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과장! 분당에 있는 학원에서 공사 대금을 부가가치세 없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안 되겠냐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까지 학원 공사에는 모두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왔잖아?"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알아봐 주세요."
조 과장은 세무사 사무소의 김상세 대리에게 전화했다.
"김 대리님! 학원에서 공사 대금을 부가가치세 없이······."
김 대리는 학원에서 그렇게 요구하는 이유와 그 요구를 들어주어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학원업은 부가가치세 제도와 전혀 관계없는 업종이다. 학생들에게 받는 수강료에는 부가가치세(매출세액)가 없으므로, 학원에 필요한 기자재를 사면서 부담한 매입세액을 환급해줄 수 없다. 따라서 학원 입장에서는 공사 대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지 않으면 당장 그만큼의 현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폼생디자인사 입장에서 보면, 학원의 요구에 응한다면 부가가치세를 대신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세금계산서 불성실가산세까지 물게 된다.
부가가치세는 원칙적으로 사업자가 사업적으로 재화(제품이나 상품)나 용역(서비스)을 공급한 경우에 과세가 된다. 예를 들면 사업자가 사업적으로 컴퓨터를 팔거나 음식 용역을 제공하면 그 대가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사업자는 사업자등록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를 계속적·반복적으로 하면 사업자로 본다.
그런데 다음의 품목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조세 정책상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이러한 면세품목을 취급하는 사업자를 '면세사업자'라 한다. 면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를 신고하거나 납부할 의무는 없으나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 기초생활 필수품 재화 : 미가공식료품, 연탄과 무연탄, 주택임대용역
● 국민후생용역 : 의료보건용역(병의원)과 혈액, 교육 용역(학원), 여객운송용역(고속버스·항공기·고속전철 등 제외), 국민주택 공급과 당해 주택의 건설용역
● 문화 관련 재화·용역 : 도서, 신문, 잡지, 방송(광고 제외)
● 부가가치 구성 요소 : 토지 공급, 인적용역, 금융 및 보험용역
● 기타 : 공중전화, 복권 등
위에서 교육용역은 학교·학원·강습소·훈련소에 해당하면 교육 내용과 무관하게 부가가치세를 면세한다. 단, 관할 관청으로부터 교육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불법으로 교습소 등을 운영하면 부가가치세가 과세된다. 참고로 학원 중 무도학원과 자동차학원은 과세로 전환되었다(2011. 7. 1).
면세사업자는 매출세액도 없고 매입세액을 환급받을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매입세액을 환급받지 못하니 일반과세자에 비해 불리한 게 아닐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을 보면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첫째, 면세사업과 과세사업에는 납세 협력 의무 차이가 있다
면세사업은 부가가치세법에서 규율하는 세법상 의무가 없다. 즉, 세금계산서 교부 의무라든지 1년에 몇 번씩 하는 신고·납부 업무를 할 필요가 없다.
둘째, 면세사업은 매출세금이 없으므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
예를 들어 학원 수강료가 10만 원인데 앞으로 부가가치세가 붙는다면 11만 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수업 내용은 똑같은데 가격이 인상되었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오른 가격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층이 있게 마련이고 더 나아가 수강을 포기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셋째, 매입세액은 경비로 처리되어 절세 효과가 나타난다
면세사업자가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여 소모품을 110만 원에 샀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일반과세자라면 100만 원을 소모품비 계정으로, 10만 원을 매입세액으로 하여 환급받게 된다. 하지만 면세사업자는 110만 원을 소모품비 계정으로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현금 유출액은 부가가치세에서 절세 효과 금액(부가가치세액×적용세율)을 차감한 금액이 된다.
면세사업자와의 거래에서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첫째, 공급자는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다
우선, 공급자가 어떤 업종을 영위하느냐에 따라 입장 차이가 난다. 공급자가 세금계산서를 아예 끊지 못하는 사업자와 업종(간이과세자·이용·미용·목욕업 등)에 해당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하면 세금계산서를 끊어주어야 하는 업종(소매·음식점·숙박·여객운송업 등)에 해당하면 세금계산서를 끊어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밖의 업종인 제조·도매·건설업 등은 반드시 세금계산서를 교부해야 한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에는 거래금액의 1%(2007년부터 2%)의 세금계산서 불성실가산세가 부과된다. 매출액이 누락되는 경우에는 소득세, 법인세, 각종 가산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둘째, 공급받는 자인 면세사업자는 약간의 덕을 본다
면세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지 않으면 당장 부가가치세가 나가지 않으나, 나중에 세무조사를 받을 때 거래금액을 입증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면세사업자는 신용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불이익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폼생디자인의 이대박 사장은 학원이 요구한 세금계산서 없이 카드로 결제해주어야 할까? 학원 입장에서는 약간의 이득이 있으나 폼생디자인사 쪽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
폼생디자인사의 경우 신용카드 매출전표에 의한 금액을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을 나누어 신고(신용카드 매출은 100% 노출됨)하므로 학원이 부담해야 할 부가가치세를 대신 부담하게 된다. 또 세금계산서 불성실가산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폼생디자인사 입장에서 보면 학원에서 요구한 사항을 거절하는 것이 유리하다.
TIP 세금계산서 관련 가산세가 중과된다
2007년부터 세금계산서를 미교부하거나 가공 및 타인명의로 세금계산서를 교부하는 경우 거래금액의 2%(2006년 이전은 1%)를 가산세로 부과한다.
한편, 2007년부터 공급자가 세금계산서를 교부하지 않는 경우에는 매입자가 이를 발행하여 과세당국에 신고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는 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공급자가 세금계산서 교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