 몇 번씩 했다는
사람, 또는 현재 E.S.L. 선생님인데 작문을 좀 더 배워보려고 왔다는 사람, 심지어는 방금 장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람도
있어서 나는 초장부터 기가 팍 죽어버렸다.
수업은 아침 열시에 시작하여 열두 시 반까지, 두 시간 반의 강의시간 동안에 15분의 커피 타임을 빼고는 논스톱으로 이어졌으며, 강의는 그전 주에 배포된 십여 장의 인쇄물을
각자 집에서 읽는 것으로 대신하고,
정작 수업 시간엔 숙제
작품들을 돌려가며 읽고 서로 평하는 것이었는데,
숙제가 보통 한 주에
한두 작품씩이니까 그것들만 돌려 읽는데도 시간이 빡빡했다.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래이발스 여사는 詩는 초기에만 조금 다루고 그 후부터는 소설, 특히 단편소설에 초점을 두셔서 내게는 실망이
컸지만, 때는 이미 늦었기에 그냥 열심히 쫓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학창 시절엔 詩보다 소설을, 그것도 아동소설을 쓰고 싶어했었는데, 내가 캐나다에서 뒤늦게 詩로 눈을 돌리게 된
동기는 순전히 언어가 딸리기 때문에 그 궁여지책이라고 고백한다. 다행히도 나는 그동안 영문으로 된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다. 고전과
현대 소설들은 물론,
<안델센>과 <그림 형제들>의 동화책들과, <C. S. 레위스>의 ‘Narnia’ 시리즈, <L. M. 몽고메리>의 ‘Anne’ 시리즈 그리고 <로얼 다알>의 소설 전집 등, 많은 아동소설도 영문으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런 것들이 나로 하여금 그 어려운 학교 과정을
도중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갈 수 있게 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 주에 영어로 한두 편씩의 글을 써내는 일은 보통 땀 흘리는 고역이 아니었다. 아무리 캐나다에 30 년을 몸담고 살아왔어도, 또 나름대로 이것저것 영문으로 된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어도, 영어는 역시 나에게는 제2의 국어이며, 발에 맞지 않는 남의 신발을 신고 안간힘을쓰며
뛰고 있는 꼴이었다. 이민생활 30년은 결국 나를 모국어에도 영어에도 둘 다 자신이
없는, 언어의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아래의 시는 1년 후에 긴 겨울을 지나와 언 땅을 비집고 다시
노오랗게 피어나는 민들레꽃들을 들여다보며 그 당시의 내 모습과 비교하면서 쓴 英詩인데, 미국의 ‘국제 시 공모’ (The international Poetry open
Contest)에서 ‘The Editor’s Choice’로 선정되어,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에서 응모 시들 중에 200여 편을 추려서 편찬해 낸, ‘The Colors of Life
2004’ 라는 책의
첫 번째 시로 수록되었다.
Letter
I send my songs to you
along with my tears.
I send my prayers to you
wrapped with my swelling hopes.
In the pond of my humble heart
I see a reflection of you
That pockets all the stars
I used to gaze upon.
Like bedtime stories
the time has gone.
The child has become an island,
floating in the sea. Alone
I won’t yet stop dreaming of
you
Because I see in my garden of
soul
a dandelion’s yellow petals,
Undying desire,
so small yet so dear.
<
한글 버전> :
편지
눈물과
함께
나의
노래를 띄웁니다
차오르는
소망을 싸서
기도와
함께 보냅니다
가난한
나의 가슴 못에는
당신의
그림자가
어릴
적 우러르던 별들을 보듬은 채
아직도
그대로 잠겨 있습니다
세월은
옛
이야기처럼 가고
아이는
바다로 가서 외딴 섬이 되었지만
당신
향한 나의 꿈
나
아직 멈추지 않으렵니다.
내
영혼의 뜨락에는
아직도
작고
소중한 불멸의 욕망 하나
노오란
민들레 꽃잎으로 피어 있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